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를 골고 이를 갈며, 게다가 심한 잠꼬대까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도 잘 알지 못하는 잠버릇을 갖고 있다.
사소한 잠버릇이라도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지표로 삼을 수 있다는데, 우리의 잠버릇은 과연 어떨까.
누구나 살아가면서 버릇이 생긴다. 버릇은 ‘마음이나 몸에 배어 굳어버린 성질’이라서 스스로 알지 못하는 사이에 반복되는 속성이 있다. 다른 사람이 지적해주기 전까지는 깨닫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잠버릇은 어떨까.
코 고는 소리는 목에서 난다
나 스스로는 자느라 모르고, 한 방에서 자는 가족이 아니라면 남도 나의 자는 모습을 보기 어려우니 더욱 깨닫기가 어려울 것이다. 종종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잠버릇을 희화해 웃기는 장면을 만들기도 하듯, 우리는 잠버릇을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의 잠버릇이 내 건강을 해치거나 질병이 있음을 알려 준다면 한번쯤 눈여겨봐야 하지 않을까.
코 고는 소리는 목에서 난다
누군가 옆에서 코를 골면서 잔다고 상상해보자. 생각만으로도 고통스럽지 않은가. 하지만 예전에는 코를 크게 골면서 자는 것을 곤하게 잘 잔다고 생각하거나, 체격 좋고 털털한 남자의 전유물처럼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다. 일반 성인의 10-30%가 코를 곤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코골이의 원리는 풀피리 소리가 나는 원리와 비슷하다. 풀피리를 불면 구멍을 통해 들어간 바람이 진동을 일으켜 소리가 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코고는 사람은 수면 중에 기도가 좁아지고, 그 좁아진 틈으로 숨이 빨리 빠져나가면서 주변조직을 진동시킨다. 우리는 흔히 코를 고는 소리가 코에서 나는 소리라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도 주변조직의 마찰로 인해 발생하는 소리라는 말이다. 실제로 목 주위에 진동 마이크를 대면 코에서보다 소리가 더 잘 기록된다.
깨어있을 때 코고는 사람을 본 일은 없을 것이다. 왜 잘 때만 코를 골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수면 중에 깨어있을 때보다 기도 주변조직의 근긴장도(근육이 수축상태를 지속하는 정도)가 떨어져 진동이 잘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생리적 현상은 피로할수록, 그리고 젊었을 때보다 나이가 들수록 기도 주변조직들이 늘어지면서 더 잘 나타난다. 여기에 안정제나 술을 먹게 되면 근긴장도가 더 늦춰진다.
뚱뚱한 사람이 코를 더 많이 곤다는 말이 있는데 과연 사실일까. 이론적으로 따져보면 근거가 있는 얘기다. 과체중인 사람은 기도 주변조직도 비대해져 기도가 쉽게 좁아지기 때문이다. 수면 자세도 코골이에 영향을 주는데, 바로 눕는 경우에 혀의 뿌리가 뒤로 늘어져 기도를 좁히거나 막는 경우가 늘어난다. 코를 고는 사람의 자세를 옆으로 눕게 고치면 코골이 소리가 안나는 경우도 이런 이치에 해당한다.
코골이의 직접적인 폐해는 소음이다. 심한 경우 80dB(소음의 측정 단위) 이상의 소음이 발생하는데, 이는 자동차가 다니는 대로변에서 측정되는 소음의 정도다. 실제로 코골이 때문에 난청이 생긴 사람도 있다. 함께 자는 배우자가 고통을 겪는 것은 물론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코골이가 수면무호흡증의 한 증상일 경우다. 수면무호흡증은 말 그대로 자다가 숨을 쉬지 않는 질병이다. 10초 이상 숨쉬지 않는 현상이 수면 시간당 5회 이상이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한다. 코를 골다가 좁아진 기도가 아주 막히게 되면 무호흡 또는 저호흡 상태가 되고, 그동안 우리의 몸에는 산소가 공급되지 않는다.
