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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의 환상! 플레아데스성단

천상 수놓은 시력 테스트용 별무리

추운 겨울밤, 옷깃을 여미며 바쁜 걸음을 옮기다 문득 쳐다본 하늘 한쪽에는 별들이 옹기종기 모여 빛나고 있다. 밤하늘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보아야 할 최고의 성단, 플레아데스다.

아마도 오랜 옛날, 밤하늘을 쳐다보던 사람들에게 가장 신비스럽고 이상하게 보인 별들이 바로 플레아데스였을 것이다. 초겨울 밤하늘 높이 몇개의 별들이 모인 형태로 떠오르는 이 별무리는 단순히 육안으로도 다른 별들과 차이가 있어 보이는 특이한 대상이다. 여러분들도 오늘밤에 하늘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 특별한 별무리를 찾아본다면 아마 누구나 플레아데스성단을 자연스럽게 고를 것이다. 실제로 이 성단은 북반구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화려한 성단이다.

푸른빛에 둘러싸인 별무리

황소자리에는 두드러진 성단 두개가 있다. 하나는 히아데스며 다른 하나는 플레아데스다. 둘 다 기원전 고대부터 잘 알려져 있던 성단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음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황소자리의 알파별인 알데바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히아데스는 별들이 다소 성기게 모여 있어 그 흥미가 반감된다. 하지만 히아데스의 서쪽에 위치한 플레아데스는 별들이 맨눈으로 보기에도 집중돼 있으며 구성 별들이 밝아서 이 지역의 밤하늘에서 단연 독보적인 존재라 하겠다.

플레아데스란 말은 ‘항해’란 뜻의 그리스어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플레아데스가 떠오르면 지중해 연안의 항해 시즌이 시작됐다. 이 때문에 플레아데스란 명칭이 유래됐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플레아데스가 ‘많은’이란 뜻의 고대 아라비아어에서 유래됐다고 추측하기도 한다. 물론 이것은 플레아데스를 이루는 많은 별들에 대한 은유다. 이처럼 이 성단은 그 유래가 실로 오래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시대에 들어오면서 좀더 구체화 돼 플레아데스는 칠자매, 플레이오네의 딸들, 아틀라스의 딸들 등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기원전 3세기 경에 지어진 시를 보면 이미 플레아데스의 별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이고 있다. 그 이름이 바로 현재 알려져 있는 알키오네, 메로페 등이다. 이후 여러 서사시들에서 플레아데스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구절이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이 대상이 얼마나 주목을 받아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한편 중국에서도 이 성단을 보았던 기록이 남아 있다. 기원전 2357년에 황도를 그린 그림에서 이 성단이 나타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성단을 눈여겨봤으며 좀생이별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 성단에 대한 천문학적인 관심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근대에 와서 이 성단에 대한 관측 기록을 살펴보면, 1579년 케플러의 스승이었던 마에스트린(Maestlin)은 이 성단을 맨눈으로 관측하고 11개의 별로 이뤄져 있다고 언급했다. 그뒤 케플러는 이 성단에서 14개의 별을 기록했다.

플레아데스성단은 성운이나 성단, 은하에 번호를 매긴 메시에 목록에서 45번으로 등록돼 있는데 목록의 1백10개 대상 중에서 가장 밝다. 그러므로 초보자들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대상이라 하겠다.

이 성단이 위치해 있는 황소자리는 제우스가 공주를 유혹하기 위해 변신한 모습으로 알려져 있다. 플레아데스성단은 황소의 등에 위치해 있으나 너무나 확연히 드러나는 대상이므로 다른 대상들처럼 굳이 별자리를 찾는 것부터 시작할 필요가 없다. 황소자리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이 성단으로 바로 눈길이 갈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성단의 동쪽에는 황소자리의 알파별인 밝은 일등성별 알데바란이 있으며 그 주변에는 N자형으로 별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는 히아데스성단이 포진해 있다. 한편 이 성단의 북쪽에는 페르세우스자리가 위치해 있어 은하수가 지나간다. 그러므로 이 부근은 유명한 성운과 성단이 상당히 많아 여러 관측가들에게 사랑받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별을 헤아리며 시력테스트

플레아데스성단은 맨눈으로도, 소형망원경이나 대형망원경으로도 멋있게 보이는 대상이다. 먼저 맨눈으로는 3등급 가량의 별들이 한곳에 뭉쳐진 형태로 보인다. 이 성단을 이루는 별의 개수는 시력에 따라 달라진다. 눈이 나쁜 사람에게는 별들이 한데 엉겨붙어 단지 뿌연 구름 모습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력이 좋다면 6-8개 가량의 별로 구분해 볼 수 있다. 과거 유명한 천문학자들은 십여개의 별을 세기도 했으므로 자신의 시력을 테스트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하겠다. 밝은 별들만으로 본 성단의 시직경은 천구상에서 약 1.5도 가량으로 보름달 크기의 3배다. 이 작은 영역에 밝은 별 8개가 집중돼 있다.

