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이 로또복권에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해 올해 초에는 청와대도 조사했었다는 동아일보의 기사다. 의혹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주로 문제 삼는 것은 추첨 상황을 생중계하지 않고 왜 녹화한 영상을 나중에 재방송하느냐는 점이다. 추첨 직후 방송 직전에 로또를 사서 1등에 당첨되는 형태로 전산조작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또 1등 23명일 확률은 로또 1등 당첨 확률보다 낮아
45개의 숫자 중에서 6개의 숫자를 고를 가지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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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814만 5060가지이므로 1등에 당첨될 확률은 814만 5060분의 1이다. 사람들이 구매한 복권의 개수(1000원을 1개로 계산)를 814만으로 나누어보면 1등이 평균 4~6명 나오게 돼 있다. 그런데 가끔 1등이 너무 많이 나와서(확률 0.1% 미만) 의심을 받는 일이 있다. 가장 극단적인 예는 1등 당첨자가 23명이나 나온 2003년 4월 26일 21회차로 이럴 확률은 0.000002%다! 1등이 15명 나온 196회차도 40년에 1번 있을(확률이 0.048%로 2000회에 1번이 채 안 됨) 드문 경우로 로또 역사 8년차인 우리나라에서 흔치 않은 일이 벌어진 셈이다. 이런 여러 가지 의혹들에 대해서는 현재 감사원에서 진행 중인 감사 결과를 지켜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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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첨과 관련된 고대의 유명한 사건에는 이런 것이 있다. 로마와 유대가 싸울 때 유대인 지도자 요세푸스와 동료 40명이 지하 동굴에 숨어 있다가 로마군에 포위됐다. 로마군 사령관은 후에 황제가 된 베스파시아누스였는데, 항복하면 살려주겠다고 했다. 갈등하던 요세푸스가 여호와의(?) 계시를 받고 항복하려 하자 다른 사람들이 그를 죽이려고 칼을 뽑았고, 수치스럽게 항복하느니 유대인의 명예를 위해 전원 자살하자고 요세푸스에게 요구한다.
사람들을 진정시킨 요세푸스는 죽음의 제비뽑기를 제안한다. 죽음의 제비를 제일 먼저 뽑은 사람을 두 번째 뽑은 사람이 죽이고 두 번째는 세 번째가 죽이는 식으로 순서를 정하고 맨 마지막에 남는 사람은 스스로 자살하자고 했다.
우연인지 기적인지 남들을 모두 죽이고 요세푸스와 다른 한 사람만 남았을 때 요세푸스는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었고 함께 로마군에 항복한다. 이 모든 것은 요세푸스 본인이 쓴 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엘리아스 카네티는 ‘군중과 권력’에서 요세푸스의 제비뽑기가 속임수였다고 평가했다. 요세푸스의 행운 41 =4.9%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징병 로또 논란
미국에서는 로또와 관련한 웃지 못할 일이 있었다. 베트남과 전쟁을 벌이던 1970년 전후 미국 청년들도 한국처럼 의무로 군대에 가야 했다. 1부터 366까지 숫자를 적은 종이를 넣은 공 366개를 통에 넣고 꺼낸 순서대로 해당하는 날짜에 태어난 사람 전부를 입영시켰다. 365개가 아니라 366개인 이유는 윤년의 2월 29일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처음 뽑힌 숫자는 258로 1년 중 258번째 날은 9월 14일이다. 당시 입영 대상인 1944~1950년에 태어난 사람들 가운데 가장 불운한 생일인 셈이다. 만일 아래 순서로 로또가 뽑혔다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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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군인의 숫자가 채워질 때까지 먼저 생일이 9월 14일인 젊은이 전원을 군대로 데려가고, 그래도 모자라면 다음으로는 생일이 11월 5일인 젊은이 전원을, 다음으로는 생일이 6월 17일인 젊은이 전원을 데려가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당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던 박사과정 학생 스토도스키가 1969년의 징병 로또가 불공정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어떤 날이 뽑힐 평균 순서는 183.5(=1+366/2)
이고 한달에 대략 30일이 있으므로 이 정도면 어떤 달의 평균 순서는 180~190번째 부근에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실제 결과는 12월의 평균 순서는 120번째에 불과했고 3월의 평균 순서는 230번째에 가까웠다. 결국 로또를 뽑기 전에 공을 제대로 섞지 않았다는 것.![](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0905/oad9odJiGAA5yO86SQ6p_72920090529.JPG)
백악관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부인했지만 미국 학술원이 무슨 이유에선지 입을 다물고 있는 사이에 연방법원에서 사건의 심리를 시작했다. 그런 정도의 수학은 학술원 회원이 아니라도 계산해 볼 수 있어서 결국 위스콘신대의 수학과 대학원생 둘이 그토록 불공정한 로또 결과가 나올 확률은 5만분의 1(=0.002%) 이라고 발표했고 뒤이어 통계학자들도 거기에 동의했다.
