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다이아몬드를 인공으로 합성하는 방법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들 인공보석은 천연보석과 어떻게 다를까?
현재재까지 다이아몬드가 보석계의 왕자로 군림하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다. 하지만 원석의 다이아몬드는 부러지고 흐려진 유리옥과 같이 보인다. 이런 이유로 다이아몬드 연마법이 발명되기 전에는 루비나 에메랄드보다도 알려지지 않은 보석이었다.
유럽쪽에서 다이아몬드가 보석중의 왕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새로운 연마법(brilliant cut)이 발견된 이후다. 남미의 아즈데카 문명에는 에메랄드가 금 다음으로 귀중한 보석. 에스파니아인은 에메랄드를 구하기 위해 잉카를 정복해 콜롬비아의 에메랄드광 산을 발견했다.
이외에도 인디언들은 터키석을, 뉴질랜드의 마위족은 비취를 장식품으로 사용했다. 긴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에서 오랫동안 가장 귀중한 가치를 지닌 보석은 비취였다. 그 이유는 비취 이외에 루비나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에메랄드 등이 전혀 산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석과 인간의 밀접한 관계는 기나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인간이란 본능적으로 아름다운 색과 진귀한 모양을 지닌 것을 보면 마음이 끌리기 때문에 인간과 보석과의 만남은 자연스럽다.
행운을 주는 부적으로
로마로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보석에 관한 책자를 보면 보석이 지니고 있는 위대한 힘이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여기에는 과학적인 상식으로 보면 황당무계한 내용이 많다. 예를 들면 보석에는 보이지 않는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어 다이아몬드를 몸에 지니면 겁쟁이도 용기가 생기고, 에메랄드를 지니면 폭풍을 만나도 바람을 잠재울수 있다는 등의 내용. 대자연의 위험에서 몸을 호신 할 수 있는 간절한 소망을 보석을 통해 구현하려 한 것이다.
초기에 아름다움과 함께 신비한 힘을 가졌던 보석은 중세 유럽 각지의 지배계급 사회에서는 왕족의 소유물로 독점됐다. 왕족 이외에는 보석의 소유를 금지하는 법률까지 제정됐다. 보석이 재산의 상징이 된 것이다.
최초의 인공보석, 루비
인간은 값싼 재료를 사용하여 값비싼 보석을 만드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최초에는 납(Pb)에서 금(Au)을 만드는 연금술이 발달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보석 합성이 시작됐다.
인공보석을 만드는데 성공한 시기는 19세기 말 이후며 제일 먼저 루비(ruby)가 합성됐다. 그후에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사파이어 알렉산드라이트 오팔을 비롯해 터키석 아메시스트 산호 등 다양한 보석들이 합성됐다.
유럽 각 대학의 화학 및 광물연구실에서는 광물의 인공합성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에메랄드합성은 독일의 에벨만에 의해 1884년에 처음 시도됐고, 그 후 1912년 낫겐교수가 합성에 성공했다. 이때의 합성기법은 플럭스법. 고온의 용액에서 결정을 육성시키는 방법이다.
루비합성은 1891년 프랑스의 베르누이(Verneuil)에 의해 처음 시도됐으며 1902년 베르누이가 그 제법을 성공시켰다. 베르누이법에 의해 성공한 인공루비는 처음에 천연루비의 가격 하락을 가져와 보석업계에 큰 타격을 주었다.
그러나 베르누이법으로 합성된 인공루비는 천연루비와 비교할 때 화학조성 및 결정 구조는 동일하지만, 결정성장방식이 크게 달라 오히려 천연 루비의 가격이 상승됐다. 반면에 합성 루비는 대량 생산으로 가격이 하락세를 보였다.
그 후 블루사파이어 합성에 도전했으나 결국 실패했고, 대신에 마그네슘(Mg)및 알루미늄(Al)의 산화광물인 첨정석(spinel)을 합성하는 해프닝이 생겼다. 자주색을 띠는 첨정석은 루비 대용으로 사용됐다.
