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대륙에서 1천㎞ 떨어진 적도 바로 아래에 있는 16개의 섬들…. 이 섬들의 생물은 거의가 멀리 떨어진 대륙의 종과 같다. 그러나 이섬에서만 진행된 진화과정에서 독특한 종속을 이루고 있다. 그것은 어째서일까?
지구 내부에서 솟아나온 섬
갈라파고스. 이만큼 잘 알려진 이름도 드물것이다. '이구아나(iguana·파충류의1과도마뱀의 일종)와 코끼리거북, 다윈의 진화론'과 연관하여 알려져 있는 섬. 그러나 그 이상은 거의 모든 사람이 잘 모른다. 그것은 어디에 있는가? 거기에는 이구아나와 코끼리거북 외에 무엇이 있는가? 그리고 어째서 거기에는 이런 기묘한 생물이 있는 것일까?
이런 질문에 정확하게 바로 대답할수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갈라파고스는 남아메리카 대륙의 서쪽 약 1천㎞, 적도 바로 아래의 태평양에 있다. 불과 1시간 남짓한 동안에 횡단할 수 있는 작은 섬에서 길이 1백㎞를 넘는 큰 섬까지의 16개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다. 면적은 모두 합치면 약7천8백82㎢.
이 섬들은 나스카·플레이트의 마그마분출구, 즉 핫 스파트에 생긴 화산섬이다. 나스카·플레이트는 연간5.5~5.9㎝의 빠르기로 동남동 방향으로 움직였으며 플레이트 위의 화산섬도 이것을 타고 이동했다. 멀리까지 운반되고 나면 핫 스파트에서 떨어져나가 맥락이 끊기고 화산은 죽어버린다.
이런 되풀이로 갈라파고스 제도가 생겼다. 따라서 동쪽, 핫 스파트로부터 먼 섬일수록 오래된 섬이된다. 가장 동쪽에 있는 산 크리스토발 섬이나 에스파료나 섬의 용암은 3백만~5백만년된 오랜 것이며 거꾸로 가장 서쪽의 이사벨라 섬이나 페르난디나 섬에서는 지금도 용암이 흘러나오며 왕성한 분화활동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하여 생긴 섬은 당연하게 한포기의 풀도 한마리의 벌레도 볼수 없는 황량한 불모의 세계였다. 1981년에 필자가 페르난디나 섬에 상륙했을 때의 광경을 잊을수가 없다.
그곳에는 바로 며칠전에 식어서 굳어진 것이라 생각될 정도의 새까만 용암이 하나의 작은 화구언덕을 남기고 온 바닥에 펼쳐져 있었다. 적도 바로 아래로 태양이 수직으로 내려쬐고 있어 발밑에서는 열기가 솟아오른다. 용암은 거의 경사가 없이 10㎞앞의 산기슭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해안에는 바다를 생활의 터전으로하는 이구아나와 갈라파고스해표가 있었으나 내륙부에서는 생명을 볼수가 없었다. 실로 창세기의 갈라파고스를 보는 느낌이었다.
이 섬들은 지질학적 면에서의 진화의 쇼윈도이기도 하다.
갈라파고스에만 있는 생물들
갈라파고스의 자연을 결정하고 있는것은 화산기원의 지형과 지질, 그리고 차가운 페루해류가 가져 오는 기후조건이다.
갈라파고스는 적도 바로 아래라는 위치치고는 기온이 낮은 편이다. 군도 중앙의 산타크루즈섬 남쪽 기슭이 연평균 섭씨23.7도이다. 적도하의 저지대는 세계중 어디에서도 섭씨26~27.5도이므로 갈라파고스의 서늘함은 특이하다.
그리고 갈라파고스에는 비가 적게온다. 차가운 바다에 점점이 떠있는 섬에서는 대기가 충분히 더워지지 않아 상승기류가 생기기어려우므로 구름이 많지않다. 저지대에서는 많아야 연간 5백㎜정도고 적은 곳에서는 1백㎜이하 밖에 되지 않는다.
용암이나 화산재에 덮이고 기후가 건조한 갈라파고스제도, 대륙에서 1천㎞ 떨어진 고도. 그곳에 표착한 종류도 수도 적은 생물들은 엄격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며 씨를 이어갔다. 이곳에 생긴 새로운 생태계는 다른 세계에서 격절되어 '순수배양'된 특이한것이되어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게 되었다.
첫째는 몇가지인가의 분류군이 빠지거나 또는 극히 적지만 거꾸로 이상과다한것 등의 언밸런스다.
동물로는 육상에서는 쥐류를 제외하고는 포유류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 양서류는 한종도 볼수 없다. 이런것들은 바다를 건널수 없기 때문이었던것 같다.
식물로는 백합과, 용설란과와 나자식물이 빠져있다. 이상과잉으로 많은것은 동물로는 파충류와 조류이고 식물로는 사보텐과와 국화과이다.
둘째 특징은 갈라파고스 고유의 생물이 많은 것이다. 다른 세계에서 격절되어 독자의 진화를 이룬것이기 때문임에 틀림없다.
