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텍스트를 분석해 소설가의 치매 징후를 포착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런던대 인지신경과학연구소 피터 개라드 박사팀은 영국의 소설가이자 철학자인 아이리스 머독의 소설 3편을 분석해 이와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브레인’ 온라인판에 발표했다.1919년 생인 아이리스 머독은 가장 지적인 영국 여성으로 불렸으나 1997년 치매로 진단받고 투병하다 1999년 80세의 나이에 숨을 거뒀다.
연구자들은 1954년 발표된 머독의 첫 소설 ‘그물 아래서’(Under the Net)와 필력이 최고였던 1978년 발표한 ‘바다, 바다’(The Sea, The Sea), 마지막 소설인 1995년 작 ‘잭슨의 딜레마’(Jackson's Dilemma) 본문의 어휘를 분석했다.
그 결과 ‘잭슨의 딜레마’는 ‘바다, 바다’는 물론 ‘그물 아래서’보다도 사용된 단어가 풍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성기 때의 소설인 ‘바다, 바다’에는 드물게 쓰이거나 미묘한 뉘앙스를 갖는 단어들이 풍부하게 사용됐다.
이 결과는 치매의 초기 증상의 하나가 적절한 단어를 떠올리는 능력이 저하되는 것이라는 사실에 부합한다. 즉 치매로 진입하는 사람들은 어휘력이 떨어짐에 따라 적당한 단어가 금방 떠오르지 않고 ‘혀끝에서 맴도는’ 안타까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나 문장 구성력은 병이 더 진행된 뒤에 장애가 생긴다. 결국 머독의 마지막 소설도 문장 자체만 보면 별 이상을 감지할 수 없다.
이번 연구결과가 의미를 갖는 것은 아직까지 치매를 초기에 진단하는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 현재는 단순한 설문지 정도가 고작이다. 머독의 경우도 마지막 소설이 나오고 2년 뒤, 병이 많이 진전된 1997년에야 치매로 진단됐다. 따라서 일기나 수필 등을 정기적으로 쓰게 해이를 토대로 치매 여부를 진단하는 방법이 나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