숨이 멈추면 우리 몸은 비상사태다.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 중에서 분노, 싸움, 긴장과 관련 깊은 교감신경계는 초긴장 상태로 전환된다. 뇌는 깨어나고 온몸의 근긴장도가 높아져 우리 몸은 어떻게 해서든 막힌 기도를 다시 통하게 하려고 몸부림친다. 당사자는 자다가 깨기도 하지만, 대개 무호흡 상태로 깼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다시 숨이 통하면 순조로운 수면 상태로 돌아가다가도 다시 코를 골고, 그러다가 또 막히면 비상 사태, 다시 숨을 쉬면 해제. 하룻밤에 이런 일이 수십번 반복된다면 그 결과는 어떨까.
수면무호흡증세를 나타내는 사람의 70-80%가 코를 심하게 골고, 수면 시간 동안 자주 깨기 때문에 낮 동안에는 피곤하고 졸기 일쑤다. 이런 이유 때문에 밤에는 깊이 못자고 개운치 않다면서 불면증을 호소하고, 낮에는 계속 졸린다며 주간졸림증을 호소한다.
비단 잠에만 문제가 생기는게 아니다. 정상적인 수면이라면 혈압이나 심박수가 10% 정도 감소한다. 하지만 수면무호흡증에서는 수면 중의 정상적인 혈압 감소가 나타나지 않고, 수면무호흡의 빈도에 비례해 고혈압이 발생한다. 시간당 15회 이상의 무호흡(또는 저호흡)이 나타나면 고혈압의 발생 위험은 정상인에 비해 무려 2배다.
수면무호흡증은 이처럼 건강에 위험한 요소가 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게으른 사람으로 푸대접을 받는다. 자주 졸거나 멍한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을 유능하다고 인정하지는 않을 테니까. 실제로 집중력에도 장애가 생기고 그런 자신의 모습 때문에 우울증까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코를 곤다는 것은 무심히 넘길 일이 아니고, 수면무호흡증과 그로 인한 합병증의 우려가 크기 때문에 심한 경우 반드시 검사 받고 치료해야 할 질병의 신호라고 생각해야 한다.
악몽 때문에 잠 설친다
꿈 때문에 잠에서 깨어났던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가끔 겪는 것이 아니라 매번 악몽 때문에 잠을 설치게 된다면, 이것도 무척 괴로운 잠버릇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악몽의 내용은 쫓기거나, 강도를 당하거나, 절벽에서 떨어지는 등 대개 꿈꾸는 사람을 위협하는 것이다. 자신이 또는 자신의 아이가 자다가 깨서 놀라거나 울기까지 한다면 걱정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악몽은 나이가 어릴수록 더 자주 나타나고, 남자아이보다는 여자아이에서 더 자주 보고된다. 반복적인 악몽은 친구의 죽음을 목격한다든가, 큰 화재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았다든지 하는 큰 사고나 충격을 받은 후에 생기기도 하고,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약물의 영향으로 생기기도 한다. 갑작스런 사고는 아니더라도 일상생활 속에서 고생스런 상황, 스트레스 상황이 지속돼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악몽을 꾸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자면서 꿈을 꾸는 것은 정상적인 생리현상이다. 수면 중 꿈을 꾸는 렘수면(Rapid Eye Movement sleep)은 평균 90-1백분 주기로 잠자는 동안 반복된다. 렘수면의 분포를 보면 수면 초반에는 매우 짧게 일어나고, 수면 후반인 새벽녘에는 길게 지속된다. 그래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꿈은 대개 새벽녘에 꾸게 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난 직후에 생각나던 꿈도 시간이 좀 지나면 기억해내지 못한다. 스스로 꿈을 꾸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이것은 꿈 내용을 기억 못하는 것뿐이지, 실제로 렘수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만일 진짜 렘수면이 없다면 병적 상태다.
꿈을 꾸지 않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꿈의 내용을 바꿀 수 있을까. 꿈으로 인한 불면증은 대개 불안을 유발하는 꿈을 꾸기 전에 렘수면에서 깨어나는 일종의 불안 방어일 가능성이 있다. 악몽이 꿈으로 인한 불면증과 직접 연관을 보인다는 증거는 없지만, 반복되는 악몽은 자면서도 경계하고 조심하는 수면 긴장상태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악몽의 원인이 될만한 큰 충격, 지속적인 스트레스나 갈등을 살펴보고 정신치료, 이완요법 등의 인지행동치료를 받아볼 수 있다.
