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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단 하나의 정자로도 수정 가능

ICSI의 등장

성숙한 정자를 가졌다 해도 수가 모자르거나 운동성이 떨어지면 제대로 수정되지 않는다. 이때 난자를 고정시킨 채 하나의 정자를 주입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1990년대 개발된 ICSI 시술 장면. 난자를 오른쪽 지지대에 고정시킨 후 왼쪽 가는 유리관을 통해 정자를 난자에 직접 주입한다. 수정에 정자 하나만 필요한 획기적 방식이다.


1990년대 시험관아기 시술은 또한번의 ‘의학적 쾌거’에 의해 한단계 높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난자의 세포질 내에 정자를 직접 주입하는 방식(ICSI, Intracytoplasmic Sperm Injection)이다. 이전까지의 시험관아기 시술에서는 시험관 안에 다수의 정자와 난자를 섞어놓은 후 수정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불임클리닉의 의사들은 좀더 많은 수의 건강한 정자와 난자를 얻는데 주력했다.

이에 비해 ICSI는 난자를 고정시키고 여기에 가는 주사바늘로 정자 하나를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많은 수의 정자와 난자가 필요치 않게 됐다. 세계 최초의 ICSI 아기는 1992년 벨기에에서 태어났으며, 한국에서는 1994년 처음으로 성공했다.

ICSI의 등장으로 이론적으로는 단 하나의 정자만 있어도 아기를 가질 수 있다. 그 결과 정자의 수가 적거나 운동성이 떨어져 ‘불합격’ 판정을 받은 남성도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심지어 정상적인 정자가 거의 없어 무정자증으로 진단된 남성의 정액에서도 극소수의 정자가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이제 주요 관심은 ‘어떻게 하면 건강한 정자를 많이 확보할 수 있을까’에서 ‘극히 적은 수의 정자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로 전환되고 있다.

그렇다면 난자는 쉽게 구할 수 있을까. 남성의 정소에서는 사춘기 이후 노년에 이를 때까지 계속해서 정자가 만들어진다. 이에 비해 여성은 매달 하나의 난자만 성숙하기 때문에 정자에 비해 구할 수 있는 수가 극히 제한돼 있다. 과학자들은 주로 인공적인 성호르몬제를 적절히 투여해 하나 이상의 난자를 얻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고 있다. 성호르몬제를 한번 투여하면 보통 10-30개의 난자가 발생한다.

한번에 10-30개 난자 배출

그러나 최근 외국 의학계의 발표를 보면 ICSI가 완벽하게 안전한 방법인지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미국 오리건 보건대학의 제럴드 새튼 박사는 의학전문지 ‘네이처 메디신’ 4월호에서 ICSI의 문제점을 언급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벵골원숭이의 정자와 난자를 ICSI로 수정시킨 결과 정자가 난자의 막을 뚫고 들어갈 때 없어져야 하는 두개의 단백질이 난자 속으로 들어간 뒤에도 그대로 정자에 달려있었다고 밝혔다. 정자와 난자가 비정상적인 상호작용을 일으켜 유전적 결함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일이다.

그러나 새튼 박사는 이 유전적 결함이 ICSI 시술 자체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추측’ 뿐이지 명확한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또 ICSI 시술 후에 나타나는 유전적 결함은 ICSI 시술보다는 아버지의 유전자에 결함이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더욱이 만일 유전적 결함이 발생하면 태아가 자연유산되고, 그렇지 않다 해도 검사로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시험관아기와 관련된 웃지 못할 에피소드 한가지. 미국의 백인 여성이 시험관 수정과정에서 의사의 실수로 한명은 흑인이고 다른 한명은 백인인 남자쌍둥이를 지난해 12월 출산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 사건은 시험관에서 수정된 수정란을 자궁에 주입하는 과정에서 자기의 수정란과 다른 여자의 수정란이 동시에 착상된 데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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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김훈기 기자
  • 사진

    GAMMA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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