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는 광고라는 또다른 영역이 자리 잡고 있다. 인터넷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이에 따라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상행위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미디어의 광고 효과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중매체는 이윤추구와 공공성이라는 두 측면이 맞물리며 발달해왔다. 산업혁명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한 신문이나, 1930년 미국 전역을 강타하기 시작한 상업TV가 모두 구독료나 시청료가 아닌 광고료를 기반으로 출발했다는 것은 이를 잘 말해준다.
이같은 현상은 매체 산업이 무르익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신문사와 방송사는 독자와 시청자를 확보하고, 이들을 담보로 경제력이 보장되는 광고주를 유치하고자 한다. 이것이 매체 산업의 존립근거다. 결국 매체는 수용자와 광고주 양방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독자 및 시청자에게는 공공성으로, 광고주들에게는 상업성으로 승부를 걸어온 것이다.
그렇다면 인터넷은 과연 이같은 룰이 100% 적용될 수 있는 ‘미디어’ 인가. 답은 ‘그렇다’ 이다. 애초 학술연구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인터넷이 요즘 들어서는 각종 돈벌이 장(場)으로 ‘변질’ 되고 있다. 그만큼 상업화 바람이 거세다는 말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광고 수익측면에서 볼 때 인터넷은 인쇄매체나 방송매체에 비해 부수적인 차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인터넷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인터넷을 이루는 각종 서비스 제공자들은 ‘정보창고’를 하나의 ‘매체’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기존 매체가 걸어왔던 광고 등의 상업화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나온 한 보고서는 “인터넷이 미국인들의 TV시청을 감소시키는 반면, 인터넷 관련 신문, 잡지, 단행본 등 인쇄매체의 구매를 촉진시킨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조사대상자 중 58%는 “과거에 TV를 시청하느라 보낸 시간을 현재는 웹을 검색하는데 쓰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 보고서의 내용은 강력한 대중매체로 전세계를 군림한 TV 이후의 진보된 대안으로서 인터넷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인터넷 사용자의 수는 신문의 구독자나 방송국의 시청자 수와 마찬가지로 광고주들에게 광고게재 여부에 대한 판단의 객관적 기준이 된다. 따라서 기하급수적인 인터넷 사용자의 증가는 근시일 내에 인터넷 광고시장이 활성화될 것임을 보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첨단 기업’ 이미지 부여
요즘 인터넷 광고시장에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이유는 기존의 매체와 구별되는 인터넷만의 특징 때문이다. 수용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일방적으로 광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존의 인쇄매체와 달리, 쌍방향 매체인 인터넷은 사용자와의 대화를 통해 의견을 수렴할 수 있고, 고객의 불만이나 문의사항도 즉시 해결할 수 있다.
이같이 네티즌들의 선택적이고 적극적인 광고에 대한 접근은 다른 매체를 대했을 때보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참여'의 기회를 제공한다. 다시 말해 불특정 다수를 향해 무작위로 전달되던 광고가 인터넷에 의해 세분화된 개인에게 전달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광고집행 면에서도 인터넷 광고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내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TV나 신문과 같은 매체는 광고단가가 높기도 하거니와, 특정 시간이나 지면은 대개 수요가 많아 할당 받기가 어렵다. 하지만 인터넷 광고는 이들 매체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지속적인 반복효과를 낼 수 있다. 여기에 광고의 타깃 범위가 한 지역이건 전세계이건 간에 추가비용이 들지 않으므로 짧은 시간 내에 이질적인 타깃에 도달할 수 있다. 결국 인터넷 광고는 1년내내 계속적으로 유용한 주문대를 제공하는 셈이다.
광고주의 입장에서 보면 인터넷을 통해 선택적인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매력이다. 전세계 컴퓨터망을 연결했기 때문에 일부러 특정계층에 광고를 하기 위해 일일이 우편으로 광고전단을 우송할 필요가 없다. 사용자의 정확한 데이터를 파악해 각 사용자의 취향에 맞춘 광고를 집행하는 이른바 '타깃 마케팅'을 구사함으로써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면서도 보다 만족스런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업데이트의 편리성 역시 기존 매체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내용이 수시로 개정되는 상품이라면 업데이트된 해당 자료를 올림으로써 항상 최신의 것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광고의 조회 횟수와 로그인을 적용하면 조회한 이용자의 성별, 나이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 합리적인 광고비를 산정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며, 인쇄매체나 전파매체와 달리 광고 효과에 대한 계량화도 가능하다.
