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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명! 물을 찾아라

로봇 지질학자 스피릿 90일간의 화성여행

화성이 새해 벽두부터 떠들썩하다. 우리나라 시각으로 1월 4일 오후 1시30분 화성은 지구에서 날아온 방문자, 스피릿을 맞이하면서부터 시끌시끌하다. 스피릿이 맡은 임무는‘화성의 물찾기’. 물을 찾아 90일간의 일정으로 화성표면을 누비고 있다. 왜 화성에서 물을 찾으려는 것일까? 과연 스피릿은 물을 찾아낼 수 있을까?

왜 물인가? 남극빙산·심해열수구·수km지하 생명체 공통점

 

화성의 지형에 대한 관측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화성 표면 모습. 남반구는 크레이터가 많고 지대가 높은 반면 북반구는 지대가 낮고 평평하다.


남극의 차가운 빙산에서, 압력솥처럼 압력이 높고 물이 팔팔 끓어오를 정도로 온도가 높은 태평양 심해의 열수구에서, 그리고 빛이 뚫고 들어갈 수 없는 지표면 아래 2.8km의 땅속에서도 생명체가 숨쉬고 있다.

이는 1990년대 과학자들이 지구의 미개척지를 탐사하면서 알게 된 생명체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다. 당시 생명의 강인함에 놀란 과학자들은 한편으로 새로운 기대에 부풀기 시작했다. 이런 극한 환경에서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다면 지구밖에도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을까하는 것이었다.

생명체가 극한 환경에서 살아가더라도 꼭 필요한 게 있긴 하다. 빛이나 땅속 열과 같은 에너지, 영양분이 되는 화학물질, 그리고 물이다. 이 3가지 중에서 물은 과학자들이 생명체를 찾는데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화성에서 물을 찾는 것이다.

화성은 생명체가 살아가기 힘든 극한 환경을 갖고 있다. 표면온도가 최저 영하87℃에서 최고 영하5℃로 춥고 일교차도 매우 심하다. 대기는 지구에 비해 매우 희박해 지표면의 기압이 지구의 1/100 수준이다. 더군다나 대기구성물질은 95%가 이산화탄소다. 그래서 오존층이 없다. 해로운 자외선은 곧바로 지표면까지 도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성에 물이 존재한다면? 그렇다면 붉은 행성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

발사 40주년을 맞은 NASA의 마리너4호는 화성의 모습을 처음으로 지구에 보내온 우주선이다. 궤도에 진입하지는 못하고 살짝 그 옆을 지나가면서 21장의 사진을 보내왔다. 그때 화성은 매우 실망스러운 모습을 드러냈다. 메마른 땅에 군데군데 둥근 웅덩이인 크레이터만 보여 생명의 불모지인 달과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1971년 NASA의 화성궤도선인 마리너9호 이후에는 좀더 정밀한 표면 사진이 전송됐다. 여기에는 태양계 최대화산인 25km 높이의 올림포스 산, 그랜드캐니언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큰 4천km 길이의 마리네리스 대협곡을 비롯해 물에 의해 형성됐을 것으로 보이는 다양한 지형이 드러났다. 물이 넘친 강과 삼각주 같은 물의 지형이 존재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화성에서 물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현재 과학자들은 과거 화성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 춥고 메마른 땅인 지금의 모습과는 달리 따뜻하고 물이 넘쳐흘렀던 때가 있었다는 것이다. 46억년 전 탄생해 이후 10억년 동안 화성은 화산을 분출시키는 지각활동이 활발했고 흐르는 물이 존재하게 해주는 대기도 두꺼웠다고 보는 것이다. 화성의 복잡한 지형은 당시의 풍부했던 물의 작품이라고 본다.

물은 어디에 있나? 2002년 마스오디세이가 드러낸 화성의 지하
 

1984년 남극에서 발견된 45억년 된 ALH84001 화성운석에 생명체의 흔적이 남아있다고 1996년 NASA 연구팀이 발표했다.


