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 과학자를 시기해선 안될 일이다. 자연과 실험은 이론 과학자의 업적에 냉혹한 평가를 내리기 때문이다. 자연과 실험은 어떤 이론에 대해서 절대로 ‘맞다’ 고 말해주지 않는다. 가장 호의적인 반응은 ‘그럴지도’ 이며 대다수 이론에 대해서는 ‘틀리다’ 고 간단하게 평가한다.”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다. 그는 상대성이론이 과학계에서 받아들여지려면 반드시 실험적으로 검증돼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전세기에 걸쳐 가장 널리 유명세를 떨친 동시에 수많은 과학자로부터 상당한 비난과 조롱을 들었다. 어떤 과학자는 상대성이론에 대해 “정신 박약아의 정신 발작, 사팔뜨기 물리학, 영판 미친 순전히 허튼 소리, 난센스”라며 경멸했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착안하는데 영향을 미친 그의 정신적 스승인 에른스트 마흐조차도 그의 이론을 지지하지 않는다는데 가슴이 쓰려야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이론이 옳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그 누구보다 상대성이론이 검증받기를 원했다. 1916년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할 때 그 자리에서 이 이론을 검증해줄 현상 3가지를 직접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세기 동안 일반상대성이론이 제시한 현상 4가지가 여러차례 평가를 받아왔다. 실험이 점점 정밀해지면서 실험결과는 그의 말처럼 ‘맞을지도 모른다’ 에 무게를 점점 실어줬다.
현상1 별빛은 휜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우주의 물체와 에너지는 모두 휜 시공간에 영향을 받는다. 빛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져있는 별에서 출발한 빛이 지구로 다가오면서 은하계나 태양과 같은 거대한 물체 옆을 지나친다. 이때 별빛은 태양계나 은하 근처에서 휘어진다.
아인슈타인은 이 결론을 1911년에 얻었다. 그리고 일식이 일어날 때 이를 관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평상시에 밝은 태양 때문에 태양 옆을 지나오는 별빛이 휘는 현상은 관측이 안된다. 하지만 일식에는 태양 빛이 사라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이 발표됐던 1916년 첫번째 일식이 극지방에서 있었다. 당시 아인슈타인은 천문학자들이 확인해주기를 기대했다. 독일 천문학자 에르빈 프로인틀리히는 이 실험을 위해 전쟁이 벌어지던 와중에도 러시아로 갔다. 하지만 망원경을 설치하자마자 러시아 병사들에게 체포돼 독일로 송환되고 말았다.
다음번 일식은 1919년 5월에 있었다. 그때 영국 천문학자 아서 에딩턴은 별빛이 휘는 현상을 관측하는데 성공한다. 당시 에딩턴과 그의 일행은 일식이 일어나는 적도 지방인 브라질과 아프리카로 각각 2팀으로 나눠 갔다. 그들은 일식이 진행되는 동안 별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들을 분석한 결과 일식 때 태양 뒤편에 있는 별빛이 실제로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태양에 의해 별빛이 휘어져서 보인 것이다.
에딩턴은 이 결과를 그해 11월에 영국 왕립학회와 왕립천문학회 합동회의에서 발표했다. 뉴욕타임스는 ‘과학의 혁명, 새로운 우주론-뉴턴의 아이디어를 뒤엎다’ 는 타이틀로 이 결과를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관측결과는 오차가 상당히 커서 훗날 에딩턴은 수많은 과학자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았다.
이후 천문관측기술이 발달하면서 별빛이 휘는 현상을 관측한 결과는 상당히 정밀해졌다. 1969-1975년 사이에 전파망원경으로 먼 곳에 떨어져있는 퀘이사로부터 나온 빛이 은하계 주변에서 휘는 현상을 관측하는 작업이 12차례 이뤄졌다. 당시 오차는 1% 정도였으나 현재는 0.1%로 줄어들었다.