'흑태자의 루비'라고 부르는 영국왕실의 왕관에는 5백50캐럿의대형 루비가 세팅돼 있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사실상 첨정석에 불과 하다. 천연에서는 결코 대형 루비가 존재할 수 없다. 보석으로 사용하고 있는 천연 첨정석은 적색이나, 인공으로 합성된 첨정석은 불순물 원소의 첨가에 의해 적색과 청색을 비롯해 에메랄드와 같은 녹색, 아퀴아마린과 같은 연한 청색, 시트린과 같은 연황색, 아메시스트와 같은 자색 등 다양한 색깔을 낼 수 있다. 첨정석의 합성 이후에 만들어진 것이 티탄(Ti)과 철(Fe)을 착색제로 적당히 혼합해 만든 사파이어다.
1947년에는 스타루비, 스타사파이어 등 성채효과를 나타내는 합성석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성채효과란 결정중에 일정한 방향에서 특유한 별종의 침상결정이 포함될 때 이 결정을 일정한 방향으로 처리함으로써(carbochon cut) 나타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루비 및 사파이어 단결정중에 일정 방향으로 별종의 침상결정을 석출(析出)하면 인공적으로 스타석(石)을 만들 수 있다. 성채효과를 나타내는 천연루비 및 사파이어에 포함된 침상결정은 루틸(rutile) 이란 이산화티타늄(${Ti0}_{2}$) 결정으로 확인됐다. 베르누이법의 원료중에 이러한 성분을 1% 정도 첨가해 만들어진 결정을 다시 가열 처리하면 침상의 결정이 석출된다. 이러한 공정 과정으로 인공 스타 루비가 탄생된다. 루비 및 사파이어 이외에 루틸, 티탄산스트론튬도 베르누이법으로 합성된다. 최근에는 FZ법(부유대역 용융법 )에 의해 한국동력자원연구소에서도 합성에 성공 했다.
위의 결정들은 천연보석과는 성질이 다르며, 특히 티탄산스트론튬은 천연광물로 존재하지 않는다. 루틸 및 티탄산스트론튬은 무색 투명(루틸은 약간 황색)하고, 굴절률 및 광의 분산성질 등이 다이아몬드의 물리적성질과 유사하여 다이아몬드의 대용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수정의 인공합성
베르누이가 베르누이법을 공개한 1902년 후에 이탈리아 토리노대학의 광물학 교수인 스페차가 수정의 인공합성을 위해 개발한 것이 오늘날의 수정합성법(수열법) 이다. 1945년 이후 미국 일본 소련 등 각국에서는 대량으로 수정을 합성해 진동자 및 수정시계용 등 많은 분야에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무색 수정에 약간의 원소를 첨가하면 첨가된 원소에 따라 자수정 연수정 시트린 등도 인공적으로 합성할 수 있다.
제2차대전 이후 미국의 보석시장에 아름답고 긁힌자국이 없는 에메랄드가 선보여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 에메랄드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차삼이 자기집 지하실의 실험실에서 합성하여, 천연 에메랄드에 섞어 판매한 인공 에메랄드다. 차삼이 개발한 합성법은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그 결정을 실험한 결과 고온 영역에서 결정을 성장 시키는 플럭스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법으로 합성된 에메랄드가 긴 세월 인공에 메랄드업계를 독점하고 있었다. 1960년대에는 프랑스인인 길손과 독일인인 셀하스에 의해 플럭스법으로 합성된 에메랄드가 시장에 선보이기 시작했다.
또한 1970년대에 들어서는 일본 교토세라믹스, 일본전파 등에서 에메랄드를 합성해 독자의 판매망을 통해 보급했다. 반면에 오스트리아의 레히드라이드나사(社)에서는 수정합성법과 같은 수열법(압력용기 사용)을 이용해 암녹색의 에메랄드를 성장시켰다. 또한 미국의 린데사(社)에서는 천연의 녹주석을 종자결정(seed crystal) 방법으로 대형의 에메랄드로 성장시키는데 성공했다. 이와같은 수열법에 의해 합성된 에메랄드는 플럭스법 보다 경비가 많이 들지만 질면에서는 상당히 우수한 에메랄드로 평가되고 있다.
