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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상한데···. 뭘까.’

인터뷰를 위해 교수실에 들어선 순간 기자는 중요한 무엇이 빠져있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 가운데 테이블이 있고 벽에는 책장, 한쪽에는 화이트보드가 있다. 주위를 둘러보다 창문이 나있는 벽을 바라보는 순간‘아, 그렇구나!’하는 발견의 기쁨(!)과 함께 의아함이 더 커졌다.“어떻게 책상이 안 보이네요. 혹시 제가 방을 옮기시는 중에 방문한 건 아닌지요?”

“허허. 전 원래 책상이 없습니다. 테이블과 노트북이면 충분하죠.” 연구실은 물론 교수실에도 고성능의 컴퓨터와 첨단 장비가 배치돼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기자로서는 이런 황량한 풍경이 의아스럽기만 하다. “전 혼자 일 못해요. 학생들 한두명이라도 불러와서 테이블 주위에 앉혀놓고 얘기해야 아이디어가 나오지.”

전자전산학과 네트워크컴퓨팅연구실 송준화 교수는 혼자 하는 작업이 많지 않아 괜히 공간만 차지하는 책상을 들여놓지 않았다고 한다.


“저희가 하는 일은 예술적인 측면이 강합니다. 다만 그림이나 음악은 대부분 한 사람의 작품이지만 저희 결과는 공동작품이라는면이 큰 차이죠.”

네트워크컴퓨팅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송 교수는 뜬금없이 전산학의 예술론을 펼친다.

 

그에 따르면 앞으로 전산학 분야에서 예술적 소양과 창조적 상상력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질 전망이라는 것.

“전산학은 비약적인 사고보다는 논리적인 사고가 더 필요한 분야 아닌가요?”


“물론 논리적인 사고를 갖추는 것은 기본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개념,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내려면 상상력이 있어야 해요.”

네트워크컴퓨팅은 인터넷 환경에 기반한 다양한 서비스를 구상하고, 그 서비스를제공하는데 필요한 환경을 설계하는 전산분야다.


최근 인터넷과 무선 네트워크가 급격히 발전하면서 컴퓨터가 PC라는 틀을 벗어나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에 심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 컴퓨터가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게 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설계할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분야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단계라 창의적인 사고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네트워크컴퓨팅연구실 학생들과 함께 한 송준화 교수(가운데 줄 오른쪽에서 두번째).


서버없이 온라인 게임 즐겨

송 교수가 말하는 상상력이 무얼 의미하는지 잘 보여주는 연구가‘아폴로(APOLO) 프로젝트’다. 아폴로는 물론 우주선 이름이 아니라‘임시로 깔리는 온라인 게임용 P2P 네트워크’의 약자다. 현재 온라인 게임은 운영자, 즉 서버를 통해 사용자들이 연결돼 있다.그러나 아폴로는 서버 없이 사용자끼리 일시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인터넷 환경을 만들어준다.

송 교수팀은 서버가 없는 상태에서도 있을때와 동일한 작동을 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정상적으로 작동함을 확인했다. 송 교수는“현재 온라인 게임은 서버의 상태에 큰 영향을 받는다”며“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시스템은 미생물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PC에 구현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최근 관심을 모으는 분야인 텔레매틱스도연구가한창이다.‘ 텔레매틱스’(telematics)는‘텔레커뮤니케이션’(telecommunication)과‘인포매틱스’(informatics)의 합성어로 자동차 안의 단말기를 통해서 운전자와 탑승자에게 다양한 정보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시스템이다. 송 교수는“텔레매틱스는 수년 전 국내에도 방송됐던‘전격 Z작전’의 지능형 자동차인‘키트’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실현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며“이를 위해서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네트워크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연구실에서는 전자상거래에서 접속자 폭주로 서버 시스템이 불안정해지는 것을 해결하는 시스템 설계 등 네트워크컴퓨팅에 관련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연구가 새로운 분야를개척하거나 현재 시스템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문제를 돌파하는 것이므로 연구자들의 창의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송 교수는“우리나라 학생들은 스스로 사고하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토론을 통해 능동적으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훈련만이 독창적인 연구를 가능케 한다”고말했다. 2000년 부임하고 2~3년 동안은 학생들의 사고방식을 바꾸느라 고생했다고.

현재 연구실에는 박사후과정 3명, 박사과정 9명, 석사과정 6명이 연구하고 있다. 송교수는 학생들의 번득이는 아이디어에 감탄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시야가 넓지 못한 것에 약간 실망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은 물론 송 교수도 관점의 전환과 사고의 비약을 경험하고 있다.

“현재는 언어와 수학이 필수과목입니다만앞으로는 프로그래밍이 추가돼야 할 것입니다.


어떤 분야라도 컴퓨팅이 곳곳에 개입될것이고 이를 이해하려면 프로그래밍에 대한기본 소양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21세기는 네트워크컴퓨팅의 그물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을 소통시키는 시대라는 것이다.


서버가 없는 온라인게임 환경을 만드는 ‘아폴로’ 의 알고리듬이 작동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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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강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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