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전산망 구축에 필요한 전자통신기계의 구입 대여와 기술 개발을 위한 체제가 갖추어지고 있다.
호적등본을 떼기 위해 본적지까지 가야 하고 또 이를 접수해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번거로움 대신에 간단한 기계조작으로 호적사항을 확인, 업무처리를 할 수 있는 것이 이른바 행정망전산화의 한 예다. 이같은 행정망전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당연히 컴퓨터를 비롯한 전자통신기계가 대량으로 필요하고, 이를 운용할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최근 문을 연 한국통신진흥의 양승택(梁承澤·47) 사장이 바로 이같은 행정전산망 구축의 뒷바라지를 맡은 장본인이다.
전자공학박사인 양사장을 찾아 전산화에 관해 이모저모 알아보았다.
- 한국통신진흥이란 어떤 일을 하는 회사입니까.
"행정전산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막대한 돈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이에 소요되는 자금을 조성해 필요한 기계와 부품을 구입, 전산망작업을 맡은 데이터통신에 빌려주는 일이 주업무입니다."
- 구체적으로 행정전산망에 소요되는 자금규모는 얼마나 되나요.
"1차로 88년까지 1천5백 억원이 투입될 예정입니다. 주민관리와 경제통계 고용관리 부동산관리 통관관리 자동차관리가 우선적으로 운용되는데 기계값만 주전산기 84대, 수퍼미니컴퓨터 1백여대 등 8백 40억이나 되고 이외에도 소프트웨어 개발비도 수백억원에 달합니다."
- 규모나 내용으로 보아 우리나라의 전자통신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요.
"그렇지요. 전자통신기계 메이커에게는 1천5백억의 시장이 생기는 셈이고, 행정 전산망 작업을 맡은 데이터통신에는 막대한 자금줄의 역할을 하게 된 것입니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을 추진하느냐에 따라 국내전자업계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행정전산망을 효율적으로 구축될 수 있는가가 판가름나겠지요."
한국통신진흥의 업무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양승택사장은 경영인의 입장에 있다. 그러나 그는 본래 알려진 전자공학박사다. 경영인과 과학자와의 양면성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물론 저는 과학자입니다만, 사업의 성격이 전문적인 지식이 없이는 곤란한 것이지요. 프로젝트의 내용을 기술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야만 그에 맞는 뒷바라지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으니까요."
잠깐 양사장의 이력을 살펴보면, 서울공대 전기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76년 전자공학박사학위(브루클린대)를 받았으며 한때는 AT & T 사의 벨연구소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다. 79년에 귀국해 한국전자통신의 기술담당상무를 거쳐 81년부터는 TDX(시간분할교환기) 개발단장이란 중책을 맡았다.
- 과학자의 입장에서 우리나라의 전자 통신기술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일반적으로 전자통신의 기술수준을 따질 때 첫째 모방단계, 둘째 응용단계, 세째 신기종개발단계로 나눕니다만, 우리나라는 두번째 단계에 와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 그렇다면 앞으로의 도약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은 어떤 것일까요.
"한마디로 한국의 여건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내 그에 맞는 기술개발을 해야 합니다. 남의 흉내내는 단계는 넘었으니까 우리의 독창성을 추구해야지요. 그래야만 외국에서 생각못한 우리 고유의 기술이 개발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한국적인 기술의 개발을 강조하는 양사장은 TDX개발사업을 맡았을 때 거의 5백여명의 관련연구원을 지휘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이니만큼 앞으로의 포부도 클 듯하다.
"행정전산망구축사업이 일단계 완성되는 88년 이후에 자금의 여유가 생기면 업계로부터 통신기계를 많이 사서 수요자에게 싼값으로 빌려주는 일종의 은행역할을 해보고 싶습니다. 물론 국내통신기술 분야에 개발의 여지가 많으므로 일조를 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