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는 좌우대칭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한쪽 손으로는 능숙하게 글씨를 쓰면서 다른 쪽으로는 연필을 쥐는 것도 어색할까. 그리고 능숙한 쪽이 대부분 오른손인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면서 가끔씩 이런 의문을 갖게 된다. 지난 수천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생각해왔고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여러 가지 답을 제시해왔다. 오른쪽은 신성하고 왼쪽은 불경하다는 믿음도 그 중 하나다. 성서에도 축복받은 양은 하나님의 오른쪽 천국으로 가고 저주받은 염소는 왼쪽의 영원한 불구덩이에 떨어질 운명이라고 쓰여 있다.
19세기 영국의 의사인 필립 헨리 파이-스미스는 오른손잡이가 많은 것은 전쟁의 결과라고 해석했다. 즉 인류는 원래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가 반반이었는데 어느 날 방패를 발명했다. 그런데 심장은 왼쪽에 있으므로 왼손에 방패를 쥐는 오른손잡이가 싸움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았다는 일종의 자연선택 이론이다.
그러나 고고학 유물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200만년 전에 살았던 현생 인류의 먼 조상인 호모 하빌리스도 오른손잡이가 다수였다는 것이다. 물론 이 무렵은 방패가 없었을 때다. 그런데 이들이 오른손잡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오른손잡이가 석기를 만들 때는 왼손으로 돌을 고정하고 오른손으로 내려치는데 이때 떨어져 나간 조각에는 뒤틀림이 있다. 고고학자인 니콜라스 토드는 180만년 전의 돌조각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이들 대부분이 오른손으로 내려쳤을 때 떨어져 나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150만년 전 호모 하빌리스가 썼던 이쑤시개의 마모된 패턴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대부분 오른손으로 이쑤시개를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의 심리학자인 스탠 코렌과 클레어 포락은 인류가 남긴 벽화와 조각품에 나오는 인물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실시했다. 기원전 3000년 이전 것을 비롯해 1000점이 넘는 작품을 분석한 결과 창던지기 등 기술이 필요한 동작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오른손을 사용했다. 한편 왼손을 사용한 경우는 약 8%로 오늘날 왼손잡이 비율인 10%와 비슷했다.
결국 인류는 200만년 전 이미 대부분이 오른손잡이였고 최소한 지난 5000년 동안 그 비율이 거의 바뀌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인류를 오른손잡이로 만들었을까. 오른손잡이가 유리하다면 왜 이토록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왼손잡이는 도태되지 않고 일정한 비율로 살아남았을까.
헷갈리는 통계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의 가계를 조사해보면 여기에 유전적 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데 통계를 자세히 보면 오른손잡이는 우성, 왼손잡이는 열성이라는 단순한 유전이론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7만명 이상의 아이를 대상으로 행한 영국의 한 조사를 보면 부모가 모두 오른손잡이일 경우에도 자녀의 9.5%는 왼손잡이다. 한쪽만 왼손잡이일 경우는 19.5%가, 둘 다 왼손잡이일 때는 26.1%가 왼손잡이였다. 분명히 관계는 있는데 설명이 안된다.
왼손잡이가 열성이라면 부모가 둘 다 왼손잡이일 때는 자녀도 모두 왼손잡이여야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O형 혈액형일 경우 자녀도 O형인 것처럼 말이다. 일란성쌍둥이 가운데 20% 정도는 우세한 손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도 해석이 난감한 문제다. 유전자가 동일한데 어떻게 서로 다를 수 있을까.
물론 손의 선호도가 후천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결과를 나름대로 해석한다. 우리는 양쪽 손을 다 능숙하게 쓸 잠재력이 있는데 이미 오른손잡이에 맞춰져 있는 사회에 적응하면서 대다수가 오른손잡이가 된다. 다만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을 모방하므로 부모 중 왼손잡이가 있을 경우 자녀가 왼손잡이일 확률이 약간 더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해석은 점차 설득력을 잃고 있다.
영국 퀸즈대 피터 헤퍼 박사는 초음파검사를 통해 15주된 태아 1000명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9명 꼴로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더 자주 빤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현재 오른손잡이 비율과 일치하는 수치다. 이들 중 75명에 대해 조사한 결과 오른손을 빠는 태아 60명 모두 태어난 뒤에도 오른손잡이가 됐고 왼손을 빠는 태아 15명 가운데 10명이 왼손잡이가 됐다. 이 결과는 우세한 손을 결정하는데 유전자가 어떤 식으로든 관여함을 시사한다.
