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는 밝은 별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도심에서 쉽게 눈에 띄는 별은 몇 개 되지 않는다. 그나마 그중 상당수는 엄밀히 말하면 별이 아닌 행성이다. 지금 집앞으로 나가 하늘을 쳐다보라. 밝은 별 하나가 반짝거리고 있을 것이다. 바로 목성이다.
일년마다 파트너 바꿔
목성은 태양계에서 다섯 번째에 위치한 행성으로 행성 중에서 가장 크다. 또, 암석으로 이뤄진 지구형 행성과는 달리 대부분 가스로 구성돼 있으며 많은 위성을 거느리고 있다. 목성은 지구에서 볼 때 다른 외부 행성들에 비해 비교적 가깝고, 또 크기 때문에 매우 밝게 빛난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인류에게 친숙한 별이었다.
목성은 -2등급의 밝기로 태양, 달, 금성을 제외한다면 하늘에서 가장 밝다. 비록 목성보다 금성이 더 밝긴 하지만 금성은 초저녁이나 새벽 무렵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별들처럼 오랜 기간을 계속해서 관측하기 어렵다. 반면, 목성은 다른 별들처럼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며 그 움직임도 크지 않아 일반 별들과 그 느낌이 그리 다르지 않다. 그래서 친숙하다.
옛날 사람들은 목성을 ‘세성’(歲星)이라 불렀다. 그 의미는 해마다 별자리 하나씩을 옮겨가는 별이란 뜻이다. 목성은 왜 일년에 별자리 하나씩을 옮겨갈까?
우주 저편 멀리 있는 별들은 지구에서 거의 무한대의 위치에 있는 것과 같아서 눈으로 볼 때 그 위치를 바꾸지 않는다. 하지만, 태양계 내의 행성들은 행성 그 자체의 움직임과 지구의 움직임 때문에 별에 대해 상대적으로 위치를 바꾼다.
이제 목성의 움직임을 살펴보자. 목성은 태양 주변을 약 11년 10개월, 즉 12년에 한번씩 돌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태양에서 목성을 보았을 때, 올해 처녀자리에 있었다고 하자. 목성이 천천히 별들 사이를 움직여서 다시 처녀자리로 돌아오려면 12년 걸린다는 이야기다.
행성은 황도위를 움직인다. 황도는 12개의 별자리로 구성돼 있다. 즉, 목성은 12년에 12개의 별자리를 움직여야 하므로 일년에 한 개의 별자리를 이동할 것이다. 그래서 목성은 세성이라고 불렸다.
여기까지는 매우 단순할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태양에서 목성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지구에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즉, 지구의 공전효과가 개입되면 좀더 복잡해진다.
태양과 지구와 외행성이 일직선으로 늘어서는 것을 충(衝)이라고 한다. 충이 되면, 지구에서 볼 때 태양과 목성은 정반대편에 위치한다. 즉, 이러한 상태에선 지구에서 보이는 목성은 밤 12시가 되면 하늘 높이 정남 방향에 떠있다. 행성이 정남에 위치하는 것을 남중이라고 하며, 밤 12시에 행성이 남중했다는 뜻은 그 행성이 충의 위치에 있다는 뜻이다.
올해 충이 된 날, 지구에서 볼 때 처녀자리에 목성이 있었다고 하자. 내년이 되면 어떻게 될까? 목성은 일년이 지나면 별자리를 하나 옮겨간다. 즉, 처녀자리에서 천칭자리로 그 위치가 옮겨지는 것이다.
그럼 이때 지구는 어떻게 될까? 지구는 일년에 한바퀴 공전하므로 일년이 지나면 원래의 위치로 간다. 즉, 태양에서 볼 때 처녀자리 방향에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 시점엔 목성이 그 자리에 없다는 것이다. 목성은 이미 일년 동안 좀더 움직여 있다. 일년 전과 마찬가지로 태양, 지구, 목성이 일직선이 되는 충의 위치가 되려면 지구 또한 좀더 움직여야 한다. 즉, 지구 또한 천칭자리의 위치에 갔을 때에야 비로소 일직선이 된다.
