한 신문기자가 찍은 사진에 UFO로 추정되는 물체가 포착됐다. 특히나 ‘로스웰 사건’ 당시에 추락한 비행접시에서 발견된 외계인의 사체 부검 현장을 기록한 흑백 필름의 방영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영국에서는 ‘로스웰’(Roswell)이라는 영화까지 만들어졌을 만큼 UFO는 화제가 됐다.
영화 ‘로스웰’(Roswell)은 1947년 7월에 있었던 미국 뉴멕시코주 로스웰 공군기지 부근 목장에 추락한 비행접시(flying saucer)와 3구의 시체에 관한 의혹을 흥미롭게 담고 있다고 알려졌다. 우리나라에도 곧 개봉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 만약 존재한다면 그 정체는 무엇일까. UFO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참으로 다양하다.
어떤 사람들은 UFO를 집단 무의식에 의해 인류가 공시적·통시적으로 공유하는 원형으로 간주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패전한 독일의 나치 잔당이나 강대국들이 군사적인 목적으로 만들어낸 비밀병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확인되지 않은 비행물체 앞에서 우리의 상상력은 얼마나 자유로운가. 반면 아예 UFO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은 UFO를 외계생명체의 비행선이라고 믿고 있다. 실제로 레이더나 카메라에 UFO가 물리적으로 포착되기도 하지만, 그 운행이 현대과학으로는 도저히 설명될 수 없다. 그래서 UFO가 우리보다 더 지적인 외계생명체에 의한 것이라는 추정이 설득력을 갖는다.
UFO에서 내려온 외계인들과 접촉했다는 사례도 많이 보고되고 있다. 빌리 마이어나 조지 아담스키는 여러 차례 그들과 만나 텔레파시로 대화를 나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제3의 근접조우
UFO는 그 존재 자체가 매우 흥미로운 것이어서 SF영화에 자주 등장한다. 영화에 좀 더 사실적인 내용과 화면을 만들기 위해 UFO를 목격한 사람들의 체험담이나 에피소드를 인용하는 경우도 많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꿈의 프로젝트’ 라고 부를만큼 심혈을 기울여 만든 ‘미지와의 조우’ (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는 수많은 UFO 목격 사례와 의혹을 모아놓은 영화로 UFO를 다룬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는 UFO와 실제로 접촉하게 되는 두 가정의 이야기를, 전세계적으로 벌어지는 UFO소동과 함께 흥미롭게 담고 있다. 이 영화의 원제목인 ‘제3종 근접조우’는 UFO를 가까이 조우(遭遇)할 때 그 내부나 바깥에서 외계인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인간들과 외계인이 서로 빛과 음악을 통해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근접조우’ 장면이 꿈처럼 신비롭게 그려져 있는데, 단연 이 영화의 압권이라고 할 수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 영화에서 인간과 외계인이 각기 다른 환경에서 발생해 진화해왔지만 음악이라는 언어를 통해 서로 이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리고, 5년 후에 만든 영화 ‘ET’에서는 이해의 차원을 넘어 어린아이의 순수한 마음으로 서로 사랑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영화 ‘ET’에서는 실제로 UFO와 접촉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체험담을 바탕으로 UFO가 근접할 때의 상황이 자세히 묘사됐다.
UFO가 접근하면 차의 엔진이나 라이트가 꺼진다거나, 정전이 되기도 하고, 피부가 검게 타며, 강한 섬광도 나타난다. UFO연구가인 제임스 맥캄벨은 그의 저서 유폴로지(Ufology)에서 이러한 현상은 UFO로부터 방사되는 전자기파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UFO가 전자기파를 방사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UFO의 기묘한 운행과 관계가 있다. ‘미지와의 조우’에서도 여러 차례 보여지듯 UFO는 직각으로 회전하거나,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운행하면서도 로켓처럼 어떠한 것도 분사하지 않고 심지어 음속돌파에 의한 충격음(sonic boom)도 내지 않는다.
만약 질량을 가진 어떤 물체가 운동중에 방향을 바꾼다거나 속도를 줄인다면 그 물체의 질량에 비례하는 관성력이 작용해(우리가 방향을 바꾸는 버스 안에서 경험하듯) 처음 움직이던 방향으로 계속 움직이려 한다.
특히 방향을 바꾸면 이러한 관성이 원심력으로 작용하고 평형을 이루려는 구심력 때문에 적당한 반지름의 커브를 그리며 회전하게 된다. 따라서 UFO가 커브를 그리지 않고 직각회전을 한다는 것은 무한대의 가속도를 갖거나 관성질량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비행기가 공기 중에서 초속 3백40m 이상의 속도로 진행하면 비행기 앞부분에 존재하는 공기 분자가 빠져 나갈 사이가 없어 공기분자는 계속 누적된다.
