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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 [Part2] 뉴럴링크의 대항마, 싱크론이 BCI 게임체인저 될까

뉴럴링크는 일론 머스크를 배후에 둔 덕에 이름이 널리 알려졌지만, 뉴럴링크 못지 않게 뛰어난 기술력을 지닌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업이 있다. 바로 ‘싱크론’이다. 심지어 싱크론은 FDA 승인, 임상시험 모두 뉴럴링크보다 빨랐다. 또한 기술의 안전성 측면에서 뉴럴링크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싱크론과 뉴럴링크, 과연 누가 BCI 상용화를 주도할까.

 

 
뇌공학기업 ‘싱크론’은 뇌혈관에 스텐트로드라는 전극을 넣어 뇌파를 읽는 방식의 독자적인 BCI 기술을 이용한다.

 

뉴럴링크가 차세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Brain-Computer Interface) 산업을 이끌 선두주자로 알려졌지만, 이외에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여러 BCI 기업이 있다. 신경과학자 토마스 옥슬리가 2012년 창업한 ‘싱크론’은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다. 2022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의 투자 회사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싱크론은 뉴럴링크보다 2년가량 일찍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시험을 승인받았다. 또한 2020년 4월과 2022년 7월, 각각 호주와 미국에서 첫 임상시험에 성공했다. 현재 호주 4명, 미국 6명 총 10명의 임상시험 참가자가 있다. 지금까지 이룬 성과만 봤을 땐 싱크론이 뉴럴링크보다 조금 앞선 행보를 보인다.

 

임창환 한양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는 그 이유가 “싱크론의 기술이 훨씬 안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싱크론은 뇌에 장치를 직접 삽입하는 뉴럴링크와 달리 장치를 뇌혈관에 집어넣는다. 따라서 머리를 열어서 진행하는 수술이 필요 없다. 이는 싱크론만의 독보적 기술인 ‘스텐트로드’ 덕분이다. BCI 기술의 안전성을 높여준 스텐트로드는 무엇일까.

 

 
2019년 싱크론의 임상시험에 참여해 스텐트로드를 이식 받은 로드니 골햄이 컴퓨터를 사용하는 모습. 그는 호흡기 근육, 몸통, 팔, 다리가 점진적으로 마비되는 루게릭병을 앓고 있다.

 

심혈관 수술에서 안전성 입증받은 ‘스텐트’ 활용

 

 

우리 몸에는 수많은 혈관이 있고, 심장을 중심으로 모두 이어져 있다. 혈관을 통해 혈액이 이동하면서 몸 구석구석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제거한다. 우리 뇌가 정상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혈액을 공급해야 하므로, 뇌에도 당연히 혈관이 존재한다. 싱크론은 이점을 이용해 ‘스텐트로드’라는 BCI 장치를 뇌혈관에 설치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스텐트로드는 ‘스텐트’의 원리에 착안해 만들어졌다. 스텐트는 좁아지거나 막힌 혈관에 넣어 혈관을 벌리는 장치로, 혈류 이동이 원활하지 않은 심혈관 질환 등에 쓰인다. 길고 가는 관 모양의 스텐트를 대퇴동맥이나 손목 혈관 등에 집어넣어 관상동맥 등의 목표 부위로 밀어 넣는다. 그 후 그물망 구조를 팽창시켜 막힌 혈관을 벌린다. 

 

싱크론이 만든 스텐트로드도 유사한 방식이다. 목에 있는 경정맥을 통해 체내 혈관에 삽입한 후 장치가 뇌의 운동피질(신체의 운동과 관련된 대뇌 피질) 근처 혈관에 도달하면 그물망 구조를 활짝 편다. 스텐트로드는 스텐트에 뇌파를 읽는 전극 16개가 사이사이 배치된 형태다. 그래서 스텐트-전극 기록 어레이(stent-electrode recording array)라고도 불린다. 뇌혈관에 도달한 스텐트로드는 전극을 통해 주변의 운동피질에서 오는 뇌파를 읽는다. 스텐트로드와 연결된 수신기가 이 신호를 전달받은 뒤 다시 무선으로 컴퓨터에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사지마비 환자나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같이 몸이 불편한 사람도 컴퓨터와 같은 전자기기를 활용할 수 있다.

 

“스텐트로드의 장점은 두개골을 일부 제거해 진행하는 뇌수술인 개두술이 필요 없다는 점이에요. 게다가 스텐트는 이미 지난 수십 년 동안 일상적으로 시행돼 온 수술입니다.” 싱크론의 임상시험 수술을 주도한 샤람 마지디 미국 마운트 사이나이 신경외과 교수는 7월 2일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스텐트로드의 우수성을 이같이 설명했다.