하지만 불면증을 단순한 불안 방어로 지나칠 것이 아니라, 질병과 관련이 있는지 의심할 필요도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기억하려고 애쓰지도 않는데 꿈이 너무 많아서 온전한 수면에 방해가 된다면, 또는 전날 잠을 못 잔 것도 아닌데 매일 꿈이 많고 특히 수면 초반부터 꿈을 꾸게 된다면, 우울증 등의 정서 장애가 있는지, 기면병(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근육이 풀리고, 참을 수 없는 잠에 빠지는 병)과 같은 질병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를 가는 이유 다양해
수면 이갈이는 위아래 이를 딱딱 마주 닫는 것과 턱을 좌우로 움직여 이를 가는 형태가 수면 중에 일어나는 것이다. 이갈이는 성인의 약 20%라고 보고되지만 스스로 모르는 경우를 포함하면 그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갈이는 한 개인에게서도 일정하지 않는 등 빈도의 변이가 심하다.
이갈이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대개 불쾌한 이가는 소리, 입안이 쑤시고 아픈 증상, 두통, 치아가 닳아 생기는 2차적 현상(예를 들어 음식물이나 음료수 등에 대한 치아의 과민성) 등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그렇다면 왜 이를 가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학계의 대답은 크게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이론과 질병의 일종이라는 것. 자연적 생리현상의 연장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증상이 없는 사람에서도 씹는 근육인 저작근의 주기적 근육 활성상태가 기록된다는데 근거를 둔다. 실제로 동물 실험에서 수면에 의해 활동이 영향을 받는 뇌의 외측 시상하부와 편도를 자극해 주기적인 턱운동을 유발한 보고도 있다.
질병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갈이를 유전적인 요인으로 본다. 직계가족 중 20-50%에서 어려서 이갈이가 있었다는 연구 결과와 이란성 쌍둥이보다 일란성 쌍둥이에서 일치율이 더 높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치아의 부정교합(제대로 배열되지 않은 것)이 있다든지 침의 분비속도가 감소하면 이갈이가 증가한다는 등의 구강 내 문제를 원인으로 들기도 한다. 이 외에도 스트레스나 사회적 영향과 관련됐다는 주장도 있어 자연적인 현상이라고만 보기도 어렵다.
분자생물학적으로는 도파민이나 노르아드레날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 이갈이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시사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약물요법이 효과를 보기도 한다.
심한 이갈이 증상이 있을 경우 치아 손상과 두통을 막고 자신과 타인의 수면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행동요법, 이완요법, 약물요법, 구강 내 보조장치 등이 도움이 된다.
주기적인 다리 움직임은 불면증의 원인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자면서 몸을 뒤척이는 잠버릇을 갖고 있다. 하룻밤 동안 수십회의 뒤척임이 있다고 한다. 몸의 자세 변화와 움직임은 우리 몸의 보호를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수면과 달리 혼수 상태의 환자들은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데, 이들은 한 자세로 계속 누워있을 경우 침대나 바닥과 맞닿은 부분의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아 꼬리뼈 부위 등 돌출한 부위가 먼저 썩게 된다.
한 자세로 자다가 불편함을 느끼고 그 불편함의 정도가 심해지면 수면 단계가 얕아지고 잠에서 잠시 또는 길게 깨어나 몸을 뒤척이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각성의 정도에 따라 자신의 뒤척임을 기억하기도 한다. 각성에 따른 움직임이므로 ‘똑바로 자는 것이 좋다’든지, ‘마구 움직이면서 자는 것은 창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의식의 태도에 따라 뒤척임이 좀 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뒤척임에 대해 특정한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자다가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몸의 자세를 바꾸거나 팔다리를 움직이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거리낌없는 어린 아이들은 부모가 보기에 좀 심하게 이리저리 뒹굴며 자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걱정할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잠버릇이 심하다고 걱정이 된다면 먼저 잠자리를 편안히 하고 소음, 온도 등 침실의 환경을 쾌적하게 하도록 노력하는 편이 좋다. 물론 마음이 편해야 하는 것도 필수.
