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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명 돈키호테! 소행성을 막아라

지구 위협 전체 방어하는 첨단기술

“텍사스주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로 돌진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핵폭탄을 소행성 속에 장치해 이를 파괴하려 한다. 유전 굴착 전문가들이 작업에 투입된다.”

1998년 개봉한 영화 ‘아마겟돈’의 줄거리다. 영화에서는 작은 소행성이 파리 시내에 떨어져 에펠탑이 눈깜짝할 새에 사라지는 모습이 나왔다. 또다른 영화 ‘딥 임팩트’는 혜성이 지구에 충돌해 수백m가 넘는 해일이 뉴욕을 휩쓰는 장면을 생생하게 그렸다. 과연 가까운 미래에 이들 영화가 현실이 될까.

30년 뒤에 지름 400m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최근 나왔다. ‘2004MN4’라는 이름의 이 소행성은 당초 2029년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1%나 된다고 지난해 12월 처음 알려져 충격을 줬다. 인간이 발견한 가장 위험한 소행성이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2001년 7월 촬영한 '리니어 혜성'. 7장의 사진을 영역별로 찍어 합성했다. 혜성도 지구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다.


2036년 소행성 지구 접근

정밀 관측 결과 이 소행성은 2029년 지구를 비껴갈 것으로 확인됐다. 안심하기는 이르다. 2035, 2036, 2037년에 각각 한 차례씩 지구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전망이 새로 제기됐다. 이는 2월말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엔 산하 우주의 평화적 이용위원회에서 우주방위재단 안드레아 카루시 회장이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이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면 1000메가톤(Mt)급의 에너지가 폭발해 적어도 몇 개 국가에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됐다.

과연 30년 뒤 인류는 사상 최악의 소행성 충돌을 경험할 것인가. 전문가들은 일단 가능성을 굉장히 낮게 잡고 있다. 이 회의에 참석한 한국천문연구원 문홍규 연구원은 “2036년에 이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1만3000분의 1”이라며 “지금까지 발견된 소행성 중에는 높은 편이지만 실제로 위험한 소행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소행성 2004MN4은 태양과 지구 안쪽 궤도를 돌고 있어 관측할 기회가 매우 적다는 것이 문제다. 소행성이 태양에 가려 사라지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소행성을 관측할 기회는 2006년과 2029년 두 번 밖에 없다. 2029년까지 충돌 가능성을 잘못 계산하면 지구에 충돌할지도 모를 2036년까지 대책을 세우기가 매우 어렵다.

다행히 소행성 2004MN4은 궤도를 바꾸기가 비교적 쉽다. 우주선이 도달하기 쉬운 거리에 있어 기술적으로 달보다 착륙이 쉽다. 소행성 크기가 작아 핵폭탄을 사용하지 않아도 궤도를 바꿀 수 있다. 카루시 회장은 회의에서 “2013년에 소행성으로 우주선을 발사해 표면에 각종 측정기기와 송수신기를 설치해서 물리적 특성과 지질 구조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필요한 경우 2014~2024년 사이에 소행성의 궤도를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태양풍 돛 이용해 소행성 밀어낸다

그렇다면 지구에 접근하는 소행성 또는 혜성의 궤도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영화에서는 주로 핵폭탄을 설치하거나 핵미사일을 명중시켜 소행성을 산산조각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방법을 가장 마지막에 선택해야 할 최후의 방법으로 본다. 조각난 소행성의 진로가 어떻게 바뀔지 몰라 지구에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사능 낙진이 지구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천문연 문홍규 연구원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방법들은 소행성을 파괴하는 대신 진로를 살짝 바꾸는 기술들”이라고 설명했다. 먼 거리에서 소행성의 진로를 조금만 바꿔도 지구에 다가올 때는 상당한 차이로 비껴가기 때문이다.

구상 단계지만 소행성의 진로를 바꾸는 방법 중에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하나는 소행성에 ‘태양풍 돛’을 설치하는 것이다. 태양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입자들이 쏟아져 나온다. 과학자들은 이들을 바람에 빗대 태양풍이라고 부른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위치에 맞춰 소행성에 태양풍 돛을 달면 소행성이 일종의 우주돛단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바람에 밀려 돛단배가 가듯 태양풍을 받아 소행성이 조금씩 지구와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게 된다.

