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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번째로 큰 공룡 한국에 왔다

국내 최대 계룡산자연사박물관 개관

 

전체 뼈의 85%가 발굴된 브라키오사우르스 ‘계룡이’ 의 화석.


단풍이 한창인 계룡산 국립공원에 최근 새 친구가 이사를 왔다. 이름은 ‘계룡이’. 1억4천만년전 지구를 주름잡았던 ‘목 긴 공룡’이다. 계룡이는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몸길이가 무려 25m, 키는 16m다. 살아 있을 당시 몸무게가 80t에 달해 지금까지 발굴된 것 중 세계에서 3번째로 큰 공룡으로 추정된다. 계룡이는 브라키오사우르스에 속한다.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목긴 공룡
 

알에서 부화해 둥지를 기어 나오는 새끼 공룡들.


이 공룡 화석은 지난 9월말 계룡산 자락에서 문을 연 국내 최대 규모의 ‘계룡산자연사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2002년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발견됐지만 박물관이 발굴 비용을 전부 부담해 화석을 한국에 가져올 수 있었다.

이기석 박물관장은 “어느 정도 형태가 잡힌 브라키오사우르스 진품 화석은 이것을 포함해 세계에 단 3개 뿐”이라며 “전체 뼈의 85%가 보존된 거의 완전한 형태의 화석이어서 학술 가치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계룡이의 정식 이름도 이 관장의 호를 따서 ‘청운사우르스’라고 한다. 안과 의사였던 이 관장은 건설 비용 4백61억원을 비롯해 박물관에 있는 비싼 전시품을 거의 자신의 재산으로 마련 했을 정도로 ‘자연사박물관’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계룡이 옆에는 커다란 육식공룡 화석 2마리가 계룡이를 위협하듯 달려들고 있었다. 티라노사우르스와 함께 대표적인 육식공룡으로 꼽히는 알로사우르스였다.

“발굴된 계룡이 화석의 어깨 부위에서 알로사우르스의 이빨로 추측되는 화석이 발견됐어요. 계룡이가 알로사우르스에게 잡아 먹혀 죽은 뒤 화석이 됐을 가능성이 있어 알로사우르스의 화석도 함께 전시했습니다.”

조한희 부관장이 재미있는 걸 보여주겠다며 기자를 끌어당겼다. 이상하게 생긴 화석이 투명 플라스틱 반구로 덮여 있었다. 30cm에 달하는 계룡이의 발톱이었다. 계룡이는 걸을 때 발톱을 옆 방향으로 돌릴 수 있다. 이번에 처음 밝혀진 사실로, 곧 국제 학술지에 실릴 예정이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어른보다 큰 계룡이의 허벅지뼈와 종아리뼈도 직접 만져볼 수 있었다.

커다란 화석 옆에는 새끼 공룡들이 막 알을 깨고 나오고 있었다. 미국 몬타나주에서 실제 발견된 지름 2m 크기의 공룡 둥지를 그대로 만든 것이다. ‘앵무새 공룡’으로 불리는 시타코사우르스의 화석도 있었다. 이 공룡은 앵무새 모양의 부리를 갖고 있으며 직접 뿔은 갖고 있지 않지만 여러 특징으로 보아 뿔공룡의 가장 원시적인 조상으로 추정된다. 2-3m 크기의 육식공룡 데이노니쿠스가 커다란 테논토사우르스를 사냥하는 모습과 공룡시대에 바다를 주름잡았던 어룡 ‘리오플루로돈’ 의 디오라마(모형)도 볼 수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갔다. 계단에서 이어진 복도에는 푸른 빛이 나는 S자 모양의 길이 이어져 있었다. 어두컴컴한 복도에 푸른 길이 강처럼 흐르는 듯 했다.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보이지 않나요? 바로 은하수를 상징하는 길이죠.” 함께 걷던 조 부관장의 설명이다. 길 양 옆에는 성운과 별 등 우주에 대한 사진들이 붙어 있었다. 은하수를 따라 걸으며 우주의 모습을 구석구석 볼 수 있었다. 은하수 끝에는 우리 태양계를 교실만한 크기로 만든 방이 있다. 가운데 붉게 빛나는 태양이 있고 주위에 수성, 금성이 돌고 하늘에는 커다란 목성과 토성이 달려 있다.

