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 비렘(non-REM) 렘(REM) 상태의 뇌파는 각기 다른 독특한 형태를 보여준다.
수면은 주위환경에 대한 지각으로부터 벗어나 무반응한 상태를 의미한다. 잠을 자는 동안 뇌는 활동을 안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매우 복잡한 생리적 행동적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수면은 삶에 있어서 기본적인 요소이며 인간이 생존하는데 있어 꼭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수면은 기본적으로 24시간의 리듬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24시간 주기의 신경조절은 뇌하수체의 앞쪽에 위치한 특정 부분에서 관장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만일 이 부분에 병소가 있는 경우는 수면-각성주기의 장애가 생기게 된다.
수면-각성주기의 변화
인간의 수면-각성주기는 나이를 먹어갈수록 감소한다. 신생아는 하루에 16~20시간 자고 어린이는 10~12시간 잔다. 10세가 되면 9~10시간, 청년기에는 7~7.5시간, 장년기에는 평균 6.5시간 잔다. 그러나 개인에 따라 수면시간과 수면의 깊이는 다소 차이가 있다.
최근에는 뇌파를 포함한 뇌의 생리현상을 생생하게 기록함으로써 수면생리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수면은 몇가지 단계로 구별되고 각 단계는 특징적 뇌파소견을 보여주게 된다. 편안한 상태에서 깨어있을 때는 뇌파상에 1초당 9~10회의 주기를 갖는 방추형의 알파파가 나타난다. 잠에 들기 시작하면 근육이 이완되고 눈꺼풀이 처지며 뇌파상의 알파파는 소실되고 만다. 동시에 진폭이 작은 여러가지 주파수의 파가 나타난다. 또 안구가 천천히 좌우로 움직이게 된다. 이때를 1단계수면이라 한다.
이어서 2단계 수면에 이르면 뇌파상에 진폭이 낮은 파형과 함께 짧고 진폭이 큰 전위가 0.5~2초간 지속되는 12~15Hz의 방추모양의 파가 자주 나타난다.
이어서 3단계 또는 4단계의 깊은 수면에 들어갈수록 진폭이 크고 느린 주파수 1,2Hz의 델타파가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한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빠른 눈동자운동을 보이고 근육의 긴장도가 감소하게 된다. 뇌파상에는 진폭이 작은 다양한 주파수의 파가 나타난다. 이 단계를 빠른 안구운동이 일어나는 수면단계라 하여 렘수면단계(REM, rapid eye movement)라 한다.
이에 비하여 렘수면 이전의 수면단계(1단계~4단계)에서는 빠른 안구운동이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수면을 비렘 또는 N렘(NREM, non rapid eye movement)으로 구분짓는다.
정상인의 경우 잠이 들기 시작하면 1 2 3 4단계의 비렘수면이 순서대로 진행된 후 잠들기 시작한 지 70~1백분쯤 지나면 첫번째 렘수면이 나타난다. 이어서 다시 비렘수면으로 이행된다. 이와같은 비렘-렘 주기의 변화가 하룻밤 사이에 같은 간격으로 4~6회 반복된다.
수면주기는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데 신생아 시기에는 렘수면이 전체수면의 50%를 차지하고 60분마다 렘수면이 나타난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렘수면이 점하는 시간이 짧아져서 성인에서는 전체 수면의 20%를 차지할 뿐이다. 대개 1단계 수면이 3~5%, 2단계가 50~60%, 3단계와 4단계가 10~ 20%를 차지한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3, 4 단계가 차지하는비율이 감소하여 70세 이상에서는 4단계가 거의 없다.
꿈과 뇌파
수면의 각 단계는 뇌파, 안구운동, 근육의 긴장도(근전도) 등을 살핌으로써 쉽게 구별 할 수 있다. 이런 원리를 활용, 임상적으로 수면의 각 단계와 그 이상여부를 검사하는 방법을 수면다원검사(polysomnography)라 한다. 수면다원검사는 야간자연수면 동안에 뇌파 안구전위 턱근전도 복부호흡운동 흉부호흡운동 혈액산소분압을 동시에 측정하는 것이다. 각성 비렘수면 및 렘수면시 나타나는 뇌파상의 차이는 이렇다. 비렘 수면동안에는 대뇌피질신경세포들이 동시에 폭발하고, 각성상태에서는 서로 다른 시간에 폭발한다. 렘수면시에는 각 단위의 활동은 매우 크지만 전체적으로 동시에 폭발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꿈은 렘수면동안 꾸게 된다. 만일 이때 깨게 되면 꿈을 기억할 수 있다. 렘수면 때는 쉽게 깨는데 비해 3, 4단계의 비렘수면시는 깨기가 어렵다. 근육의 긴장은 렘수면때 가장 감소하며 몸의 움직임은 램에서 비렘수면으로 이행될 때 가장 심하다. 수면중에는 체온이 떨어지는데 주로 비렘수면 중에 체온저하가 일어난다. 이때는 맥박과 호흡도 느려지고 더욱 규칙적이 된다. 근육의 산소소모량은 비렘수면시 현저히 감소하고 렘수면 때는 증가한다. 수분조절 호르몬분비의 변화로 인한 소변의 생성도 비렘수면중에는 감소한다.