엄밀히 말해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한 물은 액체상태여야 한다. 흐르는 물이 있어야 생명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영양물질을 녹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성표면은 흐르는 물을 담고 있을만하지 않다.

화성의 낮은 대기압은 액체상태의 물을 곧바로 끓여버린다. 영하1백℃의 극저온에서는 수증기가 곧바로 얼어버린다. 따라서 화성표면에서 물은 수증기거나 얼음 둘 중 하나로 존재한다. 실제로 화성에는 적은 양이기나 하지만 대기 중에 수증기가 포함돼 있고, 극지방을 덮고 있는 두꺼운 얼음층이 이산화탄소와 물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현재의 화성표면 조건으로 볼 때는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보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복잡한 지형을 형성한 과거의 그 많던 물도 설명하지 못한다.

하지만 표면에 물이 존재할 수 없다면 지하를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화성생명체 역시 지하에 숨어있지 않을까. 2001년 10월부터 화성 궤도를 돌며 활동중인 NASA의 화성탐사선, 마스오디세이가 땅속 물을 찾고 있다. 마스오디세이에는 지하 속 수소를 관측하는 감마선분광계가 탑재돼 있다. 수소는 물을 구성하는 원소이므로 물의 흔적이 될 수 있다.

활동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스오디세이의 감마선 관측 결과는 학계를 놀라게 했다. 극지방에서 위도 60°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의 지표면 아래 1m 근방에서 대량의 얼음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지하 1m 근방에서 수소의 분포가 매우 높게 나타났던 것이다.

과학자들은 지구북극 알래스카에 분포하는 영구동토층처럼 화성에도 상당한 양의 물이 얼음형태로 토양과 함께 묻어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그 아래에는 땅의 열기로 얼음이 녹아있는 층이 존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지난해 마스오디세이는 액체상태의 물로 추정되는 흔적을 발견하기도 했다. 올림포스 화산의 분화구 가장자리 경사면에서 얼음이 녹은 물이 흘러내린 것으로 보이는 모습이 찍혔다. 이 물은 화산의 지열로 지표면 바로 아래의 얼음이 녹아 지표 위로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됐다. 이 물이 지표에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소금기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소금물은 저온과 낮은 기압에서 잘 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결과과 화성에 액체상태의 물 존재 여부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지는 못했다. 간접적인 증거이기 때문이다.

화성생명체 후보는?

화성에는 어떤 생물이 살 수 있을까. 1800년대 말 사람들은 화성에 운하를 건설할 만큼 뛰어난 기술과 지능을 가진 화성인이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영화 ET나 화성침공에서처럼 인간만큼 복잡한 생명체가 바글대고 있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하지만 1960년대 화성탐사는 이런 가능성을 한방에 날려버렸다. 현재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화성생명체는 미생물이다. 1996년 나사 연구팀은 화성운석에서 미생물의 흔적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이때의 화성운석은 오래 전 소행성이나 혜성 충돌로 화성표면에서 떨어져 나와 오랫동안 우주를 방황하다 남극에 떨어진 것이었다. 여기에서 생명체의 대사작용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기물과 자성물질, 그리고 미생물의 모양이 관측됐다.

하지만 이것이 화성생명체의 화석이냐 아니냐는 현재도 치열하게 논란중이다. 여기에서 발견된 유기물이나 자성물질이 생물이 관여하지 않아도 형성될 수 있다는 반박이 제기돼 왔다.

스피릿은 어떻게 물을 찾나? 호수 바닥에 착륙해 퇴적층 조사
 

스피릿을 화성 표면까지 안전하게 싣고 간 모체. 사진에서 가장자리가 펼쳐져 있는데, 이를 통해 스피릿이 화성 표면으로 내려온다.


연초부터 화성은 지구방문자를 맞이하느라 분주하다. NASA의 쌍둥이 화성탐사로봇 중 첫번째인 스피릿이 7개월의 우주여행을 마치고 우리나라 시각으로 1월 4일 오후 1시35분 화성표면에 무사히 도착했다. 현재 이 방문자는 화성표면을 누비고 다니는 중이다. 그리고 화성은 1월 25일쯤 두번째 화성탐사로봇 오퍼튜니티를 맞이할 예정이다.