다이아몬드가 흑연으로
보석의 왕자인 다이아몬드합성은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수정보다 훨씬 먼저, 즉 1797년에 스코틀랜드인인 데난드에 의해 시작됐다. 다이아몬드 성분이 탄소로 구성된 흑연과 화학조성이 동일한 것을 알고 합성을 시도했으나 결국은 1955년에 가서야 성공했다. 다이아몬드와 흑연은 같은 탄소원소로 구성된 결정이나 결정구조가 다르다. 다이아몬드는 절대온도 0도 이하에서도 압력 5만기압 이상의 안정상태에서만 존재 할 수 있고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더 높은 압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살고있는 것은 상온 1기압이기 때문에 다이아몬드는 안정 될 수 없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귀부인의 손가락에 끼어 있는 무색투명한 다이아몬드가 순식간에 검은색의 흑연으로 변해버리는 것은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다이아몬드를 높은 압력에서 결정시키기 위해서는 고압물리학이 필요하다. 노벨상을 받은 유명한 브리지맨에 의해 고압장치가 개발돼 다이아몬드 합성실험이 실시됐다. 결국은 브리지맨의 원리를 이용해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사의 연구팀에 의해 1955년 봄에 인공다이아몬드가 합성됐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과학기술원에서 2년전에 인공다이아몬드를 합성한 바 있다. 인공다이아몬드는 직경이 매우 작아(1㎜에도 미치지 못함) 주로 공업용다이아몬드로 활용됐다. 보석용다이아몬드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적어도 불순물이 없고 투명해야 한다.
GE사는 1970년에 1캐럿의 보석용다이아몬드 결정육성에 성공했다. 천연다이아몬드 결정과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훌륭한 결정을 합성했다. GE사의 발표에 의하면 1캐럿의 보석용 인공다이아몬드를 합성시키는데는 천연의 1캐럿 다이아몬드의 가격과 맞먹는 경비가 들었다고 한다. 현재 보석용 인공다이아몬드가 보석시장에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은 이때문이다. 앞으로 합성기술의 개발에 의해 값싼 인공다이이몬드가 대량 합성되면 보석시장에도 인공다이아몬드가 등장할 것이다.
반도체와 광학발전에 기여
새로운 인공보석으로는 루틸과 티탄산스트론튬이 있다. 인공보석은 반도체산업과 레이저, 광메모리 등 광전자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그 용도가 많아졌다. 루비레이저의 예로 볼수 있는 바와 같이 광전자용으로 사용하는 단결정재료에는 투명하고 경도가 높은 물질이 많다. 이러한 소재로 개발한 인공단결정의 부산물로서 장식용 보석이 개발되는 것이다.
처음에 장식용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YAG(Yttrium Aluminium Garnet)다. 이는 애초에 녹색의 광을 나타나는 레이저용 결정으로 개발됐다. 이결정은 굴절률(1.833)이 높고 분산(0.028)이 크기 때문에 육안으로는 다이아몬드와 구별하기 어렵다(표1). 따라서 일정한 방법으로 연마해(brilliant cut) 다이아몬드 대용품으로 사용됐다.
또한 같은 종류의 GGG( Gadolinium Gallium Garnet)도 YAG와 같이 굴절률 및 분산이 다이아몬드와 유사하다. YAG 및 GGG는 석류석(Garnet)이란 명칭이 있으나 천연보석인 첨정석과는 화학조성이 전혀 다르다.
다이아몬드의 대용품으로서 사용하고 있는 광전자용 결정은 YAG, GGG 이외에도 니오붐산리튬, 산화이티륨 및 알루미늄산이티륨 등이 있다. YAG 및 GGG는 무색 투명하고 경도 굴절률 및 분산이 높은 수치를 나타내는 물질이다(표1). 무색투명한 점에서 다이아몬드대용품으로서 사용하지만 필요에 따라 적당한 착색제를 첨가하여 색깔을 낼 수도 있다.
