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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동아로 살펴본 과학 핫이슈

해마다 사회적 이슈와 과학계에서 관심을 끈 소재들이 과학논술의 소재로 출제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은 소재를 살펴보고 이를 교과과정과 연계해 이해하는 과정은 과학논술을 대비하는 좋은 방법이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과학동아에 나왔던 주요 이슈들을 살펴보고 2012학년도 논술시험의 출제 방향을 알아보자.
 

 
Q 다음 제시문을 읽고 물음에 답하라.

(가) 지진은 3월 11일 현지시각으로 오후 2시 46분에 일본 혼슈 센다이 시에서 동쪽으로 179km 떨어진 해역에서 일어났다. 크기는 리히터 규모 9.0으로 역대 4번째로 크고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 중에서 가장 강력했다. 참고로 규모는 지진의 절대적 강도이기 때문에 지역에 관계없이 똑같다. 하지만 진도는 사람이 느끼는 진동이나 건물이 피해를 입은 정도를 수치적으로 표시한 것이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지진은 각각 육지와 바다를 이루는 거대한 ‘지각판’ 두 개가 서로 밀면서 일어났다. 일본 열도를 비롯해 한반도와 중국이 속해있는 거대한 대륙지각인 유라시아판은 서에서 동으로 이동한다. 반면 태평양 전체를 이루는 해양지각인 태평양판은 동에서 서로 이동한다. 이 둘이 서로 맞물린 채 버티자 점점 큰 힘이 쌓였다. 그러다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 순간적으로 지각판이 깨지며 모였던 힘이 방출됐다. 마치 양쪽에서 밀린 스티로폼 판이 한순간 ‘팍’ 소리를 내며 부러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센다이 지진은 유라시아판이 태평양판 위로 올라서며 역단층이 발생했다. 만일 두 판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인장력이 작용하면 상반이 아래로 미끄러지는 정단층이 생성된다.

센다이 지진해일은 태평양판 위로 유라시아판이 튕겨 오를 때 위에 있던 바닷물이 출렁거리면서 일어났다. 상승한 바닷물이 다시 수면을 수평으로 맞추기 위해 주변으로 퍼지는데 바닷물이 육지에 가까워지면서 파고가 높아졌다. 보통 해저의 산사태나 해저 화산, 운석이 바다에 충돌할 때도 해일이 발생할 수 있지만 지진으로 발생할 때가 위력이 가장 크다. 바닥에서부터 힘을 받아 물기둥 전체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불행하게도 이번 지진이 ‘거대 쓰나미’를 만들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지진해일은 규모가 6.3 이상이고 진원 깊이가 80km 이하인 얕은 지진에서 일어난다. 그런데 센다이 지진은 규모가 9.0인데다 진원 깊이가 24km에 불과해 땅으로부터 방출된 힘이 바로 바닷물로 전달됐다. 또 지진의 형태가 상반층이 위로 올라가는 역단층이라 위에 있던 바닷물이 강하게 쳐들어 올려졌다.

풍부한 수량도 지진해일을 키웠다. 일반적으로 지진해일은 수심이 1km 이상인 깊은 바다에서 일어난다. 이호준 삼성생명 부설 삼성방재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번에 발생한 지진의 진원이 두 판이 서로 수렴하는 해구의 경사면이어서 지진해일을 일으킬 만큼 수심이 충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진해일의 전파속도는 ‘중력가속도×수심의 제곱근’에 비례한다. 이 공식에 따르면 수심이 6km에 달하는 태평양 한가운데를 지날 때는 지진해일의 전파 속도가 민간 항공기와 비슷한 시속 800km에 이른다. 이 수석연구원은 “지진의 진앙이 일본 동부 해안으로부터 130km 밖에 떨어지지 않아 지진해일이 더 빠르게 도달해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이론적으로 지진해일의 속도는 5000m 수심에서 비행기와 같은 시속 800km다. 수심 500m에서는 고속 열차 속도인 시속 250km, 수심 100m에서는 자동차와 같은 시속 110km, 해안가에서 파고가 10m일 때는 36km 정도다. 하지만 지진해일파의 속도는 지형의 형태나 높이, 파동이 들어오는 방향 등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처럼 자동차가 전속력으로 달려도 따라잡힐 정도로 빠르게 진입하기도 한다. 홍성진 국립방재연구소 연구원은 연안에서 해일을 목격한 다음에 뛰어서 대피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며 “지진해일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멀리 가는 게 아니라 무조건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과학동아 2011년 4월호 시사기획 중 ‘사상 최악의 지진해일…일본이 울었다’



 
Q 다음 제시문을 읽고 물음에 답하라.

