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첨단 자동차와 미래기술이 한자리에 모인 2005 서울모터쇼가 4월 28일부터 5월 9일까지 경기도 일산 한국국제전시장에서 열린다. 1995년 이래 격년으로 열리고 있는 이 전시회엔 올해 10개국, 179개 자동차 관련 업체가 참가한다.
올해 주제는 ‘변화, 계속되는 놀라움’. 참가 업체들도 이에 맞춰 아직 공개하지 않은 모델과 첨단기술을 대거 출품한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선 미래 자동차의 발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들도 함께 마련된다. 과학동아 5월호가 미래 자동차의 한마당 서울모터쇼의 현장을 미리 공개한다.
한국차는 퓨전 바람
차도 이젠 섞인다. 안정감과 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무엇이 우선일까. 이번 전시회에서 국내 기업들은 일반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혼합한 퓨전형 모델을 앞다퉈 선보였다. 이는 승용차의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대목. 이 새로운 개념의 퓨전형 차는 도시에선 승용차, 도로사정이 좋지 않은 시골길에선 SUV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먼저 현대자동차는 퓨전 컨셉트카 ‘HCD-8’과 ‘HED-1’을 이번 전시회에 공개한다. 둘다 승용차와 SUV를 혼합한 ‘퓨전카 스타일’. 기아차도 이번에 소형차 리오 후속 모델 ‘프라이드’를 비롯해 모두 3대의 컨셉트카를 출품한다. 지엠대우 역시 미래형 SUV인 S3X 컨셉트카 2대를, 타타대우상용차는 ‘엑스오버’를 처음 공개한다.
승용차도 이젠 디젤시대
최근까지 디젤차는 승차감이 좋지 않아 타기 꺼려지는 차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싼 연료비와 뛰어난 연비, 강한 힘은 승용차의 요건으로 전혀 부족함이 없다. 올해부터 경유차 판매가 허용되면서 이번 모터쇼에도 디젤차량들이 대거 등장했다. 푸조는 407HDi와 크로스오버카 407SW를 내놨다. 푸조는 국내에선 처음으로 지난 3월부터 경유차 시판에 들어갔다. 푸조는 이번 전시회에 신형 디젤 엔진 모듈도 함께 전시해 미세먼지까지 걸러내는 미립자필터(DPF)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기 쉽게 보여줄 예정이다. 폭스바겐도 뉴 파사트 2.0 TDI와 투아렉 V6 3.0 TDI 등을 아시아 최초로 선보이는 한편 도시형 SUV 지프 체로키와 그랜드 보이저를 소개한다.
현대차는 올해 5개 차종의 경유 승용차를 준비하고 있다. 베르나 후속 모델인 ‘엠시’에 디젤 엔진을 얹어 내놓는 것을 시작으로 뉴아반떼 엑스디, 라비타, 클릭 경유차도 뒤를 이을 전망. 르노삼성차도 하반기 중 디젤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풀어야할 문제가 아직 남아있다. 오존층 파괴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일반 휘발유 차량에 비해 적지만 질소산화물을 더 많이 배출한다.
상상, 그 이상의 상상력
컨셉트카는 군더더기 하나 없이 매끈하게 잘 빠진 상상력과 같다. 사람들은 그런 창을 통해 자동차의 미래를 보며 또 다른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친환경’과 ‘편안함’은 주요 키워드다.
디자인과 자동차의 왕국 일본은 오랫동안 눈에 띄는 상상력을 발휘해왔다.
혼다가 선보인 하이브리드형 컨셉트카인 이마스(IMAS)와 고급형 키와미(KIWAMI)도 그런 흐름 안에 있다. 이마스는 1L로 40km를 달릴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연비 기록을 가진 친환경 컨셉트카. 탄소섬유로 된 차체와 공기역학을 고려한 유선형 차체가 이를 가능케 했다. 연료전지로 달리는 키와미는 미래형 세단. 차체를 최대한 낮추고 실내 공간을 넓혀 승차감을 높였다.
도요타 렉서스는 ‘럭셔리 디자인’을 표방하고 나섰다. ‘럭셔리 디자인’이란 사용자가 제품에 맞춰가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사용자 요구에 맞추는 새로운 설계 개념을 일컫는다. 럭셔리 디자인의 곳곳엔 인간 심리와 행동을 고려하는 세심한 배려가 스며있다. 길고 단순한 선, 투명한 지붕이 강조된 렉서스의 LF-S도 물론 이런 개념 아래 탄생했다.
