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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ISSUE 1. 특명 '아인슈타인의 우주를 검증하라'

NASA 중력탐사위성,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다

 

NASA가 쏘아올린 중력탐사B 위성.


지난 4월 20일 태평양시각으로 오전 9시 57분 24초 미항공우주국(NASA)은 특별한 미션을 띤 위성을 6백40km 높이의 지구 상공으로 발사했다. 위성의 이름은 ‘중력탐사B’ (Gravity-Probe B). NASA는 이 광경을 지켜보기 위해 무려 40년이란 세월을 투자했다.

이처럼 긴 세월을 기다려온 중력탐사B는 어떤 특수 임무를 맡았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아인슈타인의 우주를 시험하라’ 는 것. 여기까지 얘기로는 머리 속에 여러 궁금증이 떠오른다. 아인슈타인의 우주라니 대체 어떤 우주라는 것일까. 그리고 이를 어떻게 시험한단 얘기일까. 실험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도마 위에 오른 일반상대성이론
 

중력탐사B의 거대 진공병. 액체헬륨이 담긴다.


아인슈타인의 우주란 1915년에 완성된 일반상대성이론이 보여주는 우주를 말한다. 중력탐사의 시험대상은 일반상대성이론인 것이다. 이 이론이 맞는지 실제 검증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백문이불여일견’이라는 말은 과학계에 딱 들어맞는 속담이다. 어떤 이론이 제 아무리 그럴싸해 보인다고 해도 실험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한 과학계는 그 이론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아인슈타인의 이론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지난 1백여년 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여러 면에서 검증 실험이 이뤄졌다. 실험이 정밀해질수록 그 결과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가까워졌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NASA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검증하려는 것일까. 아직도 증명되지 않은 것이 있다는 얘기일까.

중력탐사B가 검증하려고 하는 일반상대성이론의 현상은 2가지다. 하나는 ‘휜 시공간’ 이다.

아인슈타인 이전에 우주를 가장 잘 볼 줄 알았던 사람은 뉴턴이었다. 그는 우주를 지배하는 힘인 중력을 발견했다. 그에게 우주는 물체를 서로 끌어당기는 중력이 지배하는 광활한 빈 공간이었다.

반면 중력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생각은 좀 달랐다. 그에게 우주는 보이지 않는 시공간이라는 그물망으로 채워져 있다. 이 시공간은 물체로 인해 휘어지기도 한다. 휜 시공간은 물체를 잡아당기고 물체의 운동을 지배한다. 그 결과 중력이 작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중력은 휜 시공간이 만들어낸 산물인 셈.

아인슈타인의 우주는 흔히 침대시트 위에 무거운 볼링공이 놓여있는 상황에 비유된다. 침대시트는 시공간, 볼링공은 지구와 같은 우주 속 물체로 생각하면 된다. 평평한 시트 위로 볼링공을 놓으면 시트가 움푹 들어간다. 시공간이 휜 것이다. 움푹 들어간 시트 주변에 작은 구슬을 놓아본다. 그러면 작은 구슬은 시트의 경사면을 따라 무거운 공으로 향한다. 휜 시공간이 작은 구슬을 볼링공 쪽으로 이동하게 한 것이다. 휜 시공간은 아인슈타인의 우주를 설명하는데 핵심이 된다.

휜 시공간에 대해서는 이전에도 검증실험이 여러차례 이뤄졌다. 하지만 NASA는 “중력탐사B는 지금까지의 실험보다 더욱 정밀하게 휜 시공간의 모습을 드러내줄 것”이라고 밝혔다.

중력탐사B가 확인하려고 하는 두번째 일반상대성이론의 현상은 ‘틀끌림’ (frame-dragging)이다.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지 2년 후인 1918년에 오스트리아 물리학자인 조세프 렌즈와 한스 튜링이 이 현상을 발견했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지구와 같은 천체가 자전을 할 경우 그 주변 시공간이 천체의 회전방향으로 끌려 당겨진다는 것이다. 틀끌림 현상은 마치 우유에 초콜릿을 넣고 스푼으로 돌려 저으면 초콜릿이 스푼의 회전방향에 따라 회오리 모양으로 뒤틀려지는 것과 비슷하다. 이 현상은 아직까지 실험적으로 검증된 적이 없다.