영국 런던대 심리학과의 크리스 맥마누스 교수는 유전자의 영향력을 새롭게 해석해 이 딜레마를 풀었다. 그에 따르면 오른손잡이, 왼손잡이 유전자가 있는 게 아니라 오른손잡이를 결정하는 D유전자와 그 돌연변이로 좌우를 선택하는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C유전자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로부터 각각 D유전자를 받을 경우, 즉 DD형은 오른손잡이가 되는 반면 각각 C유전자를 받은 CC형은 오른손잡이나 왼손잡이가 될 확률이 반반이다. 왼손잡이 부모에서 오른손잡이 자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면 부모로부터 D와 C를 하나씩 받은 DC형은 어떻게 될까. D가 우성으로 생각해 오른손잡이라고 계산하면 데이터를 설명할 수 없다. 반면 둘이 반반씩 기여해서 오른손잡이가 될 확률이 75%(100×0.5(D) + 50×0.5(C))이고 왼손잡이가 될 확률이 25%(50×0.5(C))라고 가정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이화여대 생물학과 여창열 교수는 “유전자가 하나만 있으면 충분히 영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따라서 이와 같은 가정이 유전 법칙을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맥마누스 교수는 현재 왼손잡이가 10% 내외인 것으로부터 D유전자와 C유전자의 분포비가 8:2라고 계산했다. 이 가정을 적용하면 부모 모두 오른손잡이일 때 자녀의 8%, 한쪽이 왼손잡이일 때는 19%, 둘 다 왼손잡이일 때는 30%가 왼손잡이인 것으로 계산돼 위의 통계와 잘 들어맞는다.
손의 비대칭 뇌의 비대칭
아직 유전자를 찾지는 못했기 때문에 확신할 수 없지만 D유전자 가설은 우세 손에 대한 현상을 잘 설명한다. 그럼에도 궁금증은 여전히 남아 있다. 왜 우리는 양손 모두를 능숙하게 쓰지 못하나. 그리고 왜 대체로 오른손을 잘 쓰게 됐을까.
많은 과학자들이 뇌의 진화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즉 200만~300만년 전에 인류의 뇌가 급팽창하면서 기능의 비대칭이 진전되고 그 결과 손의 비대칭이 나왔다는 주장이다. 인간의 뇌 가운데 다른 유인원과 특히 다른 부분은 좌뇌에 존재하는 언어영역과 운동영역이다. 그 결과 인간은 말을 하게 됐고 손, 특히 오른손을 매우 능숙하게 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뇌와 근육을 연결하는 신경은 좌우가 교차되므로 좌뇌는 몸의 오른쪽에 주로 관여하기 때문이다.
신경학자인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캘리포니아대 프랭크 윌슨 교수는 “인간 고유의 특징인 언어와 정교한 손동작이 왜 주로 좌뇌에 의해서 조절되는지는 아직 미스터리”라며 “아마도 우뇌에 이미 시각정보를 처리하는 영역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호주 멜버른대의 마이크 니콜스 교수는 좌뇌가 이런 역할을 맡게 된 것은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가 우뇌보다 빠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두 소리 사이의 간격을 좁혀가며 둘을 구분하는 한계점을 찾는 실험을 통해 오른쪽 귀(좌뇌)가 왼쪽 귀(우뇌)보다 10~15% 정도 더 민감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좌뇌가 담당하는 언어와 정교한 손동작은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 혀와 목의 근육이 움직이는 순서와 간격이 조금만 어긋나도 부정확한 발음이 나오기 때문이다. 3m 떨어진 목표물을 향해 공을 던질 때 공을 놓는 시점이 1000분의 4초만 빠르거나 느려도 위아래로 25cm나 벗어난다.
좌뇌와 우뇌의 신경망을 분석한 결과 좌뇌가 더 복잡한 것으로 나타났다. 침팬지나 다른 원숭이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유독 인간의 좌뇌 신경망이 더 발달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크리스 맥마누스 교수는 “심장이 왼쪽에서 발달하는데 관여하는 유전자 가운데 하나가 약간 돌연변이를 일으켜 뇌의 왼쪽이 좀더 빨리 자라도록 유도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실제로 좌뇌는 우뇌보다 약간 더 크다.
그렇다면 인류는 왜 우뇌도 발달시켜 양쪽 손이 다 능숙하게 하지 않았을까. 프랭크 윌슨 교수는 “사냥감을 향해 돌이나 창을 던질 때 잘 맞추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며 “따라서 한쪽 손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성공 확률이 더 높다”고 설명한다. 어설프게 양쪽에 분산투자하는 것보다는 한쪽에 집중한 것이 생존에 더 유리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심리학자 이브 기아드는 이런 차이가 왼손과 오른손이 분업을 통해 효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즉 주연과 조연이 있어야 드라마가 완성되듯이 손동작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우세한 손은 미세한 동작에, 나머지는 큰 동작에 적합하게 진화했다. 오른손으로 글씨를 쓸 때도 왼손은 쉬지 않고 종이의 위치를 조절하면서 오른손이 정밀한 작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틀’을 잡아준다.
