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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의 기록을 원본으로 보다

“인간의 조상이 하등생물이라는 본 연구의 주된 결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아주 불쾌하게 여길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미개인의 후손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찰스 다윈의 ‘인간의 기원’ 중 한 문장이다. 다윈을 비롯해 알버트 아인슈타인, 갈릴레오 갈릴레이, 장 앙리 파브르, 지그문트 프로이드, 칼 세이건 등 인류사를 수놓은 과학 천재들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쓴 글을 직접 읽어본 사람도 거의 없을 것이다.

르네상스 이후 현대에 이르는 500여년의 지식 역사를 대표하는 천재 과학자들의 기록을 담은 책 ‘지식의 원전’이 나왔다. 인체 내부 구조에 대해 몹시 궁금해 하던 다빈치의 기록부터 핵 실험을 지켜보며 극도의 희열감을 고백한 파인만의 기록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이 책에 소개된 102개의 이야기들은 세상의 지식을 처음 발견한 자들의 고백서다. 그 원리를 궁금해 하던 처음 상황부터 시행착오 과정, 그때 느낀 생각, 마침내 발견의 순간을 이룬 희열에 이르기까지 담담히 풀어간다. 책에 담긴 지식은 과학이 중심이지만 인류의 미래, 휴머니즘 세계관, 생명에 대한 단상 등 과학자들의 지성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과학의 천재들이 동시에 얼마나 ‘글의 천재’였는지도 알 수 있다. 종의 기원은 물론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등 이 책에 소개된 과학책은 당대를 뒤흔든 베스트셀러였다.

인체를 해부하기 즐겨했던 다 빈치는 남자의 성기를 묘사하며 “이 녀석은 주인의 허락도 없이 활동하려 드나”라고 너스레를 떤다. 라듐을 발견하기 위해 유해가스를 마시며 몇 날 며칠 중노동을 했다는 퀴리 부인, 상대성이론을 지나가는 기차에 비유하며 인자하게 설명하는 아인슈타인의 기록은 인간의 냄새를 느끼게 한다.

또 하나 눈여겨 볼 부분은 과학저술가로 유명한 천재들의 기록이다. 버드나무에서 씨앗이 흩날리는 모습을 ‘지금 DNA의 비가 내리고 있다’고 표현하는 리처드 도킨스, 소금 알갱이 하나로 우주 삼라만상의 이치를 정리해 보는 칼 세이건의 기록은 과학을 넘어 문학작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총기 사고로 위에 구멍이 난 한 병사의 위장을 뚜껑처럼 열고 닫으며 음식이 얼마나 소화됐는지 관찰해 소화기능을 연구한 ‘위장에 뚜껑 달린 사나이’ 등 흥미로운 이야기도 많다. 존 스타인벡이 쓴 해삼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마크 트웨인, 조지 오웰, 이탈로 칼비노 같은 소설가의 글도 실려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몸담고 있는 이광렬 박사가 7년 전 영국 케임브리지대 서점에서 처음 발견한 뒤 동료 과학자들과 3년 동안 함께 번역했다.

존 캐리 | 옥스퍼드대 영어영문학 교수. 비평가, 출판평론가, 방송인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시인 존 던, 에밀리 디킨슨, 소설가 윌리엄 새커리에 관한 연구서를 포함해 많은 저서가 있고 최근의 저술로는 ‘지식인과 대중’이 있다. ‘지식의 원전’외에 또 다른 편저서로는 영국 페이버사에서 출간한 ‘보고문학 모음집’이 있다.
 

지식의 원전^존 캐리 편저 / 이광렬 외 옮김(바다, 822쪽, 2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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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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