(가) 이번 사고를 통해 사람들의 뇌리에 가장 깊이 각인된 단어는 ‘노심용융(core meltdown 또는 nuclear meltdown)’이라는 말이다. ‘냉각수에 잠겨 있어야 할 연료봉이 대기 중에 노출돼 액체 상태로 녹으면서 방사성 물질을 방출한다’는 정도가 알려져 있다. 그런데 장면이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기에 이토록 위험한 걸까. 원전은 지진처럼 급박한 상황이 되면 운전을 멈춘다. 핵분열이 일어나려면 핵 연료에 중성자를 쏴 충돌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중성자를 흡수하는 ‘제어봉’을 연료봉 사이에 집어넣으면 중성자가 사라져 핵분열이 중단된다. 이렇게 핵분열이 멈추면 그 동안 핵분열을 하는 과정에서 생긴 방사성 물질이 안정되는 과정에서 약간의 방사선 에너지, 즉 붕괴열(잔열, decay heat)이 발생한다. 따라서 운전을 멈춰도 평상시의 8% 정도의 열이 남는다. 예를 들어 100MW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원자로였다면(전력 생산 효율을 약 33%로 가정하면 실제로 방사성 에너지는 300MW를 생산한다), 사고가 나자마자 약 8MW 정도로 출력이 줄어든 채 계속해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셈이다(방사성 에너지는 24MW). 이후 약 1시간이 지나면 다시 1%인 1MW로 줄어든다. 문제는 이 다음부터 방사성 에너지가 줄어드는 속도가 급격히 느려진다는 점이다. 1%였던 에너지가 10분의 1인 0.1%로 줄어드는 데는 약 1달이 걸린다. 그런데 이 정도로 작은 붕괴열도 원자로의 내부 온도를 높이는 데 충분하다. 제무성 한양대 원자시스템공학과 교수는 “1달 뒤의 출력인 0.1MW도 작은 실험용 원자로를 최고 사양으로 가동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이 안에서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에너지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붕괴열도 연료봉을 포함한 원자로의 노심(core) 온도를 높인다. 이 열은 연료봉을 둘러싸고 있는 코팅 물질, 즉 피복재(지르코늄(Zr) 합금을 쓴다)를 녹이고 마지막으로 연료봉 안에 들어 있는 방사성 연료 조각(펠릿)을 녹여 액체로 만든다. 방사성 연료는 고체일 때는 방사성 기체를 많이 내뿜지 않지만 액체로 변하면 에어로졸 형태로 많은 양을 내뿜는다. 특히 이때에는 평소에 발생하는 요오드나 세슘 외에 스트론튬 등 다른 방사성 물질이 흘러나올 수 있어 더욱 위험하다. 이들 방사성 물질은 평소대로라면 격납용기 안에 갇혀 있지만, 이번처럼 안에서 발생한 수소를 빼거나 냉각수를 강제로 넣을 때 외부로 빠져나올 수 있다.

