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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뉴트리노

겨우 존재하는 신비의 입자

 

라이네스는 뉴트리노를 발견한지 40여년이 지난 1995년에야 노벨상을 받았다.


방사능 물질의 붕괴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보존법칙이 깨질 위기에 처했을 때, 1930년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볼프강 파울리(1945년 노벨물리학상 수상)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최후 수단으로 뉴트리노를 생각해냈다. 미국의 물리학자 레온 레더먼은 이 입자를 '겨우 존재하는 입자'로 불렀다.

파울리가 뉴트리노의 존재를 주장했을 때 학계의 반응은 매우 냉소적이었다. 그런데 1934년 이탈리아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1938년 노벨상 수상)가 베타(β) 붕괴이론을 설명할 때 뉴트리노를 도입해 학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파울리가 주장한 입자에 뉴트리노(neutrino)라는 이름을 붙였다.

뉴트리노의 존재가 처음 실험적으로 입증된 것은 1956년이다. 프레드릭 라이네스 등은 10t이나 되는 초대형 검출기를 이용해 원자로에서 나오는 뉴트리노를 검출해냈다. 이 업적으로 라이네스는 40년이 지난 1995년 노벨상을 받았다.

그런데 1962년 두번째의 뉴트리노, 즉 파울리의 뉴트리노가 아닌 다른 뉴트리노를 발견한 레온 레더먼, 멜빈 슈바르츠, 잭 스타인버거는 1988년에 노벨상을 받았다. 나중에 발견한 사람이 먼저 노벨상을 받은 셈이다.

현재 뉴트리노의 종류는 3가지라는 것이 정설이다. 뉴트리노는 전자(electron), 뮤(μ)입자, 타우(τ)입자 등을 형제처럼 따라다닌다. 파울리가 예견한 입자는 전자와 같이 행동하는 뉴트리노(전자 뉴트리노)이고, 레더멘 등이 발견한 것은 뮤온(뮤입자) 뉴트리노다. 타우 뉴트리노는 아직 직접 관측이 되지 않았지만 그 존재는 간접적으로 입증돼 있다. 또 질량이 없거나 질량이 적은 뉴트리노의 종류가 셋이라는 것도 확인됐다.
 

우주선의 지구여행


뉴트리노가 안고 있는 수수께끼

뉴트리노는 왜 3개뿐일까. 그것은 아무도 모르는 수수께끼다. 뉴트리노의 질량 역시 수수께끼다. 뉴트리노의 다른 성질들은 거의 정확하게 알려졌지만, 질량만은 어느 값보다 적다는 상한값들만 나와 있다. 예를 들어 전자 뉴트리노의 질량은 전자 질량의 10만분의 1보다 클 수 없다는 것이다.

왜 전자 뉴트리노는 전자에 비해 질량이 작을까 하는 것도 궁금하지만, 이보다 과연 뉴트리노들이 질량을 가졌는지 아니면 광자나 중력자와 같이 질량이 없는지가 현대 소립자 물리학에서 더 큰 수수께끼다. 70여년 전 뉴트리노가 질량이 없을 것이라는 페르미의 추정이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것이다.

강력, 약력, 전자기력을 함께 기술하는 표준이론은 20세기의 가장 성공적인 이론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몇십년에 걸쳐 시행된 거의 모든 실험(몇가지 실험을 제외하고)이 이 이론과 일치한다. 그러나 이것은 뉴트리노가 질량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가설 아래 세워진 것이다.

광자나 중력자와 달리 뉴트리노는 그 질량이 영(0)이 돼야 한다는 것을 아직 설명할 길이 없다. 에너지가 높은 영역에 적용하면 표준이론은 여러가지 치명적인 결함을 드러낸다. 이 결함을 보안하는 이론들이 초대칭성이론, 통일장이론, 초끈이론 등이다. 이렇게 표준이론을 보완하면, 뉴트리노들은 아주 작게나마 질량을 갖게 된다. 따라서 지금까지 잘 맞아 온 표준이론이 수정돼야 한다.

