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이 주르르 흐르게 하는 무더위를 날려버리는데는 시원한 바람도 좋지만 오싹한 귀신 얘기만한 게 없다. 우주에도 귀신이 살고 있을까.
여름철 남쪽하늘에서 ‘뱀주인’ 이라는 별자리를 찾은 후 뱀주인의 오른쪽 발 근처를 살피다보면 ‘작은 귀신’이라는 별명을 가진 성운을 만날 수 있다. 희미한 중심별을 둘러싸고 있는 구름의 짙은 청록색이 간간이 보이는 붉은색과 어울려 마치 귀신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 때문에 이런 별명이 붙은 것 같다.
허블우주망원경이 찍은 사진에는 지상 망원경으로는 관찰하지 못했던 ‘작은 귀신’ 의 세부 모습이 낱낱이 드러나 있다. 전체적인 모양은 귀신의 섬뜩한 눈을 연상시킨다. 검푸른 바탕에 까만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지면을 뚫고 나올 것처럼 무시무시해 보인다.
‘작은 귀신’ 은 지구에서 뱀주인자리 방향으로 2천광년 이상 떨어진 성운으로, 정식명칭은 NGC6369다. NGC6369가 귀신처럼 보이는 이유가 혹시 뱀주인자리에 전해오는 이야기 때문은 아닐까.
뱀주인자리는 뱀을 붙잡고 있는 거인의 모습이지만, 주인공은 사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다. 아스클레피오스는 대학자 케이론에게 야생 약초에 관한 지식과 병 고치는 법을 배웠다. 어느날 뱀 한마리가 신기한 약초를 물고와 죽은 동료 뱀에게 붙여 살려내는 장면을 보고 아스클레피오스는 이 약초로 죽은 자를 다시 살리는 비법을 알아냈다. 난폭한 말에 팔다리가 찢겨진 이의 생명을 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저승의 왕 하데스는 죽은 사람을 살리는 아스클레피오스의 의술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하데스는 사람이 한번 태어났다가 죽는 것이 하늘의 섭리인데 이를 아스클레피오스가 어기고 있다고 제우스에게 고자질했다. 제우스는 번개로 아스클레피오스를 죽였지만 의사로서의 훌륭한 업적을 기려 그를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어줬다.
‘작은 귀신’ NGC6369는 죽은 이를 살리는 명의 아스클레피오스를 만나기 위해 뱀주인자리 주변을 서성이는 게 아닐까. 비록 귀신이지만 다시 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사실 NGC6369의 정체는 ‘작은 귀신’ 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태양과 비슷한 별이 생애를 마감할 때 보여주는 ‘행성상 성운’ 이다. 행성상 성운은 별의 바깥부분이 부풀어올라 주변으로 날아가 버리고 중심부가 백색왜성이 돼 마지막 불꽃을 내뿜는 모습이다.
가운데 흰 별인 백색왜성에서 나오는 자외선은 주변 가스에 마구 쏟아지는데, 가스를 이루는 원자에서 전자를 벗겨낼 정도로 강력하다. 다양한 빛깔은 자외선과 원자들의 합작품이다. 산소원자는 2개의 전자를 잃은 상태에서 파란빛을, 수소원자는 전자 하나를 잃은 상태에서 초록빛을 낸다. 이 두 빛의 조화로 지름 1광년이나 되는 청록색 고리 형태가 빚어졌다. 나머지 붉은빛은 질소원자가 전자 하나를 잃은 상태에서 나온 빛이다.
태양은 50억년 후 ‘작은 귀신’ 같은 성운을 뿜어낼 것이다. 바깥쪽의 가스는 초속 24km의 속도로 퍼져나가 1만년 후면 우주공간으로 흩어져 버릴 테고 중심부의 자그만 백색왜성은 10억년 동안 서서히 식어갈 것이다. 귀신 얘기처럼 섬뜩하지만 아직 먼 훗날에 벌어질 사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