1970년 1월 4일자 뉴욕타임스에서 이 내용을 최초로 보도했지만 실은 자식을 군대에 보낸 미국 어머니들은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다. 11월이나 12월에 태어난 젊은이들은 3월이나 4월에 태어난 젊은이보다 두 배 많이 전사해서 시신이 고향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총알이 생일을 따지며 날아가지는 않았고 다만 군대에 많이 갔으니 많이 전사한 것이다.
로또를 사면 무척이나 작은 확률이지만 그래도 1등에 당첨될 확률은 있다. 사지 않으면 확률은 분명히 0 이다. 이와 비슷한 논리로 파스칼은 ‘팡세’에서 신앙을 가지는 것이 유리하다고 했다. 하지만 파스칼은 전도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만드는 와중에 그런 말을 한 것이다. 누가 로또 복권을 하나 주면 추첨하는 날까지는 기분이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이 물려주신 집을 팔거나 저금한 돈을 찾아서 로또를 무더기로 사면 주위 사람들이 가만있을까.
한상근 교수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89년 KAIST에 부임했다. 정수론과 그 응용인 암호학, 정보학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1992년 조선시대 수학자 최석정의 저서 ‘구수략’을 접하고 이듬해 ‘최석정과 그의 마방진’이라는 논문을 써 최석정이 조합론 분야의 원조임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
로또 1등 23명일 확률은 로또 1등 당첨 확률보다 낮아
45개의 숫자 중에서 6개의 숫자를 고를 가지 수는
에서 814만 5060가지이므로 1등에 당첨될 확률은 814만 5060분의 1이다. 사람들이 구매한 복권의 개수(1000원을 1개로 계산)를 814만으로 나누어보면 1등이 평균 4~6명 나오게 돼 있다. 그런데 가끔 1등이 너무 많이 나와서(확률 0.1% 미만) 의심을 받는 일이 있다. 가장 극단적인 예는 1등 당첨자가 23명이나 나온 2003년 4월 26일 21회차로 이럴 확률은 0.000002%다! 1등이 15명 나온 196회차도 40년에 1번 있을(확률이 0.048%로 2000회에 1번이 채 안 됨) 드문 경우로 로또 역사 8년차인 우리나라에서 흔치 않은 일이 벌어진 셈이다. 이런 여러 가지 의혹들에 대해서는 현재 감사원에서 진행 중인 감사 결과를 지켜보기로 하자.
추첨과 관련된 고대의 유명한 사건에는 이런 것이 있다. 로마와 유대가 싸울 때 유대인 지도자 요세푸스와 동료 40명이 지하 동굴에 숨어 있다가 로마군에 포위됐다. 로마군 사령관은 후에 황제가 된 베스파시아누스였는데, 항복하면 살려주겠다고 했다. 갈등하던 요세푸스가 여호와의(?) 계시를 받고 항복하려 하자 다른 사람들이 그를 죽이려고 칼을 뽑았고, 수치스럽게 항복하느니 유대인의 명예를 위해 전원 자살하자고 요세푸스에게 요구한다.
