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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태양이 둘이라면?

다채로운 무지개와 그림자 연출

 

만약 태양이 둘이라면?


보름달 그림자 무지개 자동차 그리고 비행기. 이 단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밤하늘을 훤히 비추는 보름달과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 사이에 숨어있는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답은 의외로 우리 주변 가까이에 있다. 인류 역사상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우리 주변을 맴돌았던 것. 바로 태양이다.

밤하늘을 환히 비추는 태양의 라이벌 보름달은 알고 보면 태양이 만들어낸 은은한 조명이다. 초승달, 그믐달, 보름달 할 것 없이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한다. 우리가 보는 달은 사실 거대한 태양 손전등이 비춘 달의 얼굴인 것이다. 그림자란 직진하는 태양빛을 가로막은 물체 뒤에 드리워진 검은 그늘이고, 비갠 후 볼 수 있는 무지개는 하늘에 떠있는 물방울 프리즘을 통과한 태양빛이다. 그러니 보름달과 그림자, 무지개는 모두 태양이 만든 작품이라 하겠다.

우주에는 쌍성계 많아

그러면 자동차와 비행기는 도대체 태양과 무슨 인연이 있을까? 얼핏 보면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자동차와 비행기를 태양과 연결짓는 고리는 바로 석유다. 자동차를 굴리고 비행기를 하늘에 띄우는 석유 속에는 수백만년 전 태양에너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나 비행기도 태양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고철일 뿐이다.

달빛이나 자동차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그 어떤 것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을 이어가다보면 태양과 관련 없는 것이 없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데, 바로 이 광합성의 원료가 되는 것 역시 태양빛이다. 동물은 식물이 저장해뒀던 태양에너지를 먹으며 살아가고 사람들은 밥상에 한가득 차려진 태양을 먹는다. 우리가 화석연료라 부르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은 모두 아주 오래 전 태양을 의지해 살았던 생물들의 유해가 오랜 시간 땅속에 묻힌 다음 열과 압력을 받아 생겨난 것들이다. 그러고 보면 태양은 지구에 생명의 빛을 선사한 구세주인 셈이다.

지구보다 1백9배나 크고 33만배나 무거우며 표면온도가 3백K(절대온도)인 지구의 20배인 6천K에 이르는 거대한 불덩어리, 태양. 만약 하늘에 태양이 2개 떠있다면 지구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질까?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미 과학자들은 행성을 거느린 별들, 즉 외계 태양계를 1백여개 가량 발견했는데, 그 중에는 2개의 태양이 뜨는 태양계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한다. 사실 우주에 떠있는 무수히 많은 별 중에서 태양처럼 홀로 떨어져 외로이 빛나는 별은 특이한 경우에 속한다. 마치 달과 지구가 서로의 중력에 묶여 함께 돌고 있듯이 우주에 있는 많은 별들은 2-3개 이상이 함께 모여 돌고 있다.

얼마 전까지 과학자들은 2개의 별이 한쌍을 이뤄 도는 쌍성계는 태양계를 형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쌍성계는 구조적 특성 때문에 안정된 궤도를 갖는 행성을 거느릴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었다. 하지만 1999년 11월 미국 노트르담대의 한국인 천체물리학자 이선홍 교수팀이 쌍성계를 공전하는 행성을 발견하면서 이전의 추측이 잘못됐음이 밝혀졌다. 다시 말해 우주에는 여러 별들이 쌍을 이뤄 돌면서 행성을 거느린 태양계가 존재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태양이 2개라면’ 이라는 상상이 영 엉뚱한 예기만은 아닌 셈이다.

해바라기는 테크노댄스 춰

우주 저 멀리 어딘가에는 2개의 태양이 뜨는 행성이 있다니, 태양이 달랑 하나만 떠있는 우리네 하늘이 새삼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태양이 2개라면 어떤 느낌일까? 왠지 SF영화의 한 장면처럼 신비로운 분위기가 날 것 같기도 하고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도대체 2개의 태양이 떠있는 하늘은 어떤 모습일까? 지금부터 2개의 태양이 뜨는, 외계인이 살고 있을지도 모를 또 하나의 지구를 상상해보자.

2개의 태양이 뜨는 세상에는 별 게 다 2개다.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의 그림자처럼 그림자는 두 갈래 벌어진 가위모양을 하고 있다. 여기저기 그림자가 드리워진 세상은 조금은 어지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림자가 2개니 나무그늘도 2배나 넓어지겠지만, 정말로 시원한 진짜 그늘은 오히려 줄어든다. 오직 2개의 그림자가 겹치는 부분에서만 2개의 태양으로부터 쏟아지는 햇빛을 온전히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알록달록한 무지개를 하나 더 볼 수 있다는 것은 유쾌한 일이다. 비갠 후 하늘에선 2개의 무지개가 동서로 하나씩 떠오른다. 하나의 태양이 만드는 무지개와 다른 점이 있다면, 각각의 태양이 만들어낸 무지개마다 그 색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태양처럼 활활 타오르는 별은 표면온도에 따라서 여러가지 색의 빛을 낸다. 3천℃ 정도에선 빨간 빛을 주로 뿜어내고, 5천-6천℃ 근처에선 노란 빛을 낸다. 그보다 더 높은 온도, 그러니까 표면온도가 2만℃ 정도 되는 화끈한 별은 푸른빛을 강하게 발산한다. 그러니 붉은 태양이 만든 무지개는 붉은색 선이 선명할 테고, 푸른 태양이 만든 무지개는 푸른색 빛깔이 도드라질 것이다.