코끼리거북, 바다와 육지의 이구아나, 펭귄, 다윈·휜치라 불리는 작은새등이 고유의 동물이다. 식물로는 사보텐과의 전종이 고유종이며 국화과도 많다. 특히 스카레시아는 고유종으로 14종이나 된다.
세째 특징은 가령 동류일지라도 섬마다, 또는 환경에 따라 종류가 다른 분류군이 많은 점이다. 코끼리거북의 15아종, 다윈 휜치 13종이 그런 것이다. 식물로는 사보텐과에 3속이 있고 그중 2속이 고유종이다. 부채 사보텐의 동류는 줄기가 있는 것과, 없는것, 늘어뜨리는 것 등 6종류를 볼수있다. 가장 다채로운 분화를 이루고 있는 것은 국화과의 스카레시아 속으로 저목종 11종, 고목종3종으로 어느 것이나 갈라파고스에 밖에 없는것이다.
바람과 바다와 새
대륙에서 1천㎞나 떨어진 대양위에 생긴 불모의 섬들은 기묘하게도 중앙아메리카와 공통된 생물의 서식처가 되어있다. 가령 고유한 종속(種屬)일지라도 그 조상은 분명히 대륙의 동류에서 유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들은 어떻게 하여 갈라파고스로 옮겨 살게 되었을까. 그 경로는 세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한가지는 기류를 타는것이다. 극히 가벼운 종자나 포자 또는 곤충류의 일부는 이렇게 해서 표착하게 되었음이 틀림없다.
둘째는 해류에 실려오는것. 남극해에서 생겨 남아메리카대륙 연안을 따라 북상하는 페루 해류는 적도부근에서 방향을 바꿔 남적도 해류가 되어 갈라파고스 해역을 서쪽으로 흐른다. 그 스피드는 1일 50~80㎞로 만약 생물이 이 해류를 타면 대륙에서 13~20일 동안에 군도까지 갈수 있다. 갈라파고스 펭귄의 조상은 틀림없이 이 루트로 이동했을 것이다.
또 홍수등으로 큰나무가 뽑혀 흘러가다가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서로 얽혀 뗏목이되고 거기에 동물이나 식물의 종자가 실려 오랫동안에 걸쳐 운반된 경우도 있었을것이다. 코끼리거북이나 이구아나, 쥐류의 조상은 이렇게 해서 이주한 것이라고 밖에 생각 할수가 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3의 루트는 새에의해 운반되는 것이다. 식물의 종자에는 가시나 털 또는 점액을 표면에 지닌 것이있다. 이런것이 새의 깃털에 묻어 섬까지 운반되는 것이다. 또 개머루와 같은액과는 새가 쪼아 먹었을 때 종자가 위장속에 들어가 배설되기 전에 멀리 운반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새에 따라서는 발이나 물갈퀴에 묻은 뻘과 함께 우연히도 식물의 종자나 곤충의 수정란이 묻은채 날아가 멀리 운반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세가지 루트는 갈라파고스에 한정된 것이 아니고 대양의 고도에 공통된 생물이동의 과정이다. 그 중에서도 세번째의 새에 의한 루트는 다른 두 루트에 비해 훨씬 기회가 많은 편이다. 왜냐하면 새는 반드시 육지를 향해 날고 그곳에 착륙하기 때문에 끝없이 흐르는 해류나 기류 보다는 훨씬 많은 생물을 운반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느 경우든 생물의 이동에서는 극히 근소한 가능성 밖에 없다. 그리고 도토리와 같이 큰 종자는 이런 기회가 더욱 드물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섬으로 이동되는 것은 극히 일부의 생물만으로 한정되며 갈라파고스의 동식물상은 그 전형이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진화의 쇼윈도
1835년9월. 갈라파고스는 당시 26세의 박물학자를 맞아들였다. 그가 바로 갈라파고스의 참 발견자라 할수 있는 '찰즈 다윈'이었다. 5주간 체재하면서 4개의 섬을 답사한 다윈은 생물진화론의 최초의 발상을 이렇게썼다.
"-이 군도는 작은데 많은, 그리고 하나하나가 다르면서도 공통점이 있는 종(種)이 있다. 거기다 이런것들의 분포역은 놀라울정도로 좁다. 이런 근거에서 소위 '신비속의 신비'인 새로운 생물이 이 지구상에 어떻게 해서 생기는가 하는 것을 알아내는 열쇠를 찾을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 생물의 분화와 진화에 대하여 이섬만큼 풍부하고 분명한 예를 보여주는 곳은 그렇게 많지 않다.
특히 현저한 것은 다윈 휜치라는 작은 새의 예일 것이다. 이 작은 새는 지질시대에 이곳에 표착한 한 종류의 작은새가 조상이다. 고향에서 격리된 불모의 섬에서 어떻게 하여 살아 남은 그들은 섬에서 섬으로 서식처를 넓혔다. 섬과 섬 사이에서의 교배는 같은 섬안에서의 교배만큼은 빈번하지 않다. 이렇게 하여 섬의 개체군 마다에 제2의 격리가 생겼다. 섬마다 독자의 진화가 진전되어 각각 다른 형태를 낳고 별종이 형성되었다. 이윽고 각각의 종은 독립하여 서로 교배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지금은 부리의 모양이나 체형이 다른 13종이 각각 생활공간과 식물경합을 하지 않게 분화되어 있다.