이번 원전 사고에서 첫날 재앙의 시작을 알린 ‘수소가스폭발’은 원자력발전의 핵분열 현상과는 거리가 먼 ‘외적인’ 문제다. 방사성 연료를 둘러싸고 있는 피복재에 강한 수증기(H2O)가 반복해서 닿으면 안에 포함된 지르코늄이 산소와 결합한다(산화). 이 과정에서 물에 있던 수소 원자가 기체 형태로 나오는데, 농도가 높아지면 900℃의 높은 열과 산소를 만나 강한 폭발을 일으킨다. 따라서 수소 기체를 연료봉을 밀봉하고 있는 압력용기에서 빼내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은 사고 초기에 수소 기체를 빼냈는데, 이때 나온 수소가 원자로 외부를 둘러싸고 있는 벽 중 가장 바깥벽 안쪽에 고여 있었다. 그러다 건물의 내부 온도가 올라가면서 폭발을 일으킨 것이 사고 초기의 수소폭발이다.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폭발 전에 수소 기체를 미리 빼내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연료봉에서 나온 기체에는 요오드,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누출을 막기 위해 끝까지 방출을 망설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과학동아 2011년 4월호 시사기획 중 ‘원전사고 5가지 핵심 쟁점’
 
(나) 가장 단순한 원소인 수소는 하나의 양성자로 구성된 원자핵과 전자로 구성돼 있다. 수소로부터 헬륨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두 개 이상의 수소원자핵이 결합해 헬륨의 원자핵을 구성해야 한다. 전하를 띤 입자사이에는 정전기력이 있어 같은 종류의 전하를 띤 물체끼리는 서로 밀어내는 힘이, 다른 종류의 전하를 띤 물체끼리는 잡아당기는 인력이 작용한다. 이 정전기력의 크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그러므로 좁은 원자핵에(반지름 10-15m) 두 개의 양성자가 모여 있기 위해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인력이 작용해야 한다.

이때 작용하는 인력을 강한 핵력이라고 한다. 강한 핵력은 짧은 거리에서만 작용하는 힘이므로 양성자가 여럿 모인 원자의 경우 원자핵 정도의 크기에서 강한 핵력이 정전기적 척력보다 더 작아지는 경우가 발생해 양성자만으로 원자핵이 구성되기는 쉽지 않다. 전하를 띄지 않는 중성자가 이 문제를 해결한다. 중성자가 전하를 띄지 않아 양성자와 중성자는 강한 핵력만 작용해 원자핵 내부에서 강하게 결합한다. 중성자와 결합한 양성자가 양성자나 동일한 다른 쌍과 결합하면 중성자가 양성자와 양성자를 묶는 역할을 해 원자핵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수소 원자핵이 결합돼 헬륨 원자핵이 되기 위해서는 수소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가 강한 핵력이 작용하는 거리까지 접근해야 한다. 척력을 극복하고 이 거리까지 접근하기 위해서는 원자핵이 큰 운동에너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 두 양성자가 강한 핵력이 정전기력보다 강한 거리까지 다가가는 경우 핵융합이 일어난다.

(다) 핵융합 연구에서 중성자 검출은 중요한 전기로 평가된다. 핵융합 반응이 일어났다는 가장 확실한 ‘물증’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KSTAR에서 이루어진 실험은 가속된 중수소가 플라스마 상태로 변하는지를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플라스마는 원자의 핵과 전자가 서로 분리된 상태로, 중수소는 플라스마 상태가 돼야만 핵과 핵이 충돌해 핵융합을 할 수 있다. 이 때 플라스마의 온도를 높이면 핵 사이의 반발력이 줄어들면서 핵융합이 일어날 확률이 더 높아진다. 그래서 KSTAR 내부에 높은 온도의 플라스마가 발생했다면 그 안에서 순간적이나마 핵융합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고온의 플라스마는 어디까지나 핵융합의 필요조건일 뿐, 확실한 증거는 아니었다.

현재 KSTAR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연구로에서 진행하고 있는 핵융합 실험은 모두 중수소를 이용하고 있다. 중수소 두 개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면 2.45MeV(메가 전자볼트. 10만 개의 전자가 1볼트의 전위를 거슬러 올라갈 때 드는 에너지의 단위)의 에너지를 갖는 중수소를 발생시킨다. 따라서 중성자의 에너지 크기가2.45MeV라는 사실을 측정할 수만 있다면 핵융합이 일어났다는 직접적인 증거로 인정받을 수 있다. 중성자는 핵융합의 결과 발생하는 생산물이다. 핵융합이 일어났다는 직접적인 증거인 셈이다. 물론 핵융합로에서 핵융합 외의 원인으로 중성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핵융합을 통해 만들어진 중성자에는 고유한 특성이 있어 핵융합의 결과물인지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바로 발생하는 에너지의 크기다.
 