 

“대부분의 다른 BCI 장치는 뇌에 직접 이식하는 방식이었어요. 이 방식을 사용하면 전극이 뇌와 직접 연결돼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뇌 신호를 포착할 수 있죠. 하지만 뇌 조직으로 침투한 전극이 염증 반응을 일으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호가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반면 스텐트로드는 뇌혈관 내에 머무르기 때문에 이러한 염증 반응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요.”

 

 

뇌 속 깊은 신호 읽는 것엔 한계

 

 

그렇다면 싱크론의 기술이 뉴럴링크보다 우수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싱크론의 접근 방식은 덜 침습적이지만, 접근할 수 있는 뇌의 부위가 제한적이에요. 반면 뉴럴링크 장치는 뇌에 직접 접촉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신경외과 수술이 필요합니다. 각각의 장단점이 다르므로 서로 보완하며 공존할 필요가 있습니다.”

 

브래들리 그레거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뇌공학연구소 교수는 현재로서는 어떤 방식이 최종적으로 더 나은지 판단하기에 이르다는 의견을 내보였다. 그는 또한 “두 기술 모두 아직 많은 발전이 필요하지만, 특히 싱크론은 뉴럴링크보다 기능 면에서 제한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스텐트로드 장치로는 뇌 표면에 있는 혈관까지만 도달할 수 있어 뇌 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뇌파를 읽기 어렵다. 반면 뉴럴링크는 뇌 안에 칩을 심어 더 많은 신호를 받을 수 있다. 

 

그레거 교수는 “싱크론 장치가 포착한 제한된 뇌파를 이용해서 컴퓨터를 조작하는 정도는 가능하지만, 고도의 자유도가 필요한 로봇 팔이나 다리를 제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싱크론은 이러한 문제점을 점차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쿠르트 해그스트롬 싱크론 최고상업책임자(COO)는 7월 9일 진행한 화상인터뷰에서 “이것이 넘지 못할 장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스텐트로드가 뇌혈관에 들어가도 안전하다는 사실을 먼저 입증하고, 스텐트로드를 점차 다른 부위로 옮겨 안전성을 보여주는 단계별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디 교수는 “스텐트로드를 뇌 속 깊은 곳에 위치한 혈관에 설치할 수 있으면 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뇌 내부에 위치한 혈관은 뇌 표면에 있는 혈관보다 더 가늘다”며 “따라서 뇌 내부의 혈관으로 스텐트로드를 집어넣기 위해서는 더 작고 부드러운 장치를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Zoom 화면 캡쳐
쿠르트 해그스트롬 싱크론 COO는 7월 9일 화상 인터뷰에서 “뉴럴링크를 비롯한 다른 BCI 기업과 유사한 목표를 가지고 경쟁하지만, 우리가 접근하는 방식은 매우 독특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5년 안에 상업화, 한국은?

 

 

싱크론의 기술은 이르면 2029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해그스트롬 CCO는 “5년 안에 싱크론 장치를 시장에 내놓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위해 “이른 시일 내에 제품 상용화에 필요한 대규모 임상시험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임상시험은 기존에 진행 중이던 임상시험 연구가 마무리되는 대로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뉴럴링크와 싱크론을 주축으로 BCI 산업이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다. 이는 바꿔 말하면 BCI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선택지가 제공되는 것이다. 그레거 교수는 “여러 회사가 BCI 기술 개발에 참여하는 것은 기술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며 “각 회사가 가진 고유한 강점을 바탕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에는 아직까지 주목할 만한 BCI 기업이 없다. 임 교수는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도 점점 BCI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한국이 계속 손을 놓고 있다가는 해외의 기술을 사서 써야 할 것”이고 말했다. 그는 “뉴럴링크와 같은 침습적 BCI의 경우, 국내에는 인간을 대상으로 임상시험할 수 있는 규정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국내에도 BCI와 관련된 원천 기술들을 가진 연구자들이 꽤 많아요. 하지만 연구비와 임상시험 허가 등의 문제로 지금까지 그 기술들을 하나로 통합하지 못했어요. 기술을 보유한 연구자를 발굴해서 그들이 연구할 수 있게끔 환경 조성만 잘 된다면 한국도 충분히 뉴럴링크에 대항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임 교수도 BCI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는 “현재 10명 이내 각 분야의 국내 전문가들과 함께 BCI 기업을 창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올해 9월쯤부터 이를 위한 특별 전담 조직을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2013년부터 인간 뇌 지도 구축 프로젝트 ‘브레인 이니셔티브’를 가동하며 10년간 6조 원에 가까운 연구비를 투입했다. 이로 인해 뉴럴링크와 같은 여러 BCI 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 정부도 BCI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발걸음을 떼고 있다. 2023년 3월 보건복지부는 BCI 연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 연구자들의 노력이 국내 환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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