뜨개질도 양손의 협력관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뜨개질바늘이 들어갈 자리를 왼손으로 계속 조절해줘야 오른손의 동작이 진행될 수 있다. 기아드 박사는 “한쪽 손이 틀을 잡고 상황을 정돈한 뒤에야 나머지 손이 활동을 시작한다”며 “왼손은 오른손이 할 일을 알고 있고 오른손은 왼손이 방금 한 일을 알고 있다”고 설명한다.
왼손잡이가 살아남은 이유
그렇다고 언어영역과 운동영역이 100% 좌뇌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만일 그렇다면 인류는 모두 오른손잡이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왼손잡이의 뇌는 좌우가 뒤바뀐 상태일까. 아니면 운동영역만 우뇌에 자리하고 있을까. 또는 함께 진화해온 언어영역과 쌍으로 이동했을까.
중풍으로 좌뇌가 손상된 사람은 대체로 언어장애가 후유증으로 남는다. 좌뇌에 언어영역이 있으므로 예상되는 결과다. 그런데 일부는 언어장애를 겪지 않는다. 또 우뇌가 손상된 사람이 언어장애를 겪기도 한다. 언어영역의 위치도 어느 정도 유동적인 것이다. 운동영역과 쌍으로 움직이기 때문일까.
우세한 손과 언어영역의 위치를 조사한 결과들은 그렇지 않음을 보여준다. 한 예를 보면 오른손잡이의 95%가 언어영역이 좌뇌에 있고 5%는 우뇌에 있다. 왼손잡이의 경우는 70%가 좌뇌에, 30%가 우뇌에 있다. 우세한 손과 언어영역이 분명 연관돼 있지만 쌍으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크리스 맥마누스 교수는 우세한 손을 결정하는 유전자인 D와 C가 여기에도 관여한다고 주장한다. 즉 DD형은 언어영역이 전부 좌뇌에 위치하고, DC형은 75%가 좌뇌에, 25%가 우뇌에 놓인다. CC형은 좌우가 반반이다. 한편 언어영역과 운동영역의 위치는 각자 독립적으로 정해진다. 즉 DD형은 둘 다 좌뇌에 놓이는 한가지뿐이지만 CC형은 네가지 경우가 다 가능하다(둘 다 왼쪽, 둘 다 오른쪽, 한쪽에 하나씩 놓인 두 가지).
왼손잡이가 10%인 경우 이 가정을 적용하면 오른손잡이의 7.8%, 왼손잡이의 30%가 우뇌에 언어영역이 자리하는 것으로 계산돼 위의 데이터를 잘 설명해준다.
맥마누스 교수는 “우세한 손을 결정하는, 즉 운동영역의 위치를 결정하는데 관여하는 유전자가 언어영역 뿐 아니라 뇌의 비대칭 전반에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뇌의 한쪽에만 놓이는 영역이 12가지 있다고 하자. DD형인 사람은 12가지 모두 교과서에 나오는 표준 자리에 놓여있을 것이다. 즉 언어영역과 운동영역은 좌뇌에, 공간분석영역과 색채인식영역은 우뇌에 자리한다. DC형인 사람은 75%인 9개 정도는 제자리에, 3개는 반대 위치에 놓이게 된다. 뇌 구조가 다소 바뀌는 셈이다. CC형의 경우는 대략 절반이 바뀌게 된다. 표준인 DD형과는 뇌 구조가 많이 다른 것이다.
뇌는 대단히 복잡하고 정교한 기관이다. 그렇다면 뇌 구조가 표준에서 벗어나면 불안정해져 생존에 불리한 것은 아닐까. 실제로 왼손잡이처럼 뇌의 구조가 다른 경우 난독증, 말더듬이, 자폐증, 정신분열증 등 신경계의 문제로 발생하는 질환에 걸릴 확률이 평균값보다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나와있다.
