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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와 e메일 바짝 따라잡은 메신저

시위·응원·업무에도 ‘전자대화’ 바람

“소개팅이나 미팅에 나가서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은?” 1만9백40명 중 1천3백53명이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라고 대답했다. 최근 출연자들이 특정 질문에 대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맞추는 토크쇼 프로그램이 인기다. 이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메신저를 이용해 1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다. 또 지난 5월에는 국내 개봉 영화의 주인공을 메신저의 아바타로 만들어 네티즌의 관심을 끄는 이색적인 마케팅이 전개됐다.

한편 2002년 6월 한반도가 월드컵 열풍에 휩싸였을 때 네티즌들은 메신저로 응원 구호를 서로 주고받기도 했다. 같은 해 11월 미군의 의한 여중생 치사사건이 발생했을 때 메신저에서는 반미 사이버 시위가 일파만파 번져갔다. 이때 총 1천만명 가량의 사용자가 메신저 대화명 앞에 리본(▶◀)이나 삼베(▦) 모양을 달며 캠페인에 참여했다. 메신저가 단순히 메시지를 전송하기 위한 도구로서 뿐만 아니라 여론을 형성하고 표출하는 중요한 표현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2002년 8월 나라리서치에서 우리나라 성인 8백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직장에서 업무를 수행할 때 전화를 사용하는 비율이 33.8%, 메신저를 사용하는 비율이 28.5%였다. 메신저가 파일 공유나 회의와 같은 업무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메신저를 이용한 설문조사 내 용을 소재로 한 토크쇼가 등장 했다. 최근 메신저는 일상적인 대화뿐만 아니라 여론 형성과 업무 수행의 도구로서 각광받 고 있다.


6개월만에 85만명 회원 확보


서로 연결돼 있는 컴퓨터 사용자 까리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은 PC 이전부터 가능했다. 인터넷이 대중화된 후 급속히 전파된 메신 저는 e메일과 전화의 장점을 접목 한 의사소통 수단이지만, 자칫 보 안에 취약할 수 있다.


인스턴트 메신저는 온라인 전자우편과 오프라인 전화의 장점을 접목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전자우편은 실시간으로 대화가 불가능한 반면 쉽고 빠르게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전화는 상대방과 직접 대화를 할 수 있는 반면 수신자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없으며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인스턴트 메신저는 두 통신 수단의 장점을 모두 제공한다.

인스턴트 메신저는 네트워크와 함께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용자 간에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은 PC가 나오기 전부터 이미 가능했다. 중앙컴퓨터 한대에 연결돼 있는 여러대의 단말기를 사용하던 때도 단말기 사용자끼리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유닉스와 같은 운영체제에서는 컴퓨터에 연결된 사용자들끼리 간단한 메시지를 주고받기 위해 내부 명령어인 ‘write’를 이용했다. 윈도98에서는 ‘winpopup.exe’라는 프로그램을, 윈도2000이나 XP에서는 ‘net send IP주소 메시지내용’이라는 명령을 이용해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는 특정 컴퓨터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단순한 메시지 전달을 넘어 인터넷에서 채팅을 할 수 있는 IRC(Internet Relay Chatting) 서비스는 1988년부터 시작됐다. 또한 1990년 초부터 PC통신이 인기를 얻으며 각 PC통신 서비스 이용자끼리 하는 채팅이 큰 호응을 받기 시작했다. 1992년부터는 WWW(World Wide Web)가 등장하면서 mIRC라는 윈도 기반의 채팅 프로그램이 널리 보급됐다. 이는 텍스트 형식을 사용했지만 전세계의 네티즌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각광받았다. 이후 웹 기반 채팅이 등장했다. 대화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고 두 사용자가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해야만 대화가 가능했던 프로그램 기반 채팅의 단점이 개선된 것이다. 국내에서도 네오위즈의 세이클럽에서 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1996년 이스라엘의 컴퓨터 마니아 4명은 회사를 설립하고 ICQ(‘I Seek You’에서 유래)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메신저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ICQ는 공개된지 6개월만에 85만명의 회원을 확보했고, 지금은 1억5천만명의 회원을 보유할 정도로 성장했다. 1998년 ICQ는 미국 아메리칸온라인(AOL)사에 인수됐으며 현재 아메리칸온라인사의 메신저인 AIM과 함께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메신저로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ICQ의 성공으로 인해 여러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는 자사의 사용자를 위한 메신저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MSN 메신저, 야후의 YAHOO 메신저도 그후 등장했다.