YAG부터 시작한 이러한 산화물단결정은 초크라스키법으로 결정성장을 시키는 방법인 데, 대형단결정도 육성할 수 있다. 이방법은 도가니속에서 원료를 용해하여 융액을 만들고 그 표면에 종자결정을 부착시켜 회전하면서 서서히 인상(引上)해 단결정을 만드는 기법이다.(그림3)은 초크라스키법의 원리를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직종 모조다이아몬드들
한편 처음부터 다이아몬드의 대용품으로 개발한 물질로서 다이아몬드와 흡사한 것이 큐빅지르코니아이다. 이것은 이산화지르코늄 (${ZrO}_{2}$)의 등축정계(等軸晶系) 결정이다. 굴절률은 2.1~2.2로서 다이아몬드의 2.42에 가깝고 분산의 수치도 0.06으로서 다이아몬드의 0.044에 가깝다. 따라서 연마한(brilliant cut) 후의 모습은 다이아몬드와 진짜 흡사하다.
이러한 큐빅지르코니아를 처음 합성한 것은 소련이고, 그후 스위스 미국 등에서도 개발 시판하고 있어 현재 가장 양질의 다이아몬드 대용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물질의 융점은 대단히 높아(2천7백℃) 특수한 금속으로 된 도가니를 사용해야만 합성 가능 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고려하여 개발된 합성법이 스칼멜트법이다. (그림4)와 같이 수냉동파이프로 만들어진 용기속에 재료를 넣어 고주파로에 의해 재료가 용융되는 기법이다. 용기에 접하는 부분은 급냉각하기 때문에 미세결정의 집중체, 즉 지르코늄이 형성된다. 바로 이것이 도가니의 역할을 해 융체가 서서히 냉각하면서 대형의 단결정이 만들어진다. 이 스칼멜트법은 대형결정을 쉬운 방법으로 단기간에 만들수 있는 장범이 있다.
(표 1)은 현재 시판되고 있는 인공보석의 합성법과 그 성질을 모아본 것이다.
컴퓨터 및 첨단기기의 부품으로
과거 장신구(裝身具)로서 사용되던 인공 보석으로는 루비 사파이어 스핀넬 등이 있었다. 그후 루틸 티탄산스트론튬이 다이아몬드의 대용품으로서 쓰였고, 에메랄드 오팔 YAG GGG 큐빅지르코니아 등이 등장했다. 최근에는 루비 사파이어 등이 플럭스법 수열법 FZ법에 의해 천연보석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잇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40~50년대에 인공보석은 시계공업과 함께 발달했다. 오래전부터 시계나 정밀공업계기에 루비 사파이어가 사용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에는 반도체 공업의 발달과 동시에 컴퓨터 1C 등의 부속품에 루비가 이용되고 있다. 고급시계에는 시계판 유리 대신에 사파이어를 사용하고 있다. 견고하기 때문에 흠이 잘 생기지도 않고 깨지지도 않는 보석이란 점에서 고급품의 이미지를 주기 때문에 해마다 수요가 증가된다.
레이저 발신소자로서 25년 동안이나 사용되던 루비는 YAG 등의 새로운 재료의 등장으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반면에 사파이어는 광센서 재료로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티탄산스트론튬은 높은 굴절률과 이방성이 없는 점에서 고성능의 광학렌즈, 프리즘으로서의 용도가 검토되고 있다.
천연보석과 구분 어렵다
인공보석은 천연보석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잘 만들어지고 있다. 세계 보석시장에 나와있는 천연보석에는 인공보석이 약 40%정도 포함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인공보석과 천연보석을 감별하는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비중이나 굴절률 등을 측정하고 보석 내부에 나타나는 특징을 조사해 과학적인 재료를 기준으로 하여 인공인가 천연인가를 감정해야만 한다. 이러한 감별작업은 처음 영국에서 시작했으나, 지금은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영국의 경우는 보석학과를 마련해 보석에 관한 과학적지식을 보석을 취급하는 사람들 사이에 보급시키고 있다. 미국에서도 교육기관이 생겨 감별서를 발행할 수 있게 돼있다. 프랑스에서는 국립박물관이나 상공회의소 소속과 같은 공적기관이 감별서를 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에는 업자가 육안감정에 의해서 보석종류가 천연인지 인공인지를 결정했다. 지금은 대부분의 보석상이 단독으로 굴절률이나 비중을 측정하거나, 현미경관찰을 통해 보석의 종류 및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보석학은 아직 학문이란 관점보다는 보석감별을 위한 기술개발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