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7일 서울행정법원은 새만금간척사업에 대해 조정권고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는 여기에 이의를 제기했고, 지난 2월 4일 재판부는 다시 한번 새만금간척사업을 취소하거나 변경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얼마 전 정부가 또다시 항소해 새만금간척사업은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지리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미래를 바라보는 법원의 시각에 안도하면서도 항소하겠다는 정부의 태도에 다시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동안 환경단체나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여러 환경문제를 접근하면서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감정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일부 국민들은 이런 접근에 우려를 표하고 정부의 강력한 추진을 지지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새만금 문제는 그 어느 환경문제보다 과학적인 자료가 가장 많이 제시됐다. 이것이 새만금간척사업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모든 사람들이 처음부터 새만금간척사업을 다시 시작한다고 하면 절대로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하는 이유다. 물론 지금도 1조7000억원을 투입해 91%의 공정을 마친 새만금간척사업을 어떻게 중단할 수 있는가 하고 일부 정부기관과 언론은 주장한다. 하지만 이대로 새만금간척 사업을 진행할 경우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경제성 높은 하구갯벌
일반적으로 논과 같은 농경지를 확보하기 위한 간척사업은 모두 만을 이뤄 갯벌이 대부분 펄로 구성된 곳에 행해진다. 대불, 시화, 화옹, 서산 간척지 등이 그런 곳들이다. 이 간척지들이 있는 만은 커다란 강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하구라 부르지 않는다. 그러나 새만금은 다르다. 새만금은 만경강과 동진강 두 개의 강이 흘러와 모이는 하구다. 따라서 새만금 갯벌은 하구갯벌이다.
갯벌의 가치를 말할 때 우리는 주로 해양생물의 산란지와 보육지의 기능, 종 다양성, 정화기능, 지구온난화에 대비한 해안선 보호기능과 심미적 기능을 얘기한다. 새만금은 단순한 갯벌이 아니라 하구갯벌이고 새만금 전 해역이 하구환경에 해당되기 때문에 새만금 해역은 서남해에 분포하는 다른 갯벌과 해역에 비해 종 다양성과 1차 생산성이 약 3~7배 정도 높다.
1997년 과학권위지 ‘네이처’는 하구의 가치가 일반 경작지의 250배에 이르며, 갯벌의 염습지나 열대의 소택지와 같은 연안습지에 비해서 2.3배나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논문을 실었다. 이런 순수한 자연환경의 가치로 평가해 볼 때 새만금 해역이 주변 자연생태계에 베풀어주는 가치는 연간 약 1조1000억원에 이른다. 농림부는 새만금사업이 표류해 발생하는 손실이 연간 860억원에 이른다고 발표했지만(동아일보 2005년 2월 4일자), 네이처의 결과와 비교해 보면 오히려 공사가 중지돼 있는 상태가 공사를 강행할 때보다 약 13배 이상 경제적 가치가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구갯벌을 막는 새만금 방조제는 남쪽에서도 북쪽에서도 바다 쪽으로 멀리 뻗어나가는 형세를 하고 있어 만을 막는 전형적인 간척사업이 아니고 외해 쪽 섬을 이어 대규모 하구둑을 막아 부차적으로 고립된 땅을 얻는 ‘이상한’ 간척사업이다. 지금 세계 어디에서도 자연환경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하구를 막기 위해 하구둑을 건설하는 나라는 없다.
하구둑으로 연안어업 황폐화
하구둑은 요즘 한반도 연안어장이 거의 황폐화되다시피 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민들의 불법어업 때문에 연안어장이 황폐해졌다고 생각한다. 치어까지 몽땅 잡아버리는 불법어업은 분명 연안어업을 파멸시킨 요인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서해와 남해의 모든 강과 큰 하천에 건설한 하구둑은 연안어업을 파멸시킨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다.
하구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바로 하구를 통한 영양염의 배출이다. 영양염은 육지에서는 오염물이지만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연안어장을 살찌우는 먹이가 된다. 또 육지에서 공급되는 토사가 하구를 통해 연안에 공급되면 갯벌, 해빈, 사구, 사퇴가 형성돼 연안환경이 유지된다.
따라서 하구둑은 바다 생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새만금의 경우에는 자연환경 중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하구환경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으로 새만금간척사업이 계속 진행된다면 이제 서해안에 남아 있는 유일한 자연하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된다.
평균해수면보다 낮아질 논
새만금 해역은 가로, 세로 길이가 각각 약 30km에 이른다. 이것은 동서남북 어디로 가든 빠른 어선을 타고 건넌다고 해도 2시간이 넘게 걸리는 아주 넓은 바다다. 헬리콥터를 타고 봐도 새만금 전체 해역은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넓다.