1998년 최초 국산 메신저 등장

국내 인터넷 사용자들도 1990년대 말부터 ICQ를 많이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초기 ICQ는 매뉴얼을 탐독해야 할 정도로 복잡했다. 뿐만 아니라 한글을 사용하려면 따로 환경설정을 해야했기 때문에 불편했다.

이런 와중에 1998년 디지토가 최초로 국산 메신저 프로그램인 소프트메신저(softmessenger)를 선보였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코리아, 야후코리아, 버디버디, 드림위즈, 다음커뮤니케이션 등에서 앞다퉈 메신저 프로그램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메신저는 기본적으로 상대방과 대화를 주고받는 용도로 사용되지만 각각 고유의 특징과 기능이 있어 사용자층과 사용 목적이 조금씩 다르다. KT 경영연구소의 3-4월 ‘통신시장’에는 ‘1318세대는 버디버디를 많이 이용하고 19세 이상은 MSN 메신저를 주로 사용한다’는 보고가 있었다.

버디버디는 19세 이하의 구미에 맞게 다양한 아바타와 이모티콘으로 화면이 구성돼 있다. 드림위즈의 지니는 파일 공유, 개인 방송, 인터넷폰과 같은 다양한 부가 기능과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음 메신저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의 한메일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자사의 회원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이처럼 각 메신저마다 주 사용자층을 대상으로 기능을 선별해 적용하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MSN 메신저는 1999년 국내에 출시될 당시 메시지 전송이라는 메신저 본연의 기능만을 간편하게 제공했다. 그 후 2000년부터 등장한 윈도우2000, 윈도우XP에 함께 제공되면서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MSN 메신저는 최근 파워플러스라는 애드온 프로그램(별도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이미 동작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추가로 설치하는 프로그램)을 출시하면서 부족한 기능을 보완하고 멀티미디어와 아바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됐다.

대화 내용 서버 거치지 않고 전달


1999년 간단한 메시지 전송 기능 만으로 출발한 마이크로소프트의 MSN 메신저는 현재 국내에서 가 장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메신저의 종류는 많지만 대화 내용이 전송되는 방식은 비슷하다. 개인 컴퓨터끼리 직접 연결해 정보를 공유하는 P2P(peer to peer) 방식이다. 이는 하이브리드(Hybrid) P2P와 퓨어(Pure) P2P의 두가지 방식으로 구분된다. 퓨어 P2P 방식은 서버 없이 사용자 간 직접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반면 하이브리드 P2P 방식은 최소한의 역할만 수행하는 서버가 있고 이를 중심으로 사용자 간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메신저 프로그램은 하이브리드 P2P 방식을 이용한다. 각 사용자들의 컴퓨터는 데이터베이스 역할을 하는 서버에 연결돼 있다. 사용자가 로그인이나 정보검색을 할 때는 서버의 도움을 얻는다. 예를 들어 로그인 할 때 사용자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서버 내에 저장돼 있는 것과 비교하는 것이다. 또 일부 메신저에서는 상대방이 로그오프 상태일 때 메시지를 보내도 내용이 없어지지 않고, 상대방이 로그인 하면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서버에 메시지가 일시적으로 보관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로그인 후 실제로 파일이나 메시지를 전송할 때는 서버를 거치지 않는다. 즉 퓨어 P2P 방식과 동일하게 사용자의 컴퓨터끼리 직접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실제로 메신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업체의 서버에 큰 부하가 걸리지 않고 고성능의 시스템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그러나 메신저 프로그램은 보안에 취약하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메시지가 상대방 컴퓨터의 IP주소를 통해 직접 전송되기 때문이다. 메시지가 전송될 때는 그 내용이 별도로 암호화되지 않는다. 따라서 전송되는 도중에 ‘패킷 스니퍼링’(Packet Sniffering)이라는 기술을 이용하면 사용자 간에 주고받는 대화 내용을 몰래 엿볼 수 있다. 마치 전화를 도청하는 것처럼 말이다. 때문에 메신저를 이용해 신용카드번호나 비밀번호를 전송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것이다.