무지개빛 보석과 광물 가득
 

(왼쪽부터) 동굴 사자, 맘모스, 동굴 곰 모두 진짜 화석이다.


“학생들이 공룡에 열광한다면 어른들은 이곳에서 보석에 매혹되지 않을까요. 최근 세계박물관대회 방문차 이곳에 온 외국인들도 보석관을 보면 다들 아름답다고 야단입니다.”

외국의 유명한 자연사박물관에 가 보면 보석과 광물 전시실이 늘 관람객들로 가득하다. 특히 미국 워싱턴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있는 세계 최대의 블루 다이아몬드인 ‘호프 다이아몬드’(60캐럿) 앞에는 긴 줄이 전시장 밖까지 나와 있을 정도다.

박물관내 보석관에 들어서자 먼저 눈에 띈 것이 커다란 자수정이었다. 사람 만한 돌 안에 구멍이 움푹 패여 있고 그 안에 보라빛 결정들이 바위에 달라붙은 조개마냥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주황, 파랑, 녹색, 하양, 옥색 등 다양한 색깔의 광물들이 어떤 것은 뾰족뾰족한 침처럼, 어떤 것은 둥글둥글한 자갈처럼, 어떤 것은 얇은 판처럼 제각각 맵시를 뽐냈다.

보석관에는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를 비롯해 투명한 지르코늄 큐빅으로 만든 다보탑 등 다양한 전시품이 있었다. 천국에 있는 예루살렘 성곽의 주춧돌 12개가 모두 보석이었다는 성경 기록에서 유래된 ‘천국의 보석’, 1백8가지 보석을 모두 전시한 ‘108 보석’ 등 다양했다.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탄생석 전시 코너. 기자가 방문한 10월 8일에 맞춰 10월의 탄생석인 무지개 빛깔의 오팔과 8일의 탄생석인 황옥(토파즈)이 전시돼 있었다.

보석관에서 ‘눈 호강’을 마치자 생물의 역사가 시작됐다. 지구의 역사는 약 46억년으로 38억년전 미생물 화석이 지구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생명의 흔적이다. 특히 최근에는 생명체의 탄생에 자기복제 능력과 효소의 능력을 함께 갖춘 RNA가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번개와 햇빛, 강력한 화산활동 등 지구의 원시 환경도 초기의 생명 탄생을 도왔다.

이기석 관장이 수십년 동안 모아왔다는 다양한 화석과 박제 표본도 이어졌다. 포유류, 소철, 암모나이트 화석을 비롯해 표범, 악어, 안경원숭이 등의 박제가 가지런히 모여 있었다. 강원도 태백에서 발견된 고사리 화석은 가지 하나가 커다란 배춧잎만 했다. 새와 곤충들도 다양한 색깔을 뽐냈다.

2층 중앙으로 오자 계룡이와 함께 박물관이 자랑하는 세 포유류 화석이 나타났다. 맘모스, 동굴 곰, 동굴 사자였다. 모두 진짜 화석이다.

맘모스 화석은 북동부 시베리아 투펜 지역에서 발견된 것으로 약 7만5천-10만년전에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높이는 3.5m, 길이는 5.3m다. 상아 하나가 어른보다 무거운 85kg이며 전체 뼈만 해도 9백kg에 달한다. 불곰보다 30%나 큰 동굴 곰은 남부 유럽에서 번성한 동물이다. 풀, 산딸기, 꿀을 주로 먹었다. 오스트리아의 한 동굴에서는 동굴 곰 화석이 한꺼번에 3만여개나 나온 적이 있는데 집단으로 겨울잠을 자다 죽은 것으로 보인다.

사자의 조상인 동굴 사자는 1만5천년전에 멸종했다. 유라시아 대륙에서 크로마뇽인이 그린 동굴 그림에는 동굴 사자의 모습을 흔히 찾아볼 수 있어 우리의 조상과 친숙한 존재다. 현재 사자보다 25% 더 크며 사자보다 오히려 호랑이와 많이 닮았다. 이것처럼 전체적으로 잘 보존된 것은 세계에서 4마리밖에 없다고 한다.