- 과학동아 2010년 11월호 ‘한국 인공태양 핵융합 리더가 되다’
(라) 핵융합이 일어나게 하기 위해선 플라즈마(원자를 구성하는 전자와 원자핵이 분리돼 원자핵과 자유전자 상태로 존재하는 물질)를 일정공간에 가둬 이들을 충돌 시켜야 한다. 이러한 충돌 방법에는 중력 가둠, 관성 가둠, 자기 가줌 방식이 있는데 KSTAR는 자기 가둠 방식중 하나인 토카막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플라즈마는 전하를 띠고 균일하지 않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플라즈마에 한쪽 방향의 균일한 자기장을 걸어주면 자기장과 나란한 방향의 입자의 운동은 유지되고 자기장에 수직한 방향의 운동은 운동방향의 수직한 방향으로 전자기력이 구심력으로 작용해 원운동하게 된다. 이들 두 운동이 합쳐져 나선운동으로 나타난다. 나선운동을 하는 입자는 균일한 공간에서는 진행방향에 수직한 평면에는 구속돼 있다.



그러나 자기장에 나란한 방향으로는 이동하기 때문에 자기장이 이동 방향으로 무한히 길지 않으면 입자는 결국 자기장을 탈출한다. 이를 가두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이 있으며 토카막은 자기장의 처음과 끝을 연결해 이를 해결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또 다른 문제점을 만들었다. 연결된 자기장이 이동하는 전하 나선의 이동방향과 나란하지 않아 양전하는 위쪽으로 음전하는 아래쪽으로 힘을 받아서 전하가 분리된다. 전하를 분리를 막기 위해 입자 진행방향의 자기장에 수직한 자기장을 걸면 입자의 나선 이동방향이 연결된 자기장을 감싸는 나선방향의 운동을 하므로 분리를 막을 수 있다.

자기장에 구속된 플라즈마를 변압기에 연결하면 내부의 플라즈마가 도선 역할을 하게 되어 1차 코일에 전류가 흐르고 플라즈마 내부에 원자핵과 전자의 운동에 의해서 전류가 형성된다(현재는 주로 전자석을 이용한다). 이 전류에 의해서 연결된 자기장에 수직한 방향의 자기장이 형성된다. 또한 전류가 흐르면서 줄열이 발생하게 되어 플라즈마의 온도를 높여 핵융합 반응을 유도한다.
 
 
 

 
Q 다음 제시문을 읽고 물음에 답하라.

(가)
바이러스가 박테리아, 동물, 식물 등 다른 생명체와 근본적으로 다른 특징은 이들이 세포가 아니라 ‘입자’라는 데 있다. 세포로 이뤄진 생명체는 대체로 30~40℃ 부근에서 번식력이 가장 왕성하고 온도가 낮을수록 활동이 억제되거나 죽는다. 겨울철에 음식이 썩는 일이 드문 이유다.

그런데 입자인 바이러스는 온도가 낮을수록 더 오래 산다. 숙주에서 벗어나 홀로 있을 때는 사실상 ‘무생물’이기 때문이다. 세포처럼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영양을 섭취할 필요도, 호흡할 필요도 없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바이러스 가운데서도 가장 단순하고 작은 피코나바이러스과(科)에 속한다. 4가지 단백질이 각각 60개, 즉 240개의 단백질이 불과 8500여 개 염기로 이뤄진 게놈(30억 개인 인간 게놈의 40만 분의 1에 불과하다!)을 감싸고 있다. 공 모양인 바이러스 입자의 지름은 25nm(나노미터, 1nm=10억분의 1m) 크기로 3000마리를 나란히 놓아야 머리카락 한 가닥의 지름이 된다.

