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퍼즐은 두뇌의 만화책이죠.”
국내에서 수학퍼즐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수학퍼즐 전문가 박부성(34)씨는 수학퍼즐을 이렇게 정의했다. 눈을 위한 예술이 미술이고, 귀를 위한 예술이 음악이라면, 두뇌를 위한 예술은 수학이라는 것. 수학에 퍼즐의 재미를 더했으니 수학퍼즐은 두뇌의 만화책이라 부를 만하다고.
그는 2001년 여름 ‘재미있는 영재들의 수학퍼즐’을 펴냈다. 한국인이 한글로 수학퍼즐 책을 출판하기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2년 뒤 기다렸다는 듯 2권을 선보였다. 아직까지 그의 책은 대형서점의 과학서적 베스트셀러 진열대에서 당당히 그 자태를 뽐내며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가 수학퍼즐 삼매경에 빠진 것은 중학교 때부터였다. 사촌누나가 우연히 가져 온 책의 부록에 퍼즐이 있었는데 그게 너무 재미있어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수학퍼즐과의 첫 인연이었다. 고등학교에서 수학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니까 수학퍼즐이 한 층 더 재미있어졌다. 당시 출판된 수학퍼즐 책들은 전부 번역본이었는데 한 권도 빼놓지 않고 죄다 읽었다.
“PC통신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거나 마찬가지예요.” 그가 수학퍼즐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한 PC통신의 수수께끼 게시판을 통해서였다.
1991년 서울대 수학교육과 재학 당시 그는 그 게시판을 자주 드나들었다. 마침 그곳에는 수학퍼즐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도 이 중 한명이었다. 게시판에 새로운 문제를 소개하고, 틀린 내용이 올라오면 오류를 고쳐주는 사이 어느새 그는 게시판 내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내친김에 수학퍼즐 홈페이지까지 만들었다. 외국의 수학퍼즐 관련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며 전 세계 ‘고수’들의 수학퍼즐을 소개하고, 수학퍼즐에 관한 궁금증도 한데 모아 FAQ도 만들었다. 사이버 공간에서 유명해지자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그의 책이었다.
“요즘 한글로 나온 수학퍼즐 책 중 가장 어려울걸요.” 그는 오히려 자신의 책이 조금 어려운 것이 인기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그간 대부분 수학퍼즐 책들은 문제 바로 뒤에 답만 덩그러니 있는 경우가 많았다. 설명도 없는 해답에 성이 차지 않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 분명했다.
독자들의 지적 갈증을 풀어주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의 책에는 문제와 해답이 따로 떨어져 있다. 또 해답 뒤쪽에는 해설을 따로 묶어 해답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거나 다른 풀이법을 소개하는 등 심층 분석까지 곁들였다.
“우주정거장에서의 하룻밤이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수학퍼즐 제목이다. 우주정거장에 모인 사람들의 대화로부터 사람들이 모두 몇 명인지 맞추는 문제다. 본인이 직접 만든 문제기도 하다. 그는 이렇게 책에 실린 100문제 중 30문제 가량을 직접 만들었다.
“퀴즈가 알고 있는 지식에서 답을 꺼내는 것이라면 수학퍼즐은 모르는 문제에서 상황과 논리적 사고를 통해 답을 꺼내는 것입니다. 이것이 수학퍼즐만의 독특함이자 즐거움이죠.”
‘박부성표’ 수학퍼즐은 이를 최대한 살리려고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1999년에는 수학퍼즐을 만들다가 피타고라스 정리를 증명하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해 외국 학술지에 발표했다.
“수학퍼즐이야말로 진짜 수학에 가까워요.” 그의 수학퍼즐 예찬이 이어졌다. 흔히 사람들은 수학 공식을 외우면 수학문제를 풀 수 있기 때문에 수학을 공식과 동일한 것으로 여기는데 이는 틀렸다고. “수학의 본질은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사고하는 과정 그 자체입니다.” 이런 이유로 그는 수학퍼즐이 수학의 본질을 더 잘 드러낸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난해부터 과학동아에 수학퍼즐을 연재하고 있다. 세계 수학퍼즐의 일인자인 미국의 마틴 가드너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1957~1981년까지 25년 동안이나 수학퍼즐을 연재한 것이 너무나 인상 깊어 자신도 꼭 한번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마틴 가드너’라고나 할까.
정수론이 전공인 그는 현재 박사논문에 그의 모든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 혹 한동안 그의 수학퍼즐을 볼 수 없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기자에게 그는 수학퍼즐 3권을 기대하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