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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원짜리 노트북 나온다

빵 대신 가난 구제할 어린이용 노트북

“노트북 사업이 아닙니다. 교육 사업입니다(It is an education project, not a laptop project).”

‘100달러 노트북’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OLPC 재단 홈페이지(www.laptop.org)는 이렇게 시작한다. 100달러 노트북을 만든다고 하면 기존의 PC 업계와 부품 산업에 미치는 영향부터 분석하는 이들에 던지는 뼈있는 한마디다. 이 말은 또한 재단을 이끄는 미국 MIT 미디어연구소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가 강연 때마다 던지는 화두이기도 하다.

10만원 짜리 노트북 나온다.



모든 어린이에게 노트북을

OLPC는 ‘모든 어린이에게 노트북을’(One Laptop Per Child)이란 말을 줄인 것이다. 빈곤과 기아에 허덕이는 저개발 국가의 어린이들에게 노트북을 주자는 범지구적인 프로젝트다.

배고픈 어린이에게 빵을 주면 당장의 배고픔은 달랠 수 있다. 하지만 빈곤을 없애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된다. 이들에게 노트북을 공급해 배울 기회를 더 많이 주자는 것이 네그로폰테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학교를 하나 더 짓는 일보다 노트북을 하나 더 선물하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강조한다.

100달러 노트북의 구상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네그로폰테 교수는 캄보디아에 있는 한 작은 마을에 노트북 20대를 기증했다. 어린이들은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그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었다.

얼마 안 있어 어린이들은 스스로 노트북 사용법을 익혔으며 인터넷에 접속해 축구 선수 호나우두의 티셔츠를 주문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배운 첫 영어는 ‘구글’(Google) 이었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어린이는 어른들이 가르치는 것 이상으로 배울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

2005년 네그로폰테 교수는 몇몇 친구들에게 편지를 써서 100달러 노트북에 대한 비전을 알리고 협조를 구하기 시작했다. 저개발국가의 정부로 하여금 한 대당 100달러(약 10만원) 정도의 저렴한 노트북을 구매해 소외 지역의 어린이들에게 나눠주도록 하자는 것이다. 얼마 뒤 그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그의 구상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그의 100달러 노트북 구상은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저개발 국가의 어린이들에게 노트북을 줌으로써 빈곤을 없애자는 취지에서 고안된 100달러 노트북.



인텔, MS 안 쓰니 가격이 ‘뚝’

굳이 ‘100달러’란 가격을 제시한 이유는 저개발국가의 정부가 구매하는데 부담을 갖지 않을 정도로 저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가격이 낮다고 해서 성능이 떨어지면 안 된다. 워드프로세서나 인터넷 접속, 게임 기능 등은 필수다.

현재 시판되는 웬만한 노트북 가격이 150만원 정도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10만원짜리 노트북을 만드는 일은 실현하기 어려운 꿈처럼 보였다. 하지만 네그로폰테 교수가 이끄는 팀은 현재 약 150달러까지 가격을 낮추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수년 안에 50달러 이하까지 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100달러 노트북을 실현시킬 수 있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 전 세계 PC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결별이 주효했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인텔 대신 AMD 칩셋을 탑재했으며, MS 대신 리눅스 업체인 레드햇과 손을 잡았다. 때문에 한때 100달러 노트북 사업은 인텔과 MS 진영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MS의 빌 게이츠는 공공연히 ‘100달러 노트북 무용론’을 펼치기도 했다. 현재 일반적인 PC에 사용되는 주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빠져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네그로폰테 교수는 과감히 MS 윈도우를 포기함으로써 더 많은 것을 얻어냈다. 값비싼 윈도우 대신 공개 소프트웨어인 리눅스를 탑재하면서 가격을 내렸다. 또 윈도우 탑재에 필요한 1.5GB 하드디스크 대신 1GB 메모리만 탑재했다. 대신 MS 윈도우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서 별도의 SD카드?를 장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값비싼 응용 프로그램은 학교에 서버를 설치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아이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학교 서버에 접속해 필요한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학교 서버는 노트북의 부족한 하드디스크를 보완하는 역할도 한다.

무엇보다 100달러 노트북은 규모의 경제 때문에 가능하다. 이를 테면 1만대를 생산하는 것보다 1000만대를 생산하는 것이 생산 단가를 줄일 수 있다. 자재나 부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100달러 노트북은 현재 대만의 콴타컴퓨터라는 업체에서 만든다. 처음 생산된 노트북의 가격은 150달러, 노트북의 부품 원가는 140달러로 알려졌다. 생산업체나 부품 공급업체들도 100달러 노트북을 만들기 위해 이익을 포기해야만 했다.

