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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wledge] 자존감에 집착하지 마세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22



자존감이 낮아서 고민이라는 사연을 종종 듣는다. 어떻게 하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냐는 질문도 자주 받는다. 이번 시간에는 많은 사람이 고민하는 자존감이 도대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자존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한번 이야기해보자.

심리학에서는 자존감을 ‘긍정적인 자기지각’으로 정의한다. 쉽게 말하면 얼마나 나를 좋게 생각하느냐가 자존감이다. 한 가지 알아둬야 할 점은 자존감이 눈으로 보이는 객관적인 성공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남들에게는 ‘엄마친구아들’로 비치는 완벽한 사람이 자존감이 낮을 수도 있고, 크게 내세울 것 없는 사람이 만족하며 살 수도 있다. 결국 자존감은 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이야기다.

행복은 자존감 순이 아니다

그렇다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나는 나를 사랑한다’는 주문을 외우며 자존감을 높게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까. 자존감이 낮아서 고민이라는 사람들은 대개 자존감이 높을수록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존감이 높으면 주위 환경에 주눅이 들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엇이든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심리학과 로이 바움에이스터 교수는 자존감이 행복의 만능열쇠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실험 참가자들의 자존감을 높인 뒤 그들의 작업 효율을 살펴봤는데, 자존감과 작업 효율은 별로 연관이 없었다. 미국 듀크대 심리학과 마크 리어리 교수는 자존감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고 말한다. 내가 행복하기 때문에 자존감이 높고, 불행하기 때문에 자존감이 낮은 것이지 결코 자존감 때문에 나의 행복과 불행이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높은 자존감을 유지하는 데에는 그만큼 많은 비용이 든다는 지적도 있다. 자존감이 높아도 주변의 인정과 관심이 자존감의 원천인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들은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주위의 인정을 갈구하고 주위 사람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한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심리학과 제니퍼 크로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자존감이 높고 불안한 사람은 주위 사람들에게 쉽게 화를 내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 반대로 자존감이 낮지만 안정적인 사람은 상대적으로 공격성이 낮았다.

높은 자존감이 갑(甲)질과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손님은 왕’이라며 갑질을 하는 사람을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갑질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대개 자신이 엄청 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존감이 높다. 때문에 주위에서 자신을 조금이라도 인정하지 않으면 불같이 화를 낸다.

건강하게 나를 사랑하기

이렇게 모래사장 위에 억지로 쌓은 자존감은 늘 불안하다. 겉은 높고 화려할지 몰라도 그 실상은 조악하다. 작은 좌절만으로도 쉽게 무너지고 한번 자존감이 무너지면 주위를 공격하고 괴롭힌다. 높지만 불안한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불같이 화를 내고 자존감을 지키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

따라서 학자들은 자존감의 높낮이를 신경 쓰기보다는 자존감을 건강하게 유지하라고 조언한다. 자존감이 높든 낮든 그것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이 정말로 즐기는 일을 해야 한다. 자기합리화나 다른 사람과의 비교없이도 내 삶에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현실적인 기대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삶에 대한 겸손, 즉 삶이 항상 내 뜻대로 되는 건 아니며 그래도 괜찮다고 여기는 태도를 가진다. 그리고 실패에도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정리하면, 자존감이 낮아서 생긴다고 생각했던 문제들이 어쩌면 자존감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자신의 삶에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설정한 것은 아닌지, 내 삶을 정말로 즐겁게 하는 재미 요소들이 주변에 있는지, 나는 무엇을 할 때(남들과의 비교나 다른 이에 대한 험담이 아닌) 보람을 느끼는지 등을 먼저 살펴보자.

 

2015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박진영 작가
  • 에디터

    송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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