지난 몇십년 동안 수많은 물리학자들이 뉴트리노의 질량을 측정하려고 노력해왔다. 지금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방법은 뉴트리노 진동(neutrino oscillation)이라는 현상을 이용하는 것이다. 만약 뉴트리노가 질량을 가졌다면 다른 입자들(특히 쿼크)과 같이 혼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전자 뉴트리노가 가속기나 원자로에서 만들어져 검출기까지 움직이는 동안 진동이 일어나고, 검출기에서는 진동에서 생긴 뮤온 뉴트리노와 원래의 전자 뉴트리노의 혼합체로 검출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혼합체를 검출하려는 수많은 실험들은 모두 실패했다.

뉴트리노가 진동하고 있다고 가정하지 않으면 설명이 불가능한 일들이 크게 3가지가 있다. 태양에서 오는 전자 뉴트리노의 수수께끼, 우주선에서 검출되는 전자 뉴트리노의 수와 뮤온 뉴트리노 수의 비, 그리고 뮤온 뉴트리노가 전자 뉴트리노로 진동변환하는 실험 등이다.
 

뉴트리노


태양 뉴트리노

태양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모두 중심부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의 결과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전자 뉴트리노가 생산된다. 이들은 다른 입자들과의 상호작용을 잘 안해 생산되는 즉시 밖으로 튀어나온다. 1초 동안 지구에 도달하는 것은 1cm²당 10¹¹개다.

미국인 데이비스는 1970년대부터 20년 동안 홈스테이크 금광 안에 6백15t의 빨래비누 같은 염화탄소(C2Cl₄)를 넣어 전자 뉴트리노가 일으키는 특이한 반응을 이용해 태양에서 오는 전자 뉴트리노를 꾸준히 측정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예측되는 수의 약 4분의 1밖에 관측되지 않았다. 나머지 4분의 3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지구 상에 도달하는 전자 뉴트리노는 천문학적인 양이지만, 실험장치의 효율성과 뉴트리노들의 아주 약한 상호작용 때문에 실제로 검출된 수는 이틀에 1개에 불과하다. 이론에 따르면 이 실험에서 하루에 적어도 2개는 검출돼야 한다.

일본 가미오카광산 속에는 슈퍼 가미오칸데라는 검출기가 있다. 원래 원자핵 속에 있는 양성자나 중성자의 붕괴 유무를 관측하기 위해 만들어진 약 5천t의 물이 담긴 가미오칸데 검출기가 있었다.

슈퍼 가미오칸데는 물의 양을 10배로 증가시켜 개조한 것이다. 이것은 태양에서 오는 전자 뉴트리노를 하루에 약 60개 정도 검출할 수 있는 성능이 뛰어난 검출기인데, 2년여 동안 측정한 결과는 예상치의 40% 정도였다.

세번째 검출기는 금값보다 비싸다는 갈륨(Ga)을 이용한다. 이탈리아국립연구소에 있는 검출기(GALLEX)는 50t, 러시아의 바크산에 있는 검출기(RAGE)는 60t이나 되는 막대한 양의 갈륨을 이용하고 있다. 두곳에서 나온 결과는 모두 계산치의 약 60%가 검출되고 있다.

세가지의 실험은 모두 계산치보다 낮은 뉴트리노를 검출하고 있다. 이것이 유명한 태양 뉴트리노 수수께끼다. 더 재미있는 점은 검출수의 부족에는 모두 일치하나, 검출 비율이 검출기의 종류에 따라 오차한도를 고려한 후에도 완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설명은, 뉴트리노가 태양 중심부에서 밖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약하나마 태양 내의 물질과 상호작용하면서 다른 뉴트리노로 변환된다는 설명이다. 이 설명이 맞다면, 뮤온 뉴트리노의 질량은 약 10-3eV(전자 질량의 10억분의 1)이고, 전자 뉴트리노의 질량은 이보다 훨씬 적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외에도 캐나다의 서드베리에 건설 중인 뉴트리노관측소가 있다. 이것은 1천t의 순수한 중수소(${D}_{2}$O)를 사용하는 검출기로, 진동변환으로 생기는 전자 뉴트리노가 아닌 다른 뉴트리노로 바뀐 것들을 측정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태양 뉴트리노의 수수께끼는 오는 6월 초 일본 가이오카 근처의 다가야마시에서 개최되는 뉴트리노학회(Neutrino'98)에서도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다.
 