바이러스가 살아 있느냐 여부는 단백질에 둘러싸여 있는 게놈이 온전하게 보존돼 있느냐에 달려 있다. 또 숙주(바이러스가 침투해 번식하는 생명체) 세포 표면을 인식할 수 있는 단백질도 온전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사실 구제역바이러스는 매우 연약한 편이다. 게놈이 DNA보다 훨씬 불안정한 RNA로 이뤄져 있고 외피가 없어 단백질 캡슐이 외부에 그대로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충북대 수의학과 강신영 교수는 “단백질 구조가 변형되면 숙주의 세포 표면에 달라붙을 수 없다”며 “이런 변형은 온도가 높을수록 빨리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한편 단백질의 안정성은 용액의 산성도에도 민감한데 산성이나 염기성에서는 쉽게 변형돼 감염력을 잃는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추워 산성이나 염기성인 소독액이 얼어붙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제대로 죽이지 못하고 있다.

구제역바이러스 입자가 떠돌아다닐 때 감염력을 유지할 수 있는 생존기간은 온도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한여름에 해당하는 37℃에서는 하루면 죽지만 올해 같은 추위에는 사실상 겨울 내내 살 수 있다.
 
-과학동아 2011년 2월호 시사기획 ‘한반도 바이러스 대공습!’ 중
‘구제역 전파-올겨울 혹한이 최악 확산 불렀다’

 
(나) 바이러스 입자의 구조는 매우 다양한데 핵산은 예외 없이 캡시드(capsid)라고 하는 단백질 껍질이 반복된 형태로 배열된 채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이러한 핵산과 단백질의 완전한 복합체를 뉴클레오캡시드(nucleocapsid)라고 한다. 이러한 바이러스 입자는 고도의 대칭적 방법으로 만들어지는데 크게 막대형(rod)은 나선형(helical) 대칭을, 구형(spherical)은 정이십면체(icosahedral) 대칭을 각각 나타낸다. 이러한 구조적 특징은 바이러스 입자를 구성하는 소단위 단백질의 구조에 따라 결정된다. 단백질은 일반적으로 다양한 요인에 의해 변성이 가능한데 기사의 내용에서 보다시피 온도 즉 열에 의한 구조변화와 그리고 pH 즉 산, 염기에 의한 영향에 크게 의존한다. 한편 바이러스는 뉴클레오캡시드를 둘러싼 막 구조물의 유무에 따라 구제역 바이러스처럼 피막이 없는 나출형(naked) 바이러스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같이 막 구조물을 갖고 있는 피막형(envelope) 바이러스로 구분하기도 한다. 이러한 바이러스의 외피는 주로 당단백질이 포함된 지질이중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당단백질은 바이러스의 유전자 산물이고 지질은 숙주 세포막으로부터 유래된 것이다.
 
- ‘미생물학’ 12판(바이오사이언스)
(다) 바이러스가 숙주에 침입하려면 먼저 숙주 세포에 달라붙어야 한다. 바이러스들은 수많은 돌연변이를 통해 표면 단백질의 구조를 바꿔왔고 이 과정에서 숙주 세포의 단백질에 딱 들어맞는 종류가 자연선택됐다. 따라서 바이러스에 따라 인식하는 숙주의 단백질이 정해져 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박종현 수의연구관은 “구제역바이러스는 캡시드 단백질인 VP1의 돌출부분이 숙주인 우제류(소나 돼지처럼 발굽이 둘로 갈라진동물) 세포 표면의 인테그린이라는 단백질에 달라붙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인테그린은 우제류뿐 아니라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 모두 갖고 있는 단백질이다. 그런데 왜 구제역바이러스는 우제류만 감염시키고 사람은 물론 우제류와 비교적 가까운 사이인 기제류(말처럼 발굽이 갈라지지 않은 동물)조차 감염시키지 못할까. 인테그린은 세포가 주변의 다른 세포나 조직에 달라붙을 때 관여하는 분자로 종에 따라 구조가 조금씩 다르다. 박 연구관은 “구제역 바이러스 표면의 단백질은 우제류의 인테그린은 인식할 수 있지만 구조가 조금 다른 사람이나 말의 인테그린에는 달라붙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사람의 입장에서는 다행인 셈이다.