NASA가 스피릿과 오퍼튜니티에게 맡긴 임무는 역시 물찾기다. 특히 화성이 과거 한때 생명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을 갖고 있었는지를 규명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런 까닭에 NASA의 과학자와 공학자는 지난 2년 동안 착륙하기에 안전하면서도 물이 있었음직한 장소를 물색했다. 적합한 장소는 너무 바위가 많거나 너무 먼지가 많아서 안되고, 로봇이 이동하기에 힘들만한 경사가 없어야 하며, 적도와 가까워야 한다. 1백55개 후보지역이 이 조건에 맞았다. 마스글로벌서베이어와 마스오디세이의 세밀한 표면 관측자료를 바탕으로 최종 착륙지점이 결정됐다.

스피릿은 화성의 적도 남쪽에 위치한, 한때 호수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구세프 분화구에 착륙했다. 만약 그곳이 호수 바닥이었다면 지표면의 암석에는 퇴적층이 쌓여있을 것이다. 스피릿은 구세프 분화구의 암석을 분석해서 퇴적층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할 전망이다. 퇴적층을 정밀분석하면 과거 지질을 구성한 환경이 어떠했는지도 밝혀진다.

오퍼튜니티는 구세프 분화구와 정반대쪽인 메리디아니 평원에 착륙할 예정이다. 이곳에는 일반적으로 물에서 형성되는 산화철 광물이 포함된 암석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퍼튜니티 착륙지점, 메리디아니 평원


왜 화성인가?

태양계에는 9개의 행성이 있다. 그런데 지구 말고 왜 유독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보는 것일까?

당초 행성천문학자들은 지구와 가까운 금성과 화성에 생명체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크기나 질량, 물리적인 측면만 비교하면 오히려 화성보다 금성이 더 가능성이 높았다. 금성은 지구와 제일 가까운 행성이고, 크기나 질량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들 세 행성은 태양과의 거리차에 비해 환경이 매우 다르다. 좀더 태양에 가까운 금성은 대기압이 90기압이고 표면온도가 5백℃에 가깝다. 그래서 과거 금성에 착륙한 탐사선은 길어야 1시간밖에 버티지 못했다. 때문에 금성에는 생명체가 살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반면 태양에서 좀더 먼 화성은 영하의 추운날씨이며 대기가 매우 희박하긴 하지만 그래도 금성보다는 있을 듯 해보인다. 행성천문학자인 한국과학문화재단의 객원선임연구원인 김유재 박사는 “이들 행성이 왜 이토록 환경이 다른지 아직 설명하지 못한다”면서 “태양과의 거리나 행성크기로는 이런 극심한 차이를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한편 2002년에는 금성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금성 대기 상층부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스피릿은 물을 본 건가? 탄산염과 수화물 포착
 

착륙 3시간 후 스피릿이 보내온 사진을 보고 환호하는 NASA의 연구진들.


스피릿은 착륙 3시간 후부터 시시각각으로 화성 사진을 보내오고 있다. 이 사진들은 지금까지의 화성모습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 줘 화성의 물에 대한 새로운 증거를 제공하고 있다.

스피릿은 당초 11일경에 모체에서 나와 화성 지표면을 디딜 계획이었다. 하지만 착륙시 충격을 흡수해주는 에어백이 모체의 하단에 걸리는 바람에 14일까지 착륙지점에서 머물러 있어야 했다. 그럼에도 스피릿은 장착돼 있는 영상장치와 적외선 감지기를 이용해서 화성표면에 대한 정보를 보내왔다.

