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 : 헉헉~. 오빠, 오늘 정말 덥다. 꼭 한여름 날씨 같아.
모험이 : 그러게 말이야. 눈 깜짝할 사이에 봄이 다 지나가 버렸네.
그날 저녁 모험이와 슬기는 텔레비전 뉴스에서 일부 지역의 낮기온이 30℃ 가까이까지 치솟는 등 우리나라가 때이른 더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보도를 들었다. 또 약 50년 후에는 한반도의 기온이 지금보다 평균 3℃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기상학자와의 인터뷰도 이어졌다.
기상학자 : 지구의 온도가 단 1℃만 높아져도 에너지 균형이 파괴되기 때문에 예년과 달리 폭설이나 폭우, 이상고온 현상 등이 나타나게 됩니다.게다가 봄과 가을이 점점 짧아지고 한반도가 태풍의 위험 범위 안에 더욱 자주 들게 될 것으로 학계에서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날 밤 꿈에서 모험이와 슬기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을 찾아간다. 아니나 다를까 포세이돈은 위력적인 태풍을 한창 만들고 있었다.
모험이 : 포세이돈님, 그 태풍은 어느 나라에 피해를 주게 되나요?
포세이돈 : 일주일 뒤 아시아에 있는 한반도를 강타할거야.
슬기 : 정말이요? 안돼요! 지금 당장 태풍 만드는 작업을 중단해 주세요.
포세이돈 :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너희들이 감히 내 작업 스케줄을 망쳐놓겠다는 거냐?
슬기 : 그게 아니라, 태풍 피해를 줄이려면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많단 말이에요.
포세이돈 : 글쎄, 어림도 없다! 만약에 너희가 나처럼 손대지 않고 해수면을 높이를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다면 모를까….
슬기 : 말도 안돼! 우리가 신도 아닌데, 어떻게 수면을 저절로 움직이게 해요?
모험이 : 음…, 내게 좋은 생각이 있어. 슬기야, 엄마가 어제 홈쇼핑에서 주문한 진공용기를 사용해보자.
모험이와 슬기는 과연 포세이돈의 요구조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샬레에 세운 시험관 속 물은 왜 쏟아지지 않을까?
옛날부터 광부들은 터널 속의 물을 퍼낼 때, 아무리 좋은 펌프를 사용해도 수면에서 10m 이상 물을 퍼올릴 수 없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당시 사람들은 그 이유를 자연은 진공을 싫어하므로 물이 올라오지 않는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학설로 설명했다.
1643년 갈릴레이의 제자였던 토리첼리는 물보다 무거운 액체는 펌프가 빨리 퍼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물보다 13배 무거운 수은으로 대기압의 크기를 측정했다. 그 결과 공기가 누르는 힘은 수은기둥을 76cm까지 밀어 올리는 힘과 같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는 일기예보에서 사용하는 1천13hPa(헥토파스칼, 1hPa=1백Pa=1mb(밀리바))의 압력에 해당하며, 지표면 1㎠가 질량 약1kg의 물체에 의해 받는 힘의 크기와 같다.
시험관에 물을 채우고 샬레에 거꾸로 세우면 수면의 높이는 일정하게 유지된다. 시험관 속의 공기와 물기둥의 무게가 만드는 압력의 크기가 시험관 외부의 대기압과 같기 때문에 쏟아지지 않는 것이다.
▶▶▶진공용기 속 공기의 양에 따라 시험관 수면 높이가 변하는 이유는?
공기펌프로 진공용기에서 공기를 천천히 빼내면 진공용기 안의 기압이 감소한다. 그러면 진공용기 안에 세운 시험관 내부의 물은 낮아진 기압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수면이 점점 내려간다. 진공용기 속의 공기가 모두 빠진다면 시험관 속 수면은 진공용기 수면과 일치할 것이다.
진공용기의 버튼을 눌러서 공기를 주입하면 진공용기 안의 기압이 증가하면서 시험관 속 수면은 다시 상승해 결국 처음의 수면 높이로 되돌아간다. 시험관에 물보다 밀도가 작은 액체를 넣고 실험하면 수위의 변화가 물보다 훨씬 많이 일어나고, 밀도가 큰 액체로 실험하면 수위 변화가 적을 것이다.
▶▶▶양초 수에 따라 왜 수면의 높이가 달라질까?
3개의 샬레에는 같은 양의 물이 들어 있다. 비커도 거의 동시에 덮었으므로 수면 변화의 원인은 비커 속 공기의 변화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비커를 덮으면 비커 속 공기 중의 산소가 소비되면서 촛불은 점점 약해지다가 꺼진다. 같은 부피의 비커에 같은 양의 산소가 있으니 수면 높이는 같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양초의 수가 많을수록 비커의 수면이 가장 많이 올라간다. 촛불이 많이 켜져 있을수록 더 많은 열이 발생하고 주변 공기가 많이 팽창해 공기 분자 사이의 간격이 더 멀어진다. 이때 비커를 덮으면 3개의 촛불을 켠 비커 속 공기의 입자수가 가장 적어지고 기압도 가장 낮아진다. 즉 비커 밖의 대기압과 비교해서 기압차가 가장 크다. 결국 기압 차이만큼 수면이 상승하므로 양초의 수가 많을수록 수면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 현상은 날씨 변화에서도 나타난다. 특정 지점이 다른 곳보다 많이 가열되면 공기의 온도가 높아져 주변보다 낮은 저기압이 형성된다. 이때 주변에서 몰려든 공기가 상승해 팽창하고 온도가 내려간다. 그리고 공기중의 수증기가 물방울로 응결돼 구름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저기압이 되면 폭풍우나 비가 오는 것이다. 이처럼 기압을 측정해 공기의 흐름을 알아내고, 이를 이용해 날씨를 예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