같은 바이러스라도 오르토믹소바이러스과에 속하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숙주 세포 표면의 다른 분자를 인식한다. 즉 바이러스 표면의 헤마글루티닌(H) 단백질이 숙주의 시알산이라는 당 분자에 달라붙는다. 흥미롭게도 시알산의 경우 사람과 돼지에서 구조가 비슷하다. 반면 조류는 다소차이가 난다. 따라서 돼지와 사람을 공통적으로 감염시키는 인플루엔자는 종종 나타나지만 AI 바이러스가 사람을 감염시키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2003년 사람도 감염시키는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등장했다. 이 바이러스의 헤마글루티닌은 H5형으로 원래 사람은 감염시키지 못하는 구조다. 그런데 182번째와 192번째의 아미노산이 바뀌는 변이가 일어나 사람의 시알산도 인식할 수 있게 됐다. 현재 한반도에 퍼지고 있는 AI도 사람에 감염될 확률은 낮지만 구제역처럼 안심할 수는 없는 이유다. 한편 돼지와 사람의 시알산 구조는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둘 다 감염시키는 플루바이러스가 흔하다.

구제역바이러스와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둘 다 게놈이 RNA 단일가닥으로 이뤄져 있다. RNA는 DNA에 비해 불안정한 분자이기 때문에 복제과정에서 오류가 많아 돌연변이가 쉽게 일어난다. 그 결과 숙주의 면역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한편 구제역바이러스는 게놈 자체가 전령RNA(mRNA)가 되는 양성가닥 RNA 바이러스인 반면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mRNA와 상보적인 음성가닥 RNA 바이러스다. 그 결과 숙주세포에서 복제하는 메커니즘이 많이 다르다.
 
- 과학동아 2011년 2월호 시사기획 ‘한반도 바이러스 대공습!’ 중
‘숙주 특이성-AI가 구제역보다 두려운 이유’

 
(라) 숙주세포에 접근한 바이러스 입자는 우선 숙주세포에 부착해 침입을 위한 준비를 하게 된다. 바이러스가 갖는 숙주특이성은 가장 일반적인 바탕은 부착과정에 있다. 즉 부착과정은 단순한 물리적 접촉이 아닌 고도의 특이적인 과정이며 바이러스 입자에는 숙주세포 표면의 특정 수용체(receptor)와 상호작용하는 단백질이 한 가지 이상 존재한다. 숙주세포의 수용체는 원래 숙주세포의 정상적인 기능을 별도로 수행하는 부위인데 만약 이 부위의 구조가 돌연변이 등의 결과로 변형이 되면 바이러스 감염은 불가능하다.

부착 이후 침입과정은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나 활물기생을 위해서는 최소한 바이러스의 게놈은 세포 내로 들어가야 한다. 이때 바이러스 게놈의 온전한 복제, 증식을 위해 효소와 같은 특정 단백질이 필수적으로 숙주세포 내로 함께 들어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일단 숙주세포 감염이 되면 본격적으로 증식을 위한 과정들이 일어나게 된다. 바이러스 게놈이 복제되는 과정이 핵심인데 이때 증식을 위한 특정 단백질들이 합성도 일어난다. 바이러스는 게놈의 유형(핵산의 종류와 단일가닥과 이중가닥 등의 형태) 및 mRNA와의 상관관계(mRNA 서열을 양성(+)가닥으로 하여 이와 상보적인 서열을 음성(-)으로 지정)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된다.

한편 생활사를 구분하여 용원성 주기(lysogenic cycle)와 용균성 주기(lytic cycle)로 구분하는 데 용원성 주기는 숙주세포 게놈에 바이러스 게놈을 삽입하여 대부분 발현되지 않아 증식이 지연되는 과정이며, 용균성 주기는 침입 후 바로 증식하여 결국 숙주세포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이다.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 용균성 주기를 통해서만 증식을 하는 바이러스도 있는 반면 용균성, 용원성 주기간 전환이 가능한 바이러스도 있다. 바이러스와 숙주는 각각 상대의 방어기작에 대해 감염과 생존의 기회를 높이기 위한 기작을 끊임없이 대응시켜 왔는데 이러한 진화의 압력은 오늘날 바이러스의 다양한 게놈 유형과 생활사 전략의 존재로 확인할 수 있다.
 