국화과의 스카레시아도 흥미 깊은예다. 갈라파고스에 이주된 식물의 종류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 속에서 대지를 덮을 수목 대신으로 진화한 것이 스카레시아인 것이다. 직경25㎝, 높이15m나 되는, 국화과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수목'이 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이 한 종류의 나무만으로 숲을 이룬 순수림(단순림)을 이루고 있는 등 특이한 생태를 보여준다.
바다 이구아나도 그렇다. 원래 육생인 그들은 해조(海藻)를 먹고 살아가게 되면서 염분을 과잉섭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염분을 배출하는 기관(機關)을 갖추게 되고 거기다 바다 속에 1시간씩이나 잠겨 있을 수 있는 심폐기능을 갖게되었다.
되풀이하게 되지만 이런 것은 갈라파고스에서밖에 볼수 없는 종이다. 그리고 다윈휜치나 스카레시아, 부채 사보텐 등은 바다나 용암원으로 격리된 각각의 섬이나 지역마다에 따라 조금씩 다른 생태를 지니고있다. 종의 분화나 진화에 흥미가 있는 사람에게는 갈라파고스는 더 할 수 없는 절호의 쇼윈도인것이다.
파괴와 보호와 회복…
이 섬들은 뜻밖에도 빨리 유럽인들에게 알려졌다. 스페인 탐험가 '피사로'(Francisco Pizarro)에 의해 잉카제국이 멸망된 지 2년 뒤인 1535년이었다. 새 임지로 가던 파나마의 주교 '토마스 데 베를랑가'가 남적도 해류의 흐름에 밀려 이해 3월10일 엉뚱하게도 낯선 이섬에 표착했다.
"-섬에는 강치, 코끼리거북, 이구아나, 작은 새등이 서식하고 있고 이것들은 달아날줄도 몰라 맨손으로 잡을 수가 있읍니다.
섬들은 신이 바위를 비가내리게 하듯 쏟아놓은것 같이 큰 돌로 가득하고 대지는 풀을 자라게 할 힘이 없는것 같습니다"
베를랑가 주교는 교황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이곳이 갈라파고스제도의 한 섬이었다. 발견 당시는 무인도로서 갈라파고스라는 이름은 이 섬에 많이 사는 거북(스페인어로 갈라파고스)에서 비롯되었다.
17세기가 되자 갈라파고스는 해적들의 은신처가 되었다. 옛 잉카제국의 금은보화를 싣고 가는 스페인 선박이 이 해역을 지날 때 숨어 있던 해적선이 습격하곤 했다. 그 해적들이 은신처로 삼고 있던 하구는 부카니아 베이(해적만)라 불렸는데 산차고섬에는 지금도 그 이름이 남아 있다. 갈라파고스의 섬들에 대해 처음으로 소상하게 기록하고 현재도 쓰이고 있는 영어의 섬이름을 붙인 것도 그들이었다.
18세기 후반 부터 1백년 동안은 포경선이 물과 식량을 구하기 위해 가끔 이섬들을 찾았다. 고래를 좇아 몇년씩 해상에서 지내는 선원들은 언제 부터인가 프로레아나섬에 우체통을 세워 놓고 대륙으로 돌아가는 배가 거기에 들어 있는 편지를 챙겨가는 습관이 생겼다. 포스트 오피스 베이(우체국만)에는 지금도 포도주두루미 모양의 우체통이 서있다. 2백년 동안의 습관에 따라 이 통에 든 편지는 지금도 지나다 들른 선원들이 회수하여 기특하게도 우표를 붙여 세계 여러곳 으로 보내 주고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들르곤 했음에도 불구하고 식수가 거의 없어 정착생활자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19세기가 되어서 부터다.
그러나 달아날 줄 조차 몰랐던 갈라파고스의 생물들에게 있어서는 그것은 수난시대의 시작이었다. 코끼리 거북의 고기는 맛이있어 선원들의 귀중한 식량이 되었다. 19세기 초의 30년 간에 이 해역에서 활동한 1백5척의 포경선 일지를 훑어보는 것 만으로도 적어도 1만4천마리가 포획되었다. 그래서 몇 개의 섬에서는 멸절되어 버린 곳도 있다.
또 정착 생활자가 데려 오거나 짐속에 싸여 들어온 개나 고양이가 쥐류를 습격하고 이구아나의 알을 먹어치웠다. 양은 그나마 적은 식물류를 먹어치워 토지를 벌거벗겨버렸다. 이런 상태는 1934년 에콰도르 정부가 이곳을 자연보호구로 정하기까지 계속 되었다.
파괴된 자연을 회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다윈 연구소를 비롯한 이곳에서의 여러 활동은 지금 그런 어려운 일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가고 있다. 코끼리거북을 증식시키고 보호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문명인류가 침입하기 전의 몇백년전 자연그대로의 갈라파고스가 완전 회복 되는 것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