2001년 3월 미국 닷컴기업인 e프런트(eFront)사의 CEO가 사내 직원, 사업 파트너들과 ICQ를 통해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이 인터넷에 공개돼 충격을 준 적이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해 e프런트의 경영진 수명이 결국 물러났다. 해커가 사용자의 PC에 침투해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ICQ 기록을 훔쳐낸 것이다.

메신저 프로그램의 이와 같은 보안 문제로 인해 일부 기업에서는 메신저를 사용할 수 없도록 인터넷 포트(Port, 인터넷 상에서 데이터가 입출력되는 접속점)를 막거나 방화벽(Firewall, 관리자가 파일 전송이나 특정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설정하는 시스템)을 설치하기도 한다.

지난 4월 인터넷 순위 사이트 코리안클릭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인터넷 사용자 2천4백73만명 중 약 42.6%가 메신저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자료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 전체 인터넷 사용자 중 약 1천만명 이상은 메신저를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2002년 미국 닐슨//넷레이팅사에 따르면 미국 내 1억5백만명의 인터넷 사용자 중에서 하나 이상의 메신저를 사용하는 사람은 4천1백만명, 즉 30%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전체 인터넷 사용 인구 중 메신저 사용자수가 우리나라에 유독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메신저 진화의 최적 조건

정액제 방식의 초고속 인터넷(인터넷 사용 시간이나 양에 상관없이 매월 일정한 사용 금액을 지불하는 방식)이 널리 보급된 것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2002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4천7백34만명 중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는 약 1천만명이다. 국내 가구수가 1천4백31만 가구이므로 전 가구의 70% 이상이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한다고 볼 수 있다. 항상 인터넷에 연결된 상태에서 사용해야 하는 메신저가 국내 시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온라인 대화 수단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메신저 시장은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MSN 메신저는 지난 2월부터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을 상징하는 캐릭터인 아바타(avatar)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7월에는 휴대폰으로 로그인 해 메시지를 보내면 상대방이 메신저 프로그램에서 받을 수 있는 유무선 연동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즉 다른 기종 간 크로스(cross) 서비스를 개시했다.

정보를 생성하고 축적하며 요청 또는 교환하는 사용자 장치인 서밴트(servant) 역할을 컴퓨터 이외에도 PDA나 휴대폰이 대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사는 이와 같은 두가지 서비스를 우리나라에서 처음 도입했다.

프로그램 간 호환 문제 갈등


메신저 이용률이 늘어나면서 한 기 업이 다수의 사용자를 독점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관련 업계의 대응방안이 요구된다.


메시지 전송이라는 한정된 용도에서 벗어나 이제 메신저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종합적인 통신수단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메신저 이용률이 증가함에 따라 한 기업이 많은 사용자를 독점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가 10월 16일부터 MSN 메신저와 타사 메신저의 호환을 차단한다고 발표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전까지 MSN 메신저는 자사의 프로토콜을 공개함으로써 MSN 메신저와 타사 메신저와의 호환을 지원했다.

그러나 이제 타사의 메신저를 사용하는 사람이 MSN 메신저를 사용하는 사람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없게 됐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합의서에 서명한 업체에 한해 차례로 연동기능을 제공할 계획이다.

비슷한 상황이 1999년 미국에서도 발생한 바 있다. 당시에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아메리칸온라인사에 메신저 호환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MSN 메신저는 AIM 메신저보다 사용자 수가 적었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아메리칸온라인사에 호환을 요청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메리칸온라인사는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메신저 시장을 빼앗길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거절했다. 이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사는 미 연방통신위원회에 탄원해 승리했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이제는 반대로 사용자 정보를 보호한다는 이유를 들어 메신저의 호환 차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통신 수단이 한 외국 업체에 독점돼서는 안되며 이에 대한 메신저 업계의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

MSN 홈페이지 채팅 서비스 중단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지난 9월23일 미국, 일본, 캐나다를 제외한 전세계 34개 지역에서 MSN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되는 채팅 서비스를 중단했다. 채팅의 익명성을 이용해 발송되는 각종 스팸메일과 음란메일이 사용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대신 MSN 메신저에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MSN 메신저 서비스는 기존과 다름없이 사용할 수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MSN사업부 이구환 이사는 “MSN코리아는 모든 서비스에 강력한 사용자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한국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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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김지현 테크니컬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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