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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호, 과학으로 탑승할 준비됐나?

화려한 영상, 실제 같은 로봇과 우주선의 움직임, SF 영화답게 새로운 미래 아이템들까지. 개봉 첫날 16개국에서 넷플릭스 인기영화 1위에 오른 ‘승리호’는 유명세만큼 볼거리가 가득했다. 
볼거리에 사로잡힌 것도 잠시, 등장인물의 대화 속 과학스러운 단어들에 멈칫했다. ‘테라포밍’ ‘우주쓰레기’ ‘나노봇’. 영화 승리호가 상상한 2092년의 이 세 단어가 2021년 현재에는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들여다봤다.

 

“지구는 생명의 공간이고 우주는 죽어있는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반대가 됐죠.”
생명의 땅 지구는 더이상 없다. 대지는 황폐했고 방독면을 쓰지 않으면 외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대기는 오염됐다. 대신 우주에 새로운 생명의 땅이 탄생했다. 우주 개발 기업 UTS(UTopia above the Sky)는 위성 궤도에 반구 모양의 푸르름이 가득한 거주 단지를 건설했다. UTS는 곧 화성도 테라포밍(Terraforming)을 완료해 시민들을 이주시킬 계획이다.  

 

하늘 위의 유토피아? 아직은 시기상조


테라포밍은 1942년 미국의 SF 작가 잭 윌리엄스의 소설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다. 지구가 아닌 천체에 지구 환경을 인공적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1961년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테라포밍을 진지한 연구주제로 삼았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금성 대기에 광합성을 하는 조류를 뿌려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doi: 10.1126/science.133.3456.849
이어 1973년 그는 화성의 환경을 바꾸는 방법도 발표했다. 얼어 있는 화성 극지에 반사율을 낮추는 카본블랙과 같은 물질을 살포하는 것이다. 반사율이 낮아지면 극지는 데워지고 그 결과 적도와 극지 사이의 열수송율과 대기압이 높아진다. 더 나아가면 극지가 녹아 화성도 지구처럼 물이 흐르는 행성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doi: 10.1016/0019-1035(73)90026-2 이후 테라포밍 관련 연구가 잇따라 1979년 3월에는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달 및 행성과학 학회에 특별 세션으로 ‘테라포밍 세미나’가 처음으로 열렸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행성과학자 크리스 맥케이는 1991년 동료들과 함께 이후 30년간 화성 테라포밍의 정석이라 여겨질 아이디어를 냈다. 화성 토양과 극지에 있는 온실가스를 이용하면 얇은 대기층을 보완하고 물이 액체로 존재하도록 표면 온도를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2018년 브루스 자코스키 미국 콜로라도대 지질과학부 교수는 이 아이디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doi: 10.1038/s41550-018-0529-6


20년 동안 화성을 관측한 데이터를 수집해 화성에 존재하는 온실가스를 계산한 결과, 대기로 배출될 수 있는 온실가스가 모두 나와도 증가하는 압력은 0.02바(bar, 압력을 나타내는 비국제단위계 단위. 1바는 약 1기압)에 불과했다. 현재 화성의 대기압은 0.006바로 증가하는 압력을 합해도 지구 대기압인 약 1바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대기압으로 상승하는 온도는 약 10K 정도였다. 화성에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온도가 적어도 60K까지는 올라야 한다.


자코스키 교수는 “이번 분석에서는 화성에 존재하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와 수증기를 고려했다”라며 “화성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이산화탄소(1바)는 지하 깊이에서 암석의 압력을 받고 있어 현재 기술로는 대기로 배출시킬 수 없다”라고 말했다.

 

“최후의 수단으로 정교하게 프로그래밍 된 나노봇을 주사했는데 결과는 기적적이었지.”


생명의 나무로 테라포밍에 성공했다던 거주 단지는 사실 한국 과학자가 발명한 나노봇 덕분이었다. 나노봇을 주입받은 도로시는 모든 신경이 손상되는 병을 이겨내고, 외부의 죽어가는 세포와 신호를 주고받는다. 도로시와 교감한 생명은 다시 생기를 얻는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는 누구도, 심지어 발명자조차 모른다.

 


죽어가는 세포 살려내는 나노봇은 아직 요원한 꿈


미국의 공학자 킴 에릭 드렉슬러는 1986년 발표한 저서 ‘창조의 엔진’에서 지금의 나노봇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당시 드렉슬러는 분자 조립자(molecular assembler)라고 일컬었다. 이 책에서 꿈꾸는 나노봇은 고도로 프로그래밍돼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자가복제까지 가능하다. 영화 ‘승리호’에서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자가복제를 거듭해 세포를 살려내는 나노봇과 유사하다. 


나노봇은 아직 발전 단계에 있다. 영화 속 설정처럼 죽어가는 생명을 살려내는 것은 요원하지만 특정 세포에 접근해 예방, 조기 진단, 생체 내 약물 전달, 수술 등의 역할을 하는 나노봇이 개발 중이다. 


지난해 러시아 ITMO대 연구팀은 DNA 조각으로 만든 나노봇으로 암을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DNA 나노봇은 DNA 효소 디옥시리보자임으로 만들어졌으며 탐지와 치료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세포 안에서 화학적으로 변형된 RNA를 감지하고 특정 조건에서 RNA 결합을 끊는다. doi: 10.1002/chem.201905528


나노봇은 점성이 있는 유체 환경인 생체 내에서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점성은 나노봇의 관성을 무력화시키며 브라운 운동으로 액체는 불규칙하게 움직인다.  


그래서 나노봇이 목적지에 정확히 도달하게 하기 위해선 외부의 자기장, 초음파 등으로 제어해야 한다. 2월 18일 김민준 미국 서던메소디스트대 기계공학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나노봇 제어에 새로운 가능성을 연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doi: 10.1038/s41467-021-21322-0


그동안 체액과 같은 유체에서 나노봇을 자기장으로 제어하기 위해서는 로봇의 형태가 비대칭적이거나 유연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구형 입자는 대칭적이기 때문에 나노봇이 될 수 없었다. 연구팀은 실험과 모델링을 통해 자성을 띠는 구형 입자도 체액과 같은 유체 내에서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구형 입자에는 회전축을 중심으로 동등하고 반대인 추진 상태가 존재했다. 여기에 정적 자기장을 걸면 두 상태 중 하나가 선택됐다. 즉 자발적으로 대칭을 파괴하고 비대칭 상태가 되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동안 나노봇 설계의 핵심은 비반복운동을 구현하는 것이었지만 이번 연구는 대칭적인 나노봇이 반복운동을 하더라도 체액에서 외부 자기장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체내 약물 전달 나노봇 개발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영화 ‘승리호’의 나노봇이 근거없는 허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미 다양한 나노봇이 개발됐고 인류가 직면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1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박영경 기자 기자
  •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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