유럽 자동차 기술의 선두주자 아우디 역시 미래형 차량을 내놨다. 지난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인 RS4는 최고출력 420마력, 최대토크 43.9kg·m,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 4.8초라는 성능을 자랑한다. 아우디의 명성을 드높인 8기통 엔진과 4륜 구동시스템인 콰트로, 차체 무게를 줄이기 위해 사용된 알루미늄 차체가 돋보이는 대표적인 모델.
군용차량의 대명사 지프도 변화에 동참했다. 지프는 수소전지를 사용한 미래형 차량 트레오를 밀고 있다. ‘물처럼 매끄러운 상상력’이란 이미지를 표방하는 이 차는 포장도로에서는 물론 험한 산길에서도 뛰어난 주행능력을 자랑한다고.
미래 자동차 기술의 바로미터 에코카
자동차는 더 이상 공해의 주범이 아니다(?). 고유가 시대와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반영하듯 ‘환경친화’는 자동차 산업의 주요 화두가 된지 오래다. 친환경차의 핵심은 무공해 엔진과 차체의 무게, 저항을 줄이는데 있다.
일찌감치 환경에 관심을 보여온 혼다는 인사이트와 어코드 V6 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차 FCX를 출품했다.
인사이트는 미국 시장에 최초로 등장한 하이브리드차량으로 차체가 알루미늄으로 돼 있어 가볍고 단단하다. 또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1 L린번 엔진이 리터당 35Km라는 경이로운 연비를 자랑한다. 지난해엔 한번 급유로 1423.3km를 주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FCX 역시 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9년 9월 처음 선보인 연료전지차다. 기존 차량처럼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에서 생긴 전기로 달린다.
문제는 일반 연료전지차는 추운지방에선 화학반응으로 발생한 물이 얼어붙어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혼다 FCX는 동결방지장치가 있어 영하 20℃에서도 시동이 걸린다. 특히 가솔린차의 3배, 하이브리드차의 2배에 달하는 높은 에너지 효율과 한번 충전으로 최대 거리 430km까지 달리는 지구력은 연료전지차의 상용화 가능성을 앞당겼다.
1997년 처음 선보인 대량생산형 하이브리드차인 프리우스로 톡톡히 ‘재미를 본’ 도요타도 이번 모터쇼에 새 모델 RX400h를 선보인다. 엔진에 설치된 ‘하이브리드 시너지드라이브’라는 장치는 달릴 때 엔진을 사용할지 모터를 사용할지를 결정한다. 국내 업체인 현대차와 기아차도 각각 투싼 FCEV, 스포티지 수소연료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를 출품한다.
명차를 만드는 장인정신
자동차는 2만개가 넘는 부품으로 만든 모자이크다. 작은 조각을 하나하나 이어 맞추듯 차의 제작과정은 신중하다. 완성차 업체들과 함께 참가한 141개 자동차부품업체들도 이번 모터쇼에 눈에 띄는 신기술들을 선보인다.
지멘스VDO오토모티브는 보행자 보호장치를 출품한다. 이 장치는 차 앞에 설치한 센서로 자동차에 부딪히는 물체가 무엇인지 파악한 뒤 각종 안전장치를 작동시키는 시스템. 사람이 자동차에 충돌할 것 같다고 감지할 경우 센서가 팝업 후드와 같은 적절한 안전장치를 작동시키는 아우디의 기술과 비슷하다. 사고가 났을때 보행자 피해를 최대한 줄이려는 목적에서 개발됐다.
평화발레오는 그동안 독일, 일본 등 해외에 의존해 왔던 듀얼매스플라이휠 기술을 뽐낸다. 엔진에서 발생하는 불규칙한 진동을 완화시켜 변속기에 전달하는 기술로, 동력전달장치의 내구성을 보장하는 핵심기술로 분류된다. 그동안 독일과 일본 등 외국에 전적으로 의존해 오다 이번에 국산화한 것. 한일이화는 국내 최초의 미래형 자동차 좌석인 IRS와 포드사에 납품 중인 첨단 자동차 좌석을 함께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