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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방랑자, 소행성

가장 밝은 세레스 9일 충 맞아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하늘에는 수많은 행성이 존재한다. 그 행성들은 오늘도 황도를 따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행성이면서도 주요 행성에 끼지 못한 채 알아주는 이 없이 우주 공간을 떠돌아다니는 소행성. 이번 달에는 소행성에 관심을 가져보자.

세레스의 첫 발견

천문학의 역사에서 하나의 새로운 기점이 마련된 사건을 들라면 아마 윌리엄 허셀의 천왕성 발견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행성은 오직 5개만 존재한다는 불변의 진리를 여지없이 깨뜨려버렸기 때문이다.

1781년 천왕성이 발견됐을 때 사람들은 그 위치가 티티우스-보데의 법칙에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티티우스-보데의 법칙이란 1766년 독일의 천문학자 티티우스가 행성의 거리에 관한 간단한 수의 나열을 발견한 것으로 태양에서 행성간의 거리 규칙을 나타낸 법칙이다.

이 법칙에 따라 천왕성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사람들은 또 하나의 사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 법칙에 따르면 화성과 목성 사이에는 새로운 행성이 있어야만 했다. 당시의 모든 천문학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게 된 것은 당연한 사실. 1800년부터 화성과 목성 사이의 천체를 발견하기 위한 본격적인 탐사 작업이 펼쳐졌다.

불과 1년이 지난 다음해 정월 초하룻날 밤 이탈리아 천문학자 피아치가 우연히 황소자리에서 미지의 천체를 발견했다.

피아치는 이 천체에 로마의 농사 여신의 이름을 따서 ‘세레스’(Ceres)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천체의 궤도를 수학자 가우스가 계산해 보니 태양에서의 거리가 2.77AU(1AU=태양과 지구와의 거리)로 티티우스-보데의 거리와 놀랍게도 거의 일치했다. 이렇게 해서 처음으로 소행성이 발견됐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난다. 비슷한 행성들이 연이어 발견된 것이다. 그 다음 해에 팔라스(Pallas)가 발견됐으며, 1804년에 쥬노(Juno), 1807년에는 베스타(Vesta) 등이 속속 발견됐다.

고대로부터 알려진 단 5개의 주요 행성을 넘어 갑자기 수십개의 행성들이 무더기로 발견됐으니 당시 사람들의 놀라움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렇게 새로이 발견된 행성들은 그 숫자가 많았을 뿐 아니라 크기 또한 다른 행성들에 비해 훨씬 작은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었다. 또 대부분이 화성과 목성 사이에서 군집을 이루고 있었다. 그래서 이들 행성 무리들을 소행성이라고 부르게 됐다.
 

올해 세레스의 위치. 세레스는 천칭자리 베타별 옆에 있으며 좌표로는 15h, -10도 부근이다. 사진에 5월 1일부터 31일 사이의 위치 이동을 나타냈다. 이 지역을 쌍안경으로 관측해보면 소행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황도를 떠다니는 소행성 무리

지금도 소행성들은 계속 발견되고 있다. 현재까지 발견된 소행성 숫자는 그 궤도가 확정된 것만 8만개가 넘는다. 소행성들 중 가장 밝은 것은 밝기가 6등급 정도나 되지만 대다수는 18등급 가량으로 상당히 어둡다. 8만개나 되다보니 그 숫자로 미뤄 짐작해 보면, 우리가 바라보는 천구상의 황도 주변 어느 하늘에서나 소행성이 무리를 지어 떠돌아다니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더라도 그리 무리가 없다.

지금부터 10년쯤 전, 소행성의 발견은 아마추어 관측가들에게 하나의 도전거리를 제공해 줬다. 우주 공간에 소행성이 워낙 많았던데다 천문학적으로도 그리 중요하지 않았으므로 소행성은 대형 천문대에서 그다지 중요한 요소로 취급되지 않았다. 오히려 천문학 연구를 방해하는 골치 아픈 존재이기까지 했다.

