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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모니터링 기술

보이지 않는 위험 추적하는 첨단공학

환경오염 문제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환경오염을 정확히 진단하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 환경오염물질이 어디서 발생하는지, 어떻게 이동하는지,그리고 어디에 쌓이는지를 밝히는 첨단 환경공학 분야. 환경모니터링 기술을 만나보자.

대도시에 사는 K씨가 오늘은 아침 일찍 일어났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생각하면서 창문을 열었는데, 왠지 목이 칼칼해지는 것이 아닌가. 대기오염 때문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자, K씨는 갑자기 불쾌해지면서 물을 마시고 싶었다. 냉장고에서 물을 마시면서 드는 생각. 얼마전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있느니 없느니 논란이 있었는데, 혹시 이 물 속에 뭔가 이상한 물질이 있는 것은 아닐까. K씨는 물컵 속을 아무리 들여봐도 도대체 모르겠는데….

오염물질 쫓는 탐정
 

환경오염물질이 어디서 발생하 는지, 어떻게 이동하는지, 그리고 결국 어디에 쌓이는지를 밝히는 첨단 환경공학분야가 환경모니터 링 기술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K씨처럼 환경 문제를 피부로 직접 느끼고 있다. 공기는 왜 이렇게 탁한지, 물은 왜 또 이렇게 그냥 마시기 찜찜한지. 신문을 펼쳐보면 환경호르몬이란 괴물이 우리 식탁을 위협하고 담배연기 속에서 다이옥신이 발견됐다는 등 생활 환경이 오염돼 있다는 기사가 넘쳐난다. 보이지 않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도대체 어디에 이런 위험이 놓여있는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런 고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 문제를 모두 해결할 첨단 학문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환경공학의 최첨단 기술 중 하나인 ‘환경모니터링’ 분야다. 환경모니터링 기술은 환경오염물질이 어디서 발생하는지, 환경 중에서 어떻게 이동하는지, 그리고 결국 어디에 쌓이는지를 밝히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오염물질이란 범죄자의 행방을 쫓아 정체를 밝히는 똑똑한 탐정인 셈이다.

사실 환경공학이라고 하면 환경오염물질을 직접 처리하는 기술만 생각하기 쉽다. 물론 대기나 수질에 있는 오염물질을 직접 처리하는 기술도 중요하다. 그러나 적을 모르면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환경오염물질을 처리하는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환경오염물질을 정확히 진단하는 일이 필요하다. 환경모니터링기술이 중요한 이유다.

그런데 최첨단 환경공학인 환경모니터링 기술이 추적해야 할 환경오염물질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공장 굴뚝에서 나온 매연이나 강물에 방출된 폐수만 생각한다면 그렇게 복잡하지 않을 수 있다. 환경모니터링 분야에서 직접 눈에 보이는 오염물질을 감시하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모니터링 기술은 대기나 수질에 포함된 아주 작은 화학물질까지 대상으로 삼고 있다.

포항공대 환경공학부 장윤석 교수는 “실제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화학물질들이 중요하다”면서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아주 작은 양이어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큰 오염물질이 많다”고 설명한다. 오염물질의 경우 양도 중요하지만 독성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장교수는 “최근 환경모니터링 분야에서 극미량이지만 환경 중에 오래 있으면서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POPs (Persistent Organic Pollutants, 지속성 유기오염물질)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현장에서 활약하는 센서 기술
 

포항공대에서는 고분해능 질 량분석기와 같은 첨단 장비를 이용해 환경모니터링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환경모니터링 기술이 분석할 환경오염물질은 종류가 상당히 다양하다. 대기와 물, 토양에서부터 땅 속까지 오염물질이 있는 장소도 다양하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하던가. 환경모니터링 기술은 대상이 되는 환경오염물질을 정확히 아는 일에서 시작된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불어오는 먼지 바람인 황사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황사에는 미세한 먼지에서부터 중금속까지 다양한 오염물질이 포함돼 있다. 황사를 화학적으로 분석해 이 안에 포함돼 있는 환경오염물질들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일은 환경모니터링 기술의 기본이다.

