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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피터 X선으로 윙크하는 이유

태양 신이 기여하는 오로라인 듯

최근 목성의 극지방에서 X선이 등대처럼 45분 간격으로 강하게나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바람둥이 제우스가 어느 여인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일까.



최근 목성의 극지방에서 X선이 등대처럼 45분 간격으로 강하게 나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바람둥이 제우스가 어느 여인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일까.



1895년 독일의 뢴트겐이 우연히 발견한 X선. 처음에 정체를 잘 몰라서 이같이 불렸지만, 왠지 그 이름에는 신비감마저 감돈다. 우주에서 발견되는 X선이 블랙홀이라는 경이로운 천체와 관련되기 때문일까. 주변에 있던 물질이 매우 빠르게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때 ‘마지막 비명’처럼 내지른 강력한 에너지가 X선으로 방출된다.

X선이 먼 우주가 아니라 바로 우리 태양계 내에서 발견된다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그것도 태양이 아니라 행성에서. 최근 미항공우주국의 X선 우주망원경 찬드라가 목성을 향했더니 극지방에서 X선이 관측됐다. ‘최고의 신’제우스(주피터)가 분노한 것일까. X선은 다름 아닌 목성의 오로라에서 나온 빛이었다. 지구의 남·북극을 화려하게 수놓는 오로라가 목성에도 있었던 것이다. 놀랍게도 목성의 오로라는 지구 두개를 삼킬 만한 크기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2월 28일자 ‘네이처’의 커버스토리로 실렸다.

라틴어로 새벽을 뜻하는 오로라는 1621년 프랑스의 가센디가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여명의 여신 ‘아우로라’(그리스신화의 에오스)의 이름을 빌려 명명했다. 아우로라는 태양 신 아폴론(그리스신화의 헬리오스)의 누이다. 특히 북반구에 나타나는 오로라는 ‘오로라 보레알리스’라 불리는데, 여명을 닮은 북녘의 빛이란 뜻이다.

북유럽신화에는 오로라 보레알리스, 즉 북극광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온다. 먼 옛날 거인족과 신들이 살았다. 신들은 최초의 거인 이미르를 죽이고 몸뚱이로 땅을, 피로 바다를, 뼈로 산을, 머리카락으로 나무를, 머리뼈로 하늘을 만든다. 신들 가운데 태양과 달이 갈 길을 정하고 최초의 인간에게 생명과 영혼을 불어넣은 오딘이라는 신이 있었다. 거인족과 사이가 틀어져 최후의 결전을 맞이하자 오딘은 각지에서 영웅을 모을 계획을 세운다. 이때 발키리오르라는 여전사들을 파견하는데, 여전사들이 입은 갑옷에서 이상한 광채가 일어나 북쪽하늘을 비춘다. 이 빛이 바로 오로라 보레알리스다. 물론 오로라는 전자와 이온이 자기장을 따라 상층대기로 비처럼 떨어질 때 이들 입자가 대기분자와 부딪쳐 빛을 내는 현상이다.


목성의 연인 이오는 무죄

이번에 찬드라우주망원경이 목성의 오로라와 X선을 처음 발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전의 X선 위성보다 성능이 우수한 찬드라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목성에서 X선이 강하게 나오는 정확한 위치를 극지방으로 잡아내고 이 X선이 등대처럼 45분 간격으로 깜박인다는 점을 알아낸 것. 바람둥이 주피터가 어느 여인에게 추파를 던지며 윙크하는 것일까.

목성 둘레에는 주피터의 연인들이 항상 맴돈다. 이오는 강의 신 이나코스의 딸, 에우로파(신화 속의 이름은 에우로페)는 페니키아 공주, 칼리스토는 아르카디아의 공주로 각각 주피터와 사랑을 나눴다. 이들 가운데 목성의 오로라는 절세 미인 이오와 밀접하게 관련된다고 생각됐다. 사실 위성인 이오는 주피터의 ‘사랑’인 중력을 너무 많이 받은 탓에 화산활동이 활발하다. 화산에서 분출된 황·산소이온이 목성의 거대 자기권을 따라 가속돼 목성에 오로라를 일으킨다고 예측됐다. 반면에 지구의 오로라를 일으키는 대부분의 입자는 태양풍이나 지구 이온권에서 나온다.

하지만 찬드라의 새로운 결과는 목성 오로라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목성에 가까운 이오가 내뿜는 입자는 자기장을 따라 목성에 유입될 경우 극 근처 같은 고위도지방에 오로라를 만들기에 무리이기 때문이다. 좀더 목성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입자가 유입돼야 한다. 태양에서 흘러나오는 입자 중에서 무거운 이온이 목성의 자기장에 잡혀 극지방으로 가속되는 시나리오가 한가지 가능성이다. 그렇다면 자기장에 잡힌 입자들이 극과 극 사이를 오가며 오로라의 X선이 등대처럼 깜박이는 현상도 더불어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 미스터리다.

목성의 오로라도 지구의 오로라처럼 오로라가 생성되는 비밀을 태양 신 아폴론에게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여명의 여신 아우로라가 아폴론의 누이이니 그럴듯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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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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