일본 가미오카 광산 속에 있는 슈퍼 가미오칸데 뉴트리노 검출기


우주선 뉴트리노

가장 유력한 설명은 생산점에서 검출기까지 오는 도중 뮤온 뉴트리노의 절반 정도가 타우 뉴트리노로 진동 변환했다는 것이다. 반면 질량과 거리의 사정 때문에 전자 뉴트리노는 다른 뉴트리노로 미처 진동변환을 못했다는 것이다. 이 결과가 맞다면 타우 뉴트리노의 질량은 약 10-1eV(전자 질량의 1천만분의 1)이다.

이를 좀더 정확하게 확인하려는 실험이 세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미국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에서 만든 뮤온 뉴트리노의 진동 변환을 7백30km 떨어진 미네소타주의 소단 검출기로 측정하는 실험, 유럽핵물리연구소에서 만든 것을 7백20km 떨어진 이탈리아국립가속기연구소의 검출기로 측정하는 실험, 그리고 일본 츠쿠바에 있는 고에너지물리학연구소(KEK)에서 만든 것을 2백50km 떨어진 슈퍼가미오칸데 검출기로 측정하는 실험 등이다.

이 실험들의 관건은 뉴트리노 진동변형이 관측되느냐 안 되느냐이다. 일본의 실험은 1999년 후반에 시작될 예정이며 나머지 두 실험은 좀 늦어지고 있는 상태다.

미국 로스알라모스국립연구소는 LSND로 불리는 실험을 통해 가속기에서 생산된 뮤온 뉴트리노들 가운데 극소수가 전자 뉴트리노로 진동변환한 것을 측정했다는 주장했다. 이 실험이 맞다면 뮤온 뉴트리노의 질량은 약 1eV(전자 질량의 1백만분의 1)이다.

그러나 이 값은 불행히도 태양 뉴트리노 수수께끼의 해결에서 나오는 뮤온 뉴트리노의 질량과 상치된다.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영국 러더포드연구소에서는 KARMEN이라는 실험을 실시했지만 아직 이렇다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우주에는 1㎤에 약 3백30개

뉴트리노는 천문학이나 우주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주 대폭발(Big Bang)이론에 따르면 현재 우리 우주에는 폭발과정에서 생성된 수많은 뉴트리노들이 균일하게 분포돼 있다. 그 밀도는 1㎤에 약 3백30개로 알려져 있다.

만일 뉴트리노(특히 가장 무거운 타우 뉴트리노)의 질량이 약 1 내지 10eV 정도가 된다면, 뉴트리노는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 중에서 가장 중요한 입자가 된다. 소위 '암흑 물질'의 수수께끼를 해결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또 뉴트리노는 우리 인간의 존재에 없어서는 안될 입자들이다. 태양계는 초신성 폭발에서 생긴 찌꺼기들이 중력 때문에 모여서 형성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많은 초신성 폭발은 뉴트리노가 없으면 폭발이 불가능하다. 뉴트리노가 없었다면 태양계와 우리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외에도 우주 곳곳에서 수많은 뉴트리노들이 은하계의 충돌, 이중별, 블랙홀 형성과정에서 발생되고 있다. 이들을 관측하기 위해 남극 얼음 속, 그리스의 피로스섬 앞 바다 속,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 속에 검출기를 설치하거나 가동 중이다.

한국에서도 하늘(HANUL) 계획이 예비 연구를 거쳐 그 시제품 건설에 들어갈 예정이다. 6월 초 일본에서 열리는 뉴트리노학회에서 태양 뉴트리노는 물론 우주선 뉴트리노에 대한 슈퍼가미오칸데의 새로운 결과를 듣게 된다는 생각과, 앞으로 몇년 후면 70년이나 숨겨져 있던 뉴트리노 미스터리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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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김정욱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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