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초점을 맞추는 것은 천체 사진의 생명이다. 새로운 접안렌즈를 이용해 선명한 사진을 얻어보자.
초승달과 같은 금성의 아름다운 모습, 코페르니쿠스(달분화구)의 장대한 모습, 갈릴레오 위성과 어우러진 목성표면의 대적반과 영현상, 화려한 오리온 대성운의 모습 등은 아마추어라면 누구나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은 밤하늘의 보석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나 요즘 아마추어 천문인이 늘어나면서 개인이나 중·고등학교에서 좋은 망원경을 많이 보유하고 있음에도, 그것들을 이용한 훌륭한 천체 사진이 별로 나오지 않고 있다.
자동가이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초점을 정확히 맞추는 과정이다.
우리는 아름다운 천체사진을 찍기 위해 많은 돈을 들여 별을 자동으로 추적하는 가대를 구입한다. 이것을 갖고 직초점 촬영, 접안렌즈를 이용한 확대촬영 등을 해보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문제는 카메라 파인더에
우리가 망원경을 통해 눈으로 보게 되는 것들은 실상이 아니라 허상인 반면, 카메라 필름에 기록되게 되는 상은 실상이기 때문에 눈으로 볼 때와 사진을 찍을 때의 접안렌즈 위치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눈으로 초점을 맞춘상태에서 그대로 카메라를 망원경에 부착하여 사진을 찍으면 절대로 사진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카메라 파인더를 통해 보이는 상을 이용하여 정확하게 초점을 다시 맞추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아직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천체사진을 찍지 못하고 있으며, 한두번 실패한 사람들이 아예 포기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도대체 어떤 어려움인지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대부분의 카메라 파인더는 상이 맺히는 초점면이 희뿌옇게 되어 있으므로 어두운 천체의 경우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행성과 같이 밝은 것은 작기 때문에 확대 촬영을 해야만 하는데, 확대 비율이 조금만 커져도 초점이 정확히 맞추어졌는지 구분이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눈의 적응성 또한 천체 사진을 찍는데 상당한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즉 우리눈은 수정체의 두께를 자동으로 조절하여 비록 카메라 파인더의 상이 정확하지 않더라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상이 선명해져서 마치 초점이 맞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눈으로 정확하게 초점을 맞추고 사진을 찍어서 찾아보면 10장중의 8장은 초점이 맞지 않아 못쓰는 사진이 되고 만다.
천문대나 전문 아마추어들은 어떻게 이런 점을 극복하는가?
천체사진을 찍는데 프로인 사람들은 사진기를 망원경에 설치한 상태에서 뚜껑을 열어 필름이 놓이는 곳에 칼날을 설치하고 '칼날시험 장치'(knife edge focusing)를 사용하여 정확하게 초점을 맞춘다. 이들은 이렇게 맞춘 초점의 위치를 망원경에 표시하여 다음에도 그대로 쓸 수 있도록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 방법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가?
우리가 갖고 있는 망원경은 초점을 한번 맞춰 표시해두었다가 다음에 그대로 쓸만큼 재연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힘들게 초점을 맞추어 한 대상을 찍고 난 다음 다른 대상을 찍을려 할 때가 문제다. 즉 카메라를 설치한 상태로 자기가 원하는 대상을 찾아가기가 너무나 어렵고, 카메라를 떼고 대상을 찾은 다음 다시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는 카메라 뚜껑을 열어야 하는데 이미 필름이 들어 있으므로 이것 또한 불가능하다. 그리고 우리 초보자들은 자기만의 망원경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동아리의 공용 장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카메라도 가지 각색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이용하는 방법을 쓰기에는 너무나도 어려워서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한다.
고작해야 우리는 카메라 파인더상의 물체를 여러번 반복하여 눈을 뗏다 붙였다 하면서 초점을 맞추고 우연을 기대하는 수 밖에 없어, 적당히 초점이 맞은 사진과 타협을 하는 수 밖에 없었다.
정확하고 손쉽게 초점을
지금부터 서강대학교 아마추어 천문반 '별' 소속의 연구 개발부에서 제작한 'SL형 접안렌즈'의 구조를 자세히 소개함으로써 위에서 지적한 어려움을 모두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겠다. 이 렌즈는 여러분이 직접 제작할 수도 있다.
(그림)에서 a에서 b까지의 길이는 각 카메라에서 렌즈를 떼고 T링를 끼운 상태에서 T링에서 카메라의 필름면까지의 거리다. 예를 들면 니콘 카메라의 경우는 53.95mm가 된다. 나사선은 T링에 나 있는 나사선과 동일하게 파여져 있으면 된다. b에서 c까지의 거리는 이 접안렌즈를 사용하려는 사람의 눈에 십자선이 선명하게 맞도록 물체를 움직여 조절하면 된다.
(그림)에 나타나 있는 LED는 발광다이오드로서, 이 접안렌즈를 가이드용 접안렌즈로 사용할 때 암시야 조명장치로 쓰기 위함이다.
위 설명대로 이 접안렌즈를 정확하게 제작하면, 손쉽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물론이고 비싼 가이드용 접안렌즈를 대신할 수 있으므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용법은 너무나도 간단하다. 망원경의 접안부 T링을 끼우는 곳에서 T링을 제거하고 이 접안렌즈를 끼운 다음, 눈에 상이 선명하도록 초점을 맞추고 다시 접안렌즈를 떼고 T링을 끼우면서 적당한 노출을 주어 사진을 찍으면 된다.
광학적으로 완벽
이 접안렌즈는 십자선이 있는 위치가 정확하게 카메라의 필름면 위치와 일치하므로 여기에 상이 정확하게 맺히면, 이것을 떼고 카메라를 붙인다 해도 초점이 정확하게 맞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 십자선이 있는 초점면의 상을 뒤에 있는 볼록렌즈로 확대하는 형식이 되므로 확대촬영시에도 정확하게 초점을 맞출 수 있다. 또 고정된 십자선의 위치에 의해서 우리 눈은 더이상 수정체의 두께를 조절하지 않아도 되므로 위에서 지적했던 눈의 유동성에 의한 착오도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금상첨화로 이 접안렌즈는 가상적인 공간을 초점면으로 사용하므로, 희뿌연 면을 초점면으로 사용하는 카메라의 파인더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선명도와 밝기를 제공해준다. 따라서 어떠한 먼 하늘 물체를 직초점으로 촬영한다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마술과도 같은 접안렌즈는 앞으로 서강대학교에서 대량 제작해 각 대학교와 중·고등학교에 보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