이렇게 되면 충격파를 내고 심할 경우 빌딩의 유리창이 깨지기도 한다. 그런데 UFO 목격자의 진술에 의하면 UFO는 아주 낮게 빠른 속도로 비행하면서도 어떠한 충격음도 내지 않는다. 이것은 UFO의 앞부분에 공기 분자가 쌓이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UFO의 작용에 대한 공기 분자의 반작용이 없다는 것일까.
아무것도 분사하는 것 없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질주하고 직각으로 회전할 수 있는 UFO의 능력은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이런 현상은 전자기파의 제어를 통해 가능하다고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전자기파를 통해 주변 공기의 흐름을 바꾸고 저항력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하는 것이다.
공존의 아름다움
이처럼 UFO를 다룬 영화는 UFO의 물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UFO에 대한 우리들의 심리도 투영하고 있다. 영화 ‘코쿤’(Cocoon)에서는 1천년전 지구를 방문했던 외계인들이 고치(cocoon)형태의 생명 유지관 속에 넣어 바다에 남겨두었던 동료를 구하기 위해 다시 지구를 찾게 된다.
그 때 그들의 몸에서 발산된 빛은 그곳에 요양온 노인들의 젊음을 회복시키고 삶의 의미를 찾게 도와준다는 얘기가 재미있게 전개된다.
‘8번가의 기적’(Batteries Not Included)은 철거 위기에 놓인 가난한 사람들에게 지능을 가진 금속 생물체인 비행접시가 나타나 희망과 삶의 의지를 준다는 내용이다.
‘코쿤’ 과 ‘8번가의 기적’ 은 UFO를 지구를 구원하기 위해 내려온 메시아로 여기는 인간의 종교적 바람을 형상화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외계인에 대한 공포가 잘 드러난 영화로 돈 시겔감독이 만든 ‘신체 강탈자의 침입’(The Invasion of Body Snatchers)을 들 수 있다. 미지의 행성에서 날아온 외계 생명체가 잠든 사람의 몸에 몰래 침입해 복제 인간을 만들어낸다. 누가 인간이고 누가 외계인인지 겉으로는 전혀 구별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영화는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영화는 외계인을 이데올로기라는 이름으로 인간을 획일화해 비인간적으로 만드는 사회주의자나 매카시스트로 빗대고 있다. 그 시대의 정치 상황을 반영한, 아주 훌륭한 SF걸작으로 손꼽힌다.
최근에 이 영화의 리바이벌판이라고 할 수 있는 아벨 페라라의 ‘보디 에일리언’ (Body snatchers. The invasion continues)이 만들어졌는데 원작의 감동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에 ‘신체 강탈자의 침입’ 을 비롯한 외계인과의 투쟁을 그린 영화들은 외계 이방인에 대한 불안과 공포의 심리가 피해의식으로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지적인 외계 생명체는 과연 존재할까. 사실 이 점에 대해선 아직도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환경에 따라 그 환경에 맞게 신진대사를 하는 생명체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 칼 세이건은 그의 저서 코스모스(Cosmos)에서 드레이크 방정식을 이용해 우리와 같은 지적 생명체가 적당한 환경에서 발생해 우리와 통신할 확률을 계산했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1천억개의 별이 모여있는 우리은하에 약 10개 정도는 문명세계를 만들어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확률은 너무나 작은 것이어서 어쩌면 우리의 존재만으로 만족해야할지 모른다.
최근 세계적인 천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일본에서 ‘우주에도 생명이 존재하는가’ 라는 강연을 했다. 그는 강연에서 지구밖 행성에서의 생명 존재 가능성에 대한 깊은 신념을 밝혀 화제가 됐다.
우선 그는 UFO가 우주로부터 온 생명체를 싣고 있다고 믿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외계인의 방문은 그보다 훨씬 분명한 형태로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적인 생명체가 나타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긍정적으로 예견하면서, 지적 생명의 다른 형태가 다른 우주에도 존재하고 있지만 우리가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의 견해대로 어쩌면 외계에 우리와 같은 생명체가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 그들이 UFO를 보내 지구를 탐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신체 강탈자의 침입’의 시나리오가 아닌, ‘미지와의 조우’ 나 ‘ET’ 에서처럼 상대의 존재를 통해 자신의 존재 의미를 되새기는 공존의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