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를 빨리 휘둘러서 공이 방망이에 맞았다고 모두가 잘 맞은 안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방망이의 어디에 맞았느냐가 공이 멀리 날아가는데 영향을 주는 요소다.물론 타구 방향도 좋아야 한다.
적정 타격점을 찾는 법
방망이의 속도는 방망이를 쥔 손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빠르다. 그렇다면 타자는 공을 방망이의 끝부분에 맞도록 하는 것이 좋을까. 나무방망이는 모양이 변하지 않는 물체가 아니다. 따라서 공을 때리는 순간 방망이가 휘거나 진동을 한다. 방망이에 공이 맞는 순간 방망이가 얼마나 진동하는가는 공의 속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공에 가야 할 많은 에너지를 방망이의 진동에 빼앗긴다면 당연히 튀어나가는 공의 속력은 느려지기 때문이다. 공이 방망이에 맞을 때, 타자가 방망이의 진동으로 인한 충격을 느꼈다면, 소리도 깨끗하지 않고 공이 멀리 뻗어나가지 못한다. 그렇다면 어느 위치에 공이 맞아야 방망이의 진동이 가장 적을까. 나무방망이에는 여러개의 진동이 가능하다. 이 중 가장 간단한 진동을 기본진동이라고 하고, 복잡해질수록 2차, 3차, 4차진동 등으로 불린다.
방망이의 기본진동은 방망이에서 흔들리지 않는 부위(마디)가 두군데 있을 때다. 2차진동의 경우는 마디가 세군데다. 3차, 4차, 5차로 갈수록 진동하지 않는 부위 수가 늘어난다. 이들 진동을 합쳐서 진동이 일어나지 않는 부위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이같은 방망이의 위치를 ‘스위트 스팟’(sweet spot)이라고 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야구공의 충돌시간이 0.1초 정도로 워낙 짧기 때문에 실제로 공이 부딪힐 때 발생하는 진동은 기본진동과 2·3차진동 정도다. 연구에 따르면, 야구 방망이의 길이가 84cm일 때 방망이 끝부분에 가까운 진동의 마디를 찾으면, 기본진동의 마디는 자루로부터 68cm, 2차진동은 72cm, 3차진동은 74cm다. 이들을 합산해서 찾은 스위트 스팟은 대략 71cm에 위치한다. 이 위치에서 공을 때리면 여러 진동이 모두 최소가 되기 때문에 진동에 의한 에너지 손실이 가장 적어 공을 가장 잘 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야구선수들은 물리적인 분석이 없이도 진동이 없는 타격점을 찾는다. 그들은 수많은 공을 때려보고 감각적으로 스위트 스팟을 찾는 것이다.
공과 방망이의 접촉 시간 0.11초
오랜 연습을 하지 않아도 일반인이 쉽게 스위트 스팟을 찾는 방법이 있다. 한손의 엄지와 검지로 방망이의 자루 부위를 잡은 후 방망이의 두꺼운 부위를 아래로 향하게 한다. 그런 후 망치로 방망이의 아래쪽부터 살살 두드리면서 위쪽으로 올라온다. 이 과정에서 계속 손에 진동이 있다가 어느 순간 진동이 사라진다. 바로 스위트 스팟을 찾은 것이다.
한편 진동을 최소로 줄이는 스위트 스팟 외에도 타자들이 고려해야 할 방망이의 또다른 위치가 있다. 볼펜 한자루를 바닥에 놓고 어느 한쪽 끝을 툭 밀어보자. 이때 순간적으로 볼펜이 어느 한지점을 중심으로 회전을 한다. 회전의 중심은 힘을 준 부위의 반대편에서 볼 수 있다.
방망이에도 공이 맞았을 때 그 반대편에 회전중심이 생긴다. 만약 이 위치에서 방망이를 쥐고 있다면 손은 앞뒤로 밀리거나 당기는 느낌이 없다. 만약 회전중심보다 더 자루쪽으로 방망이를 쥐고 있다면 공과 방망이가 만나는 순간 손은 앞으로 당겨지고, 회전중심보다 더 방망이 끝쪽으로 쥐고 있다면 뒤로 밀린다.
실제로 타자들이 방망이를 쥐는 위치는 거의 일정하기 때문에, 쥐는 위치가 회전중심이 되도록 공이 맞아야 할 위치를 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위치를 회전중심의 스위트 스팟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진동이 최소인 스위트 스팟과 회전중심을 고려한 스위트 스팟 중 어느 위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까. 그러나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다행히도 야구 방망이에서 두 위치는 거의 동일하다.
한편 공이 방망이에 맞은 충격이 타자의 손에 전달되는 순간 타자가 방망이에 더 힘을 가하느냐, 더 방망이를 미느냐, 또는 더 느슨하게 잡느냐가 공을 멀리 날려보내는데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충돌 후 충격이 손까지 전달되는 시간은 0.06초. 이 충격을 느낀 후 손에 가한 어떤 작용이 되돌아가는데 다시 0.06초가 걸린다. 하지만 공의 접촉시간은 단지 0.11초이므로, 이미 공이 떠나 버린 후다. 따라서 손에 가한 어떤 작용도 공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즉 공이 이미 방망이에 맞았다고 느낀 후라면 방망이를 들어서 유지하는 방법이나 쥐는 정도, 쥐는 부분의 크기와 공의 되튐 속도는 아무 상관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