모니터링할 대상을 정확히 알고 난 다음은 그 환경오염물질이 어디서 얼마만큼 발생하는지를 파악하는 일이 진행된다. 환경오염물질의 종류에 따라 산업현장에 있는 굴뚝이나 폐수 방출구처럼 정해진 장소일 수도 있고, 자동차처럼 이동하는 장소일 수도 있다. 다양한 장소에서 환경오염물질을 검출하는 일은 센서가 담당한다. 센서는 실험실로 시료를 직접 가져와 측정하는 일에 비해 시간이 절약되며, 경제적이다. 또 유독가스처럼 센서를 사용해 측정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센서는 환경오염물질에 대한 물리·화학·생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전기·전자공학과 기계공학기술이 합쳐져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대기 중에 있는 오염물질을 검출하는 센서의 경우에는 전기 저항의 변화와 같은 전기·화학적 성질을 이용한다. 현재 환경오염물질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센서가 선보이고 있는데, 좀더 정확히 검출하는 센서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센서로 검출하기 어려운 환경오염물질도 상당히 많다. 이 경우에는 좀더 정밀한 기계를 사용해 분석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다이옥신의 경우를 살펴보자. 다이옥신은 인류가 만든 최악의 오염물질로 통하는 화학물질인데, 냄새와 색깔이 전혀 없는 맹독성 물질이다. 다이옥신은 한가지 화학물질이 아니라 화학구조에 따라 무려 4백여종이나 밝혀져 있다. 다이옥신은 극미량만 있어도 위험하기 때문에 피코그램(1pg=${10}^{-12}$g) 수준으로 검출해야 한다. 따라서 다이옥신은 시료를 직접 채취해 실험실에서 고분해능 질량분석기를 사용해 분석한다. 기기분석기술이 적용되는 예다.

컴퓨터 모델링도 필요

일단 발생한 환경오염물질은 시시각각으로 활발하게 움직인다. 잠시라도 정지해 있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대기 중으로 방출된 오염물질은 계속 떠다니기도 하지만, 일부는 토양이나 강물로 떨어진다. 강물로 방출된 것은 증발돼 대기로 이동할 수도 있다.
환경오염물질이 아무리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해서 여기서 적을 놓칠 수 있겠는가. 환경모니터링 기술 중 전산학을 바탕으로 한 컴퓨터 모델링 기법이 환경오염물질의 이동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환경오염물질에 대한 물리·화학·생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컴퓨터 모델은 환경오염물질의 이동을 예측해 이를 효과적으로 쫓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 강물을 모니터링한다고 생각해보자. 이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강물의 경우 오염물질의 종류도 다양하고 계속 변화하기 때문이다. 오염물질들이 강물에 배출되는 장소와 양에 관한 정보에서부터 강물의 양, 흐르는 속도 등 자연환경에 대한 정보, 그리고 대기에서 강물로 떨어질 오염물질의 양 등을 고려해 컴퓨터 모델을 만든다. 그러면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지역에서 오염물질의 행동을 컴퓨터 모델이 알려준다. 만약 이 강물을 식수로 사용한다면 어느 위치의 물을 사용해 어떤 방법으로 정수할지를 결정하는 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

토양이나 강물에 떨어진 환경오염물질은 식물이나 동물에 흡수되기도 한다. 식물이나 동물의 몸에 흡수된 환경오염물질은 식탁을 통해 가정에 등장할 수 있다. 결국 환경오염물질이 인간의 몸속으로 이동한다는 얘기다. 식물이나 동물, 그리고 인간의 몸 속에 들어간 환경오염물질을 추적하는데는 생물학적 분석 방법을 사용한다. 생물체에 있는 오염물질을 파악한 후,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기 위해서는 보건·의학적 방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다이옥신을 생각해보자. 다이옥신은 워낙 유독한 화합물질이기 때문에 인간이 먹는 식물이나 동물에 얼마나 있는지는 초미의 관심사다. 또 다이옥신이 인체에 들어왔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을지도 중요한 사안이다. 현재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다이옥신을 발암성 물질로 정하고, 아주 적은 양도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원격탐사 기술 선보여
 

인공위성을 이용한 원격탐사 기술은 광범위한 지역의 오염 물질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다.


