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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식물에서 연료 뽑는다

효율 100% 태양전지도 가능해

유채기름으로 도로를 누빈다

따사로운 봄 햇살을 만끽하며 나들이 길에 나선 차세대씨. 자동차에 연료를 넣기 위해 주유소에 들렀다. 차세대씨는 휘발유, 경유 주유기 앞을 모두 지나치더니 어느 주유기 앞에 차를 세웠다. “콩 가득요~.”

최근 국내 주유소에서 ‘콩’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진짜 콩을 찾는 것은 아니고 콩에서 추출한 바이오디젤을 찾는 것이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했던가. 바이오디젤은 경유와 가격이 비슷하면서도 경유보다 친환경적이다. 현재 서울, 경기 지역에는 시범적으로 바이오디젤을 판매하는 주유소가 30군데 있다.

바이오디젤은 콩, 유채씨, 해바라기씨, 코코넛에서 추출한 식물성 기름으로 경유와 ‘사촌’ 지간이다. 경유와 다른 점이라면 탄소와 수소 외에 산소 원자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 산소는 연료의 연소를 돕기 때문에 바이오디젤은 경유보다 산화력이 좋다.

따라서 바이오디젤을 쓰면 그만큼 배기가스 방출량이 줄어든다. 황 성분이 없어 황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지도 않는다.경유 대신 바이오디젤 1L를 사용할 때마다 이산화탄소 2.2t이 감축된다고 한다. 바이오디젤은 식물에서 기름도 얻고, 환경도 보호하는 일석이조의 ‘남는 장사’인 셈.

하지만 바이오디젤에도 약점은 있다. 국내 바이오디젤의 95%를 생산하는 신한에너지의 채영선 연구원은 “가장 큰 문제는 추위”라며 “온도가 떨어지면 굳어버려 엔진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경유는 영하 17℃까지 끄덕 없다. 반면 코코넛은 영상 17℃ 이상에서만 액체 상태를 유지한다. 태평양 군도처럼 사계절 더운 나라에서만 사용가능하다.

그래서 요즘 과학자들은 유채꽃에 주목한다. 유채기름은 영하 8℃까지는 문제없기 때문이다. 이미 캐나다에서는 바이오디젤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유채품종이 많이 개발됐다. 독일에서는 ‘기름 들판’으로 불리는 유채꽃밭을 쉽게 볼 수 있다.특히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20~30% 섞어 쓰는 데 비해 독일에서는 100% 순수 유채기름을 바이오디젤로 판매하는 주유소만 1800여개가 있다. 유채꽃은 전 세계 바이오디젤 생산량의 84%를 책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유채꽃보다 콩이 바이오디젤의 원료로 많이 쓰이는 상황. 콩 중에서도 대두가 가장 많다. 국내에서 경작되는 유채의 양이 대두보다 적어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제주도 유채꽃 관광단지에서 1000t 가량의 기름을 얻을 수 있지만 3일이면 바닥난다. 채 연구원은 “농림부와 유채기름 개발을 협의 중”이라며 “경북 경산 지역에 바이오디젤용 유채꽃을 시범적으로 재배 중”이라고 말했다.

이미 독일, 프랑스, 미국 등에서는 버스나 관공서차량, 청소차량 등에 바이오디젤을 사용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12년까지 전체 경유의 5.75%를 바이오디젤로 대체할 계획이다. 식물연료가 전 세계 도로를 누빌 날이 머지않았다.
 

세계적으로 바이오디젤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독일. 유채씨에서 얻은 100% 순수 바이오디젤을 판매하는 주유소만 1800여개가 있다.


공장에서 효소 생산한다

“석유나무가 있긴 합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순철 박사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선인장처럼 석유를 구성하는 탄화수소를 상대적으로 많이 가진 나무나 식물이 있다는 것. 하지만 대개 이런 식물은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떨어지거나 재배조건이 까다로운 경우가 많다.
“굳이 식물에서 석유를 얻을 필요가 있을까요?” 박 박사가 되물었다. 탄화수소는 분자량이 커 발생하는 열량도 크고, 이산화탄소도 많이 내뿜는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옥수수를 재배해 돼지 사료로도 쓰고, 에탄올을 뽑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다. 식물은 해와 땅만 있으면 무한히 자라기 때문이다.

“바이오에탄올이 해답이죠.” 박 박사가 덧붙였다. 바이오에탄올은 밀, 옥수수, 보리, 고구마, 사탕수수 등을 발효시켜 얻을 수 있다. 바이오디젤이 유지작물에서 식물성 기름을 추출하는 것이라면 바이오에탄올은 전분작물에서 포도당을 얻어 이를 발효시킨 것이다. 포도주를 발효시키는 과정과 비슷하다.

