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에 미국 타코마 해협에 경간이 8백53m인 아름다운 현수교가 모이쉐프에 의해 설계돼 1940년 7월에 준공됐다. 이 교량은 당시의 최신 공학기술을 총동원해 설계하고 시공된 최첨단 작품이었다. 사고 전까지는 인구 18만명의 이름 없는 작은 도시였던 타코마시는 20세기 기술역사상 기념비적인 사고로 기록된 타코마교의 붕괴로 일약 유명해졌다.
타코마교는 공사 중에도 많은 진동이 있었고 건설된 후에도 교량의 흔들림 현상이 계속돼 '흔들다리'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러한 흔들림이 계속됐음에도 불구하고 모이쉐프를 비롯한 엔지니어들은 누구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가 1940년 11월 시속 19m의 바람에 의해 붕괴됐다. 다리가 흔들리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붕괴될 때까지의 생생한 장면이 한 아마추어 사진가에 의해 기록됐다. 이 비디오 필름은 교량기술자들에게 둘도 없는 교재가 됐고, 풍공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주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필름이 방송에 수차례 보도된 바가 있다.
설계자인 모이쉐프는 타코마교를 시속 53m의 강풍에도 견딜 수 있는 구조로 설계했으나, 그는 교량의 종방향에 수직으로 부는 바람에 의해 다리에 가해지는 풍압만을 고려한 것이 오산이었다. 붕괴 과정을 담은 필름에 따르면 이 교량은 횡방향으로 부는 바람에 의해 무너진 것이 아니었다. 바람이 만들어 내는 소용돌이에 의해 주형이 비틀거리고, 그 비틀림에 의해 새로운 소용돌이가 발생되는 복잡한 바람의 메커니즘이 다리를 무너뜨린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