- ‘미생물학’ 12판(바이오사이언스)
 

 

 
Q 다음 제시문을 읽고 물음에 답하라.

(가)
“우주 다른 곳에 존재할 수 있는 생명체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비소 박테리아를 발견한 NASA 우주생물학 연구소의 펠리사 울프-사이먼 박사는 연구의 의미를 이렇게 표현했다. ‘GFAJ-1’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박테리아는 지구의 생명체를 이루는 기본 원소 6가지인 탄소(C), 수소(H), 질소(N), 산소(O), 인(P), 황(S) 중 인을 비소(As)로 대체하고도 살 수 있다. 과거 사약에도 쓰였던 독성물질인 비소를 몸의 구성 성분으로 이용한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황재웅 포스텍 식물세포생물학연구실 연구원은 “비소가 독성물질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기본 원소인 인을 다른 원소로 대체했다는 사실이 핵심” 이라고 설명했다. 인은 인산(PO43-)의 형태로 생명체의 몸속에서 다양한 기능을 한다. 인은 생명체의 설계도인 DNA의 기본 성분이며, 지질과 결합해 세포막을 이룬다. 또한 생명체의 주된 에너지원인 아데노신3인산(ATP)도 인을 사용한다. NASA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모든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인을 비롯한 6대 원소가 있어야 한다는 기본 원리가 깨진 셈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비소일까. 울프-사이먼 박사는 기자 회견 당시 인 대신 비소를 사용하는 박테리아를 우연히 발견했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처음부터 비소가 인을 대체할수 있다고 가정하고 실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발표 이전에 이미 ‘우주생물학’ 지 2009년 1월 30일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인 대신 비소를 쓰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비소는 주기율표에서 인과 같은 족에 있기 때문에 화학적 성질이 비슷하다. 원자의 반지름과 전기음성도가 비슷하며, 비산(AsO43-)도 인산과 비슷한 작용을 한다. 그러나 비소는 인보다 주기율표에서 한 주기 아래에 있다. 그러면 전자궤도가 많아지므로 크기가 커지고 외곽에 있는 전자가 떨어져 나오기 쉽다. 따라서 다른 원소와 반응을 쉽게 한다. 또한 비소화합물은 물을 만나면 분해되기 쉽다. 인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비소의 성질이 비소를 독으로 만든다. 몸이 비소를 인으로 착각해 받아들이면 몸 안에서 불안정한 분자를 만들거나 잘못된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성근 충북대 미생물학과 교수는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생명체의 범위를 너무 좁게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우쳐 준 대단한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예상대로 이 박테리아는 인과 비소가 없는 배양액에서는 살지 못했고, 비소가 없고 인은 풍부한 배양액에서는 잘 자랐다. 연구팀의 흥미를 끈 건 인이 없고 비소가 풍부한 배양액에서도 GFAJ-1이 증식했다는 결과였다. 이렇게 키운 박테리아에 들어 있는 인의 양은 정상적인 수준보다 적었다. 울프-사이먼 박사는 “이 정도 양의 인으로는 박테리아가 살 수 없다”며 “이는 박테리아가 비소를 인처럼 이용한다는 사실을 암시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연구팀은 비소의 동위원소를 이용해 비소가 박테리아 내부에서 어떻게 퍼져 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비소는 박테리아의 ATP 같은 대사물질과 단백질, 지질은 물론 DNA와 RNA에도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DNA 같은 기본적인 생체 물질에 들어 있는 인조차도 비소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나) GFAJ-1은 발표 이후 논란에 휩싸였다. ‘생명의 정의를 바꿀 수 있는 대단한 발견’이라는 NASA의 주장에 여러 과학자들이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먼저 이 박테리아가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생명체는 아니라는 관점이 제기됐다. 이 박테리아는 인이 있는 환경에서 더 잘 산다. 인이 없을 때에만 차선책으로 비소를 사용한다. 게다가 이 연구는 실험실에서 이뤄진 것으로 자연 상태에서도 비소를 이용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따라서 외계생명체와 관련이 있다는 NASA의 발표는 과장이라는 반응이다. 실제 논문에도 외계생명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다.