맨눈으로 이 성단을 확인한 사람이라면 이 성단의 특이한 모습에 궁금증이 더욱 커질 것이다. 그래서 쌍안경이나 천체망원경을 이 성단에 겨누고 싶어하게 된다. 소형 쌍안경으로 이 성단을 보면 성단을 이루고 있는 십여개의 별들이 하나하나 구분돼 보이기 시작한다. 그 별들은 특유의 푸른색 성운에 휩싸여 있는 듯이 보이는데 그 빛이 참으로 아름답다. 대개 소형 쌍안경의 시야는 5-7도 가량이므로 이 성단을 여유 있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사람들은 이 성단이 쌍안경으로 보기에 가장 흥미로운 대상이라고 하기도 한다.

쌍안경에서는 성단을 이루는 각 별들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성단 내에 가장 밝은 별은 모두 8개 가량 된다. 이 별들에는 각각의 고유한 이름이 붙어 있으므로 각 별들의 이름을 알아보는 것이 흥미롭다. 쌍안경의 배율은 낮은 것이 좋다. 그 이유는 이 성단을 둘러싸고 있는 푸른색의 성운 때문이다. 배율이 낮을 수록 성운들은 더 뚜렷이 보인다. 플레아데스 특유의 푸른 색상은 이 성단의 가장 큰 매력이다.

천체망원경에서는 유감스럽게도 성단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없다. 성단의 전체 모습을 보기에는 배율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단 내부에 존재하는 별들 특유의 푸른색은 천체망원경에서 더욱 뚜렷하다.

천체망원경으로 이 성단을 관측할 때에는 별들을 둘러싼 성운에 주목한다. 이 푸른색 성운은 반사성운으로 알려져 있다. 별들의 모습은 푸른색의 기운에 감싸여 있어 성운이 존재함을 쉽게 알 수 있지만 실상 눈으로 보이는 것보다 그 성운들은 더 넓은 지역에 걸쳐 있다. 플레아데스에서 가장 잘 확인되는 성운은 플레아데스 내부의 가장 밝은 별인 황소자리 에타별, 즉 알키오네 부근의 성운들이다. 반면 성운이 가장 넓게 퍼져 있는 곳은 플레아데스의 남쪽 별인 메로페의 남쪽에 위치한 메로페성운 영역이다. 이 성운들은 사진상에서 매우 잘 확인되지만 안타깝게도 천체망원경으로도 쉽지 않으며 많은 경험을 요구한다. 날씨가 좋은 장소에서 저배율로 관측한다면 이 성운들을 보는데 그리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한겨울에 볼 수 있는 플레아데스 특유의 푸른빛은 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새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아름다움이 우리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이달의 밤하늘에 어떤 일이? 12월 18일 새벽, 달이 별을 집어 삼킨다.
 

처녀자리 감마성 성식


천구상에서 달이 움직이는 길을 백도라고 한다. 이 백도는 천의 적도나 태양이 지나가는 길인 황도처럼 고정돼 있지 않고 황도를 중심으로 다소의 편차를 그리면서 움직이고 있다. 이 백도 주변에는 여러 밝은 별들이 있어 이 별들 앞으로 달이 지나가면 달에 의해 별이 가려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것이 바로 성식이다.

달이 밝은 만큼, 어두운 별이 가려지는 현상은 그리 주목받지 못한다. 하지만 밝은 별이 일으키는 성식은 매우 희귀할 뿐 아니라 눈으로 보기에도 멋진 모습을 제공해 관심의 대상이 된다.

올해의 경우 밝은 일등성의 별이 가려지는 성식은 안타깝게도 없었다. 지금까지 있었던 가장 밝은 성식은 지난 1월에 있었던 사자자리 에타별인, 3등급별이 가려지는 성식이었다. 하지만 실망하기는 이르다. 오는 12월 18일 새벽, 올해의 가장 밝은 성식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18일의 달은 하현을 약간 지난 월령 23.9일로서 새벽 무렵 동쪽 하늘 높이 떠 있으며 처녀자리에 위치해 있다. 이날 달에 가려지는 별은 처녀자리의 감마성으로 밝기 2.8등급이다. 이 별은 처녀자리의 와이(Y)자 중심 별로 잘 알려져 있는 친숙한 별이다.

성식이 일어나는 시각은 동이 터오기 약간 전으로 새벽 5시 30분 경이다. 이 무렵 달을 쳐다보면 달 바로 옆 동쪽에 바짝 붙어 있는 밝은 별 하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모습은 매우 특이하여 가끔 사람들이 UFO가 나타났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잠시 시간이 흐르면 매우 빠른 속도로 달과 별이 가까워짐을 볼 수 있다. 실제로는 별이 고정돼 있고 달이 그 반대로 움직이지만 우리가 느끼기에는 마치 별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천구에 대해 달이 움직이는 상대 속도인데 의외로 빠르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서서히 달에 접근하던 별은 달의 동쪽편인 밝은 부분으로 잠입해 사라진다. 약 1시간 뒤인 6시 30분 경이 되면 달의 어두운 부분인 서쪽에서 다시 별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이 밝아올 것이다.

성식은 맨눈이나 쌍안경, 망원경으로도 관측할 수 있는 흥미로운 천문 현상이다. 고대사에 남겨진 성식의 관측 기록은 시기와 장소를 알려주는 중요한 증거 역할을 하며 현대에 와서도 달의 정밀한 위치 측정 등을 위해 사용되므로 매우 중요한 관측 기록으로서의 가치가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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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조상호 천체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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