인터넷 광고는 미래지향적인 기업이미지를 부여한다. 인터넷이라는 첨단매체를 이용함으로써 '첨단기업' 이라는 하이테크 이미지와 최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이러한 인터넷 광고의 특징으로 인해 광고의 패턴 역시 변화하고 있다. 기존 광고는 짧은 시간에 광고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미지 중심으로 제작되어온 반면, 인터넷 광고는 광고내용이나 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으므로 정확한 정보 제공을 우선으로 제작된다. 기존 매체를 통한 광고가 순간적인 이미지에 어필하는 ‘감성적 광고’라면 인터넷상의 광고는 내용중심의 합리적 판단에 호소하는 ‘이성적 광고’라 할 수 있다.
인터넷상의 광고에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나타내면서 광고기법도 진보를 보이고 있다. 초기에는 그래픽 이미지 광고가 주를 이루었지만, 최근에는 자바 등의 기술을 이용함으로써 실시간 동화상 및 음성정보 등을 활용하는 동적인 멀티미디어화를 적극적으로 모색, 실현하고 있다.
흥미 주고 반응을 ‘사는’ 광고
인터넷이 새로운 광고매체로 기업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광고되는 업종도 컴퓨터, 전자제품 등 정보통신 관련업종이 대부분이던 초기와는 달리 자동차, 식품, 패션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20-30대의 젊은 층이 대부분인 인터넷 사용자들이 점차 정보이용차원을 넘어 높은 상품 구매력을 과시함으로써 무시할 수 없는 소비자군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인터액티브한 면을 잘 살린 광고의 예로, 온라인 매거진 ‘Word’ 에 실린 사브(SAAB)자동차의 대화형 정보광고를 보자. 이 사이트에서는 소비자가 자동차의 색깔과 알루미늄휠 디자인, 모델 등을 선택해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차를 직접 설계하도록 해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이렇게 재미와 정보가 어우러진 대화형 광고는 소비자들에게는 직접 참여해 재미를 제공하고, 광고주들은 조회건수나 시간 등을 확인해 소비자의 반응을 즉각 파악하게 해 궁극적으로는 광고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지난해 인터넷 성장에서 광고의 위치는 상당한 비중 차지하고 있다. 인터넷 전문조사 기관 웹트랙이 작년 4/4분기동안 1백75개의 상업용 웹사이트를 표본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광고수입을 가장 많이 올린 사이트는 웹소프트웨어 회사인 넷스케이프사(1백77만 달러)와 검색서비스 회사인 라이코스(1백30만 달러), 그리고 인포시크(1백22만 달러)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기간 동안의 웹 광고시장 규모는 1천3백40만달러였으며, 여기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회사는 AT&T로 56만7천달러 지출했다.
세계적인 미디어 재벌인 타임워너가 운영하고 타임, 포천 등 잡지를 종합 서비스하는 패스파인더(Pathfinder) 서비스의 경우 작년 한해 동안 광고 수익으로만 2백만달러에 이르는 매출을 올려 확실한 상업화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인터넷 광고는 오케스트라
한편 국내에서도 웹의 가능성에 새롭게 눈을 돌린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 시장에 대한 탐색전이 한창이다.
삼성전자는 인터넷을 통해 제품 및 이미지 광고를 하고 있다. 95년 12월부터 인터넷 사용자가 가장 많이 찾는 ‘야후’와 ‘넷스케이프’ 홈페이지에 고정 광고를 게재하고 있다. 이들 웹 사이트를 찾으면 화면의 중간이나 밑에 삼성의 로고와 선전문구가 나타나는데, 이를 마우스로 클릭하면 삼성의 웹 홈페이지에 연결된다.
LG전자는 멀티미디어 형태로 꾸며진 온라인 사보와 제품 카탈로그를 전자우편 형태로 인터넷사용자에게 정기적으로 발송하고 있다. 앞으로는 LG에서 판매하고 있는 3DO게임과 CD-I(대화형 CD)게임을 온라인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등 인터넷 웹사이트 전체를 멀티미디어 홍보마당으로 활용할 계획.
삼보컴퓨터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한 기업 홍보활동을 펴는 한편, 아이네트기술이 추진하고 있는 사이버 쇼핑센터에 가입해 인터넷을 통한 통신주문판매 및 제품선전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들 국내 기업들의 활동 외에도 2000년이면 10조원의 매출규모로 성장할 인터넷 광고시장을 잡기 위해 광고업체들 역시 멀티미디어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제일기획이나 금강기획, LG애드, 오리콤 등 국내의 내로라하는 광고회사들도 새롭게 인터넷 광고를 전담할 팀을 구성,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기업들이 인터넷 광고를 본격화하기에는 적지 않은 장애물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한 컴퓨터 시스템도 그렇지만, 그보다 더 선결돼야 할 점은 부족한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인터넷에서 효과적으로 광고가 구사되기 위해서는 하이퍼미디어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는 전문인력, 광고 기획자, 그래픽 디자이너 등이 힘을 합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