일반적으로 서해 갯벌의 경사도는 1/1000 미만이다. 갯벌을 따라 1km 가량 걸어 들어가면 수심이 1m 정도 깊어진다는 뜻이다. 새만금 갯벌의 경우 육지로부터 거리가 약 30km이므로 대략적인 계산으로도 바다 쪽 방조제 근처는 20~30m 깊이에 이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경사가 매우 완만해 우리 눈에는 평평한 갯벌로 보이지만 어떤 곳은 10m 이상 깊은 곳에 위치하는 갯벌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간조시에 항상 모두 노출되는 새만금의 갯벌 중에서 만조시에는 수심이 7m가 넘는 곳도 있다. 새만금 해역의 평균대조차가 약 6.8m(±3.4m 평균해수면 기준)이므로 만조시에 갯벌의 절반 정도가 수심이 4m보다 깊다.
이런 갯벌의 수심은 새만금간척사업에 매우 큰 문제가 된다(해안가는 일반적으로 평균해수면보다 약 2m 높다). 새만금 방조제 건설 후 갯벌에서 내부개답공사를 마친 뒤 농지의 평균고도는 -1.5m로 농지가 평균 해수면보다 1.5m 아래에 위치하게 된다. 어떤 농지는 평균해수면보다 3m 낮은 곳에 있다. 이는 앞으로 만들어질 새만금 농지가 만조시에는 평균해수면보다 4.9~ 6.4m 낮은 곳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여름철 홍수 피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새만금의 방조제 수문은 간조시에만 대략 3~4시간(1일 6~8시간) 동안 물을 방출할 수 있으므로 만약 예상보다 많은 양의 비가 왔을 경우 만조시에는 전혀 손을 쓸 수 없고 물이 빠질 때까지 며칠 동안 기다려야 한다. 무엇보다 최근 몇 년간 계속되는 기상이변으로 이 지역에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빈번했기 때문에 더욱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침수와 해안침식 피해 우려
서해 갯벌은 겨울철에는 직접적인 파도의 공격에 노출돼 파도가 세다가 여름철에는 파도의 영향이 약해지고 조류의 영향이 우세해지는 계절변화가 심한 갯벌이다. 또 퇴적물 공급량이 적기 때문에 서해 갯벌은 해수면 상승에 매우 민감하고 취약하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한 전지구의 해수면 상승은 그 속도가 급격히 빨라져 연간 3mm 정도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100년 후에는 서해에서 해수면이 약 30cm 상승하게 된다. 서해 갯벌의 경사도가 1/1000 미만이므로 갯벌 또는 해안선이 평균 약 300m 이상 후퇴 또는 감소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그러나 서해의 해수면 상승 추이를 살펴보면 과거 어느 시점에서는 연간 45~80mm까지 급격히 상승한 적도 있었다. 따라서 극단적인 경우에는 100년 후 해수면이 수m 상승해 현재 해안선으로부터 약 4~8km 이내의 해안이 침수되고 엄청난 해안침식의 가능성도 있다.
퇴적물 공급량이 많은 다른 나라의 갯벌에서는 지구온난화에 의해 해수면이 상승하면 갯벌이 함께 성장해 자연 방조제 역할을 하면서 이를 상쇄한다. 일례로 얼마 전 지진해일 쓰나미가 동남아시아를 덮쳤을 때 유독 방글라데시가 피해를 입지 않은 것은 얕고 넓은 대륙붕과 같은 갯벌이 해안에 넓게 펼쳐져 있어 파도가 이 구간을 지나는 동안 그 위력이 약해졌기 때문이었다.
새만금간척사업이 이대로 진행된다면 새만금 갯벌이 얕고 넓게 펼쳐져 있는 방글라데시와 같은 연안에서 경사도가 높은 방조제로 둘러싸여 있는 인도네시아와 같은 연안으로 바뀐다는 점에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갯벌이라는 자연방조제를 버리고 높게 쌓은 인위적인 방조제로 인해 해안 침수와 침식 피해가 커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금 갯벌 선진국들은 모든 간척사업을 중단하고 갯벌의 자연기능을 회복시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공정 30%에 그쳐
새만금간척사업으로 새만금 갯벌이 사라진다면 다시 생길 수 있을까? 하구갯벌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갯벌의 하나로 새만금 하구갯벌은 1970년대 이전에는 연간 0.9km2 정도의 속도로 성장을 해 왔지만 육지에서 댐을 쌓아 강의 수량을 통제하고 퇴적물 공급을 차단한 1970년대 이후에는 연간 성장속도가 1/10로 급격히 줄었다.
이런 속도로 볼 때 방조제로 만경강과 동진강에서 공급되는 토사를 차단하지 않는 현재의 상태를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새만금에서 사라질 208km2의 갯벌이 다시 생기기 위해서는 약 2300년이 걸린다. 서해의 갯벌은 최소 5000~6000년 동안 연평균 약 0.5~ 1mm 정도로 퇴적된 결과물인 것이다. 지금 갯벌에 나가 손을 넣어 20cm 밑의 갯벌을 만져보자. 그것은 적어도 200년 전에 퇴적된 갯벌이다. 새만금 갯벌은 감히 돈으로 따지기 어려운 세월의 가치를 갖고 있다.