매일같이 해를 쫓아다니는 해바라기는 어떻게 될까? 2개의 태양을 모두 따라다니려면 보통 힘이 드는 일이 아닐 텐데. 어쩌면 고개를 돌려가며 두 태양 사이를 왔다 갔다 할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태양이 2개인 행성에는 테크노댄스를 추는 해바라기가 서식한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태양신 퇴색할 것

태양은 지구의 환경뿐만 아니라 지구 위에 살고 있는 우리의 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태양이 2개라면 사람들은 태양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며 살게 될까? 머리 위 하늘에 동그란 해가 2개, 그것도 나란히 떠있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2개의 태양 아래로 얇고 긴 구름이 살짝 깔려 있다면! 마치 하늘에서 거대한 누군가가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2개의 태양은 거인의 눈처럼 보일 테니까.

스케치북 위 아이들의 그림 속엔, 사람의 얼굴 모양을 한 하늘이 떠있을 것이다. 과학이 하늘의 움직임을 설명하기 전까지, 사람들은 하늘에 떠있는 태양을 정말로 거인의 눈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고대부터 인간은 태양을 신으로서 숭배해왔고, 어떤 나라에선 국기에 달랑 빨간 태양 하나만 그려넣는 걸 보면 충분히 그럴 듯한 이야기다. 하늘을 신으로 섬기는 문화는 전인류의 보편적인 전통이었을 것이고 아주 오래도록 하늘이 인격을 가진 존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늘을 숭배하는 문화가 번성할지는 몰라도 태양, 그 자체의 의미는 조금 달라졌을 것 같다. 그동안 우리가 살아왔던 세상에선 태양이 오직 단 하나뿐이라는 점 때문에 유일한 존재로서 특별한 대접을 받아왔다. 그래서 강력한 왕권정치를 펼쳤던 프랑스의 루이 14세는 자신의 절대 권력을 태양에 비유했고 젊은이들은 연인을 두고 ‘오, 나의 태양’ 이라 부르며 사랑을 노래하기도 했다. 하늘아래 유일한 것, 세상에 오직 단 하나뿐인 존재, 세상의 어둠을 밝혀주는 절대자! 그것이 바로 태양이었다. 태양의 의미가 이러할진대, 자신을 태양이라 부르는 사람을 싫어할 여인이 어디 있었겠는가.

하지만 태양이 2개인 곳에선 이야기가 달라진다. 세상엔 태양이 2개고, 더이상 하늘아래 유일한 존재가 되지 못한다. 유일한 사랑과 비교하기에 2개의 태양은 너무 많다. 오히려 태양이 2개 뜨는 세상에선 그 의미가 달라질 것 같다.

쌍둥이처럼 닮았고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언제나 함께 다니는 태양이니, 금실 좋은 부부나 사이좋은 연인을 표현하는 말로 적당하지 않을까? “언제나 하늘에 떠있는 한쌍의 태양처럼 당신과 함께 하고 싶어요.” 태양은 그 의미를 살짝 바꿔 결혼식 주례사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 됐을 것이다.

태양 수명은 50억년

생각해보면 태양과 함께 지구가 생겨나고 생명이 태어나며 땅위에 문명이 탄생한 것은 확률로 따질 수 없는 기적이었다. 지구는 지금 광활한 우주에 지천으로 널린 수억의 별들 중에 하나, 그것도 홀로 빛나는 별인 태양을 기가 막히게 알맞은 거리에서 돌고 있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펼쳐진 것들은 따지고 보면 모두 지구라는 재료를 가지고 태양이 빚어낸 작품들이다. 지금과 같은 태양이 없었다면 이 모든 것들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언제나 변함없이 떠오를 것만 같은 태양도 영원히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있지는 않을 것 같다. 앞으로 남은 태양의 수명이 약 50억년이라고 하니 말이다. 태초에 빛을 선사한 이래로 변함없이 타오르던 태양도 결국은 그 빛을 잃어버리고 차갑게 식어버릴 운명 앞에 놓여 있다.

혹시나 그때까지 인류가 살아있다면, 우리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빛나고 있을 또다른 태양을 찾아 떠나야만 한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새로운 행성의 하늘에서 밝게 빛나는 2개 혹은 3개의 태양을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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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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