현상2 수성의 세차운동
아인슈타인이 내놓은 일반상대성이론의 두번째 증거는 수성 궤도의 세차운동에 대한 것이다. 수성은 태양 주변을 돌면서 매년 똑같은 타원궤도를 따르지 않는다. 태양과 가장 가까운 궤도점인 근일점이 공전 방향으로 매년 조금씩 이동한다. 이같은 궤도운동을 세차운동이라고 한다.
뉴턴역학은 수성의 세차운동을 거의 대부분 설명해줬다. 하지만 완전하지는 않았다. 관측된 바에 따르면 수성의 세차운동은 근일점이 1백년마다 5백74초씩 이동한다. 그런데 뉴턴역학에 의한 계산값은 이보다 43초가 부족했던 것이다. 이 오차를 설명하려면 새로운 행성이 수성 곁에 있어야 한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불칸’ 이라는 행성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허사로 돌아갔다.
반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수성궤도를 적용해보면 이런 오차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태양에 의해 주변 시공간이 휘어지면서 수성이 이에 영향을 받아 생겨난 자연스런 현상이었던 것이다.
현상3 중력 적색편이
일반상대성이론의 세번째 증거는 빛이 중력에서 벗어나면서 에너지를 점점 잃게 되는 현상이다. 그렇게 되면 빛의 파장이 길어져 스펙트럼에서 긴 파장인 적색 쪽으로 치우치게 된다. 그래서 이 현상을 ‘중력 적색편이’ 라고 한다. 중력 적색편이의 정밀 관측은 1960년 미 하버드대 물리학자 로버트 파운드와 글렌 레브카가 한 실험이었다. 그들은 대학 내 건물의 엘리베이터 통로를 활용했다. 22m 높이의 엘리베이터 바닥에는 고에너지의 감마선 발사장치를 놓고 천장에는 센서를 장착했다. 그런 다음 감마선을 천장의 센서로 향해 쏘았다. 감마선이 지구 중력장으로부터 22m 밖으로 나가는 상황인 것이다. 이로 인해 감마선은 1조분의 2 정도로 미세한 에너지를 잃었다.
좀더 정밀한 실험은 1976년 NASA의 중력탐사A 위성을 통해서 이뤄졌다. 이 실험에서 정밀한 원자시계를 장착한 중력탐사A 위성이 1만km 고도로 쏘아 올려졌다. 위성에 장착한 시계와 지상의 시계 간에 똑같이 시간이 흐르는지를 비교했다. 그 결과 이들 간에는 약간의 시간차가 있음이 확인됐다. 중력 적색편이 현상에 따르면 위성의 시계가 지상 시계보다 좀더 느리다. 중력이 클수록 시계가 느리게 가기 때문이다.
현상4 샤피로의 시간지연
1964년 미 하버드대 천체물리학자 어윈 샤피로는 휜 시공간으로 인한 또다른 현상을 발견했다. 빛이 중력장을 지나가면 그 속도가 확연히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샤피로의 시간지연’ 이라고 한다.
이 현상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은 최근까지 여러차례 이뤄졌다. 이 현상을 발견한 이후 샤피로는 직접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이 현상을 확인하는 실험에 착수했다. 지구와 수성 사이의 전파이동 시간을 측정하는 것이었다. 그는 지구와 수성 사이의 전파 이동선이 태양과 가까울수록 전파가 점점 느려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1970년대에는 샤피로 시간지연 현상이 화성 궤도선인 마리너 6호와 마리너 7호를 이용해 확인됐다. 또한 화성착륙선 바이킹이 활용되기도 했다.
가장 최근의 검증은 2002년에 이뤄졌다. 이 실험은 이탈리아 물리학자가 NASA와 공동으로 올 7월 토성에 도착할 카시니 우주선을 활용했다. 실험은 카시니호와 지구 사이의 가시선이 태양 바로 옆을 지날 때 수행됐다. 그 결과 샤피로 시간지연 현상은 상당한 정밀도로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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