15km 떨어진 머리카락 굵기 재기
 

관측장비는 단결정으로 된 고순도의 수정에 둘러싸인다. 연구원이 수정의 결함을 조사하고 있다.


이 두 현상을 관측하기 위해 중력탐사B에는 자이로스코프와 망원경이 탑재돼 있다. 자이로스코프는 어느 방향으로나 회전하는 실험기구로, 천체나 물체의 회전운동을 이해하는데 사용돼 왔다.

우선 중력탐사B가 발사된 후 40-60일 간 본격적인 실험에 앞서 준비작업이 이뤄진다. 이때 망원경을 특정한 별을 향하도록 고정시킨다. 이 별은 지구로부터 3백광년 떨어져 있는 ‘IM Pegasi’ 라는 별로 페가수스 별자리에 위치해 있다.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이 별은 망원경이 바라봐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이 별을 ‘가이드 별’ 이라고 부른다.

다음 단계로는 망원경과 한줄로 배치돼 있는 자이로스코프를 회전시킨다. 이때 중요한 점은 회전축을 망원경이 가이드 별을 향하고 있는 선과 일치시키는 것이다.

이제 준비작업이 끝났고 본격적인 실험에 돌입한다. 자이로스코프의 회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1-2년 간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따라서 중력탐사B가 아인슈타인을 지지해줄 것인지, 아니면 그렇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결론이 나오려면 앞으로 2년 정도 기다려야 한다.

만약 아인슈타인이 옳다면 자이로스코프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자이로스코프는 오로지 지구 주변 시공간의 영향만을 받는다. 그 결과 시간이 흐르면서 애초에 망원경과 일치하도록 맞춰져 있던 회전축이 아주 천천히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회전축의 변화가 매우 작다는 점이다. 휜 시공간이나 틀끌림과 같은 상대론적 효과는 블랙홀과 같은 거대한 질량을 가진 천체 근처에서는 매우 크지만 지구 같은 작은 행성 주변에서는 너무나도 미약해 거의 감지되지 않는다. 1년 간 자이로스코프 회전축의 변화 각도는 휜 시공간에 의해서는 6천6백14.4밀리초이며 틀끌림 효과에 의해서는 40.9밀리초다. 이 숫자로는 도통 얼마나 작은지 감이 오지 않는다.

각도를 얘기할 때 쓰이는 도(″) 단위와 비교해보자. 원은 3백60˚ 이며 이것의 1/360이 1˚다. 이 1˚를 1/60으로 쪼갠 각도가 1분이다. 다시 1분을 1/60으로 쪼갠 각도를 1초라고 한다. 그리고 1밀리초는 다시 1초의 1/1000에 해당한다. 따라서 계산을 해보면 1밀리초는 4약 백만분의 1˚다. 도저히 상상하기도 힘든 각이다.

틀끌림 효과에 의한 변화 각인 40.9밀리초는 15km 떨어진 곳에서 머리카락 굵기 정도의 높이가 이루는 각과 같다. 틀끌림 효과가 지금까지 한번도 관측되지 않은 이유는 이처럼 효과가 너무나도 작기 때문이다.

이 미세한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중력탐사B는 0.5밀리초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서 얼마나 초정밀한 기술이 동원돼야 하는지 짐작하고도 남는 대목이다. 중력탐사B 프로젝트의 총책임자인 미 스탠퍼드대 프란시스 에버릿 교수는 “중력탐사B를 개발하는 일은 기이한 수준의 신기술을 매우 완성도 있게 통합할 줄 알아야 하는 최고의 도전이었다”면서 “중력탐사B는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공학기술의 경이이다”고 말했다. 이제는 중력탐사B를 완성하는데 NASA가 40년 동안 공들여온 이유를 알만하다.

