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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보낸 '핼러윈 데이'의 메시지

‘귀신 가면’ 속에 별 탄생의 비밀 숨어 있어

 

무시무시한 귀신의 얼굴을 닮은 성운 ‘DR6’. 성운 안에서 태어난 별들이 강한 열을 주변으로 뿜어내면서 빚어낸 모습이다.


수년 전 한국에 상륙해 최근에는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해진 ‘핼러윈 데이’. 매년 10월 마지막날이 오면 서양에서는 호박 속을 파서 만든 등불을 밝히고 귀신, 마녀, 해적 등으로 분장한 채 가장 무도회를 펼친다.

핼러윈 데이는 고대 켈트족의 삼하인 축제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2500여년 전 켈트족의 한 지파인 골르와족은 10월 31일을 1년의 끝으로 하는 달력을 사용했는데, 이날 ‘죽음의 신’ 삼하인에게 제사를 드리고 새해를 맞이하는 의식을 거행했다. 이날밤에는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자기 집으로 돌아온다고 믿었다.

지난 10월 28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무시무시한 머리를 쳐든 ‘우주 귀신’의 얼굴 사진을 공개했다. NASA의 적외선우주망원경 ‘스피처’가 찍은 이 사진의 주인공은 움푹 파인 두 눈과 무서운 소리를 지르는 듯한 입을 지녔다. 괴물 같은 얼굴이 영락없이 핼러윈 데이에 누군가가 썼던 귀신 가면처럼 생겼다.

핼러윈 데이 축제의 대표적 상징은 호박의 속을 파고 도깨비 얼굴 모양으로 만든 뒤 안에 촛불을 켜 놓은 ‘잭 오 랜턴’(Jack O’lantern)이다. 옛날 아일랜드에 잭이라는 술주정뱅이가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술집에서 잭 앞에 그의 영혼을 데려가겠다는 저승사자가 나타났다. 잭은 저승사자에게 술을 먹도록 꾀인 후 기지를 발휘해 1년을 더 살았다. 다음해에도 저승사자를 다른 속임수로 골탕을 먹였다.

그러다가 나중에 죽어서는 저승사자를 놀린 벌로 천국에도, 지옥에도 가지 못하고 아일랜드의 추운 날씨에 어둠 속을 떠도는 유령신세가 됐다. 다행히 잭은 저승사자에게 불씨 하나를 얻어 자기가 먹던 무 속에 집어넣고 등불처럼 들고 다녔다. 이것이 핼러윈의 상징인 ‘잭 오 랜턴’이라고 한다.

천국과 지옥 사이를 떠돌던 유령 잭이 어두운 우주공간에 남긴 흔적이 혹시 스피처가 찍은 사진의 주인공이 아닐까.

스피처가 포착한 우주 귀신은 사실 우리 은하에 있는 ‘DR6’이라는 성운이다. DR6은 지구에서 백조자리 방향으로 3900광년이나 떨어져 있다. DR6이 이런 모습을 하게 된데는 가스와 먼지가 뭉쳐진 성운에서 태어난 별들이 큰 역할을 했다.

귀신의 ‘코’ 부분을 잘 보면 10여개의 별들이 있다. 이들이 바로 성운에서 무리 지어 새롭게 태어난 별들이다. 태양보다 10~20배나 무거운 이 별들은 강한 열을 주위로 뿜어내면서 귀신의 ‘눈’과 ‘입’을 빚어냈다. 눈과 입에 남아있는 초록빛 물질은 가스로 구성돼 있고, 주변의 붉은 지역은 본래 젊은 별들을 탄생시켰던 먼지 구름이다.

귀신의 코에는 또 다른 비밀이 숨어 있다. 제2세대 별들이 탄생을 위해 준비 중이다. 이 별들이 태어나면 그들의 보금자리를 또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다. 그러면 이 우주 괴물은 어떤 모습으로 바뀌게 될지 궁금하다.

또 2세대 별들은 다음 세대의 별들이 태어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한다. 핼러윈 데이에 어울릴 만한 우주 귀신의 모습에 세대를 거듭하는 별 탄생의 비밀이 숨어 있었다니 놀랍지 않은가.

2004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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