목성이 충의 위치에서 다시 충의 위치가 되려면, 이러한 이유로 일년이 좀더 지나야 한다. 대략 13개월이 걸린다. 지구가 한바퀴 공전하는 시간인 일년에다 목성이 별자리 하나를 움직여간 거리만큼을 가는 시간 한 달이 더 필요하다. 이 13개월을 우리는 회합주기라 부른다. 즉, 행성이 충의 위치에서 다시 충의 위치로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여기서 한가지 흥미로운 문제를 생각해보자. 태양계의 행성 중 회합주기가 가장 긴 행성은 어느 것일까? 일단 지구 바깥쪽의 외행성만 생각해보자. 가장 먼 명왕성은 대단히 천천히 움직인다. 즉, 그 움직임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이럴 경우 회합주기는 지구의 위치에 따라 결정될 뿐이다. 즉, 지구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1년 정도 후면 다시 충이 된다. 따라서 회합주기는 약 1년이다.
그렇다면 가장 가까운 화성은 어떨까? 화성은 지구만큼 빠르지 않지만 목성보다는 움직임이 더 빠르다. 즉, 1년 뒤 지구가 다시 제자리에 돌아왔을 때 화성은 이미 저 멀리 달아나고 없다. 지구는 그 화성을 쫓아가야 한다. 결국, 화성보다 조금 더 빠른 지구가 따라잡게 되는데 그 시간은 무려 2년 2개월이나 걸린다. 즉, 외행성일 경우 회합주기는 지구에 가까운 행성일수록 오래 걸리게 된다. 그러므로 목성의 회합주기는 토성보다는 길고, 화성보다는 짧다.
올해 4월 15일이 되면 목성은 태양에서 가장 먼 위치인 원일점에 다다른다. 따라서 올해는 목성이 원일점에 위치하는 만큼 다른 해에 비해 목성의 크기가 작게 보인다. 다만 목성의 공전 궤도는 이심률이 0.0485로서 거의 원에 가까우므로 크기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지구에서 볼 때 목성의 겉보기 크기는 45초각으로 태양과 가장 가까운 근일점 때의 목성 크기 50초각에 비해 약 10% 작다.
지구 바깥쪽에 있는 외행성이 충의 위치에 오면, 최고의 관측조건을 제공한다. 지구와 행성이 가장 가까운 위치이며, 태양의 반대편에 있어서 햇빛의 간섭을 가장 적게 받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또, 밤 12시에 정남에 위치하므로 고도도 가장 높으며 가장 오랜 시간 밤하늘에 떠있다.
행성은 충일 때 관측해야
4월 4일은 목성이 충의 위치에 오는 날이다. 일년 중 가장 관측하기 좋은 때가 된 것이다. 올해의 목성은 황도 12궁 가운데서 처녀자리에 있다. 작년 사자자리에 있었던 목성이 일년만에 처녀자리로 옮겨온 것이다. 일년은 너무 긴 시간이라 하루 이틀만의 관측으로 행성의 움직임을 느끼긴 물론 어렵다.
칠판이나 책에서 목성의 움직임을 그려보는 것보다 밤하늘에서 그 움직임을 한번 그려보는 것이 훨씬 더 이해하기 쉽고 효과가 크다. 내년이 되면 목성은 어디로 갈까? 목성은 앞으로 일년 동안 점차 동쪽으로 옮겨가서 처녀자리의 옆에 있는 천칭자리로 들어간다. 일 년에 한번씩 목성의 위치를 관측하고 기억해보자. 세월의 움직임이 느껴질 것이다.
충이 되는 날을 전후하여 천체망원경으로 목성을 관측해보자. 갈릴레오는 자신의 소형망원경으로 목성을 관측하고, 그 주변에 일직선으로 늘어서 있는 네 개의 위성을 발견했다. 그는 매일 목성을 스케치하면서, 네 개 위성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이 위성들이 목성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 매료돼 있던 그는 이것을 보고 태양계의 모형이 바로 이곳에 있다고 생각했다.
목성의 위성은 소형망원경으로도 대단히 잘 보인다. 망원경이라고 이름 붙은 것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이 위성들의 묘기를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과거의 갈릴레오가 했던 것처럼 똑같은 관측을 한번 해보는 것도 무척이나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