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이달의 책] 만화로 배우는 멸종과 진화

    누군가의 이름만으로 그가 뭘 했는지 호기심이 생길 때가 있다. 아이돌 팬이라면 그가 나온다는 유튜브 예고에 들뜰 수도 있고, 즐겨 보는 웹소설이 있다면 그 작가가 작품을 업로드하는 요일이 한 주의 큰 즐거움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과학동아 애독자라면 갈로아(김도윤) 작가의 이름을 보자마자 궁금할 것이다. 그가 또 이번엔 어떤 과학웹툰을 그렸을까 하고.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 ‘만화로 배우는 공룡의 생태’에 이어 갈로아 진화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번 책의 제목은 무려 ‘만화로 배우는 멸종과 진화’다. 이 책의 제목부터 인상적인 이유가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이 3부작이 곤충에서 공룡을 거쳐 ‘멸종과 진화’로 이어진 점이다. 이 구성만으로도 진화의 원리와 의의를 가장 갈로아답게 보여준다. 과학을 재밌고 정확하게 전하는 이 작가의 개성이 분명해서다. ‘K-파브르’라고 불릴 정도로 곤충 덕후이고 서울대 대학원 생명과학과에서 메뚜기의 계통 진화를 연구 중인 갈로아의 ‘본진’, 곤충에서 시작해 이 세상에서 팬이 가장 많은 생명체일 공룡을 거치며 진화의 경이와 매력은 독자들에게 잘 스며들었다. 이젠 진화가 어떻게 모든 생명체, 더 나아가 생태계 자체의 근본 원리인지 보여줄 차례다. 바로 이 3부작의 흐름이 과학웹툰의 탁월한 진화이자 빌드업이다.

     

    이 책의 제목이 인상적인 두 번째 이유는 ‘만화로 배우는 멸종과 진화’라는 점이다. 물론 진화의 반대말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퇴화인 듯 보인다. 하지만 퇴화된 종은 결국 멸종한다. 게다가 성공적으로 진화해온 생물종일지라도 계속 그렇게 적응, 번성하리라 단정할 수도 없다.

     

    멸종의 이유는 너무 많다. 환경 자체가 전보다 훨씬 급격하게 변할 수도, 천적이나 포식자가 나타날 수도 있다. 공룡이나 도도새처럼 말이다. ‘퇴화’가 아닌 ‘멸종’과 진화라는 제목에서도 진화에 대한 갈로아 작가의 폭넓은 시야를 엿볼 수 있다.

     

    우리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에 멸종과 진화의 시간은 너무 길다. 그래서 진화의 역동성이나 우연성을 느끼기 어렵다. 그렇기에 독자들에게 친숙한 캐릭터와 맥락, 표현, 다채로운 밈을 진화의 장면들 속에 자유자재로 풀어놓은 갈로아 작가의 매력이 이번 책에서 더욱 빛난다.

     

     

    밤하늘에 깔린 별들을 이리저리 이어서 별자리를 그릴 생각을 한 고대 사람들의 상상력에 감탄하곤 한다. 서양에서 그리스로마 신화를 바탕으로 별자리를 그렸다면, 동양의 별자리는 청룡백호주작현무의 사신이 핵심이었다. 그렇게 수천 년 전부터 밤하늘은, 인류가 크고 강한 상상의 존재를 떠올릴 정도로 경이로운 무대였다. 천문학은 그런 거대한 호기심에서 탄생한 덕분에 예술과 특히 관계가 깊은 과학이다.

     

    인류는 행성, 성운, 은하, 은하단 또는 거대한 우주의 총체와 같은 극단적으로 거대하며 복잡한 존재들을 두 손 안에 담길 작은 그림으로 포착하려 노력해왔다. 각 시대의 우주관이 그 작은 그림 속에 응축된 것이다.

