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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마로 중금속 가려낸다

유도결합플라스마 방출분광분석기

 

유도결합플라스마 방출분광분석기(ICP-AES). 왼쪽 위의 검은 창을 통해 플라스마를 볼 수 있다.


“중금속이 수달의 서식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 중입니다.” 이화여대 과학기술대학원 환경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조희선씨.

책상 위에는 그가 지난 1월부터 경남 거제에서 채취한 수달의 배설물이 담긴 샬레가 즐비하게 놓여 있었다. 도대체 배설물에서 중금속을 어떻게 찾아낸다는 것일까.

그는 지난 8월 9일부터 4주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대학생 인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환경학도인 그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수달. 수달은 1968년 천연기념물 제3백30호로 지정됐지만 현재 하천오염으로 인해 서식지가 크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적으로도 멸종위기종으로 알려져 있다.

“알코올램프로 나트륨, 칼슘을 태워보면 저마다 다른 색깔이 나잖아요. 중금속을 검출해내는 것도 이와 똑같은 원리입니다. 다만 알코올램프 대신 고온의 플라스마를 이용하는 점이 다르죠.” 조씨를 지도하는 유해물질분석연구팀의 윤혜온 박사는 중금속 검출 원리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선 수달의 배설물을 말린 후 질산이나 과산화수소에 녹여 유기물을 모두 분해시키고 용액 상태로 만든다. 이 용액의 산을 증발시키거나 증류수로 희석하면 검출하고자 하는 중금속만 이온 상태로 남아있게 된다.

이를 유도결합플라스마 방출분광분석기(ICP-AES)에 통과시키면 중금속별로 파장에 따라 다른 색깔이 나타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어떤 중금속이 들어있는지 결정하는 것이다.

“기계 이름이 길고 어렵죠. 하지만 원리는 간단합니다. 기계에 6천℃ 이상의 플라스마를 만들고 그 속에 용액 시료를 통과시키면 고온의 플라스마에서 충분한 에너지를 받아 이온들이 들뜬상태가 됐다가 다시 바닥상태가 되면서 스펙트럼을 방출하는데, 이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조씨의 연구 결과 ‘다행히’ 거제 지역의 수달 배설물은 중금속 오염 기준치를 넘지 않았다. 수은이나 비소 같은 독성이 강한 물질도 0.05ppm 이하로 나타났다.

“앞으로 이런 기초 연구가 더욱 많이 이뤄져야 합니다. 수달의 보존을 위해 행동패턴, 서식지, 하천오염현황 등에 대한 기본적인 연구가 아직 거의 이뤄지지 않았거든요.” 조씨는 이번 연구를 더욱 발전시켜 석사학위 논문으로도 제출할 예정이다.

윤 박사 역시 계속 이런 활동을 도울 생각이다. 특히 지난 8월 휘경여고 과학반 학생들과 함께 담배에 들어있는 중금속을 검출한 후 청소년들의 환경교육에 관심이 많아졌다. 학생들이 앞으로 담배에는 손도 대지 않겠다고 다짐할 정도로 교육의 효과가 높았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조희선씨가 수달의 배설물을 시료로 만들기 위해 전처리하고 있다.
 

2004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이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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