렘수면시는 자율신경기능이 항진된다. 호흡은 더 규칙적이 되고 맥박 뇌혈류 대사량이 증가한다. 비렘수면과 렘수면을 조절하는 물질은 뇌간에서 나온다. 특히 뇌교의 망상체에서 유리되는 신경전달물질들 (아세틸콜린 세로토닌 노에피네프린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면주기의 동요(진동)는 흥분성 신경전달 물질과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의 상호작용에 의하여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된다. 예컨대 각성시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아미너직(aminergic)신경세포의 활동이 대단히 활발하고, 흥분성신경전달물질인 콜리너직(cholinergic)신경세포의 활동은 미미하다. 비렘수면시는 이와 반대다. 또 렘 수면시는 이러한 역조현상이 더욱 완전하게 일어난다. 불면증 때는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아미너직세포의 활동이 과도하고 콜리너직세포 활동이 저하되어 있으므로 불면증 환자에게는 아미너직길항제를 투여한다. 반대로 낮에 많이 졸려 하는 과면증 환자에게는 아미너직촉진제를 투여한다.
수면장애는 정상적인 수면에 장애가 생기는 것으로 모든 증상중 가장 흔한 것중의 하나이다. 수면장애는 크게 네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수면을 시작하고 유지하는데 장애를 보이는 것이다. 이런 증상은 정서장애나 심리적 장애,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에게서 흔히 발견된다. 약물복용 음주 수면무호흡증 야간근간대증후군 등에서도 나타난다.
둘째는 주간에 과다하게 졸리운 것으로 일시적 심리적 갈등, 정신질환, 약물이나 알코올, 수면 무호흡증, 야간근간대증후군, 발작성수면증 등이 그 원인이다. 셋째는 24시간 수면-각성주기의 장애로 해외여행시 (시차로 인해) 또는 야간근무시 나타날 수 있다. 넷째는 수면주기의 장애나 수면도중 부분적 각성이 나타니는 것으로 악몽 몽유병 등이 이에 속한다. 그러면 이중에서 가장 흔한 수면장애질환 몇가지를 살펴보자.
수면제를 복용하면…
불면증은 정상적으로 잠을 자야 할 때 잠을 못자는 증상이다. 불면증에는 잠이 들기 곤란하거나 잠을 유지하기 곤란하거나 너무 일찍 깨거나 또는 이러한 것이 혼합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불면증에는 뚜렷한 원인이 없이 나타나는 불면증과 약물복용, 신체질환, 지나친 피로나 심리적 불안, 우울, 걱정 등으로 인한 2차적 불면증이 있다. 또 야간근간대증후군과 같이 수면도중 주기적이고 지속적인 다리의 움직임으로 불면증이 올 수도 있다. 심리적 원인의 경우 학업이나 사업 일에 대한 걱정, 잠자기 전에 한 심한 정신노동, 잠자리가 바뀐 경우 등이 있는데 이때는 잠 못 이루거나 늦잠을 자는 경향이 있다.
불안이나 공포로 인해 잠들기 힘들어 하고 수면을 유지못할 수도 있다. 술이나 어떤 종류의 수면제를 장기복용한 경우는 렘수면과 3, 4단계의 수면이 현저히 감소한다. 이 때 수면제를 갑자기 끊으면 렘수면이 현저히 증가하며 꿈을 많이 꾸고 잠들기 힘들고 자주 깨게 된다. 이런 경우 수면제를 복용하면 잠을 청하기는 수월하나 한밤중이 되면 약물의 농도가 떨어져 오히려 잠이 더 잘깨고 수면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불면증때 수면검사를 하면 환자는 장시간 수면을 지속하지 못하고 자주 깨며 정상인과 달리 동시에 여러 수면단계의 특성이 혼합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수면제를 복용한 경우는 지속적인 20~24Hz의 베타파가 잘 나타난다. 야간근간대증후군 때는 수면다원 검사상 20~40초마다 간헐적으로 한쪽 또는 양쪽 다리에서 1, 2초 동안 지속되는 수축이 관찰된다.