그렇다면 이런 구조의 유동성을 일으키는 C유전자는 왜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는가. 맥마누스 교수는 “뇌의 구조에 적당한 변동이 생기면 오히려 특정한 기능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다”며 “따라서 DC형인 사람은 뇌의 구조가 경직된 DD형이나 흐트러진 CC형보다 생존에 유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DC형인 사람은 75%가 오른손잡이이고 25%가 왼손잡이다. 왼손잡이의 비율이 평균값인 10%보다 2.5배나 높다. 흥미롭게도 예술가나 천재 가운데 왼손잡이의 비율이 평균값보다 높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나와 있다. 알렉산더 대왕, 미켈란젤로, 나폴레옹, 찰리 채플린, 마를린 먼로, 클린턴 등 유명한 왼손잡이들도 많다.
오른손잡이의 경우 DC형일 확률은 27%인 반면 왼손잡이는 80%나 된다. 소수라는 이유만으로 가위질에서 전철 개찰구까지 하루에도 수없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살아가야 하는 왼손잡이들. 아직까지 완전히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뇌와 손에 대한 최근의 연구결과는 이들이 인류의 소수정예임을 시사하고 있는 셈이다.
오른손, 왼손잡이 결정의 유전학
오른손잡이를 결정하는 D유전자와 기능하지 못하는 C유전자가 8:2로 존재하고 둘이 대등하게 기여한다고 가정하면 우세한 손과 관련된 통계를 설명할 수 있다. 즉 DD형은 100% 오른손잡이이고 DC형은 75%가 오른손잡이, 25%가 왼손잡이다. 한편 CC형은 각각 50%의 확률을 갖는다.
1. 전체 평균의 경우
D유전자와 C유전자가 8:2로 존재한다.cf.괄호안은 확률
자녀가 오른손잡이일 확률 : 100×0.64(DD) + 75×0.32(DC) + 50×0.04(CC) = 90%
자녀가 왼손잡이일 확률 : 25×0.32(DC) + 50×0.04(CC) = 10%
2. 부모가 모두 오른손잡이인 경우
오른손잡이에서 D유전자와 C유전자의 비율은 84:16이다.
D유전자의 비율: 100×0.64(DD) + 0.5×75×0.32(DC) = 76 (84%)
C유전자의 비율: 0.5×75×0.32(DC) + 50×0.04(CC) = 14 (16%)
자녀가 오른손잡이일 확률 : 100×0.71(DD) + 75×0.26(DC) + 50×0.03(CC) = 92%
자녀가 왼손잡이일 확률 : 25×0.26(DC) + 50×0.03(CC) = 8%
3. 부모가 모두 왼손잡이인 경우
왼손잡이에서 D유전자와 C유전자의 비율은 4:6이다.
D유전자의 비율: 0.5×25×0.32(DC) = 4
C유전자의 비율: 0.5×25×0.32(DC) + 50×0.04(CC) = 6
자녀가 오른손잡이일 확률 : 100×0.16(DD) + 75×0.48(DC) + 50×0.36(CC) = 70%
자녀가 왼손잡이일 확률 : 25×0.48(DC) + 50×0.36(CC) = 30%
3. 부모 한쪽이 오른손잡이, 한쪽은 왼손잡이인 경우
자녀가 오른손잡이일 확률 : 100×0.34(DD) + 75×0.56(DC) + 50×0.10(CC) = 81%
자녀가 왼손잡이일 확률 : 25×0.56(DC) + 50×0.10(CC) = 19%
좌뇌와 우뇌는 영원한 협력자
19세기 프랑스의 의사인 폴 브로카는 좌반구의 특정 영역에 손상을 입은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운동성 실어증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오늘날 ‘브로카영역’으로 불리는 이 자리는 언어운동을 관장하는 부위다. 그뒤 많은 과학자들이 뇌의 특정 부위와 기능을 연구해 ‘뇌지도’를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좌뇌는 주로 언어능력에 우뇌는 시각능력에 관여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정보는 좌뇌와 우뇌의 협력 속에서만 제대로 처리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좌뇌가 언어를 담당한다고 해서 우뇌의 역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좌뇌의 경우 단어와 문법에 관여한다. 반면 우뇌는 발성의 운율에 관여할 뿐 아니라 은유, 풍자, 유머 등도 여기서 나온다.
뇌의 한쪽이 고장나거나 우뇌와 좌뇌의 커뮤니케이션 통로인 뇌량이 절단된 경우 환자는 아주 간단한 과제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간질이 발작할 경우 뇌 전체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뇌량을 절단한 15세의 소년에게 행한 실험이 그 좋은 예다.
연구자들은 수술 전 환자에게 각각의 손으로 정6면체를 그려보게 했다. 소년은 양손 모두 제대로 그렸는데 다만 왼손의 선(①)이 다소 흔들렸다. 오른손잡이이므로 예상되는 결과다.