여기에는 물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것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스피릿은 적외선감지기를 이용해 토양에서 탄산염과 수화물이 존재한다는 흔적을 찾아낸 것이다. 탄산염과 수화물은 보통 오랜 시간 동안 고여있던 물에서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만약 이들 물질이 실제로 물에 의해 생성됐다면 착륙지점이 과거 호수였다는 추정이 맞게 되는 것이다.

스피릿 설계에 참여했던 필 크리스텐슨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물 존재와 관련한 증거들이 들어맞는 것에 열광하고 있다”며 “스피릿이 보내온 자료 중에는 물의 존재를 의미하는 진흙 성분으로 보이는 광물질도 포함돼 있다”고 영국의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에 말했다.

하지만 NASA는 이에 대해 아직 조심스런 입장을 취하고 있다. 토양의 탄산염 성분에 대해서는 화성의 대기 중 미세한 수증기가 지표와 상호작용해 생성될 수 있다고 밝혔다.

스피릿은 15일에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16일에는 사람의 팔 길이와 비슷한 로봇팔을 펼친 뒤 현미경과 카메라로 화성 표면 모습을 정밀촬영하기 시작했다. 이때 포착한 흑백영상에는 지구의 황산마그네슘과 비슷한 물질로 이뤄진 미세한 덩어리가 관찰됐다.

그러나 19일 AP 통신에 따르면 스피릿이 착륙한 구세프 크레이터가 당초 예상과 달리 호수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과거 오랫동안 왕성한 지질활동이 일어나 호수의 흔적을 지워버렸거나 묻어버렸을 수 있다고 말한다. 19일 현재 스피릿은 아직 물의 증거를 찾는데 성공하지 못한 셈이다.

스피릿은 90일간 화성표면을 누빌 전망이다. 이 기간에 스피릿은 과연 물의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낼 수 있을까. 또다른 탐사로봇 오퍼튜니티 역시 착륙에 성공할까.

물 찾는 또다른 이유 2030년이면 화성에 사람 간다

화성에서의 물에 대한 논란은 사람을 보내야 해결돼지 않을까 하는 얘기도 있다. 이런 까닭에 화성에 유인우주선을 보내야 한다는 얘기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그렇다면 화성에는 언제쯤 사람이 갈 수 있을까. 미 부시 대통령은 스피릿의 성공 분위기를 타고 1월 14일 NASA의 우주계획프로그램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0년까지 달에 영구 주둔이 가능한 기지를 설치하고 이를 발판으로 2030년쯤에는 화성에 유인우주선을 보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최근에는 화성유인탐사에서 미국보다 러시아가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01년 옛소련의 구겨진 자존심을 세우고자 러시아는 2014년을 목표로 화성유인우주선을 발사할 계획을 발표했다. 달유인착륙에서 뒤져 우주항공분야에서 2위로 밀려난 러시아가 화성에서만은 지고싶지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이 일이 2014년경 성사될지는 낙관하기 어렵다. 화성에 사람을 보내는 일은 인간의 달착륙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사람이 달의 표면을 밟고 귀환하는데 4일이 걸렸다. 하지만 화성의 경우는 가는데만도 6개월 이상, 머무는 기간도 1년 이상이므로 총 우주여행기간이 3년은 돼야 한다. 따라서 이 긴 시간동안 사람이 우주에 정상적으로 머물려면 먹거리, 산소를 비롯해 연료 등 각종 부대시설이 그만큼 규모가 커져야 한다. 당연히 비용은 천문학적일 수밖에 없다.

유인달착륙을 포함한 총 17차례의 아폴로계획에는 총 2백40억달러가 소요됐다. 반면 화성유인우주선에 보내는 비용은 3천억-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화성탐사 프로젝트에는 8억2천만달러의 비용이 소요됐다.

또한 화성유인우주선은 너무 크기 때문에 지구대기권을 벗어나기 힘들다. 그래서 우주에서 우주선을 완성해야 한다. 그래서 부시 대통령의 이번 발표에서 달에서의 우주기지 건설이 화성유인우주선 발사보다 먼저 이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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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화성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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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박미용 기자
  • 기타

    [일러스트] 박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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