불면증의 치료시 수면제 사용의 원칙은 가능한 한 단기간 동안 보조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가장 유의할 점은 수면제의 복용이 습관성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성 불면증이 있는 사람은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낮에 적절한 운동을 하며 잠자리에 들기 전에 정신적 육체적 노동을 피하고 과식하지 말며 불필요한 약을 먹지 말아야 한다.
한편 야경증은 밤에 자다가 뭔가에 놀라 갑자기 깨는 수면이상을 가리킨다. 잠에서 깨면 울거나 신음소리를 내고 맥박이 빨리 뛰며 빠른 심호흡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개 이런 증상은 1, 2분 지속하고 끝나며 다음날 아침에는 기억을 못하거나 기분나쁜 꿈을 꾼 것으로 생각한다. 성인보다는 어린이에 많고 대개가 잠들고 난 직후의 3, 4단계의 수면동안에 잘 나타난다. 이때 뇌파검사상에는 각성시 뇌파가 나타난다. 경증이나 몽유병이 있는 어린이가 정신병으로 진행되지는 않으며 병적인 현상은 아니다.
악몽은 야경증보다 훨씬 자주 경험하게 되는데 이것은 어린이나 어른에서 다 나타난다. 보통 꿈과 마찬가지로 악몽도 정상적인 렘수면시 나타나는데 렘수면을 억제하는 술이나 수면제를 장기복용한 뒤 끊었을 때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몽유병은 성인보다는 어린이에게 잘 나타난다. 종종 야뇨증이나 야경증과 잘 동반된다. 자다가 일어나 침대 가장자리에 앉거나 또는 걸어다니는 증상을 보이는데 이때 눈을 뜨고 장애를 피하면서 걷는다. 특별히 놀라거나 감정변화를 나타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때로는 장애물을 피하지 못해 다칠 수 있으므로 주위에서 보살펴주어야 한다. 또한 몽유상태에서는 어떤 자극을 가해도 반응이 없고 대개는 다음날 아침에 기억을 못한다. 몽유상태는 3, 4단계의 비렘수면 동안에 나타나며 수면양상의 특별한 이상은 없다.
발작성 수면증도 종종 나타난다. 이 병은 낮에 얘기하거나 식사하거나 서있는 등 잠자기에 부적당한 상황에서 잠을 억제하지 못하고 나가 떨어지며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지고 마비되는 증상이 특징이다. 때로는 웃거나 화내다가 갑자기 잠이 오고 힘이 빠지며 잠들기 직전에 꿈과 같은 환각이 나타나기도 한다. 수면시간은 대개 15분을 넘지 않고 하루에 2~6회 가량 나타난다. 주로 사춘기와 청년기에 발병하며 일단 발병하면 그후 거의 일생동안 지속된다.
이 병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모르나 대개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 더 잘 발생한다. 진단은 수면검사상 잠이 든 후 15분 이내에 렘수면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가능하다. 낮잠을 자는 동안 잠들자마자 렘수면이 일어나고 야간수면 때도 80% 이상에서 잠들자마자 곧 렘이 나타난다. 발작성 수면증환자는 대부분 야간수면도 정상적이 아니다. 야간수면시 잠을 깨는 경우가 흔하며 1단계 수면이 증가되고 3, 4단계 수면이 감소되며 신체의 움직임이 정상보다 더 많다. 치료제로는 중추신경흥분제 등의 약물이 사용된다.
자신의 수면형태 기억 못해
코고는 것과 관련된 과면증-수면무호흡증(hypersomnia-sleep apnea syndrome, HSA)도 드물지 않은 병이다. 이것은 수면 중 10초 이상 지속되는 빈번한 호흡정지가 특징이다. 수면검사실을 찾는 환자의 30% 정도를 차지하며 흔히 고혈압 부정맥 폐고혈압 심근비대 뇌경색 심근경색과 동반된다. 이 환자들은 모두 수면시 코를 심하게 곤다. 중년 남자에 많고 비만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낮에 잘 졸고 밤잠을 설치며 코를 많이 고는 비만한 중년남자의 경우는 이 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수면장애를 보이는 사람중에는 잘 때 경련 발작증세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환자가 자신의 발작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정확히 증상을 알기 어려우므로 잠자는 동안 환자의 행동을 지속적으로 비디오테이프에 기록하여 진단을 하고 있다. 일단 진단이 되면 항경련제로 경련을 억제하고 원인규명을 위한 검사를 시행하여 원인치료까지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