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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호기심어린 눈으로 사람을 바라본다

'펭'은 머리, '권'은 희다는 뜻의 영국 웨일즈지방 말. 펭귄은 '흰머리의 새'를 의미한다.


태초의 신비가 살아 숨쉬는 남극에 우리나라 탐험대가 첫발을 내디딘것은 불과 2년 전의 일이다.
2년전까지만 해도 우리에겐 미지의 세계에 불과했던 곳에 우리의 탐험대가 상륙, 연구기지를 건설하고 연구를 시작했다는 것은 반갑고 자랑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신문지상을 통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17번째로 남극대륙에 기지를 건설했다는 소식을 듣고 언젠가는 한번쯤 그곳을 다녀와야겠다고 결심을 하였다. 왜냐하면 그곳은 펭귄의 낙원이기 때문이다.
펭귄은 생김새와 걸음걸이가 특이하지만 귀엽기 그지없는 새다. 검은 코트에 하얀 가슴받이를 붙이고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하다.

적도에서 사는 펭귄도

신임 외교관들이 주재국의 국가원수에게 신임장을 제출할때 입는 연미복이 '황제 펭귄'의 모습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어디 그뿐인가. 요즘엔 무용이나 연극 또는 코메디에서까지 펭귄의 독특한 모습과 몸짓을 흉내내고 있다. 이는 펭귄이 많은 새들 가운데서 각별히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새임을 간접적으로 입증해주고 있다.

펭귄은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곳에 분포되어 생활하고 있다. 그들은 꽁꽁 얼어붙은 남반구의 바다와 유빙이 떠도는 지독한 추위 속에서 오히려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이런 추운지역에 사는 펭귄의 대표적인 종류로는 황제펭귄 (학명은 Aptenodytes forsteri), 임금펭귄(A.patagonicus) 그리고 아델리펭귄(Pygoscelis adeliae)등이 있다. 펭귄목(目) 펭귄과(科)에 약 22종(種)이 있는 것이다.

종류에 따라서는 극지방을 떠나 사는 펭귄도 있다. 일부 펭귄은 한류를 타고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해안까지 진출해 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갈라파고스펭귄은 훔볼트해류를 타고 적도 바로 밑인 갈라파고스섬까지 건너와 살고 있다.

'펭귄'이란 이름의 '펭'은 '머리', '귄'은 '희다'는 뜻의 영국 웨일즈지방의 말이므로 '흰머리의 새'를 의미한다. 동양에선 두발로 서서 걷는 모습이 사람과 같다고 해서 인조(人鳥)라고도 부른다.

20여종이 넘는 펭귄의 공통적인 특징은 목과 다리가 짧다는 점이다. 또 등은 검거나 어두운 갈색이며 턱밑에서부터 가슴과 배는 대개가 흰색을 띠고 있어 흑백의 대조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크기도 다양하여 가장 큰 황제펭귄은 1m 이상이며 그 다음은 임금펭귄이다. 작은 것으로는 60~70cm인 아델리펭귄과 훔볼트펭귄, 그리고 38cm정도의 꼬마펭귄도 있다.

펭귄은 물기가 전혀 스며들수 없는 촘촘한 털로 온몸을 감싸고 있는데 털이 유난히 반들거려 얼핏 보면 바다표범의 털처럼 보인다. 털이 난 피부밑의 지방층은 따뜻한 속옷구실을 한다. 이것은 또 오랫동안 물 바깥에서 살아야하는 번식기간 동안 영양원이 되기도 한다.
펭귄은 날개가 물고기의 지느러미처럼 작아서 뭍에선 날 수 없다. 그러나 한번 물에 들어가면 바다표범이나 돌고래에 못지 않게 빠른 속도로 돌진하고 방향전환도 자유자재로 기민하게 하는 수영선수다.
 

검은 코트에 하얀 가슴받이를 붙이고 뒫뚱거리며 걷는 이 남극의 신사는 습성도 유별나다.


원래 펭귄의 날개는 진화과정에서 굳어져 팔꿈치 부분에 달린 납작한 노처럼 변했다. 그러나 이 노로 헤어칠 때의 속도는 시속 40km에 달한다. 때로는 먹이를 찾아서 수백미터 깊이까지 잠수하기도 하고 수면위로 2~3m까지 뛰어오르기도 한다.

