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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건설된 바벨탑의 비밀

죽어가는 별이 빚어낸 가스와 먼지의 계단

 

허블우주망원경을 통해 X자의 탑 모양인 것으로 드러난 HD44179. 별이 생을 마치는 과정에서 이처럼 특이한 모양이 형성됐다.


구약 성경의 창세기 11장에 등장하는 전설상의 탑이 바벨탑이다. 인류 역사 초기의 사람들이 하늘에 닿을 정도로 높게 피라미드형의 이 탑을 쌓아올렸다고 전해진다. 바벨탑은 신에 대한 사람들의 도전으로 받아들여졌고 신은 사람들에게 벌을 내렸다.

우 주에도 바벨탑을 연상시키는 천체가 있다. 지난 5월 11일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공개한 허블우주망원경 사진을 보면 5단 이상으로 쌓은 탑을 위에서 바라본 듯한 천체를 만날 수 있다. 바벨탑과 비슷하게 하늘을 찌를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천상으로 향하는 계단’ 같기도 하다. HD44179라는 이름의 이 천체는 사실 ‘빨간 사각형’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지상망원경에서는 불그스름한 네모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허블우주망원경의 뛰어난 해상력 덕분에 지구에서 2천3백광년이나 떨어진 이 천체가 실제 사각형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X자 모양임이 드러난 것이다.

수백년마다 탑의 한단씩 형성돼

성경에 따르면 대홍수가 휩쓸고 지나간 후 노아의 자손들은 바빌론에 도시를 건설하고 탑을 세우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탑을 쌓아올려 자신들의 이름을 떨치고 홍수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더이상 물로 심판하지 않겠다는 신의 약속을 믿지 못했던 것이다. 이를 괘씸하게 여긴 신은 언어를 혼란시켜 사람들을 흩어지게 했다. 이 탑이 바로 바벨탑이다.

1913년 바빌론을 발굴하던 독일의 로베르트 콜데베이는 도시 중앙에 있는 거대한 탑 유적의 토대에서 기원전 229년의 점토판을 발견했다. 점토판에 새겨진 기록과 다른 자료를 종합해 조사한 결과 탑은 7층이었고 그 높이가 약 90m에 달했으며 모두 8천5백만개의 벽돌이 쓰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전설로 내려오는 바벨탑이라고 할 만한 규모다.

이제 바벨탑이 우주에서 발견된 이유를 알아보자. 사실 ‘우주 바벨탑’은 우리은하에서 가장 특이한 성운 가운데 하나다. 탑의 꼭대기에는 우리 태양과 비슷한 규모로 태어났다가 거의 생을 마쳐가는 단계의 별이 있다. 신이 벌을 내린 것은 아니겠지만 자연의 섭리대로 죽어가는 모습이 마치 버려진 바벨탑의 운명 같다.

천문학자들의 연구결과 이 별의 외곽 층은 1만4천년 전부터 바깥쪽으로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별에서는 양쪽 방향으로 가스와 먼지가 뿜어져 나왔다. 언어의 혼란으로 바벨탑을 쌓던 사람들이 흩어졌듯이. 가스와 먼지는 수백년마다 한번씩 유출됐으며 그때마다 탑의 한단씩을 형성했다. 결국 이런 사건이 여러번 일어나 ‘우주 바벨탑’이 탄생했던 것이다. 이 탑은 제일 아랫단의 밑변이 0.1광년이나 되는 거대한 규모다.

중심 별 주변을 잘 보면 별을 가로지르는 검은 띠가 눈에 띈다. 이것은 별 둘레를 감싸고 있는 먼지 원반이다. 이 원반 때문에 별에서 나온 가스와 먼지가 원반에 수직하게 양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었고 탑 모양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앞으로 수천년이 지나면 중심 별은 지금보다 더 작아지고 더 뜨거워질 것이다. 그러면 주변 가스와 먼지로 이뤄진 성운은 더 밝게 빛나 천문학자들이 부르는 ‘행성상 성운’이 될 것이다. 별은 죽음에 다다를수록 찬란한 빛을 뽐낸다니 신기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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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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