혹시 잠이 들 무렵 팔다리의 말단 쪽에서 짧고 불규칙적으로 근육이 움찔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이런 현상은 굳이 걱정할 필요가 없는 정상적인 뒤척임이다. 그러나 주기적이고 반복적으로 사지(주로 다리의 발가락, 발목, 무릎, 고관절)를 공 차듯이 움직이는 현상이 관찰된다면 ‘주기적사지운동증’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주기는 20-40초 간격인데, 한 개인에서 간격은 대개 일정하다. 주기적사지운동증은 대개 자각하지 못하지만 문제가 되는 이유는 정상적인 수면의 흐름을 방해해 불면증을 일으키고 낮에는 졸음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병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져 50세 이상에서 29%, 65세 이상 노인 중에서는 44%가 주기적사지운동증에 해당된다고 하니 결코 쉽게 지나칠 질병이 아니다. 더구나 수면무호흡증과 함께 흔히 발병하고 당뇨병, 빈혈, 영양소 결핍 등과의 연관성이 꾸준이 제기되고 있다. 원인은 확실히 모르지만 도파민계의 이상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으며, 약물치료가 효과적이다.
잠자면서 말하고 행동하고?
사람들은 조용히 누워서 자는 것만이 정상적인 수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말하기, 행동하기 등의 사건이 수면 중에 발생하면 무척 놀라기 마련이다.
먼저 잠을 자면서 말을 하는 잠꼬대부터 살펴보자. 학계에는 여자가 남자보다 잠꼬대를 많이 한다는 보고가 있다. 하지만 잠꼬대는 어느 연령에서나, 수면의 어느 단계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증상이다. 잠꼬대는 일반적으로 얕은 수면이라 일컫는 1·2 단계의 수면에서 흔하지만, 렘수면에서 꿈의 내용과 연관돼 나타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말을 걸면 대답을 하는 경우도 있어 신기하게 생각된다. 잠꼬대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다른 수면 장애와 연관이 없는 한 건강과 관련된 의미는 없다.
마치 잠버릇처럼 매번 지속되는 야경증과 몽유병은 어떨까. 자다가 깨어 매우 심하게 놀라거나 우는 경우를 야경증이라고 하는데, 이는 주로 새벽에 나타나는 악몽과 달리 나중에 기억을 못하고 쉽게 달래지지도 않는다. 수면 초반부에 깊은 수면 단계인 3·4 단계 수면에서 발생하며 대개 수분간 지속한다.
자면서 걸어다니는 몽유병은 야경증과 마찬가지로 3·4 단계 수면에서 생기는데 50%는 집밖으로 나가기도 한다. 나중에 기억하지 못하고 완전히 깨지 않은 상태에서 행동을 취하기 때문에 자신이나 타인이 다칠 염려가 크다. 어린이에게 많이 발생하고 발달과정 중에 정상적인 각성 메커니즘의 장애가 생겨 일어나는 현상으로 생각된다. 나이가 들면서 대개는 없어지지만 부상의 위험이 있으니 침실내 보호장치를 강화하고 심하면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어른의 경우에는 정신치료를 받기도 한다.
한편 꿈을 꾸면서 그것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렘수면 행동장애’라고 한다. 원래 렘수면에서는 호흡근을 제외한 모든 근육의 긴장도가 없어지기 때문에 꿈 내용대로 움직일 수 없다. 축구하는 꿈을 꾼답시고 옆 사람을 발로 차거나, 강도 꿈을 꾸면서 도망가다가 벽에 부딪히는 일이 일어난다면 매우 위험천만하다. 렘수면 행동장애는 정상적인 렘수면의 생리적 현상이 교란돼 근긴장도가 억제되지 않고, 중추신경계의 렘수면을 발생시키는 부위에 이상이 생길 때 나타난다고 알려졌다. 야경증과 몽유병이 어린아이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비해 60대-70대 남자 노인에게 많이 나타난다. 부상 방지를 위한 노력이 요구되고 약물치료가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