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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정신 충격, 대뇌 손상 일으킨다

참전군인·성폭행 피해자 조사 결과 기억 부위 축소


심한 정신충격을 받으면 해마 부위가 축소 될 수 있다.


사람이 심한 정신충격을 받으면 뇌에 물리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베트남 참전 군인과 어릴 때 성적 충격을 받은 사람의 뇌를 조사한 결과, 정상인에 비해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海馬, hippocampus) 부위의 크기가 줄어든 사실이 관찰됐다. 사람이 커다란 위협을 느낄 때 뇌를 가득 채우고 있는 호르몬이 해마 세포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추측되고 있다. 정신충격 후에는 잘 때 악몽을 꾸거나 충격받던 순간이 생생하게 재현된다든지, 늘 두렵고 쉽게 놀란다든지, 충격을 받은 사건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든지, 화를 잘 낸다든지, 집중이 잘 안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미국 코네티컷주 퇴역군의료센터 정신의학과에 따르면, 월남참전자 중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해마 크기가 8% 정도 감소되었다. 심한 경우 왼쪽 해마의 26% 오른쪽 해마의 22%가 축소된 사람도 관찰됐다. 핵자기공명장치로 측정한 결과다.

한편 어린 시절 성적 혹은 물리적 상처를 받았던 성인에게서도 같은 증세가 발견됐다. 성폭행을 당했든지, 자주 두들겨 맞았든지, 화상을 입은 등의 상처가 오랫동안 정신충격으로 남아 있는 것. 이런 경우에도 해마의 축소 현상이 관찰된 것이다.

뇌의 좌우반구 깊숙이 위치한 해마는 사람의 기억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특히 단기 기억에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사람이 어떤 정보를 얻었을 때 이 정보는 일단 해마 부위에 저장됐다가 장기 기억으로 남거나 곧 잊어버리게 되는 것. 새로운 자료에 대한 학습은 이 단기 기억에 의존하는 것이다.

해마 부위가 축소된 사람들은 특히 단어, 가령 채소 이름이나 전화 번호를 잘 잊어버린다. 한가지 얘기를 반복적으로 들려주고 난 후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지 실험한 결과, 이들은 정상인에 비해 40% 정도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관찰됐다.

그러나 이들의 IQ나 다른 기억기능에는 별다른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 단기 기억만이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해마 부위가 축소됐다는 말은 세포가 손실됐음을 의미한다. 정확하게 뇌세포 간 연결가지인 수상돌기(dendrite)가 위축된 것인지, 아니면 뇌세포가 죽은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퇴역군의료센터 정신의학과 브레머 박사는 위급한 상황이 일어났을 때 뇌에서 분비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일종(cortisol)이 해마 부위에 치명적으로 작용, 해마의 축소를 일으킨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

사람이 운동을 할 때 이 호르몬은 아드레날린과 함께 혈압을 높이거나 지방조직 간 등으로부터 에너지를 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사람의 생존에 필수적인 호르몬이지만 오랫동안 분비되면 해를 줄 수 있는 것.

이 호르몬은 과다한 긴장으로 인한 고혈압이나 성인 당뇨를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는 해마 부위에도 손상을 입히는지 연구 중.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호르몬의 양이 정상인의 경우보다 오히려 적게 나타난 정신후유증 환자가 발견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아직 해마 부위와 호르몬의 관계를 명확히 밝히지는 못했지만, 호르몬 양이 많거나 적게 나타나는 것을 생물학적으로 다른 종류의 현상으로 파악한다. 아무튼 양이 너무 많거나 적은 것 모두가 위험한 것은 사실인 셈이다.

1995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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