외부 환경과 철저히 격리

하지만 1960년 스탠퍼드대 물리학자 레오나드 쉬프 박사가 이 실험에 대한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냈을 때만해도 이렇게 오래 걸릴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당시 쉬프 박사는 동료들과 함께 완전한 구 모양의 자이로스코프를 만들면 과학적으로 어떤 좋은 점이 있는지를 의논하고 있었다.

자이로스코프는 보통 가운데에 무거운 원판이 있고 그 원판은 주변에 둥근 원모양의 테두리가 2중, 3중으로 지지해준다. 그 결과 원판은 어느 방향으로나 회전할 수 있다. 이런 자이로스코프는 비행기, 로켓, 그리고 위성의 항법에 사용된다.

당시 논의에서는 자이로스코프가 완전한 구형일 경우 이들 비행체의 항법을 좀더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쉬프 박사는 다른 용도를 생각하고 있었다. 바로 시공간을 보는 수단으로 말이다. 1964년 NASA가 설립됐고 이 프로젝트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중력탐사B의 자이로스코프는 지금까지 인간이 만든 것 중 가장 완벽한 구형이다. 자이로스코프는 탁구공만한 크기로, 완벽한 구에서 고작 40개의 원자가 쌓인 높이 정도의 오차가 있다. 만약 지구만한 크기로 만든다면 이 정도의 오차로 인해 형성되는 가장 높은 산과 가장 깊은 바다는 단지 2.4m 밖에 안된다.

이 외에도 미약한 상대론적 효과를 감지하기 위해서 실험에 방해가 되는 주변 잡음을 철저히 제거해야만 했다. 어떤 실험이든 기본 방향은 ‘측정의 효과는 최대로, 잡음은 최소로’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력탐사B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블랙홀이나 중성자 별 근처라면 큰소리로 으르렁거리지만 지구 같은 곳에서는 속삭임조차 거의 들리지 않는다. 따라서 일반상대성이론의 속삭임을 감지하려면 잡음의 수준을 거의 0으로 만들어야 한다. 마치 축구경기장에서 모든 사람에게 새소리를 듣기 위해 모두 조용히 앉아만 있어 달라고 요구하는 상황과도 같다.

상대론적 효과를 관측하는데 방해되는 요소는 다양하다. 열, 압력, 자기장, 대기 중의 전기를 띤 입자, 중력, 대류, 태양복사와 같은 환경은 물론 장비 자체의 사소한 불완전함까지 포함한다. 이들을 철저하게 제거해야만 자이로스코프는 지구 주변의 시공간을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자이로스코프를 비롯한 관측 장비는 철저하게 외부와 격리되는 환경을 마련해줬다. 우선 관측 장비는 우주보다도 높은 진공상태에 놓인다. 또한 영하 2백71.4℃의 극저온 상태로 유지해주기 위해 액체헬륨에 둘러싸여 있다. 불필요한 자기장이 관측장비에 남지 않도록 장비는 납 상자 속에서 만들어졌다. 이때 상자 속에 더 작은 상자를 넣듯이 4차례에 걸쳐 납 상자를 교체했다.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중력탐사B는 지구를 거의 완전한 원궤도로 돈다. 중력탐사B는 더이상 완벽할 수 없을 정도로 만들어진 것이다.

중력탐사B가 완성되는데 1백여명의 박사가 배출됐다고 한다. 또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는 물론 하버드대, 프린스턴대, 스탠퍼드대 등 미국의 유수대학의 교수들, 그리고 항공우주회사가 참여했다.

계획에 따르면 중력탐사B는 조만간 본격적인 실험에 착수해 내년까지 지상으로 데이터를 보내올 전망이다. 그리고 2006년쯤에는 데이터 분석이 끝나 실험결과가 발표된다. 그때 중력탐사B가 아인슈타인의 우주를 바라보는 혜안을 드러내줄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과제를 제시해줄 것인지 무척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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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박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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