국내 전문가 사이에서도 이 박테리아를 환경에 적응한 미생물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2010년 12월 14일 한국 미생물학회는 공식 논평을 통해 “계통을 분류하면 할로모나스 속에 속하는 박테리아와 상당히 유사하다”며 “극한 환경에 적응한 미생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논평을 작성한 천종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미생물학적으로 보면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영숙 교수도 “비소가 많은 환경에 적응한 극한 미생물의 일종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 생화학자들은 비소를 포함한 DNA나 RNA, 단백질이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을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논문에서는 이런 생체 분자 안에 비소가 들어 있다는 증거를 제시했을 뿐 비소가 생체 분자의 인을 정말로 대체했는지, 그런 생체 분자가 제대로 된 기능을 수행하는지, 대사 과정에서 비소를 이용할 수 있는 효소가 있는지를 밝히지 못했다. 발표 당시 기자회견에 참가한 미국 플로리다 주 응용분자진화연구소의 스티븐 베너 박사는 “비소가 인 대신 DNA를 잇는 사슬 역할을 한다면 고리가 물에 의해 쉽게 분해되므로 DNA가 파괴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논문의 저자들은 이 박테리아가 다른 분자를 이용해 약한 사슬을 강화하거나 진화 과정에서 약한 고리에 적응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효소가 비소를 이용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인 또는 비소가 있으면 살 수 있다는 사실은 인과 비소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효소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GFAJ-1이 비소를 생체 분자에 사용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독성물질로 취급해 격리시켜 두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도 있다. 베너 박사는 “비소를 지질 같은 곳에 모아 두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 박테리아에서 발견된 액포 같은 구조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비소를 흡수하는 유전자변형 식물을 개발한 이영숙 교수도 이 박테리아의 액포가 비소를 격리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최근 이 교수팀은 식물이 비소를 세포 안에 있는 액포로 옮겨 세포질과 격리함으로써 식물이 중독되지 않고 자랄 수 있게 해 주는 유전자를 발견해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했다. 그는 “GFAJ-1도 액포를 크게 발달시켜 그 안에 비소를 격리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라)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는 지난해 12월 9일자에서 논문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여러 과학자들의 주장을 보도했다. 생물지구화학을 연구하는 로저 서몬스 매사추세스공대(MIT) 교수는 “논문의 저자들은 이 박테리아가 비소를 흡수한다는 사실을 보여줬을 뿐 비소가 들어 있는 물질의 분자 구조를 확실히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논문에서는 박테리아에서 분리한 생체 분자에 비소가 인보다 많이 들어 있음을 보였지만, 이것만으로는 비소가 인을 대신해 분자 구조의 같은 위치에 들어가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

로즈매리 레드필드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대 교수도 발표 직후인 12월 4일 블로그 글을 통해 울프-사이먼 박사의 논문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레드필드 교수는 “저자들은 일반적인 박테리아가 생명을 유지하려면 1~3%의 인이 있어야 하므로 약 0.02%에 불과한 이 박테리아는 인으로 살 수 없다고 밝혔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1~3%라는 숫자는 인이 풍부한 환경에서 자란 박테리아의 경우일 뿐 인이 부족한 환경에서 천천히 자라면 그보다 적은 인으로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레드필드 교수는 연구팀이 표준적인 실험 절차를 지키지 않아 박테리아에서 뽑아낼 때 DNA가 오염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심사위원들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며 “왜냐하면 충격적인 논문을 싣겠다는 ‘사이언스’ 지 편집자의 욕망을 이기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가)~(라) 과학동아 2011년 1월호 시사기획 ‘비소 박테리아 발견 외계생명체의 증거인가, 쇼인가’

 

2011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구루 사이언스 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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