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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 분자의 질량이 크면 끓는점이 높다

끓는점과 탄소화합물

물질의 성질 중 끓는점은 물질의 내부를 이해하는데 많은 정보를 주고 있다. 끓는점을 이용해 다른 구조와 성질을 갖는 여러 가지 탄소화합물의 내부 사정을 살펴보자.

석유 정제 공장에 우뚝 솟아 있는 정제탑은 원유를 끓는점의 차이에 의해 분류하는 장치이다. 분별 증류탑이라고 불리는 이 탑의 가장 아래쪽에서는 끓는점이 높은 물질이 나오고 위로 올라갈수록 낮은 온도에서 증기로 변하는 물질들이 나온다.

원유가 증기 상태로 탑위로 올라가면서 냉각이 일어나면 끓는점이 높은 물질들은 정제탑의 아래쪽에서 응결되지만 끓는점이 낮은 물질들은 탑의 꼭대기 부분에 이를 때까지 응결되지 않는다.

이 탑 아래쪽의 온도는 3백70℃정도이며, 가장 위쪽의 온도는 40℃이하다. 이 정제탑에서 분리되는 물질은 아래 (표1)과 같다.

이 표로부터 우리는 끓는점이 낮은 물질은 탄소수가 적으므로 질량이 작은 분자로 이루어진 물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탄소와 수소로만 이루어진 탄화수소에서 흔히 나타난다.
 

(표1) 원유정제탑에서 나오는 물질


도시가스를 예로 들어 보자. 얼마 전까지도 도시가스는 가스통으로 배달하던 LPG가스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LNG가스의 사용 가구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LNG가스는 Liquified Natural Gas(액화천연가스)의 약자로, 메탄이 주성분이다. 그리고 LPG가스는 Liquified Petroleum Gas(액화석유가스)의 약자로 원유의 분별 증류 과정에서 얻어지며 주성분은 프로판이다.

탄소수가 1개인 메탄(CH₄)은 끓는점이 -1백61.7℃인데 반해 탄소수가 3개인 프로판(C₃${H}_{8}$)은 끓는점이 -42.1℃이다. 메탄이 프로판에 비해 끓는점이 낮다는 것을 통해 메탄이 프로판보다 가벼운 분자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메탄의 분자량은 16인데 프로판의 분자량은 44로, 프로판이 메탄에 비해 2.75배나 무겁다.

두 연료의 끓는점의 차이는 연료 공급방식에도 변화를 가져 왔다. LPG는 액화된 가스를 통에 담다 가정에 공급하는데 비해 LNG는 끓는점이 낮아서 액화에 기술적인 어려움이 뒤따르기 때문에 액화 기지로부터 관을 통해 가정에 기체상태로 공급된다.

LPG에 비해 LNG가 청정연료로 취급되는 것도 끓는점과 관련이 있다. LNP는 끓는점이 매우 낮아 액화과정에서 유황성분과 같은 대부분의 공해 유발 물질이 제거되기 때문에 이 연료의 연소시에는 인체에 해롭지 않은 이산화탄소와 물만이 발생된다.

이처럼 분자의 질량이 큰 물질이 끓는점이 높은 이유는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액체상태에서는 분자간의 인력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물질이 끓기 위해서는 분자간의 결합력을 이기고 분자가 자유로이 운동할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가 공급되어야 한다. 따라서 분자간의 결합력이 물질마다 달라 물질마다 끓는점이 다른 것이다.

이와같은 탄화수소의 끓는점만을 비교해 봄으로써 우리는 '분자량이 높으면 끓는점이 높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이제 몇가지 다른 경우를 살펴보자.

분자 구조가 다르면 끓는점이 다르다

탄소화합물에는 분자식이 같으면서도 구조가 각기 다른 화합물, 즉 이성질체가 존재한다. 4개의 탄소로 이루어진 탄화수소를 부탄이라고 부른다. 부탄에는 긴 사슬 모양(n-부탄)과 가지달린 모양(iso-부탄)의 두가지 이성질체가 있는데, 이들의 끓는점은 각각 -0.5℃, -11.7℃로 다른 값을 갖는다(그림2).
 

(그림2) 부탄의 이성질체


부탄 이성질체의 분자량이 모두 58로 같으므로 분자의 질량이 끓는점을 결정한다고 생각한 가설은 잘못되었다. 그러면 분자량이 같은 부탄의 두 이성질체의 끓는점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두 이성질체의 구조 차이가 분자간의 인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긴 사슬모양의 n-부탄이 둥근 형태의 iso-부탄에 비해 분자간의 접촉면적이 많으므로 분자간의 인력이 커진다고 생각된다.