가격을 150달러까지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운용비용을 감안하면 재정난에 허덕이는 저개발 국가에서 도입하기에는 아직까지 비싼 것이 사실이다.

학교마다 서버를 한대씩 추가로 설치하고 위성인터넷 서비스와 연계하는 등 인프라 구축비용을 더한 평균 금액은 200달러를 넘는다. 아직은 지속적으로 가격 인하를 추구하는 동시에 선진국의 재정적 도움이 절실하다.

지난해 12월 홍콩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MIT 미디어연구소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가 100달러 노트북을 설명하고 있다.


메시 네트워크와 손잡이 발전기

100달러 노트북에서는 네트워크 기능이 핵심이다. 전세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100달러 노트북의 교육적 가치는 충분하다. 문제는 네트워크 인프라가 부족한 저개발국가에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만드냐는 것이다.

네그로폰테 교수가 생각한 방법은 메쉬(Mesh) 네트워크다. 메쉬 네트워크는 노트북 하나가 기지국 역할을 하며 단말기를 그물처럼 연결하는 방식이다. 메쉬 네트워크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가 군대에서 사용하는 무전기다. 군에서는 전시에 통신 인프라가 붕괴되더라도 통신이 가능하도록 무전기에 중계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100달러 노트북도 마찬가지다. 노트북에 안테나를 탑재해 서로 통신할 수 있게 만들어 멀리 떨어진 학생이라도 학교 서버에 접속할 수 있게 했다. 지금까지 공개된 시제품을 보면 LCD 모니터 옆에 안테나가 달려 있다. 이 안테나가 각 노트북을 메시 네트워크로 연결한다.

전력 공급 문제도 있다. 저개발국가는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지역이 많다. 전기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노트북을 공급하더라도 고철덩이에 불과하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충전장치다. 100달러 노트북에는 손잡이(Crank)가 달려 있고, 이 손잡이를 돌리면 약 10와트의 전기가 발생한다. 1분 정도 충전하면 20분간 사용할 수 있다. 이 밖에 요요처럼 생긴 충전기도 있다.

100달러 노트북이 10세 전후의 어린이들에게 공급되는 만큼 노트북은 작고 가벼워야 한다. ‘XO’라 이름 붙여진 100달러 노트북은 1.5kg에 불과하며 크기도 일반 노트북의 3분의 2 수준이다.

변신로봇처럼 상황에 맞게 모양을 바꿀 수도 있다. 이동할 때는 책가방처럼 손잡이로 들고 다닐 수 있으며 게임을 할 때는 게임기처럼 모양이 바뀌도록 디자인했다. 색상은 주황부터, 파랑, 초록 등 다양하게 선보일 예정이다.

저개발 국가에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일들도 많이 일어난다. 심지어 부모가 아이들의 신발을 내다 팔기도 한다. 어린이들에게 신발보다 훨씬 비싼 100달러 노트북을 나눠준다면? 염치없는 어른들이 무슨 짓을 할지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100달러 노트북은 보안 기능을 탑재해 지급받은 학생 외에는 사용할 수 없게끔 설계될 예정이다.


2500대 시범 공급

네그로폰테 교수의 100달러 노트북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이미 아르헨티나, 브라질, 리비아,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르완다 등이 100달러 노트북 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터키, 멕시코, 방글라데시, 팔레스타인, 우루과이, 중앙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들과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

단순한 노트북 사업이었다면 이렇게 많은 나라의 동참을 이끌어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들 국가는 재정적인 부담에도 불구하고 100달러 노트북 사업의 취지에 동감했다.

OLPC 재단은 지난 2월 브라질, 우루과이, 파키스탄, 태국 등 8개 나라에 시범적으로 100달러 노트북 2500대를 공급했다.

오는 7월 500만대 생산을 앞두고 각 국가의 교육 환경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내년에는 생산량을 5000만대로 늘리고 가격도 100달러 이하로 낮춘다는 목표다.
 

100달러 노트북이란?

100달러 노트북 사업은 저개발국가의 어린이들에게 저렴한 노트북을 나눠줘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이 사업은 미국 MIT 미디어연구소장인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가 이끄는 OLPC 재단에서 추진하고 있다. 현재 150달러까지 가격을 낮추는데 성공했다. OLPC 재단은 브라질, 나이지리아, 르완다, 태국 등의 정부와 제휴해 오는 7월부터 500만대의 노트북을 공급할 계획이다.


*SD카드
플래시 메모리 카드의 일종. 저장 능력이 뛰어나고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빨라 휴대전화, 디지털 카메라 등 디지털기기의 메모리로 많이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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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진행

    부창조
  • 강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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