사탕수수가 풍부한 브라질에서는 70%가량의 자동차가 바이오에탄올을 넣고 달린다. 하지만 브라질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사탕수수의 생산단가가 비싸 아직 석유보다 경쟁력이 없다. 특히 설탕 등 식품 소비용 사탕수수와 경작지를 놓고 다퉈야 하는 문제도 있다. 어떻게 하면 사탕수수 외에 모든 전분작물에서 바이오에탄올을 값싸게 얻을 수 있을까?

식물은 뿌리와 줄기, 잎의 대부분이 셀룰로오스로 이뤄져 있다. 지천에 널린 나무와 잡초 등이 모두 살아있는 셀룰로오스 ‘저장고’인 셈. 셀룰로오스는 포도당이 여러 개 결합한 고분자이기 때문에 셀룰로오스를 포도당으로 분해하기만 한다면 바이오에탄올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셀룰로오스 분해 효소를 가진 미생물을 사용하면 셀룰로오스를 자연적으로 분해할 수 있다. 셀룰레이즈가 대표적 분해 효소다. 셀룰레이즈는 쉽게 말해 곰팡이다. 나무 입장에서 보면 병원균이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알아서 포도당을 만들어 주는 ‘은인’. 하지만 셀룰레이즈가 셀룰로오스를 자연적으로 분해해주기만을 기다리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그만큼 경제성도 떨어진다.

최근 미국, 캐나다, 스웨덴 등에서는 바이오에탄올을 얻기 위한 셀룰로오스 분해 효소 연구가 활발하다. 미국의 생명공학기업인 제넨코와 노보젠은 셀룰레이즈를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캐나다에는 올해 안에 셀룰레이즈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공장이 생긴다.

스웨덴을 비롯해 핀란드, 덴마크 등 유럽의 6개 나라는 바이오에탄올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인 ‘타임’(TIME)을 진행하고 있다. 셀룰로오스뿐만 아니라 식물을 구성하는 헤미셀룰로오스, 리그닌까지 모두 바이오에탄올의 원료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생명공학기술이 발전하면서 바이오에탄올 생산에도 가속이 붙고 있다.
 

사탕수수 외에 밀, 보리, 옥수수 등 모든 전분작물에서 바이오에탄올을 얻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태양전지 비법은 광합성에 있다

찰칵, 찰칵. 연세대 화학과 김동호 교수가 연신 ‘사진’을 찍어댄다. 그런데 사진기는 보이지 않는다. 김 교수 앞에는 수십 개의 렌즈만 여기저기 놓여 있다. “펨토초 레이저입니다.” 김 교수의 설명이다. “식물을 흉내낸 장치를 개발 중이죠.” 식물의 무엇을 흉내낸다는 것일까.

식물의 엽록소는 빛에너지를 모아서 전기에너지로 바꾸고 이 과정에서 양분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잘 아는 광합성이다. 그런데 광합성과 같은 화학반응은 1000조분의 1초 정도만에 일어나버린다. 따라서 이 과정을 제대로 ‘촬영’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0조분의 1초에 한 장씩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펨토초 레이저가 필요하다.

“광합성에서는 버리는 에너지가 하나도 없습니다.” 식물이 빛에너지를 받아 이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할 때 효율은 100%에 가깝다. 김 교수가 식물의 광합성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식물의 광합성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기만 한다면 이를 모방해 고효율 인공광합성 시스템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에 무한정 공급되는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고효율 태양전지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엽록소와 가장 유사한 구조를 가진 포피린 분자를 이용해 식물의 광합성 처럼 빛에너지가 이동할 수 있는 인공 구조체를 만들었다. 인공 구조체는 빛을 잘 모으고, 모은 빛을 제대로 전달하고, 이 과정에서 생긴 전자를 잘 받아들여 전기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는 세부분으로 구성된다.

전선처럼 포피린 분자를 배열하기도 하고, 원형으로 연결하거나 상자 모양을 만들기도 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실험한 결과 김 교수는 인공 구조체가 방사형일 때 에너지 효율이 가장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직까지는 인공 구조체의 효율이 광합성의 10분의 1에 그친 정도다. 기술적으로 3차원 공간 배열이 어렵고, 분자 배열시 표면을 고르게 만드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빛 알갱이 하나를 에너지원으로 삼는 태양전지가 개발될 수 있습니다.” 김교수는 빛 알갱이 하나를 받아 전자를 하나 배출하는 그야말로 100% 효율을 갖는 태양전지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초소형 태양전지가 세상을 비출 그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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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이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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