뇌량 절제 수술이 끝나고 같은 과제를 줬다. 왼손으로 그린 그림(③)은 6면체임을 알 수 있지만 선이 몹시 흔들리고 길이가 맞지 않는다. 왼손을 조종하는 우뇌는 3차원 공간은 이해하지만 직선을 긋거나 선이 만나는 지점을 정확히 인지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한편 오른손의 경우는 선은 안정돼 있으나 입방체가 아니었다(④). 오른손을 조종하는 좌뇌는 직선을 서로 만나는 지점까지 정확히 긋게 하지만 3차원 공간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쉽게 그릴 것 같은 간단한 그림도 뇌량을 통해 좌뇌와 우뇌가 정보를 교환하고 종합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우연히 선택된 비대칭
자동차는 도로의 오른편에서 달린다. 오른손잡이에게는 우측통행이 자연스러워서일까. 그러나 자동차 우측통행과 오른손잡이와는 상관이 없다. 가까운 일본을 비롯, 영국과 영연방에 속한 나라의 상당수에서 왼쪽 도로로 차들이 다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곳들에서는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다. 2000년 현재 전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자동차 우측통행을, 나머지가 좌측통행을 택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동차는 원래 어느 방향으로 달렸을까.
그 기원은 말의 통행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른손잡이가 말을 타려면 왼쪽에서 올라타야 하므로 말은 좌측통행을 했다. 이에 따라 마차도 좌측통행이 많았지만 통행량이 많지 않은 곳에서는 제각각이었다. 그런데 나폴레옹이 권좌에 오르면서 우측통행을 선언한다. 주인이 말을 타고 갈 때 오른쪽에서 쫓아가던 하인들의 입장을 배려한 것이라고 한다. 아무튼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나라별로, 심지어 한 나라에서도 지역에 따라 좌측통행과 우측통행이 혼재돼 있었다.
그러나 지역간, 국가간 통행량이 늘어남에 따라 어느 한쪽으로 통일해야할 필요가 생겼고 그 결과 우측통행으로 바꾸는 나라들이 하나 둘 늘어났다. 스웨덴의 경우 좌측통행을 고집하다가 1967년에야 우측통행으로 바꾸었다. 도로표지판을 전부 바꿔야하는 등 엄청난 비용이 들었지만 인근 노르웨이와 핀란드를 비롯해 유럽 여러 나라들과 보조를 맞추려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일본은 1859년 영국의 영향으로 좌측통행을 택한 뒤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시대에는 좌측통행을 하다 1946년 미군정 시절 미국을 따라 우측통행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철도는 아직 좌측통행이 남아있다. 철도의 연장선인 지하철 1호선의 통행방향이 나머지와 반대인 것도 그래서다.
현재 좌측 통행인 나라를 보면 대부분 섬나라이거나 험준한 산맥으로 국경이 나뉘어 통행이 어려운 나라들이 많다. 굳이 통행방향을 바꾸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이 이런 나라에서 운전을 하다가 자칫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다. 한적한 곳에서 무의식적으로 오른쪽 도로를 타다가 정면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계바늘이 시계방향으로 도는 것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1271년 경 처음 시계가 나왔을 때만 해도 바늘이 도는 방향이 제각각이었다. 그러다가 1550년 시계가 본격적으로 양산되기 시작했는데 이때 시계방향으로 결정됐다. 일단 방향이 정해진 뒤 모든 제조업자들이 이 방향을 따르게 된 것이다. 이때 만일 반대 방향을 택했더라면 오늘날 시계반대방향이 시계방향으로 불릴 것이다. 이처럼 반반의 선택확률에서 한쪽을 택할 경우 모두 그쪽으로 쏠려 원칙처럼 자리잡는 현상을 ‘냅킨 딜레마’라고 부른다.
원형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 앞에는 포크와 나이프가 나란히 놓여있다. 그런데 집주인은 무심코 냅킨을 그 사이에 놓아두었다. 이럴 때 어느 쪽 냅킨을 집어야 하는지 모르는 손님들은 집기를 망설이고 있다. 이때 누군가 한 사람이 왼쪽의 냅킨을 집으면 나머지 손님들도 따라서 왼쪽의 냅킨을 집어 어색한 상황이 종료된다.
뇌량(corpus callosum)
좌우 대뇌반구가 연접된 부분으로 신경섬유의 큰 집단이다. 좌뇌와 우뇌의 의사소통 통로다. 뇌량이 절단된 사람은 정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과제를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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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 생명 탄생의 숨은 코드 비대칭
1. 우주는 왼손잡이 물질이 지배하는 세계
2. 심장 왼쪽에 치우친 이유있다
3. 손의 비대칭은 인류 진화의 원동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