펭귄은 1년의 대부분을 대양의 한가운데서 지내고 번식기가 되면 육지로 올라온다. 1년에 단 한번 새끼를 낳아 키우기 위해 펭귄은 수백킬로미터에 이르는 장거리 여행을 떠난다. 대개 수십만~1백만 마리를 헤아리는 큰 집단을 이루고 번식작업에 열을 올린다.

펭귄이 번식처를 찾는 본능은 기막힐 정도로 뛰어나다. 아델리펭귄 부부는 보통 번식처에서 3천2백km나 떨어진 곳에 산다. 그곳에서 물고기 오징어 작은 새우 등을 잡아먹고 살다가 번식처까지 약 10개월간에 걸쳐 찾아온다는 기록이 있다.

해마다 같은 번식처로 돌아온 펭귄들이 무리지어 노는 모습은 그야말로 일대 장관을 이룬다. 남극의 킹조지섬 연안의 아델리섬에서는 아델리펭귄 1백여만마리 이상이 떼지어 번식을 한다.

날씨가 좋은 날 해가 질 무렵이면 이 대집단이 한꺼번에 우는데, 소리가 마치 흥분한 군중들의 아우성과 같다고 한다. 그러나 이 혼잡속에서도 '피앙세'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다.

번식처에 사람이 침범해도 태연하다.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작은 청색펭귄은 관광객이 있든없든 아랑곳하지 않고 밝게 조명된 해안길을 아장아장 걸어 집으로 간다.

보통 펭귄은 얕게 패인 구멍에 집을 짓는다. 옆에는 바람막이 돌이 2~3개 놓여 있게 마련이다. 암 펭귄은 이곳에 보통 한 개 또는 두개의 알을 낳는다. 알은 작은 것은 탁구공만 하고 큰 것은 거위알만하다. 어미펭귄들은 알을 단 일순이라도 방치하는 일이 없다. 갈매기 등 알을 탈취해가는 적이 무섭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영하 40℃의 혹한이 잠시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추위에 금방 돌덩이 같이 얼어버리는 알을 보호하기 위해 어미펭귄은 항상 긴장한다.

황제펭귄이나 임금펭귄은 둥지를 만들지 않는다. 대신 오직 한개의 알을 낳아 두 발등에 올려놓고 몸을 앞으로 조금 구부린 채 지방분이 많은 배의 주름진 피부로 알을 덮어서 품는다.
 

남극의 펭귄들


사람을 두려워 않는다

긴 절식끝에 알을 낳느라 기진맥진한 암컷은 알을 낳자마자 바로 수컷에게 맡기고 허둥지둥 먹이를 찾아 바다로 나가 버린다. 그러면 수 펭귄은 절식중이지만 믿기 어려우리만치 끈질기게 알을 품고 버틴다.

최악의 신체적 조건과 최악의 기후조건 하에서 자신과 알의 안전을 위해 묘안을 낸다. 알을 품고 있는 모든 수컷들은 서로 몸을 맞대고 서서이 장소를 바꾼다. 가장자리에 있던 놈은 중앙으로, 중앙에 있던 놈은 가장자리로 질서있게 옮겨가는 것이다. 알을 품은지 33~64일 정도가 되면 수컷은 암컷과 임무교대를 한다. 부화된 새끼펭귄을 체력을 보강하고 되돌아온 암컷에게 맡기고 오랫동안 먹지 못해 줄어든 체중을 회복하기 위해 바다로 나간다.

새끼펭귄은 부화후 45일간 부모의 아랫배의 밑에서 보호된다. 이때 수컷은 되돌아와서 반 소화된 위내용물을 토해서 새끼에게 먹여준다. 어느 정도 자란 새끼들은 공동 보육장에 모여 여러 마리의 어미펭귄들로부터 집단보호사육이 된다. 3개월의 사육이 끝나면 비로소 바다로 첫 출발을 하게 된다.

이때부터 새끼들의 성장은 빨라진다. 어미와 함께 얼음조각을 타고 남극의 바다를 회유한다. 이때 이 새끼들의 천적은 바다의 상어나 물범이다.

펭귄은 그 기묘한 생김새나 습성 못지않게 호기심이 많기로도 별난 새이다. 좀처럼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을뿐아니라 남극탐험대원들의 옷자락을 거침없이 물고 따라 붙기가 보통이다. 하지만 이 행동은 공격의 뜻이 아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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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김성원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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