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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공간에 있는 거대 다이아몬드의 비밀

두 은하의 충돌 과정에 남은 은하핵

 

지구에서 3억광년 떨어져 있는 고리은하의 모습. 고리 안에는 수많은 별과 가스가 어우러진 은하의 핵이 다이아몬드처럼 박혀있다.


지구에 존재하는 천연 광물질 가운데 가장 강한 다이아몬드는 탄소 결정체에 불과하지만 광채가 아름다워 ‘보석의 왕’으로 불린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다이아몬드의 광채가 끊임없이 타오르는 ‘사랑의 불꽃’ 이라고 믿었다. 1캐럿의 다이아몬드 하나를 생산해내려면 2백50t의 바위를 캐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천연 다이아몬드는 흔치 않다.

우주에도 다이아몬드가 있을까. 지난 4월 22일 미항공우주국(NASA)은 허블우주망원경 탄생 14주년을 맞아 다이아몬드 팔찌를 연상시키는 천체 사진을 공개했다. 4월의 탄생석이 다이아몬드니 시기적으로도 맞아 떨어진다. 사진에서 파란빛을 뿜어내는 별무리들이 고리 모양의 팔찌라면, 고리 한쪽에 달린 노르스름한 천체는 영락없는 다이아몬드다.

다이아몬드 팔찌를 닮은 이 천체는 지구에서 황새치자리 방향으로 3억광년이나 떨어져 있다. 팔찌에 해당하는 고리의 지름은 15만광년으로 우리은하 전체 크기보다 더 크다. 팔찌 크기가 이 정도니 그 안에 있는 ‘우주 다이아몬드’ 의 크기도 상당하리라 짐작된다.

어떻게 우주에 초대형 다이아몬드가 생기게 됐을까.

사랑 대신 탄생한 파란 별무리

잠시 다이아몬드의 어원에 전해오는 얘기에 귀기울여보자. 다이아몬드는 그리스어 ‘아마다스’ (Amadas)에서 유래한 말로 ‘영원한 사랑’ 을 의미한다. 이 뜻은 신화에 등장하는 큐피드와 관련 있다. 큐피드는 화살을 쏴 사람의 가슴에 ‘연애의 불’ 을 지르는 ‘사랑의 신’ 이다. 그가 쓰는 ‘사랑의 화살’ 을 잘 보면 끝에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다. 화살을 맞은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화살 끝의 다이아몬드에서 신비한 사랑의 마력이 솟아 나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원한 사랑이라는 다이아몬드의 어원이 이해된다.

사실 우주 다이아몬드의 정체는 수많은 별들과 가스가 어우러져 있는 은하의 핵이다. 다이아몬드를 닮은 핵과 주변 고리를 합한 천체는 고리은하 ‘AM0644-741’ 라 불린다. 고리은하는 바람개비나 타원 모양인 보통 은하와 상당히 다르다. 특이하게 고리 모양을 한 은하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천문학자들은 고리은하가 두 은하가 충돌해 생겨난 극적인 모양이라고 설명한다. 충돌은 한 은하가 침입자로서 다른 하나의 은하 원반에 뛰어들며 일어났다. 사진에서 고리 모양의 은하가 충돌의 타깃이 된 은하다. 고리은하에 침입한 은하는 관통해 지나갔고 사진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다. 마치 큐피드가 쏜 화살이 은하를 뚫고 지나간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다이아몬드를 연상시키는 남은 은하핵은 화살 끝에 있던 다이아몬드가 아닐까.

은하 충돌은 우주에서 일어나는 가장 큰 규모의 충돌 사건이지만, 단순하게 깨지고 부서지는 과정만은 아니다. 큐피드의 화살이 사람의 마음에 사랑을 불러일으키듯이 은하 충돌은 창조의 사건을 가져온다. 아픔만큼 성숙해진다고 할까. 고리를 이루는 파란 별무리들은 잇달아 탄생한 젊고 무겁고 뜨거운 별들이다.

만일 고리 안에 위치한 행성에 누군가 살고 있다면 파란 별들의 눈부신 띠가 보석처럼 빛나며 하늘을 가로지르는 장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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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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