사람들을 진정시킨 요세푸스는 죽음의 제비뽑기를 제안한다. 죽음의 제비를 제일 먼저 뽑은 사람을 두 번째 뽑은 사람이 죽이고 두 번째는 세 번째가 죽이는 식으로 순서를 정하고 맨 마지막에 남는 사람은 스스로 자살하자고 했다.
우연인지 기적인지 남들을 모두 죽이고 요세푸스와 다른 한 사람만 남았을 때 요세푸스는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었고 함께 로마군에 항복한다. 이 모든 것은 요세푸스 본인이 쓴 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엘리아스 카네티는 ‘군중과 권력’에서 요세푸스의 제비뽑기가 속임수였다고 평가했다. 요세푸스의 행운 41 =4.9%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징병 로또 논란
미국에서는 로또와 관련한 웃지 못할 일이 있었다. 베트남과 전쟁을 벌이던 1970년 전후 미국 청년들도 한국처럼 의무로 군대에 가야 했다. 1부터 366까지 숫자를 적은 종이를 넣은 공 366개를 통에 넣고 꺼낸 순서대로 해당하는 날짜에 태어난 사람 전부를 입영시켰다. 365개가 아니라 366개인 이유는 윤년의 2월 29일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처음 뽑힌 숫자는 258로 1년 중 258번째 날은 9월 14일이다. 당시 입영 대상인 1944~1950년에 태어난 사람들 가운데 가장 불운한 생일인 셈이다. 만일 아래 순서로 로또가 뽑혔다고 하자.
필요한 군인의 숫자가 채워질 때까지 먼저 생일이 9월 14일인 젊은이 전원을 군대로 데려가고, 그래도 모자라면 다음으로는 생일이 11월 5일인 젊은이 전원을, 다음으로는 생일이 6월 17일인 젊은이 전원을 데려가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당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던 박사과정 학생 스토도스키가 1969년의 징병 로또가 불공정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어떤 날이 뽑힐 평균 순서는 183.5(=1+366/2)
이고 한달에 대략 30일이 있으므로 이 정도면 어떤 달의 평균 순서는 180~190번째 부근에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실제 결과는 12월의 평균 순서는 120번째에 불과했고 3월의 평균 순서는 230번째에 가까웠다. 결국 로또를 뽑기 전에 공을 제대로 섞지 않았다는 것.
백악관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부인했지만 미국 학술원이 무슨 이유에선지 입을 다물고 있는 사이에 연방법원에서 사건의 심리를 시작했다. 그런 정도의 수학은 학술원 회원이 아니라도 계산해 볼 수 있어서 결국 위스콘신대의 수학과 대학원생 둘이 그토록 불공정한 로또 결과가 나올 확률은 5만분의 1(=0.002%) 이라고 발표했고 뒤이어 통계학자들도 거기에 동의했다.
1970년 1월 4일자 뉴욕타임스에서 이 내용을 최초로 보도했지만 실은 자식을 군대에 보낸 미국 어머니들은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다. 11월이나 12월에 태어난 젊은이들은 3월이나 4월에 태어난 젊은이보다 두 배 많이 전사해서 시신이 고향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총알이 생일을 따지며 날아가지는 않았고 다만 군대에 많이 갔으니 많이 전사한 것이다.
로또를 사면 무척이나 작은 확률이지만 그래도 1등에 당첨될 확률은 있다. 사지 않으면 확률은 분명히 0 이다. 이와 비슷한 논리로 파스칼은 ‘팡세’에서 신앙을 가지는 것이 유리하다고 했다. 하지만 파스칼은 전도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만드는 와중에 그런 말을 한 것이다. 누가 로또 복권을 하나 주면 추첨하는 날까지는 기분이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이 물려주신 집을 팔거나 저금한 돈을 찾아서 로또를 무더기로 사면 주위 사람들이 가만있을까.
한상근 교수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89년 KAIST에 부임했다. 정수론과 그 응용인 암호학, 정보학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1992년 조선시대 수학자 최석정의 저서 ‘구수략’을 접하고 이듬해 ‘최석정과 그의 마방진’이라는 논문을 써 최석정이 조합론 분야의 원조임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