     

    오랫동안 서양은 프톨레마이오스 등이 주장한 지구중심설의 영향으로, 모든 별과 행성이 지구를 중심으로 도는 ‘크리스털 구체’의 천문관이 지배했다.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학자는 우주가 땅물공기불의 네 가지 원소로 이뤄졌다고 착각하기도 했다. ‘코스미그래픽’에 실린, 원이 겹겹이 겹쳐진 그림들에서 이 인식 구조의 긴 위력을 엿볼 수 있다.

     

    이후 갈릴레이와 케플러는 정교한 천체 관측으로 천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덕분에 태양중심설이 정설로 자리 잡았다. ‘코스미그래픽’에선 마리아 클라라 아임마르트의 독특한 달 그림, 갈릴레이의 태양 흑점 관측 그림 등 이 시기에 등장한 달과 태양, 행성들에 관한 다채로운 이미지를 직접 볼 수 있다.

     

    ‘코스미그래픽’에 실린 생생한 고해상 이미지들은 천문학의 역사를 대표하는 과학적 자료인 동시에 보편적인 아름다움과 균형감을 갖춘 예술품이다. 프랑스의 예술가이자 천문학자였던 에티엔 트루블로는 하버드 천문대에서 근무하며 흑점, 혜성, 달 표면 등을 담은 탁월한 다색 석판화 작품을 남겼고, 덴마크 화가 하랄 몰트케가 북극에서 그린, 지구 자기장이 거칠게 일렁이는 하늘은 이후의 과학에 매우 큰 영향을 끼쳤다. 독자들은 ‘코스미그래픽’에서 천문학을 빛낸 예술의 별자리를 그릴 것이다.

    ‘볼트와 너트, 세상을 만든 작지만 위대한 것들의 과학’은 우리의 일상을 지탱하는 작고 단단한 요소들을 치밀하고 흥미진진하게 소개한다. 이 책의 저자 로마 아그라왈은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더 샤드’를 설계한 뛰어난 구조공학자이자, 세계적인 과학 베스트셀러 ‘빌트, 우리가 지어 올린 모든 것들의 과학’의 저자다. 전작에선 건물들을 구성하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구조공학자의 시선에서 소개했다면, 이번엔 복잡한 현대사회를 떠받치는 가장 작고 단순한 7가지 발명품(못, 바퀴, 스프링, 자석, 렌즈, 끈, 펌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글의 주제인 7가지 발명품은 각각 크기는 다르다. 하지만 복잡한 구조의 일부로서 기능한다는 점에서 작고, 쉽게 망가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단단한 존재다. 이런 발명품들이 인류의 삶을 어떻게 혁신해왔는지 소개하는 저자는 이 존재들의 사소한 기능이 꾸준히 확장되는 과정을 치밀하게 서술한다. ‘볼트와 너트, 세상을 만든 작지만 위대한 것들의 과학’이라는 책 자체가 독자의 인식에서 볼트와 너트처럼 작고 단단하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저자는 거대한 덩어리로만 보였던 일상의 다양한 구조물이 아주 작은 요소들에 의존하는 원리를, 독자가 그동안 놓친 볼트와 너트들을 하나하나 풀고 조이듯 보여준다.

     

    ‘볼트와 너트, 세상을 만든 작지만 위대한 것들의 과학’은 못의 발명이 현대의 고층 건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설명한다. 이것은 공학이 인류의 생활 방식을 결정적으로 변화시킨 사례이기도 하다. 못이 없을 때의 인류는 바위를 깎아 동굴을 만들고, 개울 위에 통나무를 쓰러뜨려 다리를 만드는 식으로 단일한 재료만 사용했다. 즉 오늘날의 거의 모든 사물처럼, 서로 다른 부품과 재료를 연결해 하나의 사물을 제작하는 방식이 못에서 시작했다. 여러 재료로 구성된 현대의 고층 건물은, 결국 못으로 이룬 성공이다.

     

    이처럼 우리 주위의 평범한 사물이 인류의 삶을 혁신하는 이야기를 읽고 나면, 일상 속에서 공학의 경이를 새롭게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24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라헌 에디터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