조선시대 ‘학봉장군’ 미라 전시

3층에서 가장 진귀한 구경거리는 조선시대 미라 2구다. 한국의 미라는 이집트 미라와 달리 죽은 시체가 자연스럽게 미라 상태로 보존된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발견된 미라는 34구로 이곳에 전시된 미라는 지난 5월 대전 송절마을에서 발견된 것이다. 조선 초기 무관으로 종3품 벼슬을 지낸 ‘학봉 장군 미라’로 알려져 있다. 미라를 내시경 검사한 결과 식도, 위에서 꽃가루가 발견됐으며 폐의 상태로 보아 폐질환을 앓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라 옆의 영화관에서는 각 문화권에서 바라보는 죽음에 대해 보여준다.

전시관 구석구석에는 살아 있는 동물과 식물이 있다. 개구리, 올챙이, 계룡산 계곡에 사는 작은 물고기, 여러 허브식물들이다. 알로 유명한 철갑상어가 한국 주위에 산다는 사실도 이곳에 와서 처음 알았다. 우리나라는 철갑상어가 살 수 있는 북쪽 한계선이라고 한다.

이곳에 전시되지는 않았지만 발가락이 7개인 개구리와 올챙이를 엄마 배에서 키우는 개구리, 50만 마리의 병정 개미가 보여주는 놀라운 ‘집단 지능’, 다른 식물과 달리 밤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선인장, 몸무게가 1.2g인 피그미두더지 등 재미있는 사실도 들었다.

이기석 관장이 전시품을 수집한 것은 40여년 전부터다. 산골짝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의사가 된 뒤 다 쓴 기계를 버리지 못하고 이것저것 모으다가 화석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수집품이 하나 둘 쌓이면서 자연사박물관을 생각하게 됐다. 병원에서 번 돈을 박물관에 거의 다 투자했지만 때로는 건설비가 부족해 자녀들의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렸다고 한다. 박물관을 위해 지질학과 출신인 며느리(조한희 부관장)를 10여년 동안 미국과 일본에서 공부시키고 10년 전부터 계룡산 박물관을 설계했을 정도로 그 동안 준비도 철저히 했다.

“노벨상 수상자는 그 나라의 자연사박물관에 비례한다고 하잖아요. 어린이와 청소년이 이곳에 와서 과학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좋은 그릇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국내 자연사박물관 백배 즐기기

목포자연사박물관에는 디플로도쿠스라고 하는 26m 길이의 초식공룡이 있다. 몸무게는 코끼리 2마리 정도로 무겁지 않은 편. 최대 8.6m에 달하는 밍크 고래의 전신 골격과 ‘바다의 무법자’답지 않은 상어의 박제도 볼 수 있다.

한반도 갯벌의 40%를 차지하는 목포 주변 지역의 갯벌을 그대로 살린 ‘갯벌 디오라마’에서는 댕가리가 집단으로 조개를 공격하고 문절망둥이가 펄 속에서 고개를 내민다. 계룡산과 함께 국내 최대급이다.

서울에서는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이 첫손에 꼽힌다. 3층 지구환경관에서는 특수안경을 쓰고 빅뱅부터 현재까지 우주의 탄생 과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날아오는 운석에 놀라 움찔할 정도다. 한강 상류부터 하류까지 실제 생태계를 맛볼 수 있고, 진짜 물고기가 헤엄치는 모습부터 살아 있는 개구리와 곤충을 도심 한가운데서 본다.

이밖에도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과 희귀 곤충을 전시한 은암자연과학박물관, 분당자연사박물관 등이 있다.

경북 영덕군에 있는 경보화석박물관은 국내 최초의 화석 전문박물관이다. 세계 20개국에서 모은 화석 2천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삼엽충, 암모나이트를 비롯해 규화목 등 다양한 식물화석도 있다.

대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안에 있는 지질박물관에는 티라노사우르스의 복제 화석과 함께 지름 7m 크기의 지구본, 옛날 대륙의 모양 등을 볼 수 있다.

전남 해남의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에는 대형 해양 디오라마와 함께 흑범고래 및 긴부리참돌고래의 박제, 여러 게와 가재, 수만 점의 조개 표본이 전시돼 있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에는 해양 생태계를 옮겨놓은 디오라마, 한라산에서 나온 화산탄 등 다양한 암석, 독특한 제주 민속문화를 표현한 디오라마 등이 있다.

이밖에 충남 지당자연사박물관, 영월곤충박물관 등이 있으며 경희대, 고려대, 한양대 등에도 자연사박물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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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박창민
  • 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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