이렇듯이 구조에 따라 분자간의 인력이 달라지는 원리는 화합물을 제조하는 공장에서 용도에 맞는 적합한 화합물을 설계하는데 이용된다. 정유공장에서 자동차의 연료를 설계하는 과정을 예로 들어보자.

가솔린은 엔진의 기화기에서 기화가 잘 일어나야 하고 실린더 속에서는 안전하게 폭발이 일어나야 한다. 그런데 탄소수가 8개인 옥탄중 n-옥탄은 iso-옥탄에 비해 기화되기 어렵고, 실린더 속에서는 급작스런 심한 폭발(노킹 현상)을 일으킨다. 이에 비해 iso-옥탄은 n-옥탄에 비하여 분자간의 인력이 작으므로 기화되기 쉽다. 또 기화된 iso-옥탄은 가지가 잘리는 폭발반응에 있어 가지가 없는 n-옥탄보다 안전하게 진행된다. 따라서 정유공장에서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가솔린을 고품질로 만들기 위한 설계를 하는 것이다.
 

가솔린 분자 구조


구조와 관련된 탄소화합물의 성질을 알아보기 위해 플라스틱의 경우를 알아보자. 고분자인 플라스틱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그림3).
 

(표3) 두 종류 플라스틱의 구조와 성질


한 종류의 플라스틱은 길고 가는 분자들이 얽혀서 덩어리를 이룬 것이다. 여기에는 폴리텐, 폴리에스틸렌, 아크릴, PVC, 나일론 등이 있다. 이 플라스틱 내에서는 길이를 따라 원자들 사이에 강한 힘이 작용하지만, 얽힌 분자 사이에는 훨씬 약한 힘이 작용한다.

이러한 구조는 플라스틱의 매우 중요한 성질을 결정한다. 길고 가는 분자들이 얽혀 있는 플라스틱은 외부에서 힘을 가하거나 열을 가하면 쉽게 분자들의 위치가 이동돼 모양이 변한다. 이러한 것들은 열가소성 플라스틱이라고 불린다. 이 성질의 플라스틱은 온도를 높인 뒤 주형과 압축으로써 모양을 만들 수 있다.

두번째 종류의 플라스틱은 거대 교차결합 구조를 지닌다. 대표적인 것이 페놀수지다. 이러한 구조를 갖는 플라스틱은 어느 방향으로나 원자의 결합으로 인해 강한 힘이 작용하기 때문에 열을 가해도 그 모양이 바뀌지 않고 유지된다. 이러한 플라스틱을 열경화성이라고 한다.

분자량에 비해 높은 끓는 점을 갖는 물질

탄소화합물 중에는 분자량이 비슷한 탄화수소에 비해 끓는점이 매우 높은 물질들이 존재한다. 탄소와 수소로만 이루어진 탄화수소에서 수소원자가 -OH(히드록시기)로 치환된 화합물을 알코올이라고 한다. 메탄올은 탄소가 하나인 알코올인데 분자량은 2개의 탄소를 포함하는 탄화수소인 메탄과 비슷하다. 그런데 에탄의 끓는점이 - 88.6℃인데 비해 메탄올의 끓는점은 65℃로, 그 차이가 무려 153.6℃다. 메탄올의 끓는점이 이렇게 높은 것은 메탄올 분자 간의 인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메탄올 분자 간의 인력은 왜 이렇게 큰 걸까?

메탄올 분자 속의 산소 원자는 수소 원자의 전자를 강하게 잡아당기기 때문에 산소는 약한 음의 전하를 띠고 수소는 약한 양의 전하를 띤다. 이렇게 한 분자 내에 양전하와 음전하를 갖는 것을 이중극자라고 한다. 이중극자인 메탄올 분자사이에는 강한 전기력이 작용해 분자간의 결합력이 커진다. 게다가 메탄올 속의 약한 양전하를 띠는 수소원자는 이웃한 메탄올 분자 속의 산소 원자와 직접 접촉해 단단한 결합을 이룬다. 이러한 수소의 역할에 의한 분자간의 단단한 결합을 수소결합이라고 한다.

수소결합은 단백질 분자가 입체적인 구조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백질은 아미노산 분자들이 결합해 이루어진 고분자다. 이 단백질 분자 내에는 결합한 질소나 산소에게 전자를 빼앗겨 양의 부분전하를 갖는 수소 원자가 존재한다. 이 수소원자가 같은 단백질 내의 질소나 산소와 만나서 수소결합을 하면 단백질이 입체적인(나선형) 구조를 이룬다(그림4).
 

(그림4) 단백질의 입체구조와 수소결합
 

1994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서인호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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