반면 소행성은 아마추어들 사이에서 실력을 겨뤄볼 수 있는 도전의 장으로 인식돼 미국이나 일본의 많은 아마추어들이 소행성 발견에 도전했고 그 성과 또한 컸다. 당시에는 한해에 발견된 소행성의 거의 절반 가량을 아마추어들이 발견했을 정도였으니까. 이 무렵 발견된 소행성은 대부분 당시 아마추어 장비의 한계등급인 15~16등급 정도의 밝기인 것들이었다.

1990년대 중반 들어서 ‘딥 임팩트’와 ‘아마겟돈’ 같은 영화가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영화는 우주를 떠도는 작은 소행성이나 혜성의 지구 충돌을 다룬 것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지구 근접 천체로 옮겨가게 만들었다. 그리고 우주를 감시하는 여러 시스템들이 기획됐는데 이 시스템들에서 지구 근접 천체 탐색의 일환으로 수많은 소행성들을 찾아내게 된 것이다. 즉 소행성 탐색 분야로만 따져본다면 이제는 아마추어 관측가들이 서 있을 자리가 거의 사라진 상태이며 대형천문대에서 대형망원경으로 하늘을 한번 주욱 훑으며 엄청난 수의 새로운 소행성을 발견해내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발견된 소행성의 궤도가 확정되면 이름과 번호가 붙는다. 번호가 앞자리일수록 일찍 발견돼 궤도가 확정된 것이다. 그래서 앞 번호일수록 더 밝고 크기도 클 확률이 높다. 현재까지 발견된 소행성 중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이 붙어 있는 소행성으로는 관륵, 세종, 나, 보현산, 통일, 최무선, 장영실, 이천, 허준, 이순지 등이 있다.

수많은 소행성 중에서 가장 유명한 소행성은 가장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4개다. 소행성 1번이 세레스이며, 2번이 팔라스, 3번이 쥬노, 4번이 베스타다. 이 중 가장 크기가 큰 것은 세레스로 지름이 1003km에 달한다.

행성과 소행성 구분 방법

베스타와 함께 가장 밝은 소행성인 세레스가 오는 5월 9일에 충을 맞이한다. 즉 지구에서 볼 때 태양과 정반대에 있게 된다. 세레스 또한 지구 바깥쪽에 있는 외행성이기 때문에 세레스가 지구를 기준으로 태양의 정반대편에 있을 때 가장 잘 보인다. 즉 충의 위치에 있을 때 가장 잘 보이므로 이 시점을 전후해 2~3달의 기간이 최적의 시기가 된다.

현재 세레스는 남쪽 별자리인 천칭자리에 있다. 그러므로 세레스를 보려면 한밤중 남쪽하늘을 보면 된다. 세레스의 밝기는 가장 밝은 때인 5월에 7등급이다. 맨눈으로 6등급까지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유감스럽게도 세레스는 맨눈으로 볼 수 없다.

그러나 작은 쌍안경이나 소형망원경에서는 대단히 손쉽게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어려운 점이라면, 다른 거대 행성들과는 달리 소행성은 크기가 작아서 망원경으로도 별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즉 다른 별들과 구분하기 어렵다.

상세한 성도가 있다면 좀더 손쉽게 소행성과 행성을 구분할 수 있다. 또 과거에 찍은 그 영역의 사진과 비교를 해도 된다. 그것마저 어렵다면 2일이나 3일 정도의 시간 간격을 두고 관측을 2번 하면 된다. 소행성은 고정돼 있는 다른 별들과 달리 움직이기 때문이다. 소행성들은 충의 위치에 있을 때 대략 하루 사이에 달 시직경의 절반만큼 이동을 한다. 작은 거리가 아니므로 하루 이틀이면 그리 어렵지 않게 그 움직임 폭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티티우스-보데의 법칙^태양과 행성 사이의 거리에 규칙이 있다는 법칙으로 이에 따르면 소행성은 태양에서 2.8AU(1AU=태양과 지구와의 거리) 위치에 있어야 한다. 왼쪽부터 태양, 수성, 금성, 지구, 화성, 소행성, 목성, 토성, 천왕성.
 

2005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조상호 천체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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