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파이더맨’의 피터와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벽이나 천장 위를 걸어다니는 일이 실제로 가능할지 모른다. 미국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의 로널드 피어링 박사팀이 물체를 벽이나 천장에 달라붙게 하는 물질을 합성했다고 ‘뉴사이언티스트’ 5월 17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도마뱀이 천장에 발가락 하나를 붙이고 몸 전체 무게를 지탱하며 매달려 있는 모습에서 이를 착안했다. 도마뱀 발에는 매끈하거나 젖은 표면에도 잘 달라붙는‘강모’(setae)라는 털이 있는데, 연구팀은 고분자물질로 이 강모를 모방해 합성했다. 합성 강모의 한쪽은 지름 수십μm(마이크로미터, 1μm= ${10}^{-6}$m)인 한가닥이지만, 물체를 달라붙게 하는 다른쪽 끝에는 지름 수백nm(나노미터, 1nm=${10}^{-9}$m) 정도로 가늘어진, 1천개에 이르는 가닥이 존재한다.
접착력의 비밀은 반데르발스 힘이라고 한다. 분자 사이에서는 전자의 음전하가 양전하를 유도해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생기는데, 이 인력이 바로 반데르발스 힘이다. 강모 분자와 접촉면 분자 사이에도 이 인력이 작용하는 것이다. 강모 전체 중 가닥 끝의 반데르발스 힘이 가장 크므로 접착할 표면에 효과적으로 달라붙는다. 또 가닥 끝이 잘 구부러지기 때문에 표면에 굴곡이 있더라도 달라붙을 수 있다.
일정한 넓이에 얼마나 많은 강모가 모여 표면에붙는가에 따라 접착력의 세기가 결정된다. 아직은수kg의 물체를 천장에 붙일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연구팀은 앞으로 어른 몸무게도 지탱할 수준에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팀의 목표는 이를 이용해 우주선 바깥표면을 걸어다니며 위험요소를검사하는데 쓰일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