다른 방법은 소행성에 추진 로켓을 다는 것이다. 소행성을 마치 돌로 된 우주선처럼 만들어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꾼다. 레이저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표면에 얼음이 많은 소행성이나 얼음덩어리로 된 혜성에 특히 효과적이다. NASA와 관련 연구를 함께 해온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박상영 교수는 “소행성이나 혜성에 레이저를 쏘면 물질이 기화돼 가스로 분출된다”고 밝혔다. 분출되는 가스의 추진력이 천체의 궤도를 바꾼다. 이 방법은 천체를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무식하게 보이지만 우주선을 직접 소행성에 충돌시킬 수도 있다. 소행성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밀어내는 것이 주 목적이다. 비슷한 방법으로 우주선을 소행성에 댄 뒤 일본 스모 경기처럼 밀어내는 기술도 있다. 이밖에 우주선에서 커다란 금속구를 쏴 소행성에 충돌시키거나 지구에 접근하는 큰 소행성에 작은 소행성을 충돌시켜 마치 당구 경기를 하듯 위험을 없앨 수 있다. 소행성에 폭탄을 군데군데 매설해 폭파시킬 수도 있다.

긴 공전주기를 가진 혜성(장주기혜성)은 소행성보다 더 위협적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장주기혜성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데다 태양계 외곽에서 날아와 방향을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 '딥 임팩트'에서 혜성이 지구에 충돌한 뒤 수백m 높이의 해일이 뉴욕의 마천루를 덮치고 있다.


소행성 몰아내는 돈키호테

소행성의 위협은 과장이나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6500만년전 공룡의 갑작스러운 멸종 원인으로 가장 유력하게 손꼽히는 것이 커다란 소행성의 충돌이다. 6500만년전 지름 10km 크기의 소행성이 멕시코 유카탄 반도 앞바다에 떨어졌다. 이 충격으로 지구 전체에 해일과 지진, 화산 폭발, 핵겨울과 같은 저온 기후가 몰아쳐 공룡이 멸종했다는 것이다.

공룡의 멸종만이 아니다. 지구 역사에서 모두 5번의 대멸종 사건이 벌어졌다. 이 중 3억8000만년전 고생대 데본기 후반부에 일어난 생물의 대멸종과 2억5000만년전 삼엽충을 비롯한 고생대 생물의 멸망 원인이 소행성이나 혜성의 충돌 때문이라는 연구가 있다. 생물의 대규모 멸종이 모두 소행성 때문은 아니지만 적어도 소행성 충돌이 지구 역사에서 적지 않게 일어났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

소행성의 위협에서 지구를 지키려는 연구는 이미 시작됐다. 천문연 문홍규 연구원은 “유럽과 일본은 올해 12월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기 위해 잠실야구장 3배 크기의 우주선 기초설계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돈키호테’. 풍차에 무모하게 도전했던 소설 속 돈키호테 대신 우주선 돈키호테는 실제로 지구를 구할 것이다. 러시아도 소행성이나 혜성의 위협을 감시하고 격추하는 행성방위 시스템을 제안하고 있다.

NASA는 지난해말 ‘템펠1’ 혜성에 충돌할 우주선 ‘딥 임팩트’를 발사했다. 이 우주선은 오는 7월 4일 혜성과 370kg짜리 구리 충돌체를 부딪히게 하는 실험을 할 예정이다. 일본도 2003년 5월 소행성 탐사선 ‘뮤제스-C’를 발사했다. 이 탐사선은 2005년 6월 지구에서 3억km 떨어져 있는 소행성 ‘1998SF36’에 다가가 5개월에 걸쳐 조사할 계획이다. NASA는 2001년 탐사선을 소행성 에로스에 착륙시키는 실험에도 성공했다.
한국 역시 천문연을 중심으로 지구에 접근하는 소행성을 감시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칠레, 호주 등에 무인관측소를 설치해 지구 남반구에서 소행성을 감시하는 새로운 시도도 시작했다.

수백만년에 걸쳐 인류가 일궈낸 문명이 커다란 소행성 한 방에 쓰러질 수 있다. 우주방위재단의 카루시 회장은 소행성의 위협을 ‘실제’라고 밝혔다. 우리의 어깨에 소행성의 위협에서 지구를 지켜야 할 의무가 얹혀 있다.

소행성 | 태양계 형성 직후 만들어진 지름 수 km크기의 작은 천체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소행성이 만들어졌다. 소행성은 주로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 많으며 1km 이상인 소행성이 100만개 정도 있다. 소행성은 암석과 금속이 약한 중력으로 뭉쳐져 있다. 모양은 울퉁불퉁한 감자를 닮았다. 자전 또는 텀블링을 하면서 태양 주위를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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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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