현재 새만금간척사업은 91%의 공정을 마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완성을 눈앞에 둔 공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새만금간척사업은 농지를 얻기 위한 사업이므로 현재 진행 중인 방조제 공사는 단지 농지 확보를 위한 첫 단계 공사에 지나지 않는다. 아직 논 조성을 위한 내부개답공사는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91%의 공정을 마쳤다고 할 수 있겠는가?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내부사업을 위해서는 아직도 4조원 정도의 예산이 더 들어가야 한다. 이런 계산으로는 새만금간척사업이 현재 약 30% 정도밖에 공사가 진전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개답공사를 마친 후 농사를 짓는다고 하더라도 해수담수화와 토양의 염분제거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최소한 8년 이상 더 기다려야 한다.
결국 새만금간척사업으로 얻은 논에서 제대로 농사를 지으려면 2020년이나 돼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새만금에 형성될 논은 다른 간척지의 논과 달리 바다 밑 논이기 때문에 이 땅의 용도를 변경해 산업단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최소 7~8m 가량을 객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서울의 남산만한 산을 200개는 부숴 넣어야 하고 여기에도 28조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
새로운 가치 창출 위해 계획 변경해야
새만금 방조제가 이제 약 2.7km의 개방구간만을 남겨 놓은 상태에서 과연 어떤 새롭고도 미래지향적인 대안이 있을까.
자연은 완전히 죽이지만 않는다면 무서운 복원력을 갖고 있다. 시화방조제의 교훈을 적극적으로 수용해보자. 사화방조제에서 다 죽어가던 시화호가 해수를 유통시키자 성층화가 일어나는 상류쪽을 제외하고 2~3년 만에 전체의 약 1/3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아직도 새만금에는 이전 해수유통량의 95%가 유입되고 있으므로 새만금 갯벌의 회복 가능성은 확실하고 분명하다. 지난 2월 1일 한국습지학회에서는 4호 방조제가 해류를 차단해 심각한 변화를 겪고 있는 지금도 새만금 갯벌에 서식하는 저서생물의 종과 양은 잘 보존돼 있는 강화도 갯벌과 유사하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아직까지 새만금 갯벌이 건재하다는 것이다.
시화호처럼 방조제를 완성하고 갑문을 개방해 해수를 유통한다면 내부 갯벌 중 70%를 살릴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현재 95%의 해수가 유통되는 새만금 갯벌은 면적과 기능이 거의 살아 있지만 방조제를 막은 후 24시간 내내 신시갑문만을 열어 놓는다 하더라도 최소한 갯벌의 78%가 없어지거나 기능이 손실되며, 신시갑문과 가력갑문 모두를 열어놓는다면 최소한 갯벌의 59%가 사라진다. 어느 경우라도 시화호처럼 상류부분에서 대규모 성층화가 발생해 바닥에 서식하는 생물이 폐사하고 저층의 물은 모두 썩은 물로 변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일단 새만금 방조제의 연장 공사를 중단하고 보강공사를 진행하면서 모두가 노력해 서로 대안을 제시, 수정, 보완해 합의점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정말로 이제 남은 시간이 별로 많지 않다. 새만금 내부를 면밀히 조사해 생태 가치가 높은 곳은 살리고 경제성이 많이 떨어진 곳은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방법을 찾아나가야 할 때라는 판단이다.
우리는 새만금 하구에 폭 300m, 길이 33km에 달하는 새만금 방조제라는 육지와 연결된 엄청난 ‘섬’을 갖고 있다. 면적만 300만평이 넘는다. 여기에 고군산군도와 주변 해안까지 포함시키면 어마어마한 공원마을과 해양공원도시를 건설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현재 연결되지 않은 신시개방구간 1.1km와 가력개방구간 1.6km에 두 개의 다리를 건설하는 안도 있다. 바다 밑 암반까지 너무 깊어서 다리를 건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명지대 건축학과 김석철 교수는 새만금 해역 하부에는 강한 암반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갯벌을 보존한 채 충분히 다리를 건설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넓은 갯벌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모든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보호하고 있는 독일을 보자. 독일은 완만한 방조제와 철마다 다른 색의 꽃을 피우는 염습지, 그리고 아름다운 갯벌형 항구를 조성해 우리와 사뭇 다른 해안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또 갯벌공원에서 벌어들이는 관광수입도 3조원이 넘는다. 자연환경의 기능을 파악해 활용하는 윈-윈 전략의 대표적인 예다.
이제 갯벌공원, 산림공원, 바다공원이 함께 어우러진 새만금 갯벌을 복합미래공원으로 개발해 독일의 국립공원보다 더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