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참외, 아보카도.
테이블 위에 3가지 과일이 놓여 있다. 열대과일인 아보카도는 처음 사본 것이다.
“아보카도를 갖고 오렴.”
3살짜리 아이는 엄마의 말을 듣고 잠깐 머뭇거리다 처음 본 과일인 아보카도를 집는다. 이처럼 새로운 이름을 낯선 대상에 연결시켜 어휘력을 늘리는 과정을 ‘재빠른 연결짓기’ (fast mapping)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런 단어습득력이 인간만의 능력이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발달 및 비교 심리학과 쥴리아 피셔 박사팀은 ‘리코’ (Rico)라는 이름의 영리한 개가 동일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사이언스’ 6월 11일자에 발표했다.
보더 콜리종인 리코는 생후 10개월부터 물건을 집어오는 훈련을 받았는데 뜻밖에 놀라운 단어암기력을 보여 10살인 현재 2백가지가 넘는 물건의 이름을 기억한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리코가 아이들처럼 재빠른 연결짓기로 단어를 습득하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방안에 리코가 익숙한 7가지 대상과 낯선 물체 하나를 함께 둔 뒤 낯선 물체의 이름을 말했다. 10회에 걸친 시험에서 리코는 7번을 맞췄다. 즉 처음 듣는 단어가 낯선 물체의 이름일거라고 추측하고 물어온 것.
피셔 박사는 “단어습득력은 인간의 고유한 언어학습능력이 아니라 동물도 갖고 있는 일반적인 인지능력임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즉 사물이 이름을 가질 수 있음을 동물도 깨달아 임의의 음향 패턴, 즉 발음된 단어를 특정 대상에 연결시킨다는 것이다. 듣기가 말하기보다 먼저 진화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