최근 환경모니터링 기술이 주목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오염물질은 이산화탄소다. 자연계에도 널리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는 산업혁명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그런데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온실의 벽처럼 작용해 지구의 열을 가두는 온실효과를 일으킨다. 이산화탄소는 지구의 평균기온을 상승시키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다. 근래에 자주 발생하는 기상이변이나, 빙하가 녹아 발생하는 해수면 상승, 육지가 메마르는 사막화 현상이 모두 지구온난화로 인한 결과로 생각된다.

환경모니터링 기술에 의해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어떻게 축적되는지, 그리고 해양이나 육상의 식물에 얼마나 유입되는지를 밝혀 앞으로 지구의 온도 변화를 예측하는 일이 환경모니터링 기술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이산화탄소의 경우 다른 환경모니터링 기술을 사용한다. 일정한 지역에서 환경오염물질을 추적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를 일으킨다는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산화탄소에 대한 환경모니터링 기술은 스케일이 상당히 크다. 심지어 지구 전체를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환경모니터링 기술 분야에서도 이에 발맞춘 첨단 기법이 도입되고 있다. 바로 인공위성을 이용해 환경오염물질을 추적하는 원격탐사(Remote Sensing) 기술이다.

인공위성은 빛을 쏴서 반사된 빛을 분석해 정보를 알아낸다. 원격탐사 기술은 인공위성에 잡힌 정보를 분석해 환경오염물질이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원격탐사 기술을 사용하면 광범위한 지역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다. 더욱이 산간 벽지나 해양처럼 다른 방법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지역까지 감시가 가능하다.

원격탐사 기술은 이산화탄소의 모니터링뿐 아니라 다른 오염물질에 대한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대기오염 기체에서 물이나 토양의 오염에 이르기까지 이 기술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포항공대 환경공학부 이기태 교수는 “바다의 플랑크톤을 대상으로 원격탐사 기술을 적용한다”고 강조한다. 바다는 웬만한 양의 환경오염물질의 경우 자연정화 작용을 통해 생태계의 변화를 막는다. 그러나 인구가 증가하고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증가한 영양염류는 해양생태계 자체를 교란하고 있다. 바다에 갑자기 플랑크톤이 번성하는 적조현상이 일어나면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기도 한다. 이교수는 플랑크톤의 변화를 감시하기 위해 인공위성을 통한 원거리 측정을 시도하고 있다.

대학원 과정에서 선택

환경모니터링 기술은 여러 학문의 전공자들이 유기적으로 연관돼 연구하는 최첨단 학문이다. 다양한 장소에서 오염을 평가하는데는 화학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오염물질이 얼마나 있는지 검출하는 센서를 만드는 일은 기계공학자와 전자공학자의 몫이다. 오염물질이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분석하는 작업에는 컴퓨터 모델링을 만들 전산학자가 나선다. 오염물질이 생물에 미치는 위험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생물학자와 보건·의학자까지 필요하다.

장윤석 교수는 “환경모니터링 연구 분야는 다양한 학문을 공부한 사람이 함께 참여해 분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제 포항공대에서 이 분야를 연구하는 교수들도 화학, 생물학, 해양학, 공업화학 등 전공이 다양하다”고 말한다. 한 학문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야 환경모니터링 기술을 심도있게 연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포항공대의 학부과정에는 환경공학과가 없다. 환경모니터링 분야를 공부하고 싶은 학생도 학부 때는 자신의 전공 분야를 깊이 있게 공부한 후 대학원 때 전공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이는 서울대와 KAIST를 비롯한 국내의 여러 대학을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외국의 대학들도, 환경모니터링 기술은 대학원 과정에 진학해야 공부할 수 있다.

현재 환경모니터링 기술은 자연과학자와 공학자의 분업을 통해 계속 발전하고 있다. 환경오염물질을 실시간으로, 그리고 원격으로 모니터링하는 여러 기술들이 선보이고